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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합시다] 지식다방 ep.2 : 우리가 정치를 해야하는 이유
입력 2019.12.27 (22:01) 수정 2020.02.28 (15:37) 정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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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합시다] 지식다방 ep.2 : 우리가 정치를 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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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 정치합시다. 지난달에 이어서 다시 인사드립니다. 지난달 22일에는요. 우리 유시민 이사장님과 홍준표 대표님을 모시고 <정치합시다> 특집 편을 방송을 해드렸는데 ‘대한민국 정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광장정치 또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 총선 전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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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2019.11.22 <정치합시다> 1회 하이라이트

[유시민] 지역구는 어떻게 됩니까?

[홍준표] 난 그런거 신경 안써요.

[유시민] 신경 안쓰면 어떡해요?


[유시민] 정치는 두 종류가 있죠. 하나는 직업으로 하는 정치가 있고 또 하나는 생활로 하는 정치가 있고.

[홍준표] 시작부터 요설로 시작하네.

[최원정] 요설 또 나오나요.

[유시민] 저보고 툭하면 요설한다고 하시는데요. 사실 제가 인품이 좋아서 참고 있는거지.

[유시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못지 않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시민들이,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지는게 정치구나.

[홍준표] 보수는 분열, 속칭 진보는 부패

[유시민] 뭐 부패했어요?

[홍준표] 부패했지

[유시민] 뭐 부패해요.

[홍준표] 문재인 정권이 잘하는 게 딱 한가지 있다고. 쇼!

[유시민] 진지 안하시다니까

[최원정] 2020년 내년에 치러질 선거

[유시민] 우선 구도는 지금 현 야권이 좀 불리한 것 같아요. 인물도 지금 야권이 좀 불리해요.

[홍준표] 우파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안되더라도 나는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서 통합해버릴 수도 있다.


[최원정] 국회 보시니까 좀 떠나오신 지 되셨잖아요. 어떤 느낌이 드세요?

[홍준표] 지금은 더 경직이 됐어요.

[유시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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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그런데 혹시 저희는 나름 잘 됐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이렇게 평가를 하고 있는데, 나름. 다른 분들은 방송 보셨는지요.

[장부승] 방송 봤는데 홍준표 대표를 너무 띄워주는 것 같아서요.

[허진모] 그렇죠, 편파였죠.

[장부승] 홍준표 대표로서는 좋아하실만한데 보니까 오히려 (출연) 안 하시겠다고 해서 저는 그 이야기 듣고 놀랐습니다.

[최원정] 아니 방송 나가고 나서 홍 대표님의 팬층이 두터워졌어요.

[장부승] 그러니까 왜 굴러 들어온 호박을 본인이 차셨는지 모르겠어요.

[최원정] 마음이 바뀌시면 돌아오세요.

[유시민] 안 돼, 안 돼.

[최원정] 안 돼 안 돼. 한 번 떠난 사람은 잡지 않는 걸로. (허진모에게) 혹시 보셨어요?

[허진모] 봤습니다. 저는 보면서 두 분 참 정치 잘하신다. 정치라는 게 대화와 타협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한 분은 웃으시면서 막말하시고. 한 분은 웃으시면서 카운터 날리시고. 두 분이서 웃으시면서 난타전을 하시더라고요. 정치 참 잘하신다. 많이 느꼈습니다.

[최원정] (박형준에게) 보셨어요?

[박형준] 저도 봤는데 참 요즘 융합의 시대라지만 아주 묘한 그런 위치를 갖는 프로그램이더라고요. 그러니까 토론도 아니고 예능도 아닌 것이 시사도 아니고 아주 애매한 그 속에서 두 분이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제가 보기에는 극과 극이 통한다는 게 이런 경우를 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최원정] 지금 칭찬이신 거죠? 정체를 모르겠다. 이게 아니라.

[박형준] 저도 융합의 전략으로.
[유시민] 디스죠. 왜냐면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 속에 우리 박 교수님이 평소에 저에 대해서 가지고 계실지도 모를 라이벌 의식이랄까 이것들이 살짝 표출된 거죠.

[박형준] 이념적으로 극과 극이라는 게 아니고 캐릭터가, 캐릭터가 상당히 다르잖아요. 두 분이.

[최원정] 그런데 두 분은 원래 같이 방송을 많이 하셨잖아요. 그런데 궁합이라든지 이런 건 어떠신지.

[박형준] 저는 바깥에서 듣기에는 궁합이 좋다고 들었는데 본인은 그렇게 안 생각하실지 모르죠.

[최원정] 이사장님은.

[유시민] 그렇게 생각하려고 그랬는데 그만두고 나서 다른 방송에 나오셔서 유시민 내가 보기에는 정치를 할 것 같더라. 이런 식의 아주 고단위 디스를 하셔서.

[최원정] 고단위 디스.

[유시민] 제가 좀 삐졌어요.

[박형준] 오늘 주제가 정치합시다인데, 정치 하셔야죠.

[최원정] 그 이야기 제일 예민하게 받아들이시는데.

[박형준] 그런데 저는 정치는 굉장히 좋은 의미로 씁니다. 정치를 하셔야 될 분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원정] 앞으로 정치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나누는 <지식다방>, 그리고 여론조사를 토대로 지역의 민심을 분석하는 <민심포차> 이렇게 두 가지의 코너로 저희가 매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식다방에서는요. 유시민 이사장님, 박형준 교수님 그리고 허진모 작가님, 장부승 교수님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 볼 텐데요. 정치가 무엇이고 또 정치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최원정] 정치란 무엇일까요? 라고 막연하게 이렇게 던지면 다들 대답을 안 하실 테니까. 다들 정치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장부승] 지금 이 프로그램 제목이 <정치합시다>인데 이게 동사잖아요. 보통 ‘정치합시다’, ‘정치하자’의 동사라는 잘 안 써요. 정치라는 말은 명사로 주로 쓰죠. 우리 정치가 어떻다, 정치가 이렇게 돼야 한다, 정치가 이렇다 저렇다라는 식으로 쓰니까. 그게 왜냐하면 정치는 항상 우리한테 대상이거든요. 저기 멀리 있는 거지, 내가 직접 하는 정치, 우리가 정치 안에서 뭘 한다, 내가 정치하는, 나의 능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거기에 대해서 말하고 비판하고 뭔가를 원하는 대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박형준] 굉장히 고상하게 말씀하시는데 사실 정치, 이렇게 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인상은 사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죠.

[최원정] 맞습니다.

[박형준] 국민들이 보통 우리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한 4점이 돼요. 그런데 덴마크 같은 경우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한 7점 됩니다. 우리나라가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게 아닌데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2.3점. 그러니까 처음 보는 사람보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낮아요.

[최원정] 절반이네요.

[박형준] 정치하는 사람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권모술수(權謀術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술책), 그다음에 자기 권력을 잡기 위해서 굉장히 음흉한 간계를 꾸미는 사람, 그다음에 보통 상식에 안 맞는 얘기 하는 사람, 막말하는 사람.

[최원정] 정치하시는 두 분이.

[박형준] 이런 이미지로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오히려 뇌에 먼저 축적이 되어 있죠.

[유시민]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하면 딱 두 가지가 떠올라요. 첫 번째는 선거요.

[최원정] 선거.

[유시민] 선거. 두 번째는 집회. 선거는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하는 활동이고요. 집회는 정치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지와 소망을 국가에 반영하고 싶을 때 하는 거거든요. 두 개가 제일 저한테는 먼저 떠오르고.

[허진모] 사실 정치는 보이지 않는 개념이잖아요. 뭘로 실감하느냐에 달렸는데 아마 일반 백성들은 정치인을 보면서 정치를 실감하지 않나,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하면 변신이 떠올랐어요.

[최원정] 변신의 귀재들이다. 정치인은. 그런 의미인가요?

[허진모] 네, 변신, 그렇죠. 굽신굽신하다가 갑자기 목이 뻣뻣해지는 거죠. 그 유인원에서 이렇게 호모.

[유시민] 사피엔스.

[허진모] 사피엔스로 가는 모습이 이게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다 조류로 변하기도 하죠, 철새로. 귓속에는 새타령이 막 떠오르기도 하고 굉장히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최원정] 작정을 하고 나오셨네요.

[박형준] 앞으로 신인 유망주가.

[유시민] 유망주가 떴어요 오늘.

[장부승] 물불을 가리지 않는 토크

[허진모] 그런데 저는 요즘 시대에만 사실 이 민초들이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은 한 2,000여 년 전에도 그런 기록이 있어요. <리비우스 로마사>에 보면 정치인들이 유세를 할 때는 너무 굽신굽신 정말 최고의 권력자들이 평민한테 그렇게 겸손하고 그렇게 정말 입에 단 소리를 하는데 당선이 딱 되고 나면 싹 바꾼 모습이 나와요.

[최원정] 변신.

[허진모] 그러니까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똑같나?

[유시민] 변신이라는 표현도 그런 소설도 있죠.

[최원정] 카프카의 <변신>.

[유시민] 거기는 인간이 갑자기 벌레가 된 거죠 갑자기. 저는 실제 정치를 한 10년 정도 해봤는데 제가 해보고 내린 결론은 그거였어요. 직업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때로 짐승이 되는 수모를 감수하는 일이에요. 때로 자기 자신이 짐승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이걸 견뎌야 정치를 해요. 그런데 왜 짐승이 되는 수모를 감수하느냐 하면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고 싶어서 감수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정치의 일상은 정치인의 일상은 너무 비루해요. 때로는 자기의 하루가 수치스럽다는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원래 거기 뛰어들었던 성인의 고귀함이라고 표현하는 그 목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그걸 견뎌나가는 거거든요.

[최원정] 많은 시민들이 정치인을 통해서 정치의 모습을 볼 텐데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도대체 정치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의 개방대학에서 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인터뷰를 했는데요. 정치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느냐,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당신은 정치에 관여를 하고 있냐.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대부분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하면서 정치를 중요하다고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정치에 관여하기가 싫다라는 굉장히 모순적인 대답을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정치합시다> 제작진이 같은 질문으로 거리에 나가서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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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Q. ‘정치’ 무엇이 떠오르나요?
[천명석/경기도 부천시] 전에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경우도 많고 국민들과 했던 약속들에 대해서 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춘월/서울 중랑구] 시민들도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고 보는 관점이 너무 달라서

[김명란/광주광역시] 결론도 나지 않는데 서로들 자기 말이 옳다고 하니까

[맹경남/경기도 남양주시] 국민을 위해서 법안 통과 해야하는데 법안 통과를 안 하고 그냥 싸우기만 하는 정치로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신선자/경기도 고양시] 서로의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워요.

[이응자/서울 강남구]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정치가.

[최희진/서울 영등포구]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정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장경희/서울 관악구] 정치를 잘해야 우리나라 사람들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요.

[이병민/경기도 고양시] 삶의 전반적으로 개입을 할 수밖에 없고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을 해요.

[이은비/경기도 고양시] 저희를 대표한 사람들이 나랏일을 정하시는 거잖아요. 그런 게 올바르게 이뤄져야 저희 세대도 잘 따라갈 수 있고

[한종수/경기도 남양주시] 가장이 잘못하면 가정도 거덜 나듯이 살림을 잘해야 되는데 못하면 다 망가지는 거죠.


Q. ‘정치’하나요?
[박춘원/서울 종로구] 아니요. 나는 그런 건 관심도 없고요.

[장경희] 관여는 안 하고 뉴스는 보죠.

[박정숙/서울 성북구] 이 나이에 무슨 정치를 참여하겠어요.

[한종수] 없죠. 당을 들어간 것도 없고. 겉으로 외향적으로는 표현하는 방법은 없어요.

[신선자] 정치에 관여하는 일은 없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동춘월] 우리가 투표할 때에는 정치에 관여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외의 것은 투표할 때 한 번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

[천명석] 선거로서도 관여를 많이 하고 있고 신문으로도 정치를 많이 보고 있어요, 관심을 가지고. 그래서 그 관심이 아무래도 관여가 아닐까.

[강정화/경기도 용인시] 촛불 혁명 때 아이들이랑 같이 가고

[이응자] 어떤 때 가끔 정치 관련 뉴스 보면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있어요. 광화문에 나가볼까 하는 마음 가진 적 있어요.

[김명란] 청원하는 것 정도. 이번에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민식이법이나 아이들 관련으로.


Q. ‘정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한종수] 지금 저한테 피부로 와닿는 건 없어요. 공수처든 뭐든 정치인들의 법이지 우리하고는 동떨어진 거죠. 그런데 하나하나를 따지게 되면 모든 게 다 연관이 돼 있으니까

[천명석] 전반적으로 많이 끼치는 것 같아요. 정치에 따라서 법이 바뀌기도 하니까 법에 따라서 우리가 생활하는 전반적인 게 다 바뀌니까요.

[동춘월] 의료 문제와 교육 문제가 지금 우리 실제 생활에서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김명란] 저희 같은 경우는 학교에 입학해야 되니까 학교 교육법 정도?

[신선자] 가장 큰 거는 일단 월급쟁이로서 임금 문제고요.

[이은비] 제일 와닿는 거는 최저임금. 아니면 앞으로의 청년 정책 같은 그런 정책들이 저희가 앞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정책이 관여하냐에 따라서 저희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게 있잖아요.

[강정화] 소방 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것들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정말 정치가 제 삶이랑 굉장히 연관이 많이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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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그런데 재밌지 않아요? 정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치는 싫어요 기본적으로 마음속으로는. 정치에 관여는 안 하는데 내 삶에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통적인 대답이었어요.

[박형준] 지금 영국이나 한국의 국민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어요. 하나는 이분들이 정치를 다 정치인을 통해서 이해한다는 걸 알 수 있고 또 하나는 그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부정적인데 정치는 중요한데 하고 그리고 자신은 정치를 안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이 점이 저는 굉장히 재미있는 점이라고 보는데.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나는 정치를 별로 안 하고 있어, 정치에 별로 관여를 안 하고 있어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정치는 정치인들만이 하는 것은 아니죠.

[유시민] 영국도 의회 민주주의 또는 대의 민주주의(국민이 개별 정책에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뽑아 대신 처리하도록 하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나라고 우리 한국도 대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나라고. 어느 나라가서 물어봐도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모든 사회 집단의 신뢰도 중에서 맨 하위에 있어요, 다.

[최원정] 보셨다시피.

[유시민] 모르는 사람보다 정치인을 더 안 믿는 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에요. 인류 역사, 국가 발생 이후에 국가가 발생한 1만 년 전으로 보면 9,800년 동안 완력이나 돈 많은 자가 국가를 운영했어요. 겨우 200년 전부터 지금 우리가 사는 이런 국가 시스템이 프랑스에서부터 시작이 돼서 퍼져서 지금 21세기 들어와서 넓어져서 우리도 여기 왔어요.

[최원정] 우리는 100년도 채 안 됐고.

[유시민] 우리가 100년이 뭐에요. 우리는 70년 정도밖에 안 됐죠. 그것도 제대로 한 게 아니고 제대로 하기 시작한 건 30년밖에 안 됐어요. 그러니까 300년 한 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저렇게 욕먹는데 30년밖에 안 해본 우리가 욕 먹는 건 너무 당연한 거다. 그렇게 일단 저는 받아들이고.

[박형준] 저는 개인적으로는 정치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이야기를 다시 하면 1만 년 전에 우리가 (국가가 수립) 돼 있다고 했잖아요.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이스라엘의 역사학 교수이자 저자)가 얘기한 거긴 하지만 침팬지 10마리하고 사람 10명이 싸우면 항상 침팬지가 이겨요. 그런데 사람 1000명과 침팬지 1000마리가 붙으면 사람이 이긴다.

[최원정] 사람이 이긴다.

[박형준] 이게 유명한 이야기인데 그 이유는 인간은 협력의 질서를 만들면서 사는 거거든요. 1만 년에 인간의 국가 또는 부족 공동체가 2,000개 있다고 하는데 지금 전 세계 국가라고 하는 게 UN에 등록된 게 220개지만 실제로 국가다운 국가, 많은 사람이 사는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몇 십개밖에 안 되잖아요. 그리고 협력의 질서는 굉장히 넓어졌죠. 그러니까 그 안에 수많은 갈등과 전쟁을 겪었지만 인류 역사는 그런 협력의 질서를 강화하는 쪽으로 왔고 이 협력의 질서를 만들어온 만들어 온 게 사실은 정치입니다. 그리고 정치라는 건 갖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민주주의를 하면 할수록 서로가 이해관계가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데 그 다양한 생각들을 힘을 가진 군주나 과두(寡頭)의 몇몇 사람들이 전제(專制)-나 독재를 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모아서 그거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하나로 모으는 것. 만약에 그렇게 모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다, 이 생각이 들고요. 그런 위대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국민들이 원하는 거죠. 그런데 현실 정치가 그런 수준에는 다 못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높고 현실에서 보는 건 그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니까 실망을 하게 되고 그게 분노로.

[최원정] 자연스러운 현상이네요. 만약 저런 인터뷰에서 모두가 “우리 정치는 훌륭합니다,” “저는 정치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건 그런 대답이 나왔다면 100% 조작인 거죠.

[유시민] 나올 수가 없죠.

[장부승] 그러면 전체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거죠.

[최원정] 그렇죠, 전체주의 국가.

[허진모] 사실 민중의 행태도 역사적으로 보면 되게 웃긴 면도 있습니다.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민중한테 저렇게 “정치에 참여해 주세요,”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 얼마 안 됐지 않습니까? 말씀하셨듯이. 기껏 해야 200년. 그것도 일부 나라에서만 200년이죠. 그렇게 피를 흘리면서 정치 참여하지 말라고 할 때는 싸우고 피흘리고 난리 쳐놓고는 하라고 하니까 안 해요.

[최원정] 안 한다고 뭐라 그래요, 자꾸.

[허진모] 그런데 영국, 프랑스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이 먼저 왕 목 자르고 별 짓 다 해놓고는 (정치에) 관심이 없대요. 그런데 이게 2,000년 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테네 정치사>를 보면 아테네 직접 민주정치가 굉장히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테네 정치사>에는 귀찮아서 굉장히 (민회에) 안 나가고 하려는 것도 있거든요.

[유시민] 그래서 일당 줬어요.

[허진모] 그래서 페리클레스(Pericles, 아테네 민주정을 확립한 정치가)가 돈도 주고 별 짓 다 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까 (인터뷰 영상에) 나오셨던 분들이 저는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왜냐? 저렇게 좀 적당한 관심을 갖고 생활에 종사하려고 대의 민주주의 하는 거거든요.

[유시민] 그렇지.

[박형준] 그렇습니다.

[허진모] 직업 정치인 보고 좀 더 잘 하라고 하는 겁니다. BC 2세기에 그리스 사람이었다가 로마로 잡혀간 학자가 있었어요. 폴리비오스(Polybios, 그리스의 정치가)란 사람이 있는데 이 양반이 보니까 같은 시기에 BC 508년, 510년 쯤에 로마랑 그리스가 같이 민주정을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로마는 잘 되고 그리스는 로마에 잡아먹혔어요. 이게 원인이 뭔가 봤더니. 직접 민주주의 너무 하겠다고 덤벼들면 중우정치(衆愚政治: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 엉망이 돼 버리고 로마처럼 적당하게 대의 민주주의를 하니 이게 잘 되니 나라가 성하는구나. 그래서 그 사람(폴리비오스)이 이렇게 얘기를 해요. “민중은 선출하고 엘리트는 결정한다.” 이거 완벽하다.

[유시민]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이렇게 보면 저도 동의해요. 적당한 정도의 관심, 유권자들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적당한 정도의 관심과 그 다음에 정확하고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려는 노력과 그에 입각해서 자기의 이해 관계와 자기가 지니고 있는 도덕 관념에 비추어서 좀 더 좋은 결정을 하려는 적극적인 자세. 이런 정도가 시민들에게는 필요한데.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에 있냐? 그러면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보고요. 정치인들에게만 책임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누가 뽑았어요? 다 시민들이 뽑은거잖아요. 이런 얘기를 정치 할 때는 진짜 못했는데.

[최원정] 이제 자신 있게.

[유시민] 이제 자신 있게 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중에 제가 참 이건 옳은 말이라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시민들 각자가 더 현명할수록, 그리고 그 더 현명한 시민들이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수록 국가는 훌륭해진다.” 그 말이 저는 정말 좋아요.

[최원정]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정치의 어원, 기원을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허 작가님. 정치라는 단어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요?

[허진모] 동양에서 정치는 ‘정(政)’과 ‘치(治)’가 합쳐진 단어죠. ‘정’ 자는 이미 갑골문자에서 발견이 됩니다. 은나라 시대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500에서 3,200년 정도로 보는데 ‘바를 정(正 )’ 자에 몽둥이를 든 모습이에요 ‘칠 복(攵)’자가. 그러니까 힘으로써라도 바르게 하는 게 그 당시의 정치였던 거죠. 그러니까 ‘다스리다’가 맞는 거죠. 그리고 ‘치’ 자는 좀 늦게 만들어집니다. 주나라의 금문에서 발견이 되는데 물이 있으니까 물을 다스리는 거죠. 아주 좋게 해석을 하면 백성의 복지에 신경을 썼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두 단어가 만나서 처음 문헌 상 나타나는 것은 <서경>입니다. 사서삼경의 서경(書經: 중국 은·주나라의 역사서), 거기에 “도흡정치(道洽政治) 택윤생민(澤潤生民)” 도에 흡족한 다스림이 있으면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최원정] 정치의 기원, 어원부터 시작해서 많은 형태의 인류사의 정치 형태들을 쭉 얘기해오셨는데 어찌보면 마무리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큰 흐름을 봤을 때 우리 정치는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허진모] 저는 정치의 진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면 권력이 어떤 주체로 갔느냐를 방향을 갖고 저는 정치 체제 진화, 정치의 진화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크게 봤을 때 권력의 두 국면을 맞아요. 전반부는 왕에게로 권력을 모아주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왕으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부는 우리나라 역사를 여기에 대입을 하자면, 전반부는 전반부로서 완성된 것이 고대 왕국이고 후반부로서 완성된 것이 근대 민주 국가죠. 그런데 국가나 문자가 이 후반부에 다 만들어져요. 그러니까 절대자가 생기고 난 뒤에 국가 체제가 만들어지고 특히 또 문자는 훨씬 더 뒤에 만들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역사로 남아 있는 거 있죠? 우리가 보는 <사기>, <춘추> 그 앞에 <서경>, 서양의 <히스토리아>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라든가 아니면 <일리아드 오디세이>, <그리스 신화> 같은 것만 봐도 왕정이 그냥 상식이에요. 왕은 그냥 존재해 있습니다. 상수값이고 디폴트(default) 값이에요. 그러다 보니 역사에 남아 있는 정치의 진화는 왕으로부터 권력을 회수해서 민중한테 전해주는 것이 정치의 진화인 겁니다. 역사가 말하는.

[유시민] 그럴듯하다.

[최원정] 이사장님 지금 인정하고 계세요. 허 작가님 말씀에.

[유시민] 그럴듯해요. 왜냐하면 처음에 국가가 없었잖아요. 조그만 공동체들이 생겨났다가 그게 거대한 제국으로 통합돼가요. 그런데 그 거대한 제국의 권력은 1인과 혹은 소수 집단에만 집중이 됐다가 지난 몇 백년 동안에 이 권한이 분산되고 권력자도 다수의 대중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렇게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과정으로. 이렇게 참신한 시각인데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우선 그 진단에 동의해요. 허 작가가 왜 민주주의가 대세가 되었느냐?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대세가 된 거예요. 나치 독일과 천황제 일본 군국주의(軍國主義: 군사력에 의한 대외적 발전을 국가의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여 사회 구조나 국민의 생활 양식을 전면적으로 군사력 강화에 종속시키는 체제나 입장)가 전쟁에서 이겼으면 온 세계가 다 지금 천황제 시대예요.

[허진모]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체제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았을 거예요 아마.

[유시민] 그러면 우리는 앉아서 왜 천황제는, 군국주의는 인류 문명의 대세가 되었는가? 이런 거 토론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정치체제 사이의 경쟁은 어떤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 공동체가 다른 정치체제를 가진 공동체를 힘으로 눌렀느냐. 그걸로 결정났고요. 그러면 제 질문은 이거예요, 원래. 그럼 왜 2차 대전의 승리를 거둔 이 나라들은 왜 하필이면 대부분이 거의 다가 이런 정치 제도(민주주의)를 갖고 있었을까? 이런 정치 제도가 그 나라가 전쟁에서 전체주의(全體主義: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극단적으로 집단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정치 사상 또는 체제) 국가를 상대로 해서 이기게 만드는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경쟁력의 원천은 뭐냐? 그걸 잘 보자는 거예요. 만약 우리 민주주의, 우리 정치가 그런 것이 살아 있다면 저는 우리 정치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살아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막 정치를 비판하는 분들을 보면 그게 다 죽고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고요. 그러니까 시민들은 이 정치에 대해서 불만을 더 높게 가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지금. 저는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한국 정치는 잘하고 있다.

[박형준] 아주 지금 좋은 토론 지점이 생겼는데 저는 한국 정치 진화하고 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진화라고 하는 것은 그 진화 속에서 불순물이나 또는 경쟁이나 적대나 이런 것들이 없는 게 아니고 그 속에서 그걸 겪으면서 진화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한국 정치의 진화가 보편적 문명사적인 경로와 함께 가고 있느냐 안 가고 있느냐에서도 저는 함께 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21세기 이 시점에서 무엇이 보편적인 정치체제의 진화의 길이냐라고 했을 때 저는 그것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공익의 실현을 위해 입법·사법·행정부 간 균형과 견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 철학)라고 하는 이 세 가지 기본 축을 갖는 정치이념이 어떤 형태로든 체제는 다양할 수 있지만 그 세 가지의 정신을 잃지 않는 정치 체제로 진화해갈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최원정] 그런데 촛불이 나오기 직전에 우리 정치의 모습은 민주주의의 퇴보가 아닌가 해서 근심을 가지고 나왔던 사람들이잖아요. 그 이전에 모습은 민주주의가 진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박형준] 지금 87년 이후만 이야기하는데요. 대한민국의 헌정 체제나 정치 질서는 1948년부터 생긴겁니다. 그리고 48년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한 것이고 그러나 그 기초가 없었으면 64년 체제도 87년 체제도 없었습니다. 민주주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경제 발전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민주주의만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국민 삶이 안 좋아지고 번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민주주의도 결국은 퇴락하거든요. 그러니까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함께 이룬 거의 유일한 나라가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 중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역사 자체가 사실 놀라운 거고요. 그러나 한국 정치를 제가 지금 볼 때 굉장히 우려하는 것은 그래서 결국 리더십의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 중 제일 큰 위협이 자기 지지층에 아부하는 정치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렇게 하죠. 표를 얻기 위해서. 그런데 그것을 뛰어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진화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그 틀에서 조금도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그것이 자꾸 민주주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하고 또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게 제대로 되겠느냐라는 생각을 품게 되는 원인이 되는 거죠.

[유시민] 어느 대통령이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내 지지층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누가 말을 해요? 누구나 다 그것이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철학에 맞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러니까 저는 정치인들의 진의(眞意)를 그렇게 함부로 의심하지 말자는 거예요. 대통령이 나와서 특정 정파의 대표로서 후보로 출마해서 그 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이 됐어요. 그러면 그 이야기는 무슨 뜻이냐 하면 국가의 발전 방향에 관한 그 후보자의 소신과 유권자들의 다수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 거예요. 그 대통령은 이렇게 가는 것이 내가 후보 시절부터 쭉 해왔던 정책적 방향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이걸 지켜나가면서 이걸 보완하겠습니다.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이제 그것이 지지층을 바라보는 정치라고 누가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그 반대진영에서, 그리고 그 대통령을 싫어하는 언론인들이, 지식인들이 그런 식으로 공격하는 거예요. 이 담론이, 지지자는 지지층만 봐서는 안된다는 이 논리를 가지고 대통령에게 다 그런 식으로 공격해왔어요.

[박형준] 그런데 역사적으로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하는 정치를 한 리더 가운데 훌륭한 리더로 평가를 받는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거의 없어요.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다 지지층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통합하려고 노력한 지도자들이 그게 링컨이 됐던 루즈벨트가 됐던 그 뒤에 트루먼이 됐던 미국 역사만 보더라도 그런 것이고요. 그러니까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해서 지지층에 너무 지나치게 구속되는 거 이것은 사실은 국민의 대표들이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가장 피해야 할 문제예요.

[최원정]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 정치합시다>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 프로그램의 의도는 사실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정치가 내 삶을 바꿔?”하는 어떤 그런 신념을 갖게 해드리고자 좀 도움이 되고자 하는 시간인데 이렇게 정치가 어렵네, 정치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 하면 정치적인 요즘 효능감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정치효능감(정치 참여가 효과가 있다는 느낌이나 그로부터 얻는 만족감)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치 효능감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이게 학문적으로 나온 단어인가요?

[장부승] 보통 외적 효능감, 내적 효능감 나눠서 설명하는 경우가 있어요. 여러 가지 정의하는 방법이 있지만. 내가 내 스스로 생각 해봤을 때 나의 교육 수준이라든가 나의 어떤 능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떤 정치에 내가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내적인 효능감이 있는 것이고. 반대로 외적 효능감은 뭐냐 하면 정치인들을 바라보거나 정당, 정치, 정치 기구들을 봤을 때 저 사람들은 내가 뭐라고 이야기하면 좀 반응을 보인다, 들어준다라는 느낌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내가 외적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 줘도 저 사람들은 나한테 신경도 안 써 이런 생각을 하면 외적효능감을 못 느끼고 있는 거예요. 그 두 개를 합쳐서 우리가 정치적 효능감이라고 합니다.

[유시민] 그런 경우가 사실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슈팅 했는데 빗나갔다 그러면 “야, 그거밖에 못하냐? 내가 차도 그거만큼은 차겠다” 이런 식의 내적 효능감이 있을 수도 있어요. 내적 효능감 지표가 꼭 객관적 사실을 나타내는 건 아니에요.

[장부승] 효능감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심리학에서 개발된 개념이에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허진모] 내가 토론해도 이만큼은 하겠다.

[유시민] 우리 보면서 KBS <정치합시다> 뭐냐? 내가 나가서 해도 저거보다는 잘 하겠다. 이거는 내적 토론 효능감이 높은거죠.

[장부승] 내가 웬만한 정치인 못지않게 정책 결정에 참여할 만한 능력이 있고 내가 시민으로서 발언을 하면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정치효능감이 높은 사회인 거죠.

[최원정] 최근 국내에 있는 정치 연구소가 10년간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생각보다 정치 효능감이 최근 들어 급증을 했다는 결과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제 권위적인 정부 이후에 요즘에는 국민 청원도 하고 광장 정치도 하고 이런 영향이 있는 것 같은데 (정치효능감이) 올라갔다는 것에 다들 동의하시는지요?

[박형준] 그 시민적 덕성 가운데 제일 중요한 덕목이 참여입니다 사실은. 참여를 통해서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또 정치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또 자신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 전달할 건가도 분명해지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면 이런 소통 기술이 워낙 발전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참여의 기회나 참여의 공간이 굉장히 확대되어 있는 편이고 또 우리 사회 민주주의 그 발전 수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저는 광장의 정치도 하나의 참여의 수단이라고 생각을 하고 다양한 형태의 어떤 참여의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지금은 사적인 SNS 상에서도 정치적 의견 교환이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정치효능감이 전반적으로 저는 확산될 거라고 봅니다.

[최원정] 정치 효능감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면요. 최고치를 기록한 2016년의 조사 결과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6월에 29%였던 정치 효능감이 12월에 가서 53%로 치솟았습니다. 그러니까 조사가 시작 된 2011년 이래 최고치를 보인 거죠. 그런데 반대로 2014년 10월에 16%대로 최저를 기록했어요. 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장부승]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좌절감이라든가 절망감, 실제 정책이라든가 국가가 운영되는 방식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이런 비참한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그 느낌. 그런 것들이 정치 효능감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장부승]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좌절감이라든가 절망감, 실제 정책이라든가 국가가 운영되는 방식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이런 비참한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구나 하는 그 느낌. 그런 것들이 정치 효능감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유시민] 사실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있었던 대통령 탄핵 사태가 매우 흥미로운 사건인데요.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어떤 면에서 재미있었냐 하면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 나와서 구호를 외치는데 기존의 제도를 파괴하거나 또는 제도 자체의 변경을 요구하는 그런 시위가 아니었고요. 진짜 법대로 하라는 거였어요. 헌법에 대통령 탄핵권이 있었기 때문에 국회 앞에 몰려와서 탄핵을 하라고 요구를 했어요.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집회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 8대2 정도의 비율로 탄핵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국회의원들이 그 요구를 받아들인 거죠. 그래서 국회가 가지고 있는 헌법상의 탄핵권을 행사를 한 거고요. 그러니까 시민들 입장에서 보게 되면 탄핵 저지선을 당시 집권당이 가지고 있었는데도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자신들의 결집된 의사를 표현하니까 국회가 움직여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게 굉장히 큰 경험인 거예요 말하자면. 우리 손으로 뽑았던 대통령인데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물러나게 하고 이 절차를 스스로 했다는 그런 성취감? 이런 것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사, 이런 것들을 확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올려놓은 원인을 심리적으로 설명할 때 정치 효능감이 커졌다 이렇게 보는 거죠.

[최원정] 정치 효능감은 2016년에서 2017년 촛불집회 참여자와 비참여자 사이에 확연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박형준] 비슷한 맥락에서 저 그래프를 보면 2019년 9월에 높게 나타나잖아요.

[최원정] 이건 그야말로 조국 사태 때문에.

[박형준] 그리고 10월에 가면 더 높게 나타났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조국 장관이 물러났잖아요. 저 때가 조국 사태 한 가운데 있었고 그러니까 이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사가 집중되고 거기에 대해서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사를 표현하고 그 표현된 의사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에 반영이 된다고 했을 때는 효능감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죠.

[유시민] 그러니까 되게 재미있는 게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했던 쪽에서는 드디어 사퇴시켰다, 역시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고 온라인에서 막 의지 표출을 하니까 결국 못 버티고 물러나는구나. 이런 성취감이 있을 수 있고요. 박 교수님 말씀처럼 좀 지금 더 올라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추미애 장관을 대통령이 지금 지명을 했는데 아직 임명장을 준 건 아니지만 임명장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죠. 그렇지만 조국 사퇴를 반대했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계속 언론 보도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조국 씨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래도 물러나면 안 된다는 의견을 40% 선을 지키면서 계속 여론전을 했는데 집회도 하고. 그러니까 어찌 보면 더 센 사람을 이제 임명한 건 결국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대 한 우리의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인 거 아니냐. 이런 류의 정반대 되는 효능감을 또 가졌을 수도 있어요.

[장부승] 이 통계를 볼 때 중요한 게 뭐냐 하면 정치 효능감이 높은 것이 꼭 절대선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 정치 효능감의 질, 어떠한 퀄리티 를 가지고 있는 정치 효능감인지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 통계조사 결과를 봤을 때 정치 효능감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가 대규모 시위 집회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거든요. 그러면 이게 뭐냐 하면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정치 효능감의 경로가 시위 집회란 이야기예요.

[장부승] 이 통계를 볼 때 중요한 게 뭐냐 하면 정치 효능감이 높은 것이 꼭 절대선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 정치 효능감의 질, 어떠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정치 효능감인지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 통계조사 결과를 봤을 때 정치 효능감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가 대규모 시위· 집회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거든요. 그러면 이게 뭐냐 하면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정치 효능감의 경로가 시위·집회란 이야기예요. 안정적인 정치제도,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겁니다.

[최원정] 실제로 나와 내 주변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 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저희 제작진이 만나봤습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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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나에게 '정치참여'란?

[김민진 / 故 윤창호 군 친구] 저도 원래는 정치라고 하면 모든 걸 갖춘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서는 그 대단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게 국민이고 그래서 더 국민이 움직여야 하는게 정치구나. 국민이 움직여야 국회가 움직이는구나 라는 걸 좀 체감했던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윤창호 법 이전의 국회는 저한테는 문제의 온상의 느낌이었지만, 윤창호법 이후에는 그 국회라는 공간이 저한테는 희망의 공간으로 남았어요. 바뀌었으니까.

[김정덕 /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엄마, 아빠 빼고는 모두가 정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국회라는 곳에서는 양육자들에 대한 관심도 없고,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도 없구나. 그 사람들한테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양육자로서 엄마, 아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거구나 라는 걸 알았구요. 정치를 혐오하는 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치를 바르게 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한 사람이 모이고 두사람이 모이고 세사람이 모이면 많은 일들도 할 수가 있더라구요. 저는 아이가 여섯 살인데요, 정치를 꼭 배웠으면 좋겠어요.

[김준한 / 대안학교 교사] 반값등록금운동은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게 그 이전부터 꽤 오랜 기간동안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치로 등록금이 계속 올라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런 것들이 반값등록금 운동이 계기가 되서 여론이 만들어지게 된거죠. 각자 자기가 몸담고 있는 그 자리에서 문제의식 갖고 있는 것들, 다른 사람 의견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그것들을 모아내고 바꿔보는 경험을 하는 것들이 장기적으로나 활동하는 개인에게 있어서 유효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 의식을 모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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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지금 보신 것처럼 생각보다 생활밀착형 의제들이 우리 국민들을, 청년들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의사가 반영이 되었을 때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고요. 그렇죠? 어떻게 보시는가요?

[장부승]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치 과정에 반영시켜서 어떤 법을 만들어낸다거나 법을 개정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사실 대단히 바람직하고 민주정치의 이상에 부합하는 행동들이죠. 그런데 우리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서 생각한다면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속화 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개별 특수이익이라든가 개별 사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영역에서 많은 이슈, 의제에 있어서 확대가 되고 그것이 우리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그런 것들이 추가될 때 우리가 더 바람직한 정치 과정에 대한 참여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최원정] 허진모 작가 어떻게 보셨어요?

[허진모]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면에서 봤을 때는 바람직한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건 직업정치인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와 서 호소하는 거죠. 정치인들이 그러니까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전부 다 나와서 지금 경종을 울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사실은 정치라는 것이 그 법과 제도의 고지식한 면을 중간에 윤활유가 돼서 잘 돌아가게 만들려고 하는 건데 정치인이 법에 호소하고 고소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잘 안 돌아가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를 이제 정치효능감 차원에서 내가 하겠다. 이러면서 나타난 거라고 볼 수 있죠.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좀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시민] 제가 오늘 허 작가 말씀에 대체로 다 동의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반만 동의해야 할 것 같아요. 약간 우리 사고방식에는 일종의 목적론적 사고 방식이 있어요. 목적론적 사고 방식이라는 건 무엇이 있다, 그것이 왜 있냐? 무엇을 위해서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대개 널리 알려진 조크인데 엄마는 나한테 맛있는 밥을 해주려고 있다. 우리 집 멍멍이는 나하고 재미있게 놀아주려고 있다. 우리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최원정] 그게 조크인가요? 현실 아닌가요?

[유시민] 목적론적 사고에서 오는 건데 그러니까 어떤 대상이 존재하고 있을 때 그 대상이 뭘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그리고 걔가 자기의 존재 목적을 잘 안 하고 있으면 욕을 하는, 이런 게 하나의 사고 패턴이고요. 정치는 이래야 된다라는 것을 설정해놓고 현실의 정치를 그거하고 계속 비교하면서 이걸 고쳐야 해, 저걸 고쳐야 해. 이건 의미가 별로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두루 민중의 삶을 살핀 다음에 올바른 철학에 입각해서 “이건 중요한 문제야. 단 한 사람의 시민이 고통을 받고 있더라도 내가 나 서서 이걸 해결해야 해” 이런 정신을 기대하면 꽝이에요. 그런 정치인은 없어요. 있으면 좋지만. 그러면 실제 정치인은 어떠냐? 누가 찾아와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얘기해 주고 거기에 자기가 이해를 하고 그리고 자꾸 연락하고 하기 싫은데 힘들 것 같고 잘 안 될 것 같은 데 그래도 내가 해놓은 말도 있고 참 딱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니까 해야지, 이게 일반적인 현실의 정치인의 모습이에요.

[박형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전형적인 상이 어떤 상이여야 하는가에 대한 숙의는 필요한 거예요. 왜냐하면 현실 정치인들은 다 그런 모습이지만 그런 모습들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될 거냐. 또 어디까지가 바람직하냐 하는 논의는 목적론과 관계없이 우리가 계속 논의를 할 필요가 있는 거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선거를 할 때 그나마 나은, 그보다는 나은 정치인들을 뽑으려고 노력을 해야 하고 탁월함이라는 게 한꺼번에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서 차근차근 확보되는 거다. 이렇게 봐야죠.

[허진모]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랐군요.

[최원정] 사실 우리가 정치인을 판단할 수 있고 칭찬하고 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표잖아요. 그러니까 정치효능감이 높아질수록 투표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면 또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고. 이 투표율과 정치 효능감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최원정] 지금 20대 투표율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과거 정치에서 소외돼 있다고 생각했던 20대 청년들이 굉장히 그 전에는 낮은 투표율로 연결이 됐었어요. 그런데 청년층에서 반값 등록금 운동 요구가 거셌던 2010년 그리고 2011년 이후에는 20대 투표율이 큰 폭으로 상승을 합니다. 아마 반값 등록금 시위가 20대들에게는 굉장히 큰 계기가 된 것 같 아요. 촛불 시위 그 이상으로 말이죠.

[박형준] 그런데 우리가 여론조사를 읽을 때 조심해야 하는 게 (반값 등록금 시위) 효과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런 거 못지않게 저는 최근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사전투표제도와 같은 그런 제도의 도입이 청년들에게 투표할 기회를 많이 준 거, 이것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요. 그러니까 모든 것들이 이렇게 보완돼서 가는 거지. 그리고 지금은 특히 저는 SNS를 포함해서 옛날에는 예를 들어서 연예기사만 보던 사람들도 지금은 정치 기사도 곁들여 보게 되거든요. 또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정치적 관심을 확대시키는 여러 가지 어떤 사회적 환경 또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겠죠. 어떤 한 사건으로 이렇게 표출되는 건 아닙니다.

[장부승] 사실은 과거 우리나라 20대들이 정치 참여를 잘 안 하고 투표 안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 효능감 그런 것도 있지만 또 하나가 뭐냐 하면 20대를 하나의 집단 정체성으로 묶어낼 만한 효과적인 전략 이슈들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전략이 생겨나고 거기에 대해서 20대 우리 유권자들이 부흥하는 거거든요. 그러 니까 그게 사실은 저렇게 높아진 투표율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유시민] 근자에 들어서 온라인상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거든요, 그게. 청년들이 많이 출입하는 사이트나 게시판 이런 데 보면 예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정치나 정책에 관련된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있고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정당에 참여하거나 이런 것들을 예전처럼 그렇게 이상한 행동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많이 있다고 그러고요. 그런 게 되어야 박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청년 시절부터 정당에 참여를 할 수 있죠. 이번에 비례대표 승계한 더불어민주당 젊은 여성의원(정은혜 의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20살 때 처음으로 자기 동네에 있는 민주당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요?” 그렇게 물어본 게 출발이었다 그래요.

[박형준] 그 연관된 이야기인데.

[유시민] 좋은 것 같아요.

[박형준] 정당이나 정당 외곽 조직들이 하는 정치 아카데미(여야 주요 정당들이 청년 인재 발굴을 위해 운영하는 정치교육 프로그램).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잘 돼요. 그리고 실제로 거기에 참여해서 정치 학습을 하려고 하는 굉장히 광범위한 잠재적 인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이 잘만 그런 청년 인재들을 육성해서 충원할 수 있는 통로만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청년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죠.

[허진모] 어찌 됐건 정치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거죠. 정치가 잘 되려면 정치를 제대로 배우고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잘 되는 것은 굉장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시민]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거 하는 거 아니에요.

[허진모] 그렇죠.

[최원정] 제작의도를 아까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는데요? 허 작가께서.

[박형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제작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어. 정치합시다.

[유시민] 역시 꿈나무예요.

[허진모] 자꾸 그리스 이야기 꺼내서 죄송한데 정치를 기술이라고 했거든요. '테크네'라고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기술이다.

[유시민] 배워서 더 잘하지 못하는 게 뭐 있겠어요.

[허진모] 그렇죠.

[유시민] 도둑질도 배우면 잘 하죠.

[최원정] 잘못 배우면 큰일 날 것들이 많죠.

[허진모] 그러니까 타고난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의 <폴리티카>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도 직업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굉장히 강조된 것이죠. 드골도 그랬습니다. 정치는 기술이고 봉사지, 이용해 먹는 게 아니라고.

[최원정] 이제 정말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됐는데. 우리가 그동안 정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 그리고 정치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들이 오늘 많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까 시민들 이야기처럼 정치하면 지긋지긋해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들도 계신 건가 싶은데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우리가 정치를 제대로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장부승] 내가 말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자기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고 나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느냐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정치를 어떤 공동체의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과 정치를 나의 어떤 개별적인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투쟁의 과정으로 보는 사람이 같이 앉아서 정치에 대해서 아무리 대화를 해도 결론이 안 날 겁니다. 왜냐하면 둘은 같은 정치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른 걸 이야기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프로그램이 대단히 의미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바로 그런 모순된 정치에 대한 인식들을 한번 체로 쳐서 분별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허진모] 요즘 세상에 정치를 안다는 것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절차의 지루함을 이해하는 것. 요즘은 정말 정치는 대화고 타협인데 다 큰 어른을 어떻게 설득 시키겠습니까? 그러니까 한쪽은 분명히 양보를 해야 하고 한쪽은 좀 심하면 신념을 꺾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매일 논쟁이 일어나고 그 시간이 굉장히 긴데 그걸 바라보는 민초들한테는 지루할 수 있다는 거죠.

[최원정] 오늘 프로그램이 지루했다는 뜻에서 하시는 게 아닙니까?

[허진모] 아닙니다. 저는 눈 앞이 지금 하얘서 앞에 누가 앉아 있는지도 잘 안 보여요. 시간이 10분이 흘렀는지 1시간이 흘렀는지.

[최원정] 그 과정에서 지루함도 견딜 수 있는 게 정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허진모] 저는 백성으로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시민] 정치는 이성과 야심, 그리고 이상과 욕망의 결합체예요.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정치인은 그 속성상 권력 투쟁이에요. 그래서 투쟁의 양상으로 드러나는 그런 측면에 대해서 너그럽게 봐주시라는 거예요. 그걸 너그럽게 받아들여주셔야 그 욕망이 중심이 된 권력 투쟁의 아수라장 그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상 사이의 경쟁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정치인은 한편으로 정책 경쟁이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진짜 야수적인 권력 투쟁이거든요. 저는 둘 다를 긍정하자. 어느 하나만 바라서는, 그런 정치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어떨 때는 권력 투쟁만으로 이루어진 정치는 파탄이고요. 그리고 이상끼리의 경쟁으로만 이루어지는 정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둘 다를 보고, 둘 다 껴안고 유권자로서 관심과 참여를 하자. 이렇게 제안 드리고 싶어요.

[박형준] 저는 그걸 정치가 추함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치에는 대단히 추한 면들이 많죠. 그걸 현실로 인정하지만 그러나 정치의 본질, 본령은 사실 내 삶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그 삶을 어떤 식으로 행하고 어떤 식으로 자기 삶이 조건 지어지고 그 삶이 어떤 식으로 나아질 것인가를 1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래서 이 정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게 우선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 정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면 그것을 남의 일로 남겨둘 수 없죠. 내가 참여해야죠. 그리고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리고 가능한 한 우리 공동체의 의사 결정이 각 분야에서 어떤 것이 보다 바람직하고 보다 상대적으로 나은지에 대한 자기 판단을 갖도록 노력을 해야죠. 저는 이것이 정치 학습이라고 보고요. 그러니까 정치를 안다는 건 세상을 안다는 이야기하고 똑같은 일이고 정치를 행한다는 것은 내가 이 공동체와 어떻게 조화롭게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정치는 그렇기 때문에 내 삶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고 또 어떤 면에서는 삶의 상당 부분이 정치적인 삶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원정] 연말에 친구들, 지인들 모임, 회사 모임이 굉장히 많잖아요. 송년회 하느라고. 그런데 술 마시고 식사하면서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슈가 정치 아닌가요?

[유시민] 아니요. 우리 나이 되면 건강.

[최원정] 그러시군요. 그래요.

[장부승] 애들 대학 가는거

[유시민] 우리는 이미 좀 지났고.

[박형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해요.

[최원정] 하잖아요. 정치 이야기.

[박형준] 왜 많이 하냐면 나라에 대한 걱정들이 많기 때문에 그래요.

[유시민] 우리 친구들은 안 하던데, 그냥 골프 이야기하고 건강 이야기 하고.

[최원정] 그건 이사장님 때문에 안하시는거 아니에요?

[허진모] 이사장님이 막는 거 아니에요?

[유시민] 아니에요.

[박형준] 나라에 대한 걱정이 나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거든.

[최원정] 정치의 소재들이 약간 뒷담화, 누구에 대한 비난, 비판 이런 게 좀 주를 이루는데 연말에 이런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좀 이렇게 품위 있는 이야기들 나누시면 어떨까.

[유시민] 알겠다. 우리 박형준 교수님이 자주 만나시는 분들은 나라 걱정을 많이 하시는구나. 제가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은 주로 건강 걱정을 하죠.

[최원정]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변화는 내가 내딛는 한 걸음,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을 하더라는 그 시민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오늘 이 시간 마무리 하겠습니다. 1부, 지식다방 코너는 여기서 인사를 드리고요.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은 어디 멀리 가지 마시고요. 2부 민심포차에서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치합시다] 지식다방 ep.2 : 우리가 정치를 해야하는 이유
    • 입력 2019.12.27 (22:01)
    • 수정 2020.02.28 (15:37)
    정치합시다
[정치합시다] 지식다방 ep.2 : 우리가 정치를 해야하는 이유
[최원정]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 정치합시다. 지난달에 이어서 다시 인사드립니다. 지난달 22일에는요. 우리 유시민 이사장님과 홍준표 대표님을 모시고 <정치합시다> 특집 편을 방송을 해드렸는데 ‘대한민국 정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광장정치 또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 총선 전망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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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2019.11.22 <정치합시다> 1회 하이라이트

[유시민] 지역구는 어떻게 됩니까?

[홍준표] 난 그런거 신경 안써요.

[유시민] 신경 안쓰면 어떡해요?


[유시민] 정치는 두 종류가 있죠. 하나는 직업으로 하는 정치가 있고 또 하나는 생활로 하는 정치가 있고.

[홍준표] 시작부터 요설로 시작하네.

[최원정] 요설 또 나오나요.

[유시민] 저보고 툭하면 요설한다고 하시는데요. 사실 제가 인품이 좋아서 참고 있는거지.

[유시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못지 않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시민들이,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지는게 정치구나.

[홍준표] 보수는 분열, 속칭 진보는 부패

[유시민] 뭐 부패했어요?

[홍준표] 부패했지

[유시민] 뭐 부패해요.

[홍준표] 문재인 정권이 잘하는 게 딱 한가지 있다고. 쇼!

[유시민] 진지 안하시다니까

[최원정] 2020년 내년에 치러질 선거

[유시민] 우선 구도는 지금 현 야권이 좀 불리한 것 같아요. 인물도 지금 야권이 좀 불리해요.

[홍준표] 우파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안되더라도 나는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서 통합해버릴 수도 있다.


[최원정] 국회 보시니까 좀 떠나오신 지 되셨잖아요. 어떤 느낌이 드세요?

[홍준표] 지금은 더 경직이 됐어요.

[유시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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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그런데 혹시 저희는 나름 잘 됐다,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이렇게 평가를 하고 있는데, 나름. 다른 분들은 방송 보셨는지요.

[장부승] 방송 봤는데 홍준표 대표를 너무 띄워주는 것 같아서요.

[허진모] 그렇죠, 편파였죠.

[장부승] 홍준표 대표로서는 좋아하실만한데 보니까 오히려 (출연) 안 하시겠다고 해서 저는 그 이야기 듣고 놀랐습니다.

[최원정] 아니 방송 나가고 나서 홍 대표님의 팬층이 두터워졌어요.

[장부승] 그러니까 왜 굴러 들어온 호박을 본인이 차셨는지 모르겠어요.

[최원정] 마음이 바뀌시면 돌아오세요.

[유시민] 안 돼, 안 돼.

[최원정] 안 돼 안 돼. 한 번 떠난 사람은 잡지 않는 걸로. (허진모에게) 혹시 보셨어요?

[허진모] 봤습니다. 저는 보면서 두 분 참 정치 잘하신다. 정치라는 게 대화와 타협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한 분은 웃으시면서 막말하시고. 한 분은 웃으시면서 카운터 날리시고. 두 분이서 웃으시면서 난타전을 하시더라고요. 정치 참 잘하신다. 많이 느꼈습니다.

[최원정] (박형준에게) 보셨어요?

[박형준] 저도 봤는데 참 요즘 융합의 시대라지만 아주 묘한 그런 위치를 갖는 프로그램이더라고요. 그러니까 토론도 아니고 예능도 아닌 것이 시사도 아니고 아주 애매한 그 속에서 두 분이 호흡이 정말 잘 맞아서. 제가 보기에는 극과 극이 통한다는 게 이런 경우를 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최원정] 지금 칭찬이신 거죠? 정체를 모르겠다. 이게 아니라.

[박형준] 저도 융합의 전략으로.
[유시민] 디스죠. 왜냐면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 속에 우리 박 교수님이 평소에 저에 대해서 가지고 계실지도 모를 라이벌 의식이랄까 이것들이 살짝 표출된 거죠.

[박형준] 이념적으로 극과 극이라는 게 아니고 캐릭터가, 캐릭터가 상당히 다르잖아요. 두 분이.

[최원정] 그런데 두 분은 원래 같이 방송을 많이 하셨잖아요. 그런데 궁합이라든지 이런 건 어떠신지.

[박형준] 저는 바깥에서 듣기에는 궁합이 좋다고 들었는데 본인은 그렇게 안 생각하실지 모르죠.

[최원정] 이사장님은.

[유시민] 그렇게 생각하려고 그랬는데 그만두고 나서 다른 방송에 나오셔서 유시민 내가 보기에는 정치를 할 것 같더라. 이런 식의 아주 고단위 디스를 하셔서.

[최원정] 고단위 디스.

[유시민] 제가 좀 삐졌어요.

[박형준] 오늘 주제가 정치합시다인데, 정치 하셔야죠.

[최원정] 그 이야기 제일 예민하게 받아들이시는데.

[박형준] 그런데 저는 정치는 굉장히 좋은 의미로 씁니다. 정치를 하셔야 될 분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원정] 앞으로 정치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나누는 <지식다방>, 그리고 여론조사를 토대로 지역의 민심을 분석하는 <민심포차> 이렇게 두 가지의 코너로 저희가 매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지식다방에서는요. 유시민 이사장님, 박형준 교수님 그리고 허진모 작가님, 장부승 교수님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 볼 텐데요. 정치가 무엇이고 또 정치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최원정] 정치란 무엇일까요? 라고 막연하게 이렇게 던지면 다들 대답을 안 하실 테니까. 다들 정치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장부승] 지금 이 프로그램 제목이 <정치합시다>인데 이게 동사잖아요. 보통 ‘정치합시다’, ‘정치하자’의 동사라는 잘 안 써요. 정치라는 말은 명사로 주로 쓰죠. 우리 정치가 어떻다, 정치가 이렇게 돼야 한다, 정치가 이렇다 저렇다라는 식으로 쓰니까. 그게 왜냐하면 정치는 항상 우리한테 대상이거든요. 저기 멀리 있는 거지, 내가 직접 하는 정치, 우리가 정치 안에서 뭘 한다, 내가 정치하는, 나의 능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거기에 대해서 말하고 비판하고 뭔가를 원하는 대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박형준] 굉장히 고상하게 말씀하시는데 사실 정치, 이렇게 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인상은 사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죠.

[최원정] 맞습니다.

[박형준] 국민들이 보통 우리가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한 4점이 돼요. 그런데 덴마크 같은 경우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한 7점 됩니다. 우리나라가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게 아닌데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2.3점. 그러니까 처음 보는 사람보다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더 낮아요.

[최원정] 절반이네요.

[박형준] 정치하는 사람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권모술수(權謀術數;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온갖 술책), 그다음에 자기 권력을 잡기 위해서 굉장히 음흉한 간계를 꾸미는 사람, 그다음에 보통 상식에 안 맞는 얘기 하는 사람, 막말하는 사람.

[최원정] 정치하시는 두 분이.

[박형준] 이런 이미지로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오히려 뇌에 먼저 축적이 되어 있죠.

[유시민]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하면 딱 두 가지가 떠올라요. 첫 번째는 선거요.

[최원정] 선거.

[유시민] 선거. 두 번째는 집회. 선거는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장 두드러지게 하는 활동이고요. 집회는 정치를 직업으로 하지 않는 시민들이 자신의 의지와 소망을 국가에 반영하고 싶을 때 하는 거거든요. 두 개가 제일 저한테는 먼저 떠오르고.

[허진모] 사실 정치는 보이지 않는 개념이잖아요. 뭘로 실감하느냐에 달렸는데 아마 일반 백성들은 정치인을 보면서 정치를 실감하지 않나,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하면 변신이 떠올랐어요.

[최원정] 변신의 귀재들이다. 정치인은. 그런 의미인가요?

[허진모] 네, 변신, 그렇죠. 굽신굽신하다가 갑자기 목이 뻣뻣해지는 거죠. 그 유인원에서 이렇게 호모.

[유시민] 사피엔스.

[허진모] 사피엔스로 가는 모습이 이게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다 조류로 변하기도 하죠, 철새로. 귓속에는 새타령이 막 떠오르기도 하고 굉장히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최원정] 작정을 하고 나오셨네요.

[박형준] 앞으로 신인 유망주가.

[유시민] 유망주가 떴어요 오늘.

[장부승] 물불을 가리지 않는 토크

[허진모] 그런데 저는 요즘 시대에만 사실 이 민초들이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은 한 2,000여 년 전에도 그런 기록이 있어요. <리비우스 로마사>에 보면 정치인들이 유세를 할 때는 너무 굽신굽신 정말 최고의 권력자들이 평민한테 그렇게 겸손하고 그렇게 정말 입에 단 소리를 하는데 당선이 딱 되고 나면 싹 바꾼 모습이 나와요.

[최원정] 변신.

[허진모] 그러니까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똑같나?

[유시민] 변신이라는 표현도 그런 소설도 있죠.

[최원정] 카프카의 <변신>.

[유시민] 거기는 인간이 갑자기 벌레가 된 거죠 갑자기. 저는 실제 정치를 한 10년 정도 해봤는데 제가 해보고 내린 결론은 그거였어요. 직업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때로 짐승이 되는 수모를 감수하는 일이에요. 때로 자기 자신이 짐승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이걸 견뎌야 정치를 해요. 그런데 왜 짐승이 되는 수모를 감수하느냐 하면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고 싶어서 감수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정치의 일상은 정치인의 일상은 너무 비루해요. 때로는 자기의 하루가 수치스럽다는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도 원래 거기 뛰어들었던 성인의 고귀함이라고 표현하는 그 목표,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그걸 견뎌나가는 거거든요.

[최원정] 많은 시민들이 정치인을 통해서 정치의 모습을 볼 텐데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도대체 정치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그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의 개방대학에서 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인터뷰를 했는데요. 정치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느냐,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 당신은 정치에 관여를 하고 있냐.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대부분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하면서 정치를 중요하다고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정치에 관여하기가 싫다라는 굉장히 모순적인 대답을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정치합시다> 제작진이 같은 질문으로 거리에 나가서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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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정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Q. ‘정치’ 무엇이 떠오르나요?
[천명석/경기도 부천시] 전에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경우도 많고 국민들과 했던 약속들에 대해서 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춘월/서울 중랑구] 시민들도 서로 생각이 너무 다르고 보는 관점이 너무 달라서

[김명란/광주광역시] 결론도 나지 않는데 서로들 자기 말이 옳다고 하니까

[맹경남/경기도 남양주시] 국민을 위해서 법안 통과 해야하는데 법안 통과를 안 하고 그냥 싸우기만 하는 정치로밖에 생각이 안 들어요.

[신선자/경기도 고양시] 서로의 밥그릇 싸움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까워요.

[이응자/서울 강남구]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 것 같아요 정치가.

[최희진/서울 영등포구]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Q. ‘정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장경희/서울 관악구] 정치를 잘해야 우리나라 사람들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요.

[이병민/경기도 고양시] 삶의 전반적으로 개입을 할 수밖에 없고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을 해요.

[이은비/경기도 고양시] 저희를 대표한 사람들이 나랏일을 정하시는 거잖아요. 그런 게 올바르게 이뤄져야 저희 세대도 잘 따라갈 수 있고

[한종수/경기도 남양주시] 가장이 잘못하면 가정도 거덜 나듯이 살림을 잘해야 되는데 못하면 다 망가지는 거죠.


Q. ‘정치’하나요?
[박춘원/서울 종로구] 아니요. 나는 그런 건 관심도 없고요.

[장경희] 관여는 안 하고 뉴스는 보죠.

[박정숙/서울 성북구] 이 나이에 무슨 정치를 참여하겠어요.

[한종수] 없죠. 당을 들어간 것도 없고. 겉으로 외향적으로는 표현하는 방법은 없어요.

[신선자] 정치에 관여하는 일은 없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동춘월] 우리가 투표할 때에는 정치에 관여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외의 것은 투표할 때 한 번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

[천명석] 선거로서도 관여를 많이 하고 있고 신문으로도 정치를 많이 보고 있어요, 관심을 가지고. 그래서 그 관심이 아무래도 관여가 아닐까.

[강정화/경기도 용인시] 촛불 혁명 때 아이들이랑 같이 가고

[이응자] 어떤 때 가끔 정치 관련 뉴스 보면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있어요. 광화문에 나가볼까 하는 마음 가진 적 있어요.

[김명란] 청원하는 것 정도. 이번에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민식이법이나 아이들 관련으로.


Q. ‘정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한종수] 지금 저한테 피부로 와닿는 건 없어요. 공수처든 뭐든 정치인들의 법이지 우리하고는 동떨어진 거죠. 그런데 하나하나를 따지게 되면 모든 게 다 연관이 돼 있으니까

[천명석] 전반적으로 많이 끼치는 것 같아요. 정치에 따라서 법이 바뀌기도 하니까 법에 따라서 우리가 생활하는 전반적인 게 다 바뀌니까요.

[동춘월] 의료 문제와 교육 문제가 지금 우리 실제 생활에서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김명란] 저희 같은 경우는 학교에 입학해야 되니까 학교 교육법 정도?

[신선자] 가장 큰 거는 일단 월급쟁이로서 임금 문제고요.

[이은비] 제일 와닿는 거는 최저임금. 아니면 앞으로의 청년 정책 같은 그런 정책들이 저희가 앞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어떤 식으로 정책이 관여하냐에 따라서 저희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게 있잖아요.

[강정화] 소방 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것들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정말 정치가 제 삶이랑 굉장히 연관이 많이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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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그런데 재밌지 않아요? 정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정치는 싫어요 기본적으로 마음속으로는. 정치에 관여는 안 하는데 내 삶에는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통적인 대답이었어요.

[박형준] 지금 영국이나 한국의 국민들이 얘기하는 걸 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어요. 하나는 이분들이 정치를 다 정치인을 통해서 이해한다는 걸 알 수 있고 또 하나는 그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부정적인데 정치는 중요한데 하고 그리고 자신은 정치를 안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이 점이 저는 굉장히 재미있는 점이라고 보는데.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나는 정치를 별로 안 하고 있어, 정치에 별로 관여를 안 하고 있어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정치는 정치인들만이 하는 것은 아니죠.

[유시민] 영국도 의회 민주주의 또는 대의 민주주의(국민이 개별 정책에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뽑아 대신 처리하도록 하는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나라고 우리 한국도 대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나라고. 어느 나라가서 물어봐도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모든 사회 집단의 신뢰도 중에서 맨 하위에 있어요, 다.

[최원정] 보셨다시피.

[유시민] 모르는 사람보다 정치인을 더 안 믿는 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에요. 인류 역사, 국가 발생 이후에 국가가 발생한 1만 년 전으로 보면 9,800년 동안 완력이나 돈 많은 자가 국가를 운영했어요. 겨우 200년 전부터 지금 우리가 사는 이런 국가 시스템이 프랑스에서부터 시작이 돼서 퍼져서 지금 21세기 들어와서 넓어져서 우리도 여기 왔어요.

[최원정] 우리는 100년도 채 안 됐고.

[유시민] 우리가 100년이 뭐에요. 우리는 70년 정도밖에 안 됐죠. 그것도 제대로 한 게 아니고 제대로 하기 시작한 건 30년밖에 안 됐어요. 그러니까 300년 한 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저렇게 욕먹는데 30년밖에 안 해본 우리가 욕 먹는 건 너무 당연한 거다. 그렇게 일단 저는 받아들이고.

[박형준] 저는 개인적으로는 정치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이야기를 다시 하면 1만 년 전에 우리가 (국가가 수립) 돼 있다고 했잖아요.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이스라엘의 역사학 교수이자 저자)가 얘기한 거긴 하지만 침팬지 10마리하고 사람 10명이 싸우면 항상 침팬지가 이겨요. 그런데 사람 1000명과 침팬지 1000마리가 붙으면 사람이 이긴다.

[최원정] 사람이 이긴다.

[박형준] 이게 유명한 이야기인데 그 이유는 인간은 협력의 질서를 만들면서 사는 거거든요. 1만 년에 인간의 국가 또는 부족 공동체가 2,000개 있다고 하는데 지금 전 세계 국가라고 하는 게 UN에 등록된 게 220개지만 실제로 국가다운 국가, 많은 사람이 사는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몇 십개밖에 안 되잖아요. 그리고 협력의 질서는 굉장히 넓어졌죠. 그러니까 그 안에 수많은 갈등과 전쟁을 겪었지만 인류 역사는 그런 협력의 질서를 강화하는 쪽으로 왔고 이 협력의 질서를 만들어온 만들어 온 게 사실은 정치입니다. 그리고 정치라는 건 갖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민주주의를 하면 할수록 서로가 이해관계가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데 그 다양한 생각들을 힘을 가진 군주나 과두(寡頭)의 몇몇 사람들이 전제(專制)-나 독재를 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모아서 그거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하나로 모으는 것. 만약에 그렇게 모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위대한 일은 없다, 이 생각이 들고요. 그런 위대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국민들이 원하는 거죠. 그런데 현실 정치가 그런 수준에는 다 못 미치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높고 현실에서 보는 건 그와는 다른 면모를 보이니까 실망을 하게 되고 그게 분노로.

[최원정] 자연스러운 현상이네요. 만약 저런 인터뷰에서 모두가 “우리 정치는 훌륭합니다,” “저는 정치를 너무 좋아합니다”. 이건 그런 대답이 나왔다면 100% 조작인 거죠.

[유시민] 나올 수가 없죠.

[장부승] 그러면 전체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거죠.

[최원정] 그렇죠, 전체주의 국가.

[허진모] 사실 민중의 행태도 역사적으로 보면 되게 웃긴 면도 있습니다.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민중한테 저렇게 “정치에 참여해 주세요,”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 얼마 안 됐지 않습니까? 말씀하셨듯이. 기껏 해야 200년. 그것도 일부 나라에서만 200년이죠. 그렇게 피를 흘리면서 정치 참여하지 말라고 할 때는 싸우고 피흘리고 난리 쳐놓고는 하라고 하니까 안 해요.

[최원정] 안 한다고 뭐라 그래요, 자꾸.

[허진모] 그런데 영국, 프랑스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이 먼저 왕 목 자르고 별 짓 다 해놓고는 (정치에) 관심이 없대요. 그런데 이게 2,000년 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000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테네 정치사>를 보면 아테네 직접 민주정치가 굉장히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아테네 정치사>에는 귀찮아서 굉장히 (민회에) 안 나가고 하려는 것도 있거든요.

[유시민] 그래서 일당 줬어요.

[허진모] 그래서 페리클레스(Pericles, 아테네 민주정을 확립한 정치가)가 돈도 주고 별 짓 다 한 거예요. 그래서 지금이나 그때나 똑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까 (인터뷰 영상에) 나오셨던 분들이 저는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왜냐? 저렇게 좀 적당한 관심을 갖고 생활에 종사하려고 대의 민주주의 하는 거거든요.

[유시민] 그렇지.

[박형준] 그렇습니다.

[허진모] 직업 정치인 보고 좀 더 잘 하라고 하는 겁니다. BC 2세기에 그리스 사람이었다가 로마로 잡혀간 학자가 있었어요. 폴리비오스(Polybios, 그리스의 정치가)란 사람이 있는데 이 양반이 보니까 같은 시기에 BC 508년, 510년 쯤에 로마랑 그리스가 같이 민주정을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로마는 잘 되고 그리스는 로마에 잡아먹혔어요. 이게 원인이 뭔가 봤더니. 직접 민주주의 너무 하겠다고 덤벼들면 중우정치(衆愚政治: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 엉망이 돼 버리고 로마처럼 적당하게 대의 민주주의를 하니 이게 잘 되니 나라가 성하는구나. 그래서 그 사람(폴리비오스)이 이렇게 얘기를 해요. “민중은 선출하고 엘리트는 결정한다.” 이거 완벽하다.

[유시민]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이렇게 보면 저도 동의해요. 적당한 정도의 관심, 유권자들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적당한 정도의 관심과 그 다음에 정확하고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려는 노력과 그에 입각해서 자기의 이해 관계와 자기가 지니고 있는 도덕 관념에 비추어서 좀 더 좋은 결정을 하려는 적극적인 자세. 이런 정도가 시민들에게는 필요한데.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가 그런 상황에 있냐? 그러면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보고요. 정치인들에게만 책임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누가 뽑았어요? 다 시민들이 뽑은거잖아요. 이런 얘기를 정치 할 때는 진짜 못했는데.

[최원정] 이제 자신 있게.

[유시민] 이제 자신 있게 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중에 제가 참 이건 옳은 말이라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시민들 각자가 더 현명할수록, 그리고 그 더 현명한 시민들이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수록 국가는 훌륭해진다.” 그 말이 저는 정말 좋아요.

[최원정]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정치의 어원, 기원을 이야기해볼까 하는데요. 허 작가님. 정치라는 단어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가요?

[허진모] 동양에서 정치는 ‘정(政)’과 ‘치(治)’가 합쳐진 단어죠. ‘정’ 자는 이미 갑골문자에서 발견이 됩니다. 은나라 시대죠.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500에서 3,200년 정도로 보는데 ‘바를 정(正 )’ 자에 몽둥이를 든 모습이에요 ‘칠 복(攵)’자가. 그러니까 힘으로써라도 바르게 하는 게 그 당시의 정치였던 거죠. 그러니까 ‘다스리다’가 맞는 거죠. 그리고 ‘치’ 자는 좀 늦게 만들어집니다. 주나라의 금문에서 발견이 되는데 물이 있으니까 물을 다스리는 거죠. 아주 좋게 해석을 하면 백성의 복지에 신경을 썼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두 단어가 만나서 처음 문헌 상 나타나는 것은 <서경>입니다. 사서삼경의 서경(書經: 중국 은·주나라의 역사서), 거기에 “도흡정치(道洽政治) 택윤생민(澤潤生民)” 도에 흡족한 다스림이 있으면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최원정] 정치의 기원, 어원부터 시작해서 많은 형태의 인류사의 정치 형태들을 쭉 얘기해오셨는데 어찌보면 마무리 질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큰 흐름을 봤을 때 우리 정치는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허진모] 저는 정치의 진화를 어떻게 생각하냐면 권력이 어떤 주체로 갔느냐를 방향을 갖고 저는 정치 체제 진화, 정치의 진화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크게 봤을 때 권력의 두 국면을 맞아요. 전반부는 왕에게로 권력을 모아주는 과정이고 후반부는 왕으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반부는 우리나라 역사를 여기에 대입을 하자면, 전반부는 전반부로서 완성된 것이 고대 왕국이고 후반부로서 완성된 것이 근대 민주 국가죠. 그런데 국가나 문자가 이 후반부에 다 만들어져요. 그러니까 절대자가 생기고 난 뒤에 국가 체제가 만들어지고 특히 또 문자는 훨씬 더 뒤에 만들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역사로 남아 있는 거 있죠? 우리가 보는 <사기>, <춘추> 그 앞에 <서경>, 서양의 <히스토리아>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라든가 아니면 <일리아드 오디세이>, <그리스 신화> 같은 것만 봐도 왕정이 그냥 상식이에요. 왕은 그냥 존재해 있습니다. 상수값이고 디폴트(default) 값이에요. 그러다 보니 역사에 남아 있는 정치의 진화는 왕으로부터 권력을 회수해서 민중한테 전해주는 것이 정치의 진화인 겁니다. 역사가 말하는.

[유시민] 그럴듯하다.

[최원정] 이사장님 지금 인정하고 계세요. 허 작가님 말씀에.

[유시민] 그럴듯해요. 왜냐하면 처음에 국가가 없었잖아요. 조그만 공동체들이 생겨났다가 그게 거대한 제국으로 통합돼가요. 그런데 그 거대한 제국의 권력은 1인과 혹은 소수 집단에만 집중이 됐다가 지난 몇 백년 동안에 이 권한이 분산되고 권력자도 다수의 대중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렇게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과정으로. 이렇게 참신한 시각인데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우선 그 진단에 동의해요. 허 작가가 왜 민주주의가 대세가 되었느냐?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가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대세가 된 거예요. 나치 독일과 천황제 일본 군국주의(軍國主義: 군사력에 의한 대외적 발전을 국가의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여 사회 구조나 국민의 생활 양식을 전면적으로 군사력 강화에 종속시키는 체제나 입장)가 전쟁에서 이겼으면 온 세계가 다 지금 천황제 시대예요.

[허진모]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체제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았을 거예요 아마.

[유시민] 그러면 우리는 앉아서 왜 천황제는, 군국주의는 인류 문명의 대세가 되었는가? 이런 거 토론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정치체제 사이의 경쟁은 어떤 정치 체제를 가진 나라, 공동체가 다른 정치체제를 가진 공동체를 힘으로 눌렀느냐. 그걸로 결정났고요. 그러면 제 질문은 이거예요, 원래. 그럼 왜 2차 대전의 승리를 거둔 이 나라들은 왜 하필이면 대부분이 거의 다가 이런 정치 제도(민주주의)를 갖고 있었을까? 이런 정치 제도가 그 나라가 전쟁에서 전체주의(全體主義: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극단적으로 집단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정치 사상 또는 체제) 국가를 상대로 해서 이기게 만드는 어떤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경쟁력의 원천은 뭐냐? 그걸 잘 보자는 거예요. 만약 우리 민주주의, 우리 정치가 그런 것이 살아 있다면 저는 우리 정치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고 봐요. 저는 살아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막 정치를 비판하는 분들을 보면 그게 다 죽고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고요. 그러니까 시민들은 이 정치에 대해서 불만을 더 높게 가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지금. 저는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한국 정치는 잘하고 있다.

[박형준] 아주 지금 좋은 토론 지점이 생겼는데 저는 한국 정치 진화하고 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진화라고 하는 것은 그 진화 속에서 불순물이나 또는 경쟁이나 적대나 이런 것들이 없는 게 아니고 그 속에서 그걸 겪으면서 진화하는 거예요. 그리고 우리 한국 정치의 진화가 보편적 문명사적인 경로와 함께 가고 있느냐 안 가고 있느냐에서도 저는 함께 가고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21세기 이 시점에서 무엇이 보편적인 정치체제의 진화의 길이냐라고 했을 때 저는 그것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공익의 실현을 위해 입법·사법·행정부 간 균형과 견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치 철학)라고 하는 이 세 가지 기본 축을 갖는 정치이념이 어떤 형태로든 체제는 다양할 수 있지만 그 세 가지의 정신을 잃지 않는 정치 체제로 진화해갈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최원정] 그런데 촛불이 나오기 직전에 우리 정치의 모습은 민주주의의 퇴보가 아닌가 해서 근심을 가지고 나왔던 사람들이잖아요. 그 이전에 모습은 민주주의가 진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박형준] 지금 87년 이후만 이야기하는데요. 대한민국의 헌정 체제나 정치 질서는 1948년부터 생긴겁니다. 그리고 48년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이식한 것이고 그러나 그 기초가 없었으면 64년 체제도 87년 체제도 없었습니다. 민주주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경제 발전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민주주의만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국민 삶이 안 좋아지고 번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민주주의도 결국은 퇴락하거든요. 그러니까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함께 이룬 거의 유일한 나라가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 중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역사 자체가 사실 놀라운 거고요. 그러나 한국 정치를 제가 지금 볼 때 굉장히 우려하는 것은 그래서 결국 리더십의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 중 제일 큰 위협이 자기 지지층에 아부하는 정치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렇게 하죠. 표를 얻기 위해서. 그런데 그것을 뛰어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진화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그 틀에서 조금도 못 벗어나고 있는 것. 그것이 자꾸 민주주의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하고 또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게 제대로 되겠느냐라는 생각을 품게 되는 원인이 되는 거죠.

[유시민] 어느 대통령이 “내가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내 지지층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누가 말을 해요? 누구나 다 그것이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철학에 맞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그러니까 저는 정치인들의 진의(眞意)를 그렇게 함부로 의심하지 말자는 거예요. 대통령이 나와서 특정 정파의 대표로서 후보로 출마해서 그 성향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이 됐어요. 그러면 그 이야기는 무슨 뜻이냐 하면 국가의 발전 방향에 관한 그 후보자의 소신과 유권자들의 다수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 거예요. 그 대통령은 이렇게 가는 것이 내가 후보 시절부터 쭉 해왔던 정책적 방향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이걸 지켜나가면서 이걸 보완하겠습니다. 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이제 그것이 지지층을 바라보는 정치라고 누가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그 반대진영에서, 그리고 그 대통령을 싫어하는 언론인들이, 지식인들이 그런 식으로 공격하는 거예요. 이 담론이, 지지자는 지지층만 봐서는 안된다는 이 논리를 가지고 대통령에게 다 그런 식으로 공격해왔어요.

[박형준] 그런데 역사적으로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고 하는 정치를 한 리더 가운데 훌륭한 리더로 평가를 받는 사람이 얼마나 있어요? 거의 없어요.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다 지지층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통합하려고 노력한 지도자들이 그게 링컨이 됐던 루즈벨트가 됐던 그 뒤에 트루먼이 됐던 미국 역사만 보더라도 그런 것이고요. 그러니까 지지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해서 지지층에 너무 지나치게 구속되는 거 이것은 사실은 국민의 대표들이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가장 피해야 할 문제예요.

[최원정]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 정치합시다> 함께하고 계십니다. 이 프로그램의 의도는 사실 우리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서 “정치가 내 삶을 바꿔?”하는 어떤 그런 신념을 갖게 해드리고자 좀 도움이 되고자 하는 시간인데 이렇게 정치가 어렵네, 정치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어. 하면 정치적인 요즘 효능감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정치효능감(정치 참여가 효과가 있다는 느낌이나 그로부터 얻는 만족감)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치 효능감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이게 학문적으로 나온 단어인가요?

[장부승] 보통 외적 효능감, 내적 효능감 나눠서 설명하는 경우가 있어요. 여러 가지 정의하는 방법이 있지만. 내가 내 스스로 생각 해봤을 때 나의 교육 수준이라든가 나의 어떤 능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어떤 정치에 내가 생각하는 정치에 대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내적인 효능감이 있는 것이고. 반대로 외적 효능감은 뭐냐 하면 정치인들을 바라보거나 정당, 정치, 정치 기구들을 봤을 때 저 사람들은 내가 뭐라고 이야기하면 좀 반응을 보인다, 들어준다라는 느낌을 내가 가지고 있으면 내가 외적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고.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 줘도 저 사람들은 나한테 신경도 안 써 이런 생각을 하면 외적효능감을 못 느끼고 있는 거예요. 그 두 개를 합쳐서 우리가 정치적 효능감이라고 합니다.

[유시민] 그런 경우가 사실 합리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아요.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슈팅 했는데 빗나갔다 그러면 “야, 그거밖에 못하냐? 내가 차도 그거만큼은 차겠다” 이런 식의 내적 효능감이 있을 수도 있어요. 내적 효능감 지표가 꼭 객관적 사실을 나타내는 건 아니에요.

[장부승] 효능감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심리학에서 개발된 개념이에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허진모] 내가 토론해도 이만큼은 하겠다.

[유시민] 우리 보면서 KBS <정치합시다> 뭐냐? 내가 나가서 해도 저거보다는 잘 하겠다. 이거는 내적 토론 효능감이 높은거죠.

[장부승] 내가 웬만한 정치인 못지않게 정책 결정에 참여할 만한 능력이 있고 내가 시민으로서 발언을 하면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정치효능감이 높은 사회인 거죠.

[최원정] 최근 국내에 있는 정치 연구소가 10년간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생각보다 정치 효능감이 최근 들어 급증을 했다는 결과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이제 권위적인 정부 이후에 요즘에는 국민 청원도 하고 광장 정치도 하고 이런 영향이 있는 것 같은데 (정치효능감이) 올라갔다는 것에 다들 동의하시는지요?

[박형준] 그 시민적 덕성 가운데 제일 중요한 덕목이 참여입니다 사실은. 참여를 통해서만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또 정치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또 자신의 의견을 어떤 식으로 전달할 건가도 분명해지잖아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보면 이런 소통 기술이 워낙 발전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참여의 기회나 참여의 공간이 굉장히 확대되어 있는 편이고 또 우리 사회 민주주의 그 발전 수준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저는 광장의 정치도 하나의 참여의 수단이라고 생각을 하고 다양한 형태의 어떤 참여의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지금은 사적인 SNS 상에서도 정치적 의견 교환이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정치효능감이 전반적으로 저는 확산될 거라고 봅니다.

[최원정] 정치 효능감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면요. 최고치를 기록한 2016년의 조사 결과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6월에 29%였던 정치 효능감이 12월에 가서 53%로 치솟았습니다. 그러니까 조사가 시작 된 2011년 이래 최고치를 보인 거죠. 그런데 반대로 2014년 10월에 16%대로 최저를 기록했어요. 이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장부승]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좌절감이라든가 절망감, 실제 정책이라든가 국가가 운영되는 방식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이런 비참한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그 느낌. 그런 것들이 정치 효능감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장부승]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좌절감이라든가 절망감, 실제 정책이라든가 국가가 운영되는 방식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이런 비참한 현실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구나 하는 그 느낌. 그런 것들이 정치 효능감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유시민] 사실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있었던 대통령 탄핵 사태가 매우 흥미로운 사건인데요. 되게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어떤 면에서 재미있었냐 하면 시민들이 광장으로 몰려 나와서 구호를 외치는데 기존의 제도를 파괴하거나 또는 제도 자체의 변경을 요구하는 그런 시위가 아니었고요. 진짜 법대로 하라는 거였어요. 헌법에 대통령 탄핵권이 있었기 때문에 국회 앞에 몰려와서 탄핵을 하라고 요구를 했어요. 그리고 국회의원들이 집회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 기관에서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까 8대2 정도의 비율로 탄핵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국회의원들이 그 요구를 받아들인 거죠. 그래서 국회가 가지고 있는 헌법상의 탄핵권을 행사를 한 거고요. 그러니까 시민들 입장에서 보게 되면 탄핵 저지선을 당시 집권당이 가지고 있었는데도 시민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자신들의 결집된 의사를 표현하니까 국회가 움직여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이게 굉장히 큰 경험인 거예요 말하자면. 우리 손으로 뽑았던 대통령인데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서 물러나게 하고 이 절차를 스스로 했다는 그런 성취감? 이런 것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사, 이런 것들을 확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올려놓은 원인을 심리적으로 설명할 때 정치 효능감이 커졌다 이렇게 보는 거죠.

[최원정] 정치 효능감은 2016년에서 2017년 촛불집회 참여자와 비참여자 사이에 확연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박형준] 비슷한 맥락에서 저 그래프를 보면 2019년 9월에 높게 나타나잖아요.

[최원정] 이건 그야말로 조국 사태 때문에.

[박형준] 그리고 10월에 가면 더 높게 나타났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조국 장관이 물러났잖아요. 저 때가 조국 사태 한 가운데 있었고 그러니까 이제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사가 집중되고 거기에 대해서 국민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사를 표현하고 그 표현된 의사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에 반영이 된다고 했을 때는 효능감이 전체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죠.

[유시민] 그러니까 되게 재미있는 게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했던 쪽에서는 드디어 사퇴시켰다, 역시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고 온라인에서 막 의지 표출을 하니까 결국 못 버티고 물러나는구나. 이런 성취감이 있을 수 있고요. 박 교수님 말씀처럼 좀 지금 더 올라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추미애 장관을 대통령이 지금 지명을 했는데 아직 임명장을 준 건 아니지만 임명장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죠. 그렇지만 조국 사퇴를 반대했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계속 언론 보도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조국 씨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래도 물러나면 안 된다는 의견을 40% 선을 지키면서 계속 여론전을 했는데 집회도 하고. 그러니까 어찌 보면 더 센 사람을 이제 임명한 건 결국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대 한 우리의 요구를 대통령이 받아들인 거 아니냐. 이런 류의 정반대 되는 효능감을 또 가졌을 수도 있어요.

[장부승] 이 통계를 볼 때 중요한 게 뭐냐 하면 정치 효능감이 높은 것이 꼭 절대선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 정치 효능감의 질, 어떠한 퀄리티 를 가지고 있는 정치 효능감인지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 통계조사 결과를 봤을 때 정치 효능감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가 대규모 시위 집회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거든요. 그러면 이게 뭐냐 하면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정치 효능감의 경로가 시위 집회란 이야기예요.

[장부승] 이 통계를 볼 때 중요한 게 뭐냐 하면 정치 효능감이 높은 것이 꼭 절대선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그 정치 효능감의 질, 어떠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정치 효능감인지가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리 통계조사 결과를 봤을 때 정치 효능감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시기가 대규모 시위· 집회의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하거든요. 그러면 이게 뭐냐 하면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정치 효능감의 경로가 시위·집회란 이야기예요. 안정적인 정치제도,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상당히 취약한 겁니다.

[최원정] 실제로 나와 내 주변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 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저희 제작진이 만나봤습니다. 영상으로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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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R) 나에게 '정치참여'란?

[김민진 / 故 윤창호 군 친구] 저도 원래는 정치라고 하면 모든 걸 갖춘 사람들끼리의 모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서는 그 대단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게 국민이고 그래서 더 국민이 움직여야 하는게 정치구나. 국민이 움직여야 국회가 움직이는구나 라는 걸 좀 체감했던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윤창호 법 이전의 국회는 저한테는 문제의 온상의 느낌이었지만, 윤창호법 이후에는 그 국회라는 공간이 저한테는 희망의 공간으로 남았어요. 바뀌었으니까.

[김정덕 /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 엄마, 아빠 빼고는 모두가 정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국회라는 곳에서는 양육자들에 대한 관심도 없고,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도 없구나. 그 사람들한테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양육자로서 엄마, 아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거구나 라는 걸 알았구요. 정치를 혐오하는 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치를 바르게 하는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한 사람이 모이고 두사람이 모이고 세사람이 모이면 많은 일들도 할 수가 있더라구요. 저는 아이가 여섯 살인데요, 정치를 꼭 배웠으면 좋겠어요.

[김준한 / 대안학교 교사] 반값등록금운동은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게 그 이전부터 꽤 오랜 기간동안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은 수치로 등록금이 계속 올라 왔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고 그런 것들이 반값등록금 운동이 계기가 되서 여론이 만들어지게 된거죠. 각자 자기가 몸담고 있는 그 자리에서 문제의식 갖고 있는 것들, 다른 사람 의견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 그것들을 모아내고 바꿔보는 경험을 하는 것들이 장기적으로나 활동하는 개인에게 있어서 유효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 의식을 모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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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정] 지금 보신 것처럼 생각보다 생활밀착형 의제들이 우리 국민들을, 청년들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의사가 반영이 되었을 때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고요. 그렇죠? 어떻게 보시는가요?

[장부승]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치 과정에 반영시켜서 어떤 법을 만들어낸다거나 법을 개정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사실 대단히 바람직하고 민주정치의 이상에 부합하는 행동들이죠. 그런데 우리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가서 생각한다면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속화 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개별 특수이익이라든가 개별 사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영역에서 많은 이슈, 의제에 있어서 확대가 되고 그것이 우리 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는 그런 것들이 추가될 때 우리가 더 바람직한 정치 과정에 대한 참여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죠.

[최원정] 허진모 작가 어떻게 보셨어요?

[허진모] 참여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인 면에서 봤을 때는 바람직한 일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건 직업정치인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와 서 호소하는 거죠. 정치인들이 그러니까 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전부 다 나와서 지금 경종을 울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치인들이 사실은 정치라는 것이 그 법과 제도의 고지식한 면을 중간에 윤활유가 돼서 잘 돌아가게 만들려고 하는 건데 정치인이 법에 호소하고 고소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잘 안 돌아가고 있는 대의 민주주의를 이제 정치효능감 차원에서 내가 하겠다. 이러면서 나타난 거라고 볼 수 있죠.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좀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시민] 제가 오늘 허 작가 말씀에 대체로 다 동의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반만 동의해야 할 것 같아요. 약간 우리 사고방식에는 일종의 목적론적 사고 방식이 있어요. 목적론적 사고 방식이라는 건 무엇이 있다, 그것이 왜 있냐? 무엇을 위해서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예요. 대개 널리 알려진 조크인데 엄마는 나한테 맛있는 밥을 해주려고 있다. 우리 집 멍멍이는 나하고 재미있게 놀아주려고 있다. 우리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최원정] 그게 조크인가요? 현실 아닌가요?

[유시민] 목적론적 사고에서 오는 건데 그러니까 어떤 대상이 존재하고 있을 때 그 대상이 뭘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를 살피고 그리고 걔가 자기의 존재 목적을 잘 안 하고 있으면 욕을 하는, 이런 게 하나의 사고 패턴이고요. 정치는 이래야 된다라는 것을 설정해놓고 현실의 정치를 그거하고 계속 비교하면서 이걸 고쳐야 해, 저걸 고쳐야 해. 이건 의미가 별로 없다는 거예요.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두루 민중의 삶을 살핀 다음에 올바른 철학에 입각해서 “이건 중요한 문제야. 단 한 사람의 시민이 고통을 받고 있더라도 내가 나 서서 이걸 해결해야 해” 이런 정신을 기대하면 꽝이에요. 그런 정치인은 없어요. 있으면 좋지만. 그러면 실제 정치인은 어떠냐? 누가 찾아와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얘기해 주고 거기에 자기가 이해를 하고 그리고 자꾸 연락하고 하기 싫은데 힘들 것 같고 잘 안 될 것 같은 데 그래도 내가 해놓은 말도 있고 참 딱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니까 해야지, 이게 일반적인 현실의 정치인의 모습이에요.

[박형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전형적인 상이 어떤 상이여야 하는가에 대한 숙의는 필요한 거예요. 왜냐하면 현실 정치인들은 다 그런 모습이지만 그런 모습들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될 거냐. 또 어디까지가 바람직하냐 하는 논의는 목적론과 관계없이 우리가 계속 논의를 할 필요가 있는 거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선거를 할 때 그나마 나은, 그보다는 나은 정치인들을 뽑으려고 노력을 해야 하고 탁월함이라는 게 한꺼번에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서 차근차근 확보되는 거다. 이렇게 봐야죠.

[허진모]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랐군요.

[최원정] 사실 우리가 정치인을 판단할 수 있고 칭찬하고 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투표잖아요. 그러니까 정치효능감이 높아질수록 투표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면 또 정치 효능감이 높아지고. 이 투표율과 정치 효능감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최원정] 지금 20대 투표율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과거 정치에서 소외돼 있다고 생각했던 20대 청년들이 굉장히 그 전에는 낮은 투표율로 연결이 됐었어요. 그런데 청년층에서 반값 등록금 운동 요구가 거셌던 2010년 그리고 2011년 이후에는 20대 투표율이 큰 폭으로 상승을 합니다. 아마 반값 등록금 시위가 20대들에게는 굉장히 큰 계기가 된 것 같 아요. 촛불 시위 그 이상으로 말이죠.

[박형준] 그런데 우리가 여론조사를 읽을 때 조심해야 하는 게 (반값 등록금 시위) 효과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런 거 못지않게 저는 최근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사전투표제도와 같은 그런 제도의 도입이 청년들에게 투표할 기회를 많이 준 거, 이것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요. 그러니까 모든 것들이 이렇게 보완돼서 가는 거지. 그리고 지금은 특히 저는 SNS를 포함해서 옛날에는 예를 들어서 연예기사만 보던 사람들도 지금은 정치 기사도 곁들여 보게 되거든요. 또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그러니까 정치적 관심을 확대시키는 여러 가지 어떤 사회적 환경 또는 정치적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겠죠. 어떤 한 사건으로 이렇게 표출되는 건 아닙니다.

[장부승] 사실은 과거 우리나라 20대들이 정치 참여를 잘 안 하고 투표 안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 효능감 그런 것도 있지만 또 하나가 뭐냐 하면 20대를 하나의 집단 정체성으로 묶어낼 만한 효과적인 전략 이슈들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런 전략이 생겨나고 거기에 대해서 20대 우리 유권자들이 부흥하는 거거든요. 그러 니까 그게 사실은 저렇게 높아진 투표율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유시민] 근자에 들어서 온라인상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거든요, 그게. 청년들이 많이 출입하는 사이트나 게시판 이런 데 보면 예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정치나 정책에 관련된 이야기가 오르내리고 있고요.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정당에 참여하거나 이런 것들을 예전처럼 그렇게 이상한 행동으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많이 있다고 그러고요. 그런 게 되어야 박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청년 시절부터 정당에 참여를 할 수 있죠. 이번에 비례대표 승계한 더불어민주당 젊은 여성의원(정은혜 의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20살 때 처음으로 자기 동네에 있는 민주당 지구당 사무실을 찾아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요?” 그렇게 물어본 게 출발이었다 그래요.

[박형준] 그 연관된 이야기인데.

[유시민] 좋은 것 같아요.

[박형준] 정당이나 정당 외곽 조직들이 하는 정치 아카데미(여야 주요 정당들이 청년 인재 발굴을 위해 운영하는 정치교육 프로그램). 이게 생각보다 굉장히 잘 돼요. 그리고 실제로 거기에 참여해서 정치 학습을 하려고 하는 굉장히 광범위한 잠재적 인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이 잘만 그런 청년 인재들을 육성해서 충원할 수 있는 통로만 만들어주면 얼마든지 청년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죠.

[허진모] 어찌 됐건 정치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거죠. 정치가 잘 되려면 정치를 제대로 배우고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잘 되는 것은 굉장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시민]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거 하는 거 아니에요.

[허진모] 그렇죠.

[최원정] 제작의도를 아까부터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시는데요? 허 작가께서.

[박형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제작 의도를 잘 파악하고 있어. 정치합시다.

[유시민] 역시 꿈나무예요.

[허진모] 자꾸 그리스 이야기 꺼내서 죄송한데 정치를 기술이라고 했거든요. '테크네'라고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기술이다.

[유시민] 배워서 더 잘하지 못하는 게 뭐 있겠어요.

[허진모] 그렇죠.

[유시민] 도둑질도 배우면 잘 하죠.

[최원정] 잘못 배우면 큰일 날 것들이 많죠.

[허진모] 그러니까 타고난 것이 아니라. 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의 <폴리티카>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도 직업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 굉장히 강조된 것이죠. 드골도 그랬습니다. 정치는 기술이고 봉사지, 이용해 먹는 게 아니라고.

[최원정] 이제 정말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됐는데. 우리가 그동안 정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들, 그리고 정치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들이 오늘 많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까 시민들 이야기처럼 정치하면 지긋지긋해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분들도 계신 건가 싶은데 그래서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우리가 정치를 제대로 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장부승] 내가 말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를 자기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고 나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느냐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정치를 어떤 공동체의 지도자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과 정치를 나의 어떤 개별적인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투쟁의 과정으로 보는 사람이 같이 앉아서 정치에 대해서 아무리 대화를 해도 결론이 안 날 겁니다. 왜냐하면 둘은 같은 정치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른 걸 이야기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그렇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프로그램이 대단히 의미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바로 그런 모순된 정치에 대한 인식들을 한번 체로 쳐서 분별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허진모] 요즘 세상에 정치를 안다는 것은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절차의 지루함을 이해하는 것. 요즘은 정말 정치는 대화고 타협인데 다 큰 어른을 어떻게 설득 시키겠습니까? 그러니까 한쪽은 분명히 양보를 해야 하고 한쪽은 좀 심하면 신념을 꺾어야 할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매일 논쟁이 일어나고 그 시간이 굉장히 긴데 그걸 바라보는 민초들한테는 지루할 수 있다는 거죠.

[최원정] 오늘 프로그램이 지루했다는 뜻에서 하시는 게 아닙니까?

[허진모] 아닙니다. 저는 눈 앞이 지금 하얘서 앞에 누가 앉아 있는지도 잘 안 보여요. 시간이 10분이 흘렀는지 1시간이 흘렀는지.

[최원정] 그 과정에서 지루함도 견딜 수 있는 게 정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허진모] 저는 백성으로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시민] 정치는 이성과 야심, 그리고 이상과 욕망의 결합체예요. 이 말씀을 드리는 건 정치인은 그 속성상 권력 투쟁이에요. 그래서 투쟁의 양상으로 드러나는 그런 측면에 대해서 너그럽게 봐주시라는 거예요. 그걸 너그럽게 받아들여주셔야 그 욕망이 중심이 된 권력 투쟁의 아수라장 그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상 사이의 경쟁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정치인은 한편으로 정책 경쟁이고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진짜 야수적인 권력 투쟁이거든요. 저는 둘 다를 긍정하자. 어느 하나만 바라서는, 그런 정치는 현실에 존재하지만 어떨 때는 권력 투쟁만으로 이루어진 정치는 파탄이고요. 그리고 이상끼리의 경쟁으로만 이루어지는 정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둘 다를 보고, 둘 다 껴안고 유권자로서 관심과 참여를 하자. 이렇게 제안 드리고 싶어요.

[박형준] 저는 그걸 정치가 추함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치에는 대단히 추한 면들이 많죠. 그걸 현실로 인정하지만 그러나 정치의 본질, 본령은 사실 내 삶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그 삶을 어떤 식으로 행하고 어떤 식으로 자기 삶이 조건 지어지고 그 삶이 어떤 식으로 나아질 것인가를 1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래서 이 정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게 우선 저는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요. 그 정치의 중요성을 이해하면 그것을 남의 일로 남겨둘 수 없죠. 내가 참여해야죠. 그리고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리고 가능한 한 우리 공동체의 의사 결정이 각 분야에서 어떤 것이 보다 바람직하고 보다 상대적으로 나은지에 대한 자기 판단을 갖도록 노력을 해야죠. 저는 이것이 정치 학습이라고 보고요. 그러니까 정치를 안다는 건 세상을 안다는 이야기하고 똑같은 일이고 정치를 행한다는 것은 내가 이 공동체와 어떻게 조화롭게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정치는 그렇기 때문에 내 삶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고 또 어떤 면에서는 삶의 상당 부분이 정치적인 삶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최원정] 연말에 친구들, 지인들 모임, 회사 모임이 굉장히 많잖아요. 송년회 하느라고. 그런데 술 마시고 식사하면서 하는 가장 대표적인 이슈가 정치 아닌가요?

[유시민] 아니요. 우리 나이 되면 건강.

[최원정] 그러시군요. 그래요.

[장부승] 애들 대학 가는거

[유시민] 우리는 이미 좀 지났고.

[박형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해요.

[최원정] 하잖아요. 정치 이야기.

[박형준] 왜 많이 하냐면 나라에 대한 걱정들이 많기 때문에 그래요.

[유시민] 우리 친구들은 안 하던데, 그냥 골프 이야기하고 건강 이야기 하고.

[최원정] 그건 이사장님 때문에 안하시는거 아니에요?

[허진모] 이사장님이 막는 거 아니에요?

[유시민] 아니에요.

[박형준] 나라에 대한 걱정이 나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거든.

[최원정] 정치의 소재들이 약간 뒷담화, 누구에 대한 비난, 비판 이런 게 좀 주를 이루는데 연말에 이런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좀 이렇게 품위 있는 이야기들 나누시면 어떨까.

[유시민] 알겠다. 우리 박형준 교수님이 자주 만나시는 분들은 나라 걱정을 많이 하시는구나. 제가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은 주로 건강 걱정을 하죠.

[최원정]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변화는 내가 내딛는 한 걸음,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을 하더라는 그 시민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오늘 이 시간 마무리 하겠습니다. 1부, 지식다방 코너는 여기서 인사를 드리고요.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은 어디 멀리 가지 마시고요. 2부 민심포차에서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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