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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異)판결]⑨ 경찰관에 칼 휘둘렀어도 무죄라는 법원, 왜?
입력 2019.07.25 (14:25) 수정 2019.07.25 (14:41) 취재K
[이(異)판결]⑨ 경찰관에 칼 휘둘렀어도 무죄라는 법원, 왜?
한밤중에 아파트 옆집에서 심한 고성이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그러나 집주인은 흉기를 들고나와 경찰에 휘둘렀다. 집주인의 행위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너무 뻔한 결론이 나왔을 것 같은 이 사건이지만,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2016년 6월 8일 오후 11시 40분쯤 부산 한 아파트 A 씨 집에서 심한 고성과 욕설이 들렸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들렸다.

"이웃집에서 난리가 났다"는 신고 전화를 받은 지구대 경찰 2명은 A 씨 집을 찾았다. 문을 두드리며 "소음 민원이 들어왔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응하지 않았다.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오히려 욕설을 퍼붓고 소음은 계속됐다. 그러자 경찰은 A 씨의 퇴거를 유도할 목적으로 집 전기차단기를 내렸다.

이에 화가 난 A 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나와 경찰에게 휘두르며 흥분했다. A 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소음을 유발해 경찰이 출동한 전력이 있었다.

경찰과 검찰은 A 씨에 대해 수사를 벌여 기소했다.

위험한 물건으로 직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협박한 부분에 대해 형법상 특수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수 공무집행방해는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형량을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는 범죄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1심은 실형을 선고했다. "장기간 이웃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는데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A 씨를 법정구속했다.

당연한 것으로 보였던 이 판결은, 하지만 몇 달 뒤 뒤집혔다. "억울하다"는 A 씨의 항소를 2심이 받아들인 것이다.

2심은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논거는 경찰관의 단전 조치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2심은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에만 성립하는데 사전 고지 없이 전기를 끊은 것이 적법한 직무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이에 물리적으로 저항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異)판결 8회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나라 법원은 긴급 체포 등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긴급체포 등 경찰관의 직무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에 대한 물리적 저항은 위법성이 없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는 일시적인 단전 조치조차 적법하지 않다며 이에 물리적으로 저항한 A 씨도 무죄라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에까지 올라갔다.

대법원은 "경찰이 전기를 일시적으로 차단한 건 A 씨가 집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것으로 범죄 행위를 진압·예방하고 수사하기 위한 적법한 직무 집행으로 보인다"며 A 씨에 대한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재심리한 부산지법 형사4부(전지환 부장판사)는 대법원의 파기 환송 취지에 따라 A 씨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소란행위도 멈추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A 씨를 제지하고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려고 전기를 차단한 것은 정당한 경찰관의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밤중에 음악을 켜놓고 소리를 지른 것은 경범죄처벌법상 소란행위"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돼) 5개월 구금됐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은 무거워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 대신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 [이(異)판결]⑨ 경찰관에 칼 휘둘렀어도 무죄라는 법원, 왜?
    • 입력 2019.07.25 (14:25)
    • 수정 2019.07.25 (14:41)
    취재K
[이(異)판결]⑨ 경찰관에 칼 휘둘렀어도 무죄라는 법원, 왜?
한밤중에 아파트 옆집에서 심한 고성이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그러나 집주인은 흉기를 들고나와 경찰에 휘둘렀다. 집주인의 행위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너무 뻔한 결론이 나왔을 것 같은 이 사건이지만,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2016년 6월 8일 오후 11시 40분쯤 부산 한 아파트 A 씨 집에서 심한 고성과 욕설이 들렸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들렸다.

"이웃집에서 난리가 났다"는 신고 전화를 받은 지구대 경찰 2명은 A 씨 집을 찾았다. 문을 두드리며 "소음 민원이 들어왔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응하지 않았다.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오히려 욕설을 퍼붓고 소음은 계속됐다. 그러자 경찰은 A 씨의 퇴거를 유도할 목적으로 집 전기차단기를 내렸다.

이에 화가 난 A 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나와 경찰에게 휘두르며 흥분했다. A 씨는 이전에도 수차례 소음을 유발해 경찰이 출동한 전력이 있었다.

경찰과 검찰은 A 씨에 대해 수사를 벌여 기소했다.

위험한 물건으로 직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협박한 부분에 대해 형법상 특수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특수 공무집행방해는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형량을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는 범죄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1심은 실형을 선고했다. "장기간 이웃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는데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A 씨를 법정구속했다.

당연한 것으로 보였던 이 판결은, 하지만 몇 달 뒤 뒤집혔다. "억울하다"는 A 씨의 항소를 2심이 받아들인 것이다.

2심은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논거는 경찰관의 단전 조치가 위법하다는 것이다.

2심은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에만 성립하는데 사전 고지 없이 전기를 끊은 것이 적법한 직무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이에 물리적으로 저항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異)판결 8회에서 소개한 것처럼 우리나라 법원은 긴급 체포 등 경찰의 공무집행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해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긴급체포 등 경찰관의 직무가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관에 대한 물리적 저항은 위법성이 없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는 일시적인 단전 조치조차 적법하지 않다며 이에 물리적으로 저항한 A 씨도 무죄라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에까지 올라갔다.

대법원은 "경찰이 전기를 일시적으로 차단한 건 A 씨가 집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한 것으로 범죄 행위를 진압·예방하고 수사하기 위한 적법한 직무 집행으로 보인다"며 A 씨에 대한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재심리한 부산지법 형사4부(전지환 부장판사)는 대법원의 파기 환송 취지에 따라 A 씨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문조차 열어주지 않고 소란행위도 멈추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A 씨를 제지하고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려고 전기를 차단한 것은 정당한 경찰관의 직무 집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밤중에 음악을 켜놓고 소리를 지른 것은 경범죄처벌법상 소란행위"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1심에서 (법정 구속돼) 5개월 구금됐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형량은 무거워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 대신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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