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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신 주먹? 추석에 불나는 112 상황실
입력 2019.09.12 (10:05) 취재K
정 대신 주먹? 추석에 불나는 112 상황실
59살 A 씨는 추석 당일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아들이 자신을 홀대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난 A 씨는 아들을 둔기로 때리고 흉기로 찔렀다. 또 말리는 아내의 머리도 둔기로 때렸다. A 씨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

명절 때 흔히 볼 수 있는 사건 기사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당일 일어났던 사건이다. 모처럼 생긴 대화 시간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끔찍한 비극으로 끝나는 일이 명절마다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렇게 정 대신 주먹을 주고받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은 오히려 명절에 더 긴장의 끈을 조인다.


잠재해있던 갈등, 명절 계기로 폭발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 언론에 보도된 가정폭력 사건을 보면, 가정에 잠재해있던 갈등이 명절을 맞아 가족 간에 얼굴을 맞대면서 폭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해 9월 24일 대구에서는 아버지와 다투다 불을 지른 혐의로 40대가 붙잡혔다.

이 남성은 사건 전날인 23일 오후 3대가 사는 집을 파는 문제로 아버지와 싸우고 집을 나간 뒤 술을 마시고 돌아와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 남성의 아내와 아버지는 2~3도 화상을 입었다.

올해 설 연휴인 지난 2월 6일 전북 군산에서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붙잡혔다. 이 남성은 함께 술을 마시던 아내가 '돈도 못 벌어다 주면서 무슨 말이 많냐'며 손톱으로 얼굴을 긁어 화가 나서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전북 익산에서는 지난 2월 2일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이 남성은 중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문제로 어머니와 다투다가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명절에 불나는 112…평소보다 신고 늘어

이 같은 명절 연휴 가정폭력 사건의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의 하루 평균 112신고 건수는 5만 4,600건이었다. 평상시와 비교하면 6.4%가 많은 수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정폭력의 증가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평소보다 42.4%나 늘어났다. 강도나 절도, 성폭력 등 중요범죄 신고도 평상시보다 19.1% 증가했다.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건 설 연휴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설 연휴 가정폭력 신고는 3183건, 2015년 4508건, 2016년 4457건, 2017년 4307건이었다. 하루 평균 912건 수준이다.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하루 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676건인 것과 비교하면 35% 정도 많은 셈이다.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추석 명절 종합치안 활동'에 들어갔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데,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한다.


40%는 스트레스 호소…명절, 있어야 하나요?

명절에 가정폭력이 많아지는 건 명절 자체를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스트레스를 안고 가족을 만나면 작은 한마디도 그냥 넘기지 못해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4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8%가 '명절포비아'(명절+공포증)가 있다고 답했다.

명절포비아를 느끼는 이유(복수응답)로는 미혼자는 61.3%가 '어른들의 잔소리 부담'을 꼽았다. 취업, 결혼 등에 대해 안부를 묻고 걱정해준다며 하는 어른들의 한마디가 큰 부담이라는 얘기다. '친척들과의 비교'(24.1%)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기혼자는 66.5%가 '추석 경비 부담'을 꼽았다. 양가 부모님께 용돈도 드려야 하고 조카들 용돈도 챙기다 보면 회사에서 준 상여금은 항상 빠듯하기만 한 현실이 반영됐다.
'처가 식구들 불편함'(27.4%)과 '추석 상차림 힘듦'(21.4%)이 2위와 3위에 올라 남자든 여자든 명절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명절이 가족 화합의 장은커녕 가정불화의 원흉이 되면서 명절이 꼭 있어야 하느냐는 '명절 무용론'에 동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명절포비아를 느낀다는 직장인의 46.1%는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 정 대신 주먹? 추석에 불나는 112 상황실
    • 입력 2019.09.12 (10:05)
    취재K
정 대신 주먹? 추석에 불나는 112 상황실
59살 A 씨는 추석 당일 가족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아들이 자신을 홀대한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난 A 씨는 아들을 둔기로 때리고 흉기로 찔렀다. 또 말리는 아내의 머리도 둔기로 때렸다. A 씨는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

명절 때 흔히 볼 수 있는 사건 기사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당일 일어났던 사건이다. 모처럼 생긴 대화 시간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져 끔찍한 비극으로 끝나는 일이 명절마다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렇게 정 대신 주먹을 주고받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은 오히려 명절에 더 긴장의 끈을 조인다.


잠재해있던 갈등, 명절 계기로 폭발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 언론에 보도된 가정폭력 사건을 보면, 가정에 잠재해있던 갈등이 명절을 맞아 가족 간에 얼굴을 맞대면서 폭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해 9월 24일 대구에서는 아버지와 다투다 불을 지른 혐의로 40대가 붙잡혔다.

이 남성은 사건 전날인 23일 오후 3대가 사는 집을 파는 문제로 아버지와 싸우고 집을 나간 뒤 술을 마시고 돌아와 거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이 남성의 아내와 아버지는 2~3도 화상을 입었다.

올해 설 연휴인 지난 2월 6일 전북 군산에서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50대 남성이 붙잡혔다. 이 남성은 함께 술을 마시던 아내가 '돈도 못 벌어다 주면서 무슨 말이 많냐'며 손톱으로 얼굴을 긁어 화가 나서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전북 익산에서는 지난 2월 2일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이 남성은 중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문제로 어머니와 다투다가 범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명절에 불나는 112…평소보다 신고 늘어

이 같은 명절 연휴 가정폭력 사건의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의 하루 평균 112신고 건수는 5만 4,600건이었다. 평상시와 비교하면 6.4%가 많은 수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정폭력의 증가다.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평소보다 42.4%나 늘어났다. 강도나 절도, 성폭력 등 중요범죄 신고도 평상시보다 19.1% 증가했다.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건 설 연휴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설 연휴 가정폭력 신고는 3183건, 2015년 4508건, 2016년 4457건, 2017년 4307건이었다. 하루 평균 912건 수준이다. 2014년부터 2017년 7월까지 하루 평균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676건인 것과 비교하면 35% 정도 많은 셈이다.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추석 명절 종합치안 활동'에 들어갔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데,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 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한다.


40%는 스트레스 호소…명절, 있어야 하나요?

명절에 가정폭력이 많아지는 건 명절 자체를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스트레스를 안고 가족을 만나면 작은 한마디도 그냥 넘기지 못해 싸움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4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9.8%가 '명절포비아'(명절+공포증)가 있다고 답했다.

명절포비아를 느끼는 이유(복수응답)로는 미혼자는 61.3%가 '어른들의 잔소리 부담'을 꼽았다. 취업, 결혼 등에 대해 안부를 묻고 걱정해준다며 하는 어른들의 한마디가 큰 부담이라는 얘기다. '친척들과의 비교'(24.1%)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기혼자는 66.5%가 '추석 경비 부담'을 꼽았다. 양가 부모님께 용돈도 드려야 하고 조카들 용돈도 챙기다 보면 회사에서 준 상여금은 항상 빠듯하기만 한 현실이 반영됐다.
'처가 식구들 불편함'(27.4%)과 '추석 상차림 힘듦'(21.4%)이 2위와 3위에 올라 남자든 여자든 명절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명절이 가족 화합의 장은커녕 가정불화의 원흉이 되면서 명절이 꼭 있어야 하느냐는 '명절 무용론'에 동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명절포비아를 느낀다는 직장인의 46.1%는 차라리 출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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