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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진단했으니 돈 물어내라?” 의사에게 소송건 메리츠화재 (하)
입력 2019.07.16 (17:14) 취재K
“잘못된 진단했으니 돈 물어내라?” 의사에게 소송건 메리츠화재 (하)
한 대학병원 교수에게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원고는 국내의 한 대형보험사. 피고는 교수와 자신이 진단을 내린 환자, 두 사람이었습니다.

주된 내용은 의사의 잘못된 진단으로 보험금이 지급됐으니까 이를 배상하란 겁니다.

취재진은 이 소장이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의사를 압박하는 황당한 보험사 보상 행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취재에 나섰습니다.

소송 당사자는 어제 기사 1편(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42614)에서 잠시 언급된 영남대병원 장성호 교수입니다.

장 교수는 15년 넘게 뇌확산 텐서영상검사 분야를 연구해 온 국내 권위자입니다.

일반 MRI에선 뇌의 기질적 손상이 없는 뇌진탕으로 나오지만, 뇌확산텐서 검사를 통해선 미세한 뇌 신경로 손상을 찾아낼 수 있는데요.

장 교수 진단으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보험사가 패소한 사건이 10건이나 됐습니다.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서 장 교수는 눈엣가시 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
이 분에 대해서 이제 다른 보험사들도 다 인지하고 있는, 쉽게 말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 조금 이제 요주의 병원. 그런 식으로 좀 캐치를 하는 병원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이 분이 제일 많이 (진단)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3년여 전 장 교수가 내린 진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뇌확산텐서 영상 검사를 통해 한 교통사고 환자에게 뇌 신경로가 손상됐단 외상성 축색 손상 진단을 내렸습니다.

또 뇌 손상이 교통사고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고 기여도는 100%라는 장해진단서를 발급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9장짜리 소장이었습니다. 메리츠 화재는 2016년 5월 장 교수와 진단 받은 환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교통사고를 원인으로 한 보험사의 채무가 없단 것을 확인해달라, 장 교수의 잘못된 진단으로 지급된 보험금 6천만 원 중 2천만 원을 두 사람이 배상하란 겁니다.

장 교수에 대해선 "잘못된 진단으로 주의 의무를 위반했고, 위법행위를 했다"고 기술했습니다.

소장 내용 일부
"확립되거나 증명되지 않은 자신만의 의견을 근거로 앞서 본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만연히 한 채…외상성 축색 손상의 진단을 내리고 인과관계를 확정한 것입니다"
"환자에 대한 진단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잘못된 인과관계 확정 및 진단으로…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아도 될 치료비를 부담하게 될 것임을 충분히 예견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피고 장성호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를 한 자로…진료비 상당액에 대해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고 할 것입니다."

자신이 내린 진단으로 소송을 당한 장 교수. 처음엔 그저 황당무계했다고 합니다.

소송이 바로 기각될 줄 알았다고 합니다. 재판을 받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고, 금방 끝날 줄 알고 변호사 한 명만 선임해 재판에 대비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장성호 교수
그쪽에서는 법무 법인이 4개가 들어왔는데 한국에서 진짜 손꼽히는 큰 로펌들이 들어오고요. 변호사 수십 명이 변호인단이 되고, 의사 변호사만 몇 명이 들어오고요. 처음에 굉장히 맹렬하게 싸웠죠. 그쪽에서. 소송을 해보니까 개인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DB 손해보험은 이 소송을 자신들의 재판에 이용하기까지 했습니다. 기사 1편에 나왔던 김 모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였습니다

2017년 9월, 당시 DB 측은 재판부에 변론서를 제출하며 "확산텐서영상 검사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그 밑에 있는 각주입니다. "메리츠화재가 장 교수를 고발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긴 합니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


메리츠가 제기한 건 민사 소송인데, 장 교수가 마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단 허위 변론한 겁니다.

이에 대해 DB 손해보험은 변호인의 단순 착오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메리츠 화재와 사전 교감은 없었고, 이미 관련된 소문이 많이 나 있어서 소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메리츠 화재와의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요?

치열한 법적 공방이 2년여간 계속됐다가 올해 초 끝났습니다. 메리츠 화재가 돌연 장 교수에 대한 소송을 취하한 겁니다.

메리츠 화재는 애초 장 교수에게 소송을 건 이유는 환자와의 소송을 빨리 받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장 교수 진단의 객관성을 따져 문제가 있단 판결을 받으면, 이를 환자 소송에 활용하려 했단 겁니다.

하지만 환자의 신체 감정이 끝나가고 있었고, 장 교수 재판 결과가 더는 필요 없게 돼 소송을 취하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장 교수 측 변호사는 소 취하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리츠 화재가 소송이 불리해지자 이를 취하했을 거란 겁니다.

재판에 중요한 근거 중 하나인 의사협회 감정에서 장 교수 진단에 문제가 없단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메리츠 입장에선 승소 가능성이 낮아졌고, 패소하면 기록으로 남게 되니까 차라리 소를 취하했단 겁니다.

법조계에선 의사의 진단을 가지고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또 환자와의 재판에서 진단의 객관성을 충분히 따져볼 수 있는 점에서 의사 개인을 걸고넘어진 건 입막음용 소송이라고 비판합니다.


의학이란 건 발전성과 실험성을 갖습니다. 새로운 검사 기법을 통해서 그동안 몰랐던 장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 권력인 보험사가 의사 개인이 내린 진단을 가지고 소송을 낸다면, 의학의 발전은 물론이고, 환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재판받을 권리도 사라질 겁니다.
  • “잘못된 진단했으니 돈 물어내라?” 의사에게 소송건 메리츠화재 (하)
    • 입력 2019.07.16 (17:14)
    취재K
“잘못된 진단했으니 돈 물어내라?” 의사에게 소송건 메리츠화재 (하)
한 대학병원 교수에게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원고는 국내의 한 대형보험사. 피고는 교수와 자신이 진단을 내린 환자, 두 사람이었습니다.

주된 내용은 의사의 잘못된 진단으로 보험금이 지급됐으니까 이를 배상하란 겁니다.

취재진은 이 소장이 보험금을 주지 않기 위해 의사를 압박하는 황당한 보험사 보상 행태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취재에 나섰습니다.

소송 당사자는 어제 기사 1편(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42614)에서 잠시 언급된 영남대병원 장성호 교수입니다.

장 교수는 15년 넘게 뇌확산 텐서영상검사 분야를 연구해 온 국내 권위자입니다.

일반 MRI에선 뇌의 기질적 손상이 없는 뇌진탕으로 나오지만, 뇌확산텐서 검사를 통해선 미세한 뇌 신경로 손상을 찾아낼 수 있는데요.

장 교수 진단으로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보험사가 패소한 사건이 10건이나 됐습니다.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서 장 교수는 눈엣가시 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
이 분에 대해서 이제 다른 보험사들도 다 인지하고 있는, 쉽게 말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 조금 이제 요주의 병원. 그런 식으로 좀 캐치를 하는 병원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이 분이 제일 많이 (진단)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3년여 전 장 교수가 내린 진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뇌확산텐서 영상 검사를 통해 한 교통사고 환자에게 뇌 신경로가 손상됐단 외상성 축색 손상 진단을 내렸습니다.

또 뇌 손상이 교통사고로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고 기여도는 100%라는 장해진단서를 발급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9장짜리 소장이었습니다. 메리츠 화재는 2016년 5월 장 교수와 진단 받은 환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내용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교통사고를 원인으로 한 보험사의 채무가 없단 것을 확인해달라, 장 교수의 잘못된 진단으로 지급된 보험금 6천만 원 중 2천만 원을 두 사람이 배상하란 겁니다.

장 교수에 대해선 "잘못된 진단으로 주의 의무를 위반했고, 위법행위를 했다"고 기술했습니다.

소장 내용 일부
"확립되거나 증명되지 않은 자신만의 의견을 근거로 앞서 본 진단상의 주의의무를 만연히 한 채…외상성 축색 손상의 진단을 내리고 인과관계를 확정한 것입니다"
"환자에 대한 진단은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잘못된 인과관계 확정 및 진단으로…보험사가 지급하지 않아도 될 치료비를 부담하게 될 것임을 충분히 예견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피고 장성호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를 한 자로…진료비 상당액에 대해 손해배상 의무를 진다고 할 것입니다."

자신이 내린 진단으로 소송을 당한 장 교수. 처음엔 그저 황당무계했다고 합니다.

소송이 바로 기각될 줄 알았다고 합니다. 재판을 받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고, 금방 끝날 줄 알고 변호사 한 명만 선임해 재판에 대비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장성호 교수
그쪽에서는 법무 법인이 4개가 들어왔는데 한국에서 진짜 손꼽히는 큰 로펌들이 들어오고요. 변호사 수십 명이 변호인단이 되고, 의사 변호사만 몇 명이 들어오고요. 처음에 굉장히 맹렬하게 싸웠죠. 그쪽에서. 소송을 해보니까 개인이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DB 손해보험은 이 소송을 자신들의 재판에 이용하기까지 했습니다. 기사 1편에 나왔던 김 모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였습니다

2017년 9월, 당시 DB 측은 재판부에 변론서를 제출하며 "확산텐서영상 검사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그 밑에 있는 각주입니다. "메리츠화재가 장 교수를 고발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긴 합니다"라고 적어놓았습니다.


메리츠가 제기한 건 민사 소송인데, 장 교수가 마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단 허위 변론한 겁니다.

이에 대해 DB 손해보험은 변호인의 단순 착오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메리츠 화재와 사전 교감은 없었고, 이미 관련된 소문이 많이 나 있어서 소송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메리츠 화재와의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요?

치열한 법적 공방이 2년여간 계속됐다가 올해 초 끝났습니다. 메리츠 화재가 돌연 장 교수에 대한 소송을 취하한 겁니다.

메리츠 화재는 애초 장 교수에게 소송을 건 이유는 환자와의 소송을 빨리 받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장 교수 진단의 객관성을 따져 문제가 있단 판결을 받으면, 이를 환자 소송에 활용하려 했단 겁니다.

하지만 환자의 신체 감정이 끝나가고 있었고, 장 교수 재판 결과가 더는 필요 없게 돼 소송을 취하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장 교수 측 변호사는 소 취하 배경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리츠 화재가 소송이 불리해지자 이를 취하했을 거란 겁니다.

재판에 중요한 근거 중 하나인 의사협회 감정에서 장 교수 진단에 문제가 없단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메리츠 입장에선 승소 가능성이 낮아졌고, 패소하면 기록으로 남게 되니까 차라리 소를 취하했단 겁니다.

법조계에선 의사의 진단을 가지고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또 환자와의 재판에서 진단의 객관성을 충분히 따져볼 수 있는 점에서 의사 개인을 걸고넘어진 건 입막음용 소송이라고 비판합니다.


의학이란 건 발전성과 실험성을 갖습니다. 새로운 검사 기법을 통해서 그동안 몰랐던 장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 권력인 보험사가 의사 개인이 내린 진단을 가지고 소송을 낸다면, 의학의 발전은 물론이고, 환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재판받을 권리도 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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