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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오늘도 양육비 한 건, 입금됐습니다”…배드파더스 ‘무죄’ 그 후
입력 2020.01.15 (16:00) 수정 2020.01.15 (16:00) 취재후
[취재후] “오늘도 양육비 한 건, 입금됐습니다”…배드파더스 ‘무죄’ 그 후
"안녕하세요. 배드파더스 보고 연락드립니다."
"이 사람도 좀 공개해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상담과 제보 접수 담당 구본창 씨는 오늘(15일) 아침 유난히 분주했습니다. 재판 소식을 들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제보와 상담 문의가 그야말로 폭주했기 때문입니다. 구 씨는 "아직도 멍한 상태"라면서도 빗발치는 문의에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오늘(15일)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오늘(15일)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오늘 새벽, 수원지방법원은 15시간 넘게 이어진 국민참여재판 끝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정보 공개 행위의 공익성을 인정했습니다. 벌금 3백만 원에 약식기소됐던 구 씨는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재판을 지켜본 국민 배심원 7명 모두 만장일치로 무죄 결론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신상 공개가 당사자들을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이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법원,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명예훼손 무죄 (KBS1TV '뉴스광장' 2020.01.15.)

"조금 전 입금됐답니다"…배드파더스 '무죄'의 의미

구본창 씨에게 들어온 메시지 중 눈에 띄는 것도 있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로 신상이 공개된 아빠 중 한 명이 이를 삭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문의해온 겁니다.


"그분이 조금 전 입금했답니다." 구 씨는 해당 남성이 오늘 미지급된 양육비 중 일부 금액을 양육자인 아이 엄마에게 입금하고, 통화를 통해 합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곧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등재된 '양육비 미지급 해결 건수'는 113명에서 114명으로 늘어날 겁니다.

KBS가 지난 12일 '뉴스9'를 통해 전해드린 양육비 활동가 손민희 씨 사연처럼, 한부모 가정 열에 일곱은 양육비를 단 한 번도 지급받지 못한 채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법의 강제성이 부족한 탓에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았더라도 비양육자가 '안 주면 그만'이 되어버립니다.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신상공개'라는 최후의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늘 고소·고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죠.

[연관기사] [앵커의 눈] ‘양육비 활동가’가 말하는 ‘배드파더스’ (KBS1TV '뉴스9' 2020.01.12.)

지난 7일, 양육비 활동가 손민희 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양육비 지급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지난 7일, 양육비 활동가 손민희 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양육비 지급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활동은 더욱 힘을 얻게 됐습니다. 구본창 씨는 "지금까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제보를 문의하고 상담한 숫자는 1년 반 동안 3천5백 건에 달하지만 실제로 신상을 올린 건 4백 건뿐이고, 심지어는 정보를 올렸다가 고소·고발이나 해코지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중간에 내린 사람도 많다"며 "그런데 이번 판결로 '명예훼손'이라는 덫이 사라진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재판에서 최후 변론을 맡았던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이번 판결에 대해 "무엇보다도 양육비라는 이슈가 일반적인 금전적 채권의 문제가 아니고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공적인 이슈라는 점을 인정받은 점이 가장 의미 있다"며 "배드파더스 운동을 지속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받아서 다행이고, 앞으로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활동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오늘 성명서를 내고 "아동의 기본적인 생존을 중요한 공익으로 상정한 최초의 판결로서, 향후 아동의 양육비 지급과 이를 통한 아동의 건강한 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민·형사상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현행 법제의 조속한 정비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늦잠을 잤지만, 내일부턴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어제 재판, 길기도 길었지만 절절한 피해 사례 증언과 눈물 때문에 더 오래 기억될 겁니다. 증인도, 피고인도, 변호사도, 재판을 지켜보는 방청인과 기자들까지 모두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증인으로 나서 긴 하루를 보낸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거의 48시간 동안 눈을 뜨고 있다가 오늘 아침 살짝 늦잠을 잤다"며 "사실 많이 지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희망이 생겨 지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엔 패배감이 팽배했어요. 이건 해도 안 된다는 거죠. 양육비를 요구할 때부터 모든 시도가 다 꺾이니까 좌절감이 굉장했는데 '배드파더스'와 함께 활동하다 보니 이루려고 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뤄지네요. 그전엔 '안 될 거야, 안 되겠지' 하던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제 무죄 판결까지 났으니 이걸 기점으로 '우리 아이 양육비 받을 수 있겠다'며 포기하겠다 했던 분들도 다시 도전하고 노력하겠죠. 열심히 해서 입법까지 이루면 지금보다 배로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20대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20대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이 대표는 이제 남은 건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한 법안의 통과라고 말합니다. 20대 국회에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출국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 법안이 10개나 발의돼 있지만 모두 계류돼 있습니다. 구본창 씨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과 같은 개인이 나서기 전에 국가와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 [취재후] “오늘도 양육비 한 건, 입금됐습니다”…배드파더스 ‘무죄’ 그 후
    • 입력 2020.01.15 (16:00)
    • 수정 2020.01.15 (16:00)
    취재후
[취재후] “오늘도 양육비 한 건, 입금됐습니다”…배드파더스 ‘무죄’ 그 후
"안녕하세요. 배드파더스 보고 연락드립니다."
"이 사람도 좀 공개해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상담과 제보 접수 담당 구본창 씨는 오늘(15일) 아침 유난히 분주했습니다. 재판 소식을 들은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제보와 상담 문의가 그야말로 폭주했기 때문입니다. 구 씨는 "아직도 멍한 상태"라면서도 빗발치는 문의에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오늘(15일)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오늘(15일) 양육비 안 주는 부모들의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오늘 새벽, 수원지방법원은 15시간 넘게 이어진 국민참여재판 끝에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정보 공개 행위의 공익성을 인정했습니다. 벌금 3백만 원에 약식기소됐던 구 씨는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재판을 지켜본 국민 배심원 7명 모두 만장일치로 무죄 결론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신상 공개가 당사자들을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이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법원,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공개’ 명예훼손 무죄 (KBS1TV '뉴스광장' 2020.01.15.)

"조금 전 입금됐답니다"…배드파더스 '무죄'의 의미

구본창 씨에게 들어온 메시지 중 눈에 띄는 것도 있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로 신상이 공개된 아빠 중 한 명이 이를 삭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문의해온 겁니다.


"그분이 조금 전 입금했답니다." 구 씨는 해당 남성이 오늘 미지급된 양육비 중 일부 금액을 양육자인 아이 엄마에게 입금하고, 통화를 통해 합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곧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등재된 '양육비 미지급 해결 건수'는 113명에서 114명으로 늘어날 겁니다.

KBS가 지난 12일 '뉴스9'를 통해 전해드린 양육비 활동가 손민희 씨 사연처럼, 한부모 가정 열에 일곱은 양육비를 단 한 번도 지급받지 못한 채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법의 강제성이 부족한 탓에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았더라도 비양육자가 '안 주면 그만'이 되어버립니다.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신상공개'라는 최후의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늘 고소·고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죠.

[연관기사] [앵커의 눈] ‘양육비 활동가’가 말하는 ‘배드파더스’ (KBS1TV '뉴스9' 2020.01.12.)

지난 7일, 양육비 활동가 손민희 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양육비 지급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지난 7일, 양육비 활동가 손민희 씨와 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양육비 지급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신상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활동은 더욱 힘을 얻게 됐습니다. 구본창 씨는 "지금까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제보를 문의하고 상담한 숫자는 1년 반 동안 3천5백 건에 달하지만 실제로 신상을 올린 건 4백 건뿐이고, 심지어는 정보를 올렸다가 고소·고발이나 해코지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중간에 내린 사람도 많다"며 "그런데 이번 판결로 '명예훼손'이라는 덫이 사라진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재판에서 최후 변론을 맡았던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는 이번 판결에 대해 "무엇보다도 양육비라는 이슈가 일반적인 금전적 채권의 문제가 아니고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공적인 이슈라는 점을 인정받은 점이 가장 의미 있다"며 "배드파더스 운동을 지속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받아서 다행이고, 앞으로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활동이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관련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오늘 성명서를 내고 "아동의 기본적인 생존을 중요한 공익으로 상정한 최초의 판결로서, 향후 아동의 양육비 지급과 이를 통한 아동의 건강한 성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민·형사상 제재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현행 법제의 조속한 정비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늦잠을 잤지만, 내일부턴 더 열심히 할 겁니다"

어제 재판, 길기도 길었지만 절절한 피해 사례 증언과 눈물 때문에 더 오래 기억될 겁니다. 증인도, 피고인도, 변호사도, 재판을 지켜보는 방청인과 기자들까지 모두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증인으로 나서 긴 하루를 보낸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거의 48시간 동안 눈을 뜨고 있다가 오늘 아침 살짝 늦잠을 잤다"며 "사실 많이 지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희망이 생겨 지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엔 패배감이 팽배했어요. 이건 해도 안 된다는 거죠. 양육비를 요구할 때부터 모든 시도가 다 꺾이니까 좌절감이 굉장했는데 '배드파더스'와 함께 활동하다 보니 이루려고 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뤄지네요. 그전엔 '안 될 거야, 안 되겠지' 하던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제 무죄 판결까지 났으니 이걸 기점으로 '우리 아이 양육비 받을 수 있겠다'며 포기하겠다 했던 분들도 다시 도전하고 노력하겠죠. 열심히 해서 입법까지 이루면 지금보다 배로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20대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20대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

이 대표는 이제 남은 건 양육비 이행 강화를 위한 법안의 통과라고 말합니다. 20대 국회에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거나 출국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 법안이 10개나 발의돼 있지만 모두 계류돼 있습니다. 구본창 씨나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과 같은 개인이 나서기 전에 국가와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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