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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돈의 탐욕 vs 돈의 효율…론스타 16년 후
입력 2019.11.14 (15:39) 수정 2019.11.15 (09:39) 취재K
‘사모펀드’ 돈의 탐욕 vs 돈의 효율…론스타 16년 후
론스타 트라우마와 사모펀드 시장의 육성

알짜 금융회사 외환은행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워졌을 때, 국내에는 인수할 기업이 없었습니다. 결국 론스타에 헐값 매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3년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론스타는 총 2조 1,548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원금은 이후 지분 매각과 분기 배당 등으로 대부분 회수한 뒤,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합니다. 이 매각대금 약 4조 원은 그대로 순이익입니다. 금융업계에선 당시 론스타가 거둔 이익이 총 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론스타는 그러고도 우리나라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합니다.

헐값에 사서 세금도 별로 내지 않고 수조 원 수익을 낸 뒤 우리나라를 떠난 해외 투기자본, 우리나라는 이 트라우마가 깊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토종 사모펀드'를 육성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16년…우리 사모펀드 시장은 그동안 급성장했습니다.

홈플러스나 롯데카드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이미 세계적인 사모펀드 회사로 이름이 높습니다. 롯데손보를 인수한 JKL파트너스 역시 수조 원의 자금을 운용합니다. 신한은행은 ING 생명을 MBK로 부터 인수했습니다.

아시아나를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미래에셋이라는 FI(재무적 투자자)가 없었다면 2조 5천억 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을 겁니다. 토종 사모펀드들은 이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GDP 대비 규모로는 이미 세계 최대규모의 사모펀드 시장으로 성장

금융당국이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173조 원이었던 개인투자(헤지펀드)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380조 원으로 120% 정도 늘었습니다. 기업인수에 쓰이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역시 2014년 31조 원 수준에서 같은 기간 55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공모보다 사모펀드 시장이 커진 것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올해는 사모가 공모의 2배에 달할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그만큼 투자처를 찾는 뭉칫돈이 많아졌단 겁니다.


신규 투자액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모펀드는 이미 세계 최고 규모에 육박합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규 PEF 투자 규모는 16조 4천억 원, 1,600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GDP의 1%를 넘어섭니다. 스웨덴과 미국, 영국을 제외하면 GDP 대비 모험자본 시장의 규모가 1%를 넘어서는 나라는 없습니다. 론스타에 '능욕'당한 나라가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사모펀드' 투자국가가 된 겁니다. 헤지 펀드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률은 특히 놀랍습니다. 공모펀드가 2004년에서 2018년 사이 연평균 5% 성장하는 사이, 사모펀드는 11% 성장했습니다. 성장률이 배가 넘는데, 특히 2015년 이후 기간에는 무려 17%에 육박합니다. 이 기간 공모펀드는 1.9% 성장해 제자리걸음 했고요. 분명합니다. 대한민국의 돈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넘쳐나는 돈…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결정적

우선은 세계적인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의 영향이 큽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 역시 이렇게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과 무관치 않고요. 하지만 돈이 많다는 건 부분적 설명일 뿐입니다.

사모펀드 시장 급성장의 결정적 계기는 정부 규제 완화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최소 투자금액은 물론 진입, 설립, 운용, 판매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결국, 규제 완화가 급성장을 불러온 겁니다.

그리고 모든 성장에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사모펀드 급성장도 그 부작용이 지금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DLF, 탄생과 유통, 판매 전 과정이 탐욕의 경연장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파동은 대표적입니다. 제품의 탄생과 유통, 판매의 모든 과정에서 은행들이 보여준 행태는 탐욕 그 자체였습니다.

하루 만에 투자등급을 3번 바꿉니다. 2등급(적극투자형)조차 살 수 없기 때문에, 전산에서 1등급(공격투자형)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최초 조작에서 1등급이 안 되자 다시 한 번 조작해 기어이 1등급을 만들어 냅니다. 고객에게 필요서류를 주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치매 걸린 노인에게 DLF를 팝니다. 사실 DLF는 사모펀드이고 그중에서도 '헤지펀드'입니다. '헤지펀드'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1997년 IMF 금융위기 당시 원화 하락에 수조 원을 베팅하며 초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던 국제투자집단이 떠오릅니다. 치매 노인을 그 대열에 합류시킨 겁니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게임' 그중에서도 '모 아니면 도'인 '도박성 게임'입니다. 독일 국채는 그저 일종의 베팅의 대상일 뿐 본질은 '초고위험 옵션 매도형 파생상품'인데, 본질을 가리는 판촉을 한 겁니다.

일반 공모펀드 팔듯 문자메시지로 수차례 광고했습니다. 전화로 좋은 상품 있다고 가입해보라고, 우량 고객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사모펀드는 찾아와서 가입하겠다고 사정해도 분명히 설명하고 위험을 고지해야 할 초고위험 상품입니다. 은행들의 행태는 분명 사모펀드 판매 방식이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은행 위례지점의 부지점장(PB)은 혼자서 우리은행 전체 판매금액의 5%에 달하는 70억 원 어치를 팔아치웁니다. 그리고 지점장으로 승진합니다.

우리은행 본사는 내부 직원의 경고를 묵살하고 판매를 강행합니다. '도저히 판매 승인을 낼 수 없다'는 심사위원은 '말 잘 듣는' 심사위원으로 갈아치워 가며 판매를 결정합니다. 은행이 탐욕에 눈이 먼 겁니다. 그 결과가 이번 DLF 사태입니다.

라임 자산운용과 코링크PE... 키워드는 탐욕

국내 1위 헤지펀드 회사이던 '라임 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는 어쩌면 황당한 사고입니다. 채권 등 당장 현금으로 만들기 어려운 자산(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인데, 그 펀드 가입과 탈퇴는 아무 때나 자유롭습니다. (개방형) 금융 투자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사고가 안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비유동성 자산 투자와 개방형이 함께 갈 수는 없다는 거죠.

국내 1위이자 수조 원의 자산을 굴리는 라임 자산운용이라고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하여튼, 무리해서라도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고 싶었던 겁니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워야 많은 고객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지사이고요.

결국, 나중에는 신규가입자에게 돈을 끌어모아서 탈퇴자에게 돈을 건네는 지경에 이릅니다. 헤지펀드가 '다단계 폰지게임'이 된 겁니다.

시장 초과 수익?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그저 오늘 파산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가입자를 무조건 유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겁니다. 내부 감시는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계약 자체가 사기성이 짙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코링크PE의 운영방식 또한 검찰이 파악하는 대로라면(조국 전 장관과 부인의 법률적 책임 유무와 관계없이) 사모펀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에 "코링크 PE의 경우 만약 최초설립자(대주주)가 '익성'(자동차 부품회사)이고 사모펀드의 재산을 공동 창업주 주식 인수와 투자 회수에 사용했다면 위법이 아니냐"고 질의합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답합니다. 자본시장법은 PEF가 대주주의 변칙적인 계열사 지원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모펀드의 급성장은 규제받지 않은 '돈의 탐욕'을 극대화해버리고 만 겁니다. 오늘 금융위 대책 발표의 배경에는 이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규제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사모펀드 육성의 목적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수익을 내려는 돈의 흐름은 효율을 좇습니다. 잘못 활용하면 탐욕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시장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이제 대기업은 더는 인수합병시장의 주역으로 주목받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인수의사가 없으면 해외에 헐값 매각해야 하던 시대도 지났습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가는 일은 불가능하고, SK 역시 '하이닉스'를 헐값에 사가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민은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는 돈의 탐욕을 제어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금융시장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돈의 효율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좀 나았을까요?




최소한 이 정도의 설명을 투자자들에게 했다면 지금 DLF 사태는 좀 다른 국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설명을 했을 때 은행에서 이 사모펀드에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와 하나은행이 판매해 금융 사고로 이어진 DLF 상품 판매 과정에선 사모펀드의 이 위험한 속성이 상당 부분 감춰져 있었단 사실입니다. 시장의 성장이나 효율보다, 탐욕을 먼저 제어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 ‘사모펀드’ 돈의 탐욕 vs 돈의 효율…론스타 16년 후
    • 입력 2019.11.14 (15:39)
    • 수정 2019.11.15 (09:39)
    취재K
‘사모펀드’ 돈의 탐욕 vs 돈의 효율…론스타 16년 후
론스타 트라우마와 사모펀드 시장의 육성

알짜 금융회사 외환은행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워졌을 때, 국내에는 인수할 기업이 없었습니다. 결국 론스타에 헐값 매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3년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론스타는 총 2조 1,548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원금은 이후 지분 매각과 분기 배당 등으로 대부분 회수한 뒤,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합니다. 이 매각대금 약 4조 원은 그대로 순이익입니다. 금융업계에선 당시 론스타가 거둔 이익이 총 4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론스타는 그러고도 우리나라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합니다.

헐값에 사서 세금도 별로 내지 않고 수조 원 수익을 낸 뒤 우리나라를 떠난 해외 투기자본, 우리나라는 이 트라우마가 깊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토종 사모펀드'를 육성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16년…우리 사모펀드 시장은 그동안 급성장했습니다.

홈플러스나 롯데카드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이미 세계적인 사모펀드 회사로 이름이 높습니다. 롯데손보를 인수한 JKL파트너스 역시 수조 원의 자금을 운용합니다. 신한은행은 ING 생명을 MBK로 부터 인수했습니다.

아시아나를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미래에셋이라는 FI(재무적 투자자)가 없었다면 2조 5천억 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을 겁니다. 토종 사모펀드들은 이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세계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GDP 대비 규모로는 이미 세계 최대규모의 사모펀드 시장으로 성장

금융당국이 제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173조 원이었던 개인투자(헤지펀드)형 사모펀드 설정액은 올해 6월 말 현재 380조 원으로 120% 정도 늘었습니다. 기업인수에 쓰이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역시 2014년 31조 원 수준에서 같은 기간 55조 원을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공모보다 사모펀드 시장이 커진 것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올해는 사모가 공모의 2배에 달할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그만큼 투자처를 찾는 뭉칫돈이 많아졌단 겁니다.


신규 투자액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사모펀드는 이미 세계 최고 규모에 육박합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신규 PEF 투자 규모는 16조 4천억 원, 1,600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GDP의 1%를 넘어섭니다. 스웨덴과 미국, 영국을 제외하면 GDP 대비 모험자본 시장의 규모가 1%를 넘어서는 나라는 없습니다. 론스타에 '능욕'당한 나라가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사모펀드' 투자국가가 된 겁니다. 헤지 펀드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장률은 특히 놀랍습니다. 공모펀드가 2004년에서 2018년 사이 연평균 5% 성장하는 사이, 사모펀드는 11% 성장했습니다. 성장률이 배가 넘는데, 특히 2015년 이후 기간에는 무려 17%에 육박합니다. 이 기간 공모펀드는 1.9% 성장해 제자리걸음 했고요. 분명합니다. 대한민국의 돈이 사모펀드 시장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에 넘쳐나는 돈…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가 결정적

우선은 세계적인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의 영향이 큽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 역시 이렇게 시장에 유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과 무관치 않고요. 하지만 돈이 많다는 건 부분적 설명일 뿐입니다.

사모펀드 시장 급성장의 결정적 계기는 정부 규제 완화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최소 투자금액은 물론 진입, 설립, 운용, 판매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결국, 규제 완화가 급성장을 불러온 겁니다.

그리고 모든 성장에는 항상 어두운 그림자가 있습니다. 사모펀드 급성장도 그 부작용이 지금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DLF, 탄생과 유통, 판매 전 과정이 탐욕의 경연장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파동은 대표적입니다. 제품의 탄생과 유통, 판매의 모든 과정에서 은행들이 보여준 행태는 탐욕 그 자체였습니다.

하루 만에 투자등급을 3번 바꿉니다. 2등급(적극투자형)조차 살 수 없기 때문에, 전산에서 1등급(공격투자형)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최초 조작에서 1등급이 안 되자 다시 한 번 조작해 기어이 1등급을 만들어 냅니다. 고객에게 필요서류를 주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치매 걸린 노인에게 DLF를 팝니다. 사실 DLF는 사모펀드이고 그중에서도 '헤지펀드'입니다. '헤지펀드'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1997년 IMF 금융위기 당시 원화 하락에 수조 원을 베팅하며 초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던 국제투자집단이 떠오릅니다. 치매 노인을 그 대열에 합류시킨 겁니다.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본질은 '게임' 그중에서도 '모 아니면 도'인 '도박성 게임'입니다. 독일 국채는 그저 일종의 베팅의 대상일 뿐 본질은 '초고위험 옵션 매도형 파생상품'인데, 본질을 가리는 판촉을 한 겁니다.

일반 공모펀드 팔듯 문자메시지로 수차례 광고했습니다. 전화로 좋은 상품 있다고 가입해보라고, 우량 고객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사모펀드는 찾아와서 가입하겠다고 사정해도 분명히 설명하고 위험을 고지해야 할 초고위험 상품입니다. 은행들의 행태는 분명 사모펀드 판매 방식이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우리은행 위례지점의 부지점장(PB)은 혼자서 우리은행 전체 판매금액의 5%에 달하는 70억 원 어치를 팔아치웁니다. 그리고 지점장으로 승진합니다.

우리은행 본사는 내부 직원의 경고를 묵살하고 판매를 강행합니다. '도저히 판매 승인을 낼 수 없다'는 심사위원은 '말 잘 듣는' 심사위원으로 갈아치워 가며 판매를 결정합니다. 은행이 탐욕에 눈이 먼 겁니다. 그 결과가 이번 DLF 사태입니다.

라임 자산운용과 코링크PE... 키워드는 탐욕

국내 1위 헤지펀드 회사이던 '라임 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는 어쩌면 황당한 사고입니다. 채권 등 당장 현금으로 만들기 어려운 자산(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인데, 그 펀드 가입과 탈퇴는 아무 때나 자유롭습니다. (개방형) 금융 투자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사고가 안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비유동성 자산 투자와 개방형이 함께 갈 수는 없다는 거죠.

국내 1위이자 수조 원의 자산을 굴리는 라임 자산운용이라고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하여튼, 무리해서라도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고 싶었던 겁니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워야 많은 고객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지사이고요.

결국, 나중에는 신규가입자에게 돈을 끌어모아서 탈퇴자에게 돈을 건네는 지경에 이릅니다. 헤지펀드가 '다단계 폰지게임'이 된 겁니다.

시장 초과 수익?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그저 오늘 파산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가입자를 무조건 유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겁니다. 내부 감시는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계약 자체가 사기성이 짙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코링크PE의 운영방식 또한 검찰이 파악하는 대로라면(조국 전 장관과 부인의 법률적 책임 유무와 관계없이) 사모펀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에 "코링크 PE의 경우 만약 최초설립자(대주주)가 '익성'(자동차 부품회사)이고 사모펀드의 재산을 공동 창업주 주식 인수와 투자 회수에 사용했다면 위법이 아니냐"고 질의합니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답합니다. 자본시장법은 PEF가 대주주의 변칙적인 계열사 지원 수단으로 악용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모펀드의 급성장은 규제받지 않은 '돈의 탐욕'을 극대화해버리고 만 겁니다. 오늘 금융위 대책 발표의 배경에는 이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규제의 고삐를 죄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사모펀드 육성의 목적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수익을 내려는 돈의 흐름은 효율을 좇습니다. 잘못 활용하면 탐욕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시장의 효율성을 높입니다. 이제 대기업은 더는 인수합병시장의 주역으로 주목받지 않습니다. 대기업이 인수의사가 없으면 해외에 헐값 매각해야 하던 시대도 지났습니다.

지금 같은 시대에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가는 일은 불가능하고, SK 역시 '하이닉스'를 헐값에 사가는 일이 불가능합니다.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고민은 여기에 있습니다. 소비자는 돈의 탐욕을 제어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금융시장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돈의 효율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하면 좀 나았을까요?




최소한 이 정도의 설명을 투자자들에게 했다면 지금 DLF 사태는 좀 다른 국면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설명을 했을 때 은행에서 이 사모펀드에 투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와 하나은행이 판매해 금융 사고로 이어진 DLF 상품 판매 과정에선 사모펀드의 이 위험한 속성이 상당 부분 감춰져 있었단 사실입니다. 시장의 성장이나 효율보다, 탐욕을 먼저 제어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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