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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미국은 소지만 해도 징역 5년…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 왜?
입력 2019.11.02 (07:02) 수정 2019.11.02 (07:04) 취재후
[취재후] 미국은 소지만 해도 징역 5년…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 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메신저로 청소년 피해자에게 성착취 영상을 받고, 직접 만나 촬영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사람은 이 영상과 사진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계정에 올려 배포하기도 했는데요. 이 사람, 재판에서 얼마나 선고받았을까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실형을 살지 않았고, 고작 2백만 원의 벌금만 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동 성착취 영상 25만 개가 유통된 사이트가 해외 공조 수사 끝에 적발된 뒤 운영자에 대한 형량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었습니다.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은 운영자 손 모 씨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바란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게시돼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KBS 이슈팀은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한 범죄자들이 실제로 어떤 형량을 받았는지 알아봤습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을 일컫는 용어)을 키워드로 지난해부터 올해 10월 24일까지 선고가 난 공개 판결문 102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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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 106명 가운데 철창행은 1/3…"어리다, 금전수익 적다"고 감형

판결문 102건, 피고인 106명의 처벌 수위를 살폈습니다. 피고가 여러 명인 경우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제외했습니다. 범죄 사실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한 내용이 적시돼 있지만 혐의에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11조 위반이 없다면 그 역시 제외했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제작 혐의라고 하면 실제로 영상을 찍고 만든 사람을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앞서 보신 사례처럼 SNS 채팅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성년자들에게 영상을 찍게 한 뒤 전송받은 사람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제작'으로 분류됩니다. 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106명 가운데 41명, 39%였습니다. 이런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나 SNS 등에 올리는 사람들은 39명(37%), 소지한 사람은 25명(24%)이었습니다.

아청법을 보면 제작의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 배포의 경우는 이득을 취할 목적이 있다면 10년 이하의 징역, 단순 배포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소지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106명 가운데 실제로 감옥에 간 사람은 35명으로 33%에 그칩니다. 집행유예나 벌금 등 비실형은 약 66%였습니다. 이마저도 몰카 촬영, 추행 등 다른 성범죄도 저질러서 양형에 함께 고려된 경우 45건도 포함된 수치입니다.

왜 이런 걸까요? 대부분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초범이다'라는 이유 등이 참작됐습니다. 피고인이 어리다, 피해자를 식별할 수 없다, 영상 배포로 금전적 수익이 적다 등의 이유도 눈에 띄었습니다. 유사한 사건과의 처벌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사유도 있었는데 솜방망이 처벌이 이후 또 다른 솜방망이 처벌을 불러온 셈입니다.

2019년 10월 30일 뉴스9시 화면 갈무리2019년 10월 30일 뉴스9시 화면 갈무리

■ 영상 165개는 벌금 천만 원, 200차례 내려받기는 벌금 2백만 원

이번에 논란이 된, 손 씨가 운영하던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에서 영상을 내려받은 한국인은 모두 223명에 달합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성착취 영상을 내려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형량을 봤습니다.

영상 1,701건을 가지고 있던 A 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판사는 A 씨의 범행 기간이 길고 영상을 내려받기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의 비트코인을 지불한 점 등으로 A 씨가 변태적 성향을 가졌다고 봤지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감안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내렸습니다.

1년여 동안 165개의 영상을 내려받아 소지한 B 씨는 벌금 천만 원인데 약 한 달 동안 200차례에 걸쳐 영상을 받은 C 씨는 벌금 2백만 원에 그친 사례도 있습니다. 범행 기간과 영상 개수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양형 차이를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처럼 유사한 범죄 행위에 대해 양형이 들쭉날쭉한 이유는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한 범죄의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양형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판사의 재량에 맡긴 겁니다.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을 하게 되면 5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인 아동음란물 제작죄의 경우도 1/2인 2년 6개월 이상의 징역으로 깎이고,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해지게 되는 겁니다.

■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만들고, 배포해도 아청법 적용 안 된 경우도 7명

판결문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는 키워드가 들어있지만 아청법 위반이 혐의에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4살 피해자에게 돈을 주겠다며 사진 5장을 받은 뒤 더 보내주지 않자 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아청법 11조 1항 '제작' 혐의가 명백해 보이지만 형법 협박 혐의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만 받았습니다.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미성년자 성착취에 대해서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단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의 본인이 운영하는 계정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다고 광고를 한 뒤 6차례에 걸쳐 팔았다가 적발된 사람도 있습니다. 성착취 영상을 이용해 이득까지 취했지만 아청법보다 법정형이 낮은 성폭력 특례법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가 적용됐는데 고작 벌금 3백만 원의 형을 받았습니다.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도 일관성을 찾기 힘든 실정인 겁니다.

■ 미국은 미성년 성착취 영상 소지만 해도 평균 징역 5년 10개월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에 대한 미국의 처벌 수위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미국 양형위원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 범죄자의 99.1%가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영상 제작 혐의를 받은 범죄자들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소지한 사람들의 평균 형량은 70개월로, 5년 10개월에 달합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내려받은 사람 역시 평균 8년 9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거래한 사람의 경우는 평균 11년 4개월형에 이릅니다.

양형위원회 기준도 자세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 소지의 경우 기본 형량 범위가 41개월에서 51개월로 정해져 있고, 여기에 피해 아동의 나이, 인터넷 유통이 포함됐는지 여부, 영상의 개수 등에 따라 형을 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원근 미국 버지니아주 변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아동을 성적인 이용 행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에 바탕해서 법을 상세하게 만들고 있고, 법관과 검사의 재량을 그만큼 줄여서 사회적인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계기를 통해 미성년자 성범죄 영상에 대한 인식 차를 좁히고 처벌수위에 관한 양형기준을 마련해 공감대를 이룰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취재후] 미국은 소지만 해도 징역 5년…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 왜?
    • 입력 2019.11.02 (07:02)
    • 수정 2019.11.02 (07:04)
    취재후
[취재후] 미국은 소지만 해도 징역 5년…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 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메신저로 청소년 피해자에게 성착취 영상을 받고, 직접 만나 촬영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 사람은 이 영상과 사진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계정에 올려 배포하기도 했는데요. 이 사람, 재판에서 얼마나 선고받았을까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실형을 살지 않았고, 고작 2백만 원의 벌금만 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동 성착취 영상 25만 개가 유통된 사이트가 해외 공조 수사 끝에 적발된 뒤 운영자에 대한 형량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었습니다.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은 운영자 손 모 씨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바란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게시돼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KBS 이슈팀은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한 범죄자들이 실제로 어떤 형량을 받았는지 알아봤습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11조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을 일컫는 용어)을 키워드로 지난해부터 올해 10월 24일까지 선고가 난 공개 판결문 102건을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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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고인 106명 가운데 철창행은 1/3…"어리다, 금전수익 적다"고 감형

판결문 102건, 피고인 106명의 처벌 수위를 살폈습니다. 피고가 여러 명인 경우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제외했습니다. 범죄 사실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한 내용이 적시돼 있지만 혐의에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11조 위반이 없다면 그 역시 제외했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제작 혐의라고 하면 실제로 영상을 찍고 만든 사람을 많이 떠올리실 텐데요. 앞서 보신 사례처럼 SNS 채팅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미성년자들에게 영상을 찍게 한 뒤 전송받은 사람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제작'으로 분류됩니다. 영상을 제작한 사람은 106명 가운데 41명, 39%였습니다. 이런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나 SNS 등에 올리는 사람들은 39명(37%), 소지한 사람은 25명(24%)이었습니다.

아청법을 보면 제작의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 배포의 경우는 이득을 취할 목적이 있다면 10년 이하의 징역, 단순 배포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소지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106명 가운데 실제로 감옥에 간 사람은 35명으로 33%에 그칩니다. 집행유예나 벌금 등 비실형은 약 66%였습니다. 이마저도 몰카 촬영, 추행 등 다른 성범죄도 저질러서 양형에 함께 고려된 경우 45건도 포함된 수치입니다.

왜 이런 걸까요? 대부분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 '초범이다'라는 이유 등이 참작됐습니다. 피고인이 어리다, 피해자를 식별할 수 없다, 영상 배포로 금전적 수익이 적다 등의 이유도 눈에 띄었습니다. 유사한 사건과의 처벌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사유도 있었는데 솜방망이 처벌이 이후 또 다른 솜방망이 처벌을 불러온 셈입니다.

2019년 10월 30일 뉴스9시 화면 갈무리2019년 10월 30일 뉴스9시 화면 갈무리

■ 영상 165개는 벌금 천만 원, 200차례 내려받기는 벌금 2백만 원

이번에 논란이 된, 손 씨가 운영하던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에서 영상을 내려받은 한국인은 모두 223명에 달합니다. 해당 사이트에서 성착취 영상을 내려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형량을 봤습니다.

영상 1,701건을 가지고 있던 A 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판사는 A 씨의 범행 기간이 길고 영상을 내려받기 위해 적지 않은 금액의 비트코인을 지불한 점 등으로 A 씨가 변태적 성향을 가졌다고 봤지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감안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내렸습니다.

1년여 동안 165개의 영상을 내려받아 소지한 B 씨는 벌금 천만 원인데 약 한 달 동안 200차례에 걸쳐 영상을 받은 C 씨는 벌금 2백만 원에 그친 사례도 있습니다. 범행 기간과 영상 개수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양형 차이를 납득하기 힘듭니다.

이처럼 유사한 범죄 행위에 대해 양형이 들쭉날쭉한 이유는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과 관련한 범죄의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양형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판사의 재량에 맡긴 겁니다.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형을 깎아주는 '작량감경'을 하게 되면 5년 이상의 징역이 법정형인 아동음란물 제작죄의 경우도 1/2인 2년 6개월 이상의 징역으로 깎이고, 집행유예 선고도 가능해지게 되는 겁니다.

■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만들고, 배포해도 아청법 적용 안 된 경우도 7명

판결문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는 키워드가 들어있지만 아청법 위반이 혐의에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4살 피해자에게 돈을 주겠다며 사진 5장을 받은 뒤 더 보내주지 않자 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아청법 11조 1항 '제작' 혐의가 명백해 보이지만 형법 협박 혐의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통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만 받았습니다.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긴 했지만, 미성년자 성착취에 대해서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단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터넷 사이트의 본인이 운영하는 계정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다고 광고를 한 뒤 6차례에 걸쳐 팔았다가 적발된 사람도 있습니다. 성착취 영상을 이용해 이득까지 취했지만 아청법보다 법정형이 낮은 성폭력 특례법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가 적용됐는데 고작 벌금 3백만 원의 형을 받았습니다. 법정에서뿐만 아니라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도 일관성을 찾기 힘든 실정인 겁니다.

■ 미국은 미성년 성착취 영상 소지만 해도 평균 징역 5년 10개월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에 대한 미국의 처벌 수위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미국 양형위원회의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 음란물 범죄자의 99.1%가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영상 제작 혐의를 받은 범죄자들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소지한 사람들의 평균 형량은 70개월로, 5년 10개월에 달합니다.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내려받은 사람 역시 평균 8년 9개월의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거래한 사람의 경우는 평균 11년 4개월형에 이릅니다.

양형위원회 기준도 자세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 소지의 경우 기본 형량 범위가 41개월에서 51개월로 정해져 있고, 여기에 피해 아동의 나이, 인터넷 유통이 포함됐는지 여부, 영상의 개수 등에 따라 형을 더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원근 미국 버지니아주 변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아동을 성적인 이용 행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에 바탕해서 법을 상세하게 만들고 있고, 법관과 검사의 재량을 그만큼 줄여서 사회적인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계기를 통해 미성년자 성범죄 영상에 대한 인식 차를 좁히고 처벌수위에 관한 양형기준을 마련해 공감대를 이룰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KBS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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