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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봉이 애용한 ‘위명 여권’…대책이 없다
입력 2014.12.18 (09:43) 수정 2014.12.18 (10:49) 사회
박춘봉이 애용한 ‘위명 여권’…대책이 없다

수원 팔달산 시신 훼손 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 출입국 관리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춘봉(56.중국국적)이 타인 명의로 발급받은 ‘위명 여권’을 이용해 한국을 들락날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출입국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권 자체를 위조해 만든 '위조 여권'과 달리 '위명 여권'은 중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정식 여권이다. 차명 계좌처럼 명의만 다를 뿐이다.

지난 2012년부터 정부가 외국인 출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했지만, ‘위명 여권자’까지 완벽하게 걸러내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출입국 관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외국인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불거져왔다.

◇ 위명 여권으로 ‘제 집 드나들 듯’ 한-중 오간 박춘봉 

경찰 조사 결과 박춘봉은 22년 전부터 한국을 수차례 들락날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박씨가 처음 국내에 들어온 시기와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1992년 9월 자신의 여권으로 출국한 것이 공식적으로 남은 최초의 기록이다.

이후 1996년 3월 부산항을 통해 밀입국했다가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그 해 11월 강제출국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은 2년 뒤인 1998년 12월 이 모(70. 중국 국적) 씨의 여권을 이용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타인 명의로 발급받은 위명 여권을 들고 공항검색대를 지났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5년 뒤인 2003년에는 중국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검거돼 같은 해 7월 또 다시 강제 추방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박은 끊임없이 한국 입성을 노렸다.

2006년에는 자신의 여권에 적힌 출생연도를 바꿔 재입국을 시도했지만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적발돼 발길을 돌려야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입국이 불가능해진 박은 또 다시 타인의 여권을 활용했다. 결국 2008년 12월 박철(56.중국 국적)이라는 사람의 여권으로 단기방문(C-3)비자를 받아 인천공항을 통해 재입국하는데 성공했다.

위명 여권을 이용해 두 번이나 불법 입국한 것이다. 돈벌이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 출입국 관리 시스템 비웃는 위명 여권 

박이 20여 년간 불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을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 있었던 건 과거 허술했던 출입국관리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시스템은 담당 직원이 여권에 기재된 정보를 확인하고 사진과 당사자의 얼굴을 대조하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입국 외국인의 정확한 신분을 파악하기 위해 얼굴과 지문을 등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외국인 형사범은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채취하는 등 출입국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그만큼 위조 여권 적발 건수도 크게 늘었다.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얼굴·지문인식 시스템 도입 후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있다”면서 “그 이전에는 위조 여권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10년 가까이 외국인 범죄 수사에 몸 담아온 한 경찰 관계자도 “예전에는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대단히 많았고 단속도 쉽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적발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법무부 자료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적발된 건수가 2009년 2천500건이던 것이 심사를 강화한 2012년에 5천700건으로 급증했고, 2013년에는 4천200건 가까이 적발되는 등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적발된 외국인만 1만8천여 명에 이른다. 위조 여권의 절반은 중국 여권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위·변조 여권 적발 현황>

하지만 심사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국심사대를 ‘무사 통과’하는 외국인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명 여권자의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게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 경찰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중국의 호적인 ‘호구부’를 위조해 여권을 발급받으면 국내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명 여권은 중국인과 조선족이 한국에 들어올 때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위명 여권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보통 우리 돈으로 800만원 정도면 브로커를 통해 중국 정부에 등록된 호구부와 신분증을 살 수 있다.



인구 13억 명이 넘는 중국은 전산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위조 신분증이 쉽게 들통 나지도 않는다.

위조한 여권은 위조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비교적 쉽게 식별해낼 수 있지만, 위명 여권은 중국 정부가 발행한 정식 여권이기 때문에 여권 자체만 봐서는 진위 여부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결국 중국 정부까지 속여 발급받은 합법적인 여권이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다.

◇ 위명 여권 적발 어려워...대책 마련 시급 

문제는 이런 위명 여권을 100%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위명 여권까지 100%적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히 출입국 기록이 전혀 없는 사람의 명의를 도용할 경우 적발해도 본인 여부를 대조·증명할 수 없어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측 데이터베이스에 과거 출입국 기록이 있는 사람일 경우, 위명 여권 소지자와 대조해 본인 여부를 밝힐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대개 이런 경우 인터폴을 통해 중국 정부에 확인을 요청하지만, 비협조적이거나 아예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호구부가 위조된 상황이어서 중국 정부에서도 본인 여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현지 영사관에서 중국 공안의 협조를 얻어 비자 발급 단계에서 신원 확인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전히 단속망을 피해가는 위명 여권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 박춘봉이 애용한 ‘위명 여권’…대책이 없다
    • 입력 2014.12.18 (09:43)
    • 수정 2014.12.18 (10:49)
    사회
박춘봉이 애용한 ‘위명 여권’…대책이 없다

수원 팔달산 시신 훼손 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 출입국 관리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춘봉(56.중국국적)이 타인 명의로 발급받은 ‘위명 여권’을 이용해 한국을 들락날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출입국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권 자체를 위조해 만든 '위조 여권'과 달리 '위명 여권'은 중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은 정식 여권이다. 차명 계좌처럼 명의만 다를 뿐이다.

지난 2012년부터 정부가 외국인 출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했지만, ‘위명 여권자’까지 완벽하게 걸러내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출입국 관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외국인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불거져왔다.

◇ 위명 여권으로 ‘제 집 드나들 듯’ 한-중 오간 박춘봉 

경찰 조사 결과 박춘봉은 22년 전부터 한국을 수차례 들락날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 박씨가 처음 국내에 들어온 시기와 방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1992년 9월 자신의 여권으로 출국한 것이 공식적으로 남은 최초의 기록이다.

이후 1996년 3월 부산항을 통해 밀입국했다가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그 해 11월 강제출국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은 2년 뒤인 1998년 12월 이 모(70. 중국 국적) 씨의 여권을 이용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타인 명의로 발급받은 위명 여권을 들고 공항검색대를 지났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5년 뒤인 2003년에는 중국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검거돼 같은 해 7월 또 다시 강제 추방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박은 끊임없이 한국 입성을 노렸다.

2006년에는 자신의 여권에 적힌 출생연도를 바꿔 재입국을 시도했지만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적발돼 발길을 돌려야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입국이 불가능해진 박은 또 다시 타인의 여권을 활용했다. 결국 2008년 12월 박철(56.중국 국적)이라는 사람의 여권으로 단기방문(C-3)비자를 받아 인천공항을 통해 재입국하는데 성공했다.

위명 여권을 이용해 두 번이나 불법 입국한 것이다. 돈벌이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 출입국 관리 시스템 비웃는 위명 여권 

박이 20여 년간 불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을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 있었던 건 과거 허술했던 출입국관리 시스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시스템은 담당 직원이 여권에 기재된 정보를 확인하고 사진과 당사자의 얼굴을 대조하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입국 외국인의 정확한 신분을 파악하기 위해 얼굴과 지문을 등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특히 외국인 형사범은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채취하는 등 출입국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그만큼 위조 여권 적발 건수도 크게 늘었다.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얼굴·지문인식 시스템 도입 후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있다”면서 “그 이전에는 위조 여권을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10년 가까이 외국인 범죄 수사에 몸 담아온 한 경찰 관계자도 “예전에는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대단히 많았고 단속도 쉽지 않았다”며 “최근에는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대부분 적발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는 법무부 자료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위조 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적발된 건수가 2009년 2천500건이던 것이 심사를 강화한 2012년에 5천700건으로 급증했고, 2013년에는 4천200건 가까이 적발되는 등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적발된 외국인만 1만8천여 명에 이른다. 위조 여권의 절반은 중국 여권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위·변조 여권 적발 현황>

하지만 심사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국심사대를 ‘무사 통과’하는 외국인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위명 여권자의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게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무부, 경찰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중국의 호적인 ‘호구부’를 위조해 여권을 발급받으면 국내에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위명 여권은 중국인과 조선족이 한국에 들어올 때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위명 여권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보통 우리 돈으로 800만원 정도면 브로커를 통해 중국 정부에 등록된 호구부와 신분증을 살 수 있다.



인구 13억 명이 넘는 중국은 전산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위조 신분증이 쉽게 들통 나지도 않는다.

위조한 여권은 위조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비교적 쉽게 식별해낼 수 있지만, 위명 여권은 중국 정부가 발행한 정식 여권이기 때문에 여권 자체만 봐서는 진위 여부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결국 중국 정부까지 속여 발급받은 합법적인 여권이 우리나라에서 불법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다.

◇ 위명 여권 적발 어려워...대책 마련 시급 

문제는 이런 위명 여권을 100%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심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위명 여권까지 100%적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히 출입국 기록이 전혀 없는 사람의 명의를 도용할 경우 적발해도 본인 여부를 대조·증명할 수 없어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측 데이터베이스에 과거 출입국 기록이 있는 사람일 경우, 위명 여권 소지자와 대조해 본인 여부를 밝힐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대개 이런 경우 인터폴을 통해 중국 정부에 확인을 요청하지만, 비협조적이거나 아예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호구부가 위조된 상황이어서 중국 정부에서도 본인 여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현지 영사관에서 중국 공안의 협조를 얻어 비자 발급 단계에서 신원 확인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여전히 단속망을 피해가는 위명 여권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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