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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K] “왜 1번은 늘 남학생?” ‘선녀후남’ 초등학교 출석번호 혁명
입력 2019.02.11 (19:31) 수정 2019.02.11 (20:48) 취재K
[취재K] “왜 1번은 늘 남학생?” ‘선녀후남’ 초등학교 출석번호 혁명

왜 1번은 늘 남학생만?

서울 용산의 한 초등학교에 딸을 보내고 있는 김모 씨. 최근 색다른 가정통신문을 받았습니다. 출석번호 부여 방식 개선안에 동의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전통적으로 이 초등학교 남학생들은 1번부터 시작되는 번호를, 여학생들은 40번부터 시작되는 번호를 출석번호로 받았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뒤로 밀려난 여학생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초등학교는 한 해는 남학생, 다음 해는 여학생에게 앞쪽 출석번호를 주는 방식의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40번대도 모자라 50번대, 60번대 출석번호를 숙명이라 알고 살았던 김모 씨.

"학부모의 의견을 물어봐줘서 고맙다"라며 주저 없이 '동의합니다'에 체크했습니다.

“초등학교 출석번호, ‘선남후녀’ 지정은 성차별”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선남후녀 방식의 출석번호. 오랜 관행에 반기를 든 건 서울의 한 초등 학부모였습니다.

지난해 3월 이 학부모는 기존의 출석번호 부여방식이 여학생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조사에 나선 인권위는 이런 방식이 성차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남녀 간에 선후가 있다는 차별의식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인권위는 출석번호 지정 관행을 개선해 성차별을 방지하라는 권고를 각 교육청에 전달했습니다.


2005년에도 같은 판단, 이번엔 다를까?

그런데 국가인권위는 이미 2005년에도 선남후녀 방식의 출석번호가 여학생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또다시 진정이 접수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많은 학교가 선남후녀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미투'운동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성평등 감수성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출석번호 개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서울 초등학교, 출석번호 개선안 사실상 전면 시행

인권위 권고가 나오자 지난해 11월 서울시 교육청은 산하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성차별적인 요소를 없앤 출석번호 부여 방식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입니다.

몇 개 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무슨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했는지는 3월 중으로 보고받아 집계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청이 개선안 마련에 사실상 강제성을 부여한 겁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선안의 내용은 전적으로 학교의 자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나다 이름순으로 할지, 격년제로 남녀 출석번호 순서를 바꿀지 혹은 또 다른 방식을 도입할지에 대해 교육청이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 당국과 학부모들이 합의하면 어떤 방식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전학 등 학사운영시스템상 변화가 생길 때 학교 간 차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일부 학교에서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신입생만 시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 23.2명, 출석번호의 미래는?

한때 키가 작은 순서대로 출석번호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1번은 늘 키 작은 친구들의 차지였습니다. 키 작은 것도 서러운데 출석번호로 아예 낙인을 찍는 행위였습니다. 이런 지적에 따라 키 번호는 사라졌고 키에 따른 외모 차별도 옅어졌습니다.

선남후녀 방식의 출석번호 체계가 달라지면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남자 먼저'라는 무의식적인 성차별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며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출석번호 체제를 굳이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3.2명. 교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학생이름으로 충분하지 않으냐는 겁니다.
  • [취재K] “왜 1번은 늘 남학생?” ‘선녀후남’ 초등학교 출석번호 혁명
    • 입력 2019.02.11 (19:31)
    • 수정 2019.02.11 (20:48)
    취재K
[취재K] “왜 1번은 늘 남학생?” ‘선녀후남’ 초등학교 출석번호 혁명

왜 1번은 늘 남학생만?

서울 용산의 한 초등학교에 딸을 보내고 있는 김모 씨. 최근 색다른 가정통신문을 받았습니다. 출석번호 부여 방식 개선안에 동의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전통적으로 이 초등학교 남학생들은 1번부터 시작되는 번호를, 여학생들은 40번부터 시작되는 번호를 출석번호로 받았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뒤로 밀려난 여학생들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초등학교는 한 해는 남학생, 다음 해는 여학생에게 앞쪽 출석번호를 주는 방식의 개선안을 내놨습니다. 여학생이라는 이유로 40번대도 모자라 50번대, 60번대 출석번호를 숙명이라 알고 살았던 김모 씨.

"학부모의 의견을 물어봐줘서 고맙다"라며 주저 없이 '동의합니다'에 체크했습니다.

“초등학교 출석번호, ‘선남후녀’ 지정은 성차별”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선남후녀 방식의 출석번호. 오랜 관행에 반기를 든 건 서울의 한 초등 학부모였습니다.

지난해 3월 이 학부모는 기존의 출석번호 부여방식이 여학생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조사에 나선 인권위는 이런 방식이 성차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남녀 간에 선후가 있다는 차별의식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인권위는 출석번호 지정 관행을 개선해 성차별을 방지하라는 권고를 각 교육청에 전달했습니다.


2005년에도 같은 판단, 이번엔 다를까?

그런데 국가인권위는 이미 2005년에도 선남후녀 방식의 출석번호가 여학생의 평등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또다시 진정이 접수된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많은 학교가 선남후녀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인권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미투'운동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성평등 감수성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출석번호 개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서울 초등학교, 출석번호 개선안 사실상 전면 시행

인권위 권고가 나오자 지난해 11월 서울시 교육청은 산하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성차별적인 요소를 없앤 출석번호 부여 방식 개선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입니다.

몇 개 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무슨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했는지는 3월 중으로 보고받아 집계하기로 했습니다. 교육청이 개선안 마련에 사실상 강제성을 부여한 겁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선안의 내용은 전적으로 학교의 자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나다 이름순으로 할지, 격년제로 남녀 출석번호 순서를 바꿀지 혹은 또 다른 방식을 도입할지에 대해 교육청이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학교 당국과 학부모들이 합의하면 어떤 방식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전학 등 학사운영시스템상 변화가 생길 때 학교 간 차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일부 학교에서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신입생만 시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급당 학생 수 23.2명, 출석번호의 미래는?

한때 키가 작은 순서대로 출석번호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1번은 늘 키 작은 친구들의 차지였습니다. 키 작은 것도 서러운데 출석번호로 아예 낙인을 찍는 행위였습니다. 이런 지적에 따라 키 번호는 사라졌고 키에 따른 외모 차별도 옅어졌습니다.

선남후녀 방식의 출석번호 체계가 달라지면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남자 먼저'라는 무의식적인 성차별 분위기는 시간이 지나며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출석번호 체제를 굳이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옵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3.2명. 교사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학생이름으로 충분하지 않으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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