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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설마 1위 제품이?…‘메디톡신’ 불법 의혹 추적기
입력 2019.07.12 (16:42) 수정 2019.07.12 (16:56) 취재후
[취재후] 설마 1위 제품이?…‘메디톡신’ 불법 의혹 추적기
10년 세월에 묻혀 실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방대한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도 확인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메디톡신의 초기 생산 기록에 대한 의혹이었습니다. 듣고, 보고도 믿지 못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사람의 몸에 직접 투여하는 주사제인데 어찌 이리 허술하게 생산할 수 있었을까? 문제가 생기면 바로잡기는커녕 눈속임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국민 건강과 관련된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로서 윤리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복잡하고 어렵다고, 그냥 덮어두기엔 함께 고민해야 할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 안전성 검증도 안 됐는데...직원에게 시술·해외로 수출

품목 허가 이전에 의약품을 유통하면 안 됩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정된 임상시험 병원에서 사전에 등록한 임상환자를 상대로만 효능을 실험해야 합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임상시험 단계의 샘플을 일부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여러 차례 유통했습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0여 곳, 시술 기준으로 450회를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메디톡스는 회사 관계자들이 효능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회사 관계자' 중에는 구내식당 근로자도 있었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회사 대표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가 시술받았다고 합니다. 회사의 월급을 받는다고 실험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병원으로 넘어간 샘플이 단순히 '직원 시술용'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시중에 공급된 샘플이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불량품은 폐기해야 합니다. 약품이라면 부작용 위험이 있는 만큼 당연히 폐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불량품을 빼돌려 수출한 정황도 있습니다. 2006년 7월, 내부 업무 자료를 보면 1,900여 병. 약 7천 6백여 명이 시술할 수 있는 분량이 외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 작업장 문제 알면서도 생산...조급함이 부른 화

보톡스 제제는 살아있는 균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철저한 무균 상태여야 합니다. 그러나 초기 생산 시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기준치 이상의 오염원이 계속 검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메디톡스는 공정을 멈추고,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역시 덮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2007년 업무용 이메일에는 무균 작업장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왜 그랬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생산 라인을 한 번 돌리면 약 5천 병 정도가 생산됩니다. 당시 피부과에서 메디톡신 한 병 가격이 30만 원이 넘었으니까, 생산 라인을 멈추면 손해가 큽니다.

청소법을 바꿔가며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외부에서 주문은 밀려들고, 딱히 다른 수는 없고. 아마도 서류를 조작하는 간편한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생산한 약물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 "불시점검 비율 높이겠다"...관행적 관리점검 개선되려나

메디톡신은 국내 보톡스 시장 1위 제품입니다.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합니다. 보톡스는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는 약물인 만큼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 윤리보다 돈을 좇는 기업 문화가 가능했던 건 허술한 관리 체계가 한몫했습니다.

시중에 나온 의약품은 3년 단위의 정기점검과 수시점검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점검 모두, 사실상 제약사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일정도 미리 알려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잘못을 감출 수 있는 구조입니다.

보도 이후 식약처는 사전 예고 없이 불시 점검하는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메디톡신의 허가 과정에서 당시 식약청장 등 관련 인물들이 메디톡스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의약품은 안전할 거라고 믿습니다. 공산품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공정을 통과해 나온 것이라고 여깁니다. 후배 기자와 함께 이 문제를 취재하면서 어쩌면 그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가 있어 취재하고 있다는 일부 의혹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내 친구, 내 가족, 혹은 언젠가 내가 맞을 수 있는 약이니까요. 지난 몇 달간의 고민과 취재 성과물이 더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길 빕니다.
  • [취재후] 설마 1위 제품이?…‘메디톡신’ 불법 의혹 추적기
    • 입력 2019.07.12 (16:42)
    • 수정 2019.07.12 (16:56)
    취재후
[취재후] 설마 1위 제품이?…‘메디톡신’ 불법 의혹 추적기
10년 세월에 묻혀 실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방대한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도 확인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 메디톡신의 초기 생산 기록에 대한 의혹이었습니다. 듣고, 보고도 믿지 못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사람의 몸에 직접 투여하는 주사제인데 어찌 이리 허술하게 생산할 수 있었을까? 문제가 생기면 바로잡기는커녕 눈속임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사실이라면, 국민 건강과 관련된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로서 윤리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복잡하고 어렵다고, 그냥 덮어두기엔 함께 고민해야 할 시사점이 많았습니다.

■ 안전성 검증도 안 됐는데...직원에게 시술·해외로 수출

품목 허가 이전에 의약품을 유통하면 안 됩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정된 임상시험 병원에서 사전에 등록한 임상환자를 상대로만 효능을 실험해야 합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임상시험 단계의 샘플을 일부 성형외과와 피부과에 여러 차례 유통했습니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0여 곳, 시술 기준으로 450회를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메디톡스는 회사 관계자들이 효능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회사 관계자' 중에는 구내식당 근로자도 있었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회사 대표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가 시술받았다고 합니다. 회사의 월급을 받는다고 실험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병원으로 넘어간 샘플이 단순히 '직원 시술용'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시중에 공급된 샘플이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불량품은 폐기해야 합니다. 약품이라면 부작용 위험이 있는 만큼 당연히 폐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부 불량품을 빼돌려 수출한 정황도 있습니다. 2006년 7월, 내부 업무 자료를 보면 1,900여 병. 약 7천 6백여 명이 시술할 수 있는 분량이 외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 작업장 문제 알면서도 생산...조급함이 부른 화

보톡스 제제는 살아있는 균으로 만듭니다. 그래서 철저한 무균 상태여야 합니다. 그러나 초기 생산 시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기준치 이상의 오염원이 계속 검출됐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메디톡스는 공정을 멈추고,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역시 덮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2007년 업무용 이메일에는 무균 작업장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왜 그랬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생산 라인을 한 번 돌리면 약 5천 병 정도가 생산됩니다. 당시 피부과에서 메디톡신 한 병 가격이 30만 원이 넘었으니까, 생산 라인을 멈추면 손해가 큽니다.

청소법을 바꿔가며 오염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외부에서 주문은 밀려들고, 딱히 다른 수는 없고. 아마도 서류를 조작하는 간편한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생산한 약물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 "불시점검 비율 높이겠다"...관행적 관리점검 개선되려나

메디톡신은 국내 보톡스 시장 1위 제품입니다.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합니다. 보톡스는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는 약물인 만큼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 윤리보다 돈을 좇는 기업 문화가 가능했던 건 허술한 관리 체계가 한몫했습니다.

시중에 나온 의약품은 3년 단위의 정기점검과 수시점검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점검 모두, 사실상 제약사가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수준에 그칩니다. 일정도 미리 알려줍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잘못을 감출 수 있는 구조입니다.

보도 이후 식약처는 사전 예고 없이 불시 점검하는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메디톡신의 허가 과정에서 당시 식약청장 등 관련 인물들이 메디톡스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던 점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은 시중에 유통되는 의약품은 안전할 거라고 믿습니다. 공산품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공정을 통과해 나온 것이라고 여깁니다. 후배 기자와 함께 이 문제를 취재하면서 어쩌면 그 믿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도가 있어 취재하고 있다는 일부 의혹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취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였습니다.

내 친구, 내 가족, 혹은 언젠가 내가 맞을 수 있는 약이니까요. 지난 몇 달간의 고민과 취재 성과물이 더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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