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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삼성물산의 아전인수 해명…과연 일등기업인가?
입력 2019.05.09 (08:00) 수정 2019.05.09 (08:14) 탐사K
[탐사K] 삼성물산의 아전인수 해명…과연 일등기업인가?
KBS 탐사보도부가 삼성물산이 거액의 국가 예산을 빼돌리기 위해 견적을 부풀리고, 중소업체 특허 기술도 사실상 빼앗아갔다는 의혹을 보도한 뒤 삼성물산이 자사 홈페이지에 해명을 올렸다. 그러나 A4 1장 분량의 짤막한 해명은 내용이나 논리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

[연관기사]
[뉴스9] [탐사K]① 삼성물산 견적 부풀리기…사라진 혈세 100억
[뉴스9] [탐사K]② 삼성물산, 특허기술 정보 빼낸 뒤 ‘토사구팽’
[시사기획 창] 삼성물산, 뒷거래와 사라진 100억


① "설계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이 시공사에 없습니다"?

삼성물산은 청문건설에 견적 부풀리기를 요구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견적 금액을 책정하는 권한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견적 부풀리기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자신들과 무관하고, 청문건설과 설계회사 사이 오간 이야기라는 취지다.

KBS는 이미 방송에서, '견적 부풀리기'를 실명 폭로한 청문건설과 삼성물산 직원들 사이 오간 이메일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물산 김 모 차장, 박 모 차장, 과장, 대리 등 이들이 청문건설측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시점은 견적 부풀리기가 있었던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다. 이메일에는 견적 금액과 시공 방법 등이 담겨 있다.

② "특허 침해한 바 없다고 결정이 나왔다"?

KBS는 지난달 30일 보도에서 삼성물산이 하도급업체에 견적 부풀리기를 요구해 놓고는 해당 업체와는 최종 계약을 맺지 않고(이른바 '토사구팽'), 결과적으로 특허 기술만 빼갔다고 보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늘 있는 '기술 탈취'의 전형적 행태라는 문제 제기였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자신들이 승소했다며 법원 결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는 삼성물산이 언급하고 있는 법원 판단을 이미 취재 과정에서 검토했고, 그것을 근거로 '기술 탈취'를 보도한 것이었다. 똑같은 법원 판단을 두고 취재진과 삼성물산은 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까?

삼성물산에서 버림받고 특허 기술까지 빼앗겼다고 판단한 청문건설은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이 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문제의 특허 장비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당장 막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본안 소송을 제기하면 최종 판결이 나올 때쯤에는 이미 공사가 끝난 뒤일 것이기 때문에 긴급히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2017년 1월 법원 결정이 내려진다. '기각'이었다. 청문건설이 지고 삼성물산이 이긴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 탈취가 없었다는 삼성물산 해명이 맞는 이야기가 되는 걸까.

법원 "돈 주고 샀으니 침해 없어"...전문가들 "전형적 기술 탈취"

결정문을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이 청문건설 손을 들어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삼성물산이 특허권자 개인에게 해당 특허 장비를 돈을 주고 구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특허 장비를 개발한 사람이 돈을 받고 물건을 팔았으니, 청문건설의 특허 사용 권한('전용 실시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이 주목한 것도 이 대목이다. 삼성물산이 애당초 연약지반 보강 공사에 필요한 특허 장비와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은 곳은 청문건설이었다. 청문건설은 특허 사용료로 삼성물산에 30억 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른 하도급업체와 계약했다. 새로 선정한 하도급업체를 통해 문제의 특허 장비를 개발자에게서 따로 구입해 갔고 3억 원만 들었다.

법률적 잘잘못을 떠나 이런 행태가 '전형적 기술 탈취'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취재진이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도 삼성물산이 보여준 편법 또는 꼼수였다. 이 부분에 대해 해양경찰청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은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③ "청문건설 실적 적어 계약 안 했다"?

삼성물산은 청문건설을 '팽'한 이유에 대해 "청문건설의 실적이 적어" 계약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자격이 안 되는 회사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6년 12월 가거도 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바지선이 침몰한 것이다. 삼성물산이 은밀해 구입한 특허 장비가 바닷속으로 빠졌고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연약지반 보강 공사가 아직 30%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이때 삼성물산은 청문건설 측에 긴급하게 SOS를 친다. 남은 공사를 맡아줄 수 없냐는 제안이었다. 청문건설의 실적이 적어서 당초 계약하지 않았다는 삼성물산의 주장이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삼성물산도 잔여 공사 제안을 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다만 "담당 직원 개인의 비공식적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업계 1위 기업치고는 궁색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 [탐사K] 삼성물산의 아전인수 해명…과연 일등기업인가?
    • 입력 2019.05.09 (08:00)
    • 수정 2019.05.09 (08:14)
    탐사K
[탐사K] 삼성물산의 아전인수 해명…과연 일등기업인가?
KBS 탐사보도부가 삼성물산이 거액의 국가 예산을 빼돌리기 위해 견적을 부풀리고, 중소업체 특허 기술도 사실상 빼앗아갔다는 의혹을 보도한 뒤 삼성물산이 자사 홈페이지에 해명을 올렸다. 그러나 A4 1장 분량의 짤막한 해명은 내용이나 논리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

[연관기사]
[뉴스9] [탐사K]① 삼성물산 견적 부풀리기…사라진 혈세 100억
[뉴스9] [탐사K]② 삼성물산, 특허기술 정보 빼낸 뒤 ‘토사구팽’
[시사기획 창] 삼성물산, 뒷거래와 사라진 100억


① "설계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이 시공사에 없습니다"?

삼성물산은 청문건설에 견적 부풀리기를 요구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견적 금액을 책정하는 권한 자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견적 부풀리기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자신들과 무관하고, 청문건설과 설계회사 사이 오간 이야기라는 취지다.

KBS는 이미 방송에서, '견적 부풀리기'를 실명 폭로한 청문건설과 삼성물산 직원들 사이 오간 이메일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물산 김 모 차장, 박 모 차장, 과장, 대리 등 이들이 청문건설측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시점은 견적 부풀리기가 있었던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다. 이메일에는 견적 금액과 시공 방법 등이 담겨 있다.

② "특허 침해한 바 없다고 결정이 나왔다"?

KBS는 지난달 30일 보도에서 삼성물산이 하도급업체에 견적 부풀리기를 요구해 놓고는 해당 업체와는 최종 계약을 맺지 않고(이른바 '토사구팽'), 결과적으로 특허 기술만 빼갔다고 보도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늘 있는 '기술 탈취'의 전형적 행태라는 문제 제기였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자신들이 승소했다며 법원 결정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KBS 탐사보도부는 삼성물산이 언급하고 있는 법원 판단을 이미 취재 과정에서 검토했고, 그것을 근거로 '기술 탈취'를 보도한 것이었다. 똑같은 법원 판단을 두고 취재진과 삼성물산은 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까?

삼성물산에서 버림받고 특허 기술까지 빼앗겼다고 판단한 청문건설은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이 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문제의 특허 장비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당장 막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본안 소송을 제기하면 최종 판결이 나올 때쯤에는 이미 공사가 끝난 뒤일 것이기 때문에 긴급히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2017년 1월 법원 결정이 내려진다. '기각'이었다. 청문건설이 지고 삼성물산이 이긴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 탈취가 없었다는 삼성물산 해명이 맞는 이야기가 되는 걸까.

법원 "돈 주고 샀으니 침해 없어"...전문가들 "전형적 기술 탈취"

결정문을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이 청문건설 손을 들어주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삼성물산이 특허권자 개인에게 해당 특허 장비를 돈을 주고 구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특허 장비를 개발한 사람이 돈을 받고 물건을 팔았으니, 청문건설의 특허 사용 권한('전용 실시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취재진이 주목한 것도 이 대목이다. 삼성물산이 애당초 연약지반 보강 공사에 필요한 특허 장비와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은 곳은 청문건설이었다. 청문건설은 특허 사용료로 삼성물산에 30억 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른 하도급업체와 계약했다. 새로 선정한 하도급업체를 통해 문제의 특허 장비를 개발자에게서 따로 구입해 갔고 3억 원만 들었다.

법률적 잘잘못을 떠나 이런 행태가 '전형적 기술 탈취'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취재진이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도 삼성물산이 보여준 편법 또는 꼼수였다. 이 부분에 대해 해양경찰청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은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③ "청문건설 실적 적어 계약 안 했다"?

삼성물산은 청문건설을 '팽'한 이유에 대해 "청문건설의 실적이 적어" 계약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자격이 안 되는 회사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16년 12월 가거도 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바지선이 침몰한 것이다. 삼성물산이 은밀해 구입한 특허 장비가 바닷속으로 빠졌고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연약지반 보강 공사가 아직 30%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이때 삼성물산은 청문건설 측에 긴급하게 SOS를 친다. 남은 공사를 맡아줄 수 없냐는 제안이었다. 청문건설의 실적이 적어서 당초 계약하지 않았다는 삼성물산의 주장이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다.

삼성물산도 잔여 공사 제안을 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다만 "담당 직원 개인의 비공식적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업계 1위 기업치고는 궁색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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