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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세진 ‘공룡 경찰’…정보경찰 ‘민간인 사찰’ 오명 벗어야
입력 2020.01.29 (08:01) 취재K
힘 세진 ‘공룡 경찰’…정보경찰 ‘민간인 사찰’ 오명 벗어야
지난 13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2건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과 검찰은 지휘가 아닌 '협력'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그간 수사와 기소, 영장 청구까지 검찰이 독식했는데 경찰은 이제 자체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습니다. 65년간 이어오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에 큰 변화가 생긴 겁니다.

경찰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부분 기능이 폐지된 뒤 국내 최대 정보기관이 됐습니다. 여기에 수사 기능까지 한층 강화되자 지나치게 경찰의 권한이 커졌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로 '정보 수집 기능' 축소가 꼽히는 이유입니다.

그간 민간인 사찰 등으로 정보 경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특히 2년 전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수천 장의 문건 속엔 정보 경찰의 민낯이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경찰의 사찰 대상은 야당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광범위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진보성향 단체의 보조금 실태 점검, 대응 방안뿐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승리 방안을 담는 등 노골적인 정치 개입 활동까지 담겨있었습니다.

정보 경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때, 여당과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연일 "다음은 경찰 개혁 차례"라고 외치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보경찰 개혁 내용은 무엇이고, 또 그 방향성은 맞는 걸까요?

'치안정보'→ '공공안녕 위험 예방'으로 변경…."여전히 모호"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경찰관의 임무 중 하나인 정보 수집 기능에 대해 현행법은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치안정보'가 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 범위가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습니다. 이에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구체화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하지만, '공공안녕'이란 표현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이윤호 교수는 "범죄를 예방하는 목적에선 정보 수집 기능이 중요하다"면서도 "정보 수집 범위를 범죄 정보로 한정 짓고, 그 방법까지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 의원이 발의한 법 조항에는 '구체적인 범위 및 처리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정보 수집 범위와 처리 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좁힐지가 관건인데 법에 관련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나 참조할 만한 기준이 있습니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정보경찰 활동규칙'입니다.

'정보경찰 상시 출입 금지'…. 경찰 '활동규칙' 시행 1년

국회에 올라온 법안 통과와 상관없이 경찰은 자체적으로 정보 경찰의 폐단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하지 않도록 경찰청 훈령인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지난해부터 정보관들에게 숙지시키고 있습니다.

활동규칙에는 구체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이 담겨있습니다. '정치에 관여할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직무와 무관한 비공식적 직함을 사용하는 행위' 등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언론, 교육, 종교, 시민단체, 기업 등 민간단체 및 정당사무소에 '상시적인' 출입을 금지했다는 점입니다.


비교적 구체적으로 활동 범위를 규정하고, 하면 안 되는 행동 역시 정한 것은 분명 과거보다 진일보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범죄와 직접 관련 없는 정보도 수집할 수 있습니다. 집회, 시위 등 현장에서 경찰 정보관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노동 쟁의 현장에서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자율 해결을 유도하는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향후 법안이 통과된 뒤 대통령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금 시행 중인 활동규칙이 상당 부분 반영될 텐데, 이것만으로 정보 경찰의 폐단을 종식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또, 현장 상황에 따라 어디까지 정보를 수집해야 할지 그때그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한 경찰은 "현장에서 애매한 상황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준법지원계 등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문의해서 하나씩 활동규칙에 맞게끔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단체 "정보 수집 기능 완전히 폐지해야!"

이런 우려 때문일까요. 시민단체들은 지금 이 법안대로라면 사실상 정치, 경제, 노동, 사회 관련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고 비판합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정보수집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정보경찰에 대한 입장을 후퇴시켰다"며 "정보경찰을 존치시키는 한 언제든지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권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가공해 통치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년 전 경찰개혁위는 경찰의 정보 수집 기능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재편해 축소하는 방향으로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경찰개혁위에 참여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권고안의 핵심은 사실상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변호사는 "경찰개혁위원회의 핵심 권고 사항은 정보국을 폐지하고 일부 기능을 다른 국가기관으로 이관하라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정보 수집 범위가 모호하니 그전에라도 우선 정보 수집 범위를 구체화하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법안에 올라온 수준에서 정보 경찰 개혁의 논의가 멈춰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안전 위해 요소가 곳곳에서 생기는 상황"이라며 "집회 시위 상황을 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데 사전 정보도 없이 멍하니 있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마다 정보 경찰 개혁안을 두고 '지금 법률안 정도의 수준이 적당하다'는 평가부터 '범죄 정보로 한정해야 한다', '전면 폐지해야 한다.' 등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과거의 폐단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의 안녕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 시민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경계하고, 무엇보다 정치 개입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는 경찰 자체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게 정보경찰의 '오명'을 벗고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는 길일 겁니다.
  • 힘 세진 ‘공룡 경찰’…정보경찰 ‘민간인 사찰’ 오명 벗어야
    • 입력 2020.01.29 (08:01)
    취재K
힘 세진 ‘공룡 경찰’…정보경찰 ‘민간인 사찰’ 오명 벗어야
지난 13일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2건의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통과됐습니다.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과 검찰은 지휘가 아닌 '협력'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그간 수사와 기소, 영장 청구까지 검찰이 독식했는데 경찰은 이제 자체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종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습니다. 65년간 이어오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에 큰 변화가 생긴 겁니다.

경찰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 부분 기능이 폐지된 뒤 국내 최대 정보기관이 됐습니다. 여기에 수사 기능까지 한층 강화되자 지나치게 경찰의 권한이 커졌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로 '정보 수집 기능' 축소가 꼽히는 이유입니다.

그간 민간인 사찰 등으로 정보 경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특히 2년 전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수천 장의 문건 속엔 정보 경찰의 민낯이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경찰의 사찰 대상은 야당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 광범위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진보성향 단체의 보조금 실태 점검, 대응 방안뿐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승리 방안을 담는 등 노골적인 정치 개입 활동까지 담겨있었습니다.

정보 경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이때, 여당과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연일 "다음은 경찰 개혁 차례"라고 외치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보경찰 개혁 내용은 무엇이고, 또 그 방향성은 맞는 걸까요?

'치안정보'→ '공공안녕 위험 예방'으로 변경…."여전히 모호"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경찰관의 임무 중 하나인 정보 수집 기능에 대해 현행법은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치안정보'가 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 범위가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습니다. 이에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구체화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 내용입니다.


하지만, '공공안녕'이란 표현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이윤호 교수는 "범죄를 예방하는 목적에선 정보 수집 기능이 중요하다"면서도 "정보 수집 범위를 범죄 정보로 한정 짓고, 그 방법까지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 의원이 발의한 법 조항에는 '구체적인 범위 및 처리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습니다. 정보 수집 범위와 처리 기준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좁힐지가 관건인데 법에 관련 내용은 없습니다. 그러나 참조할 만한 기준이 있습니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정보경찰 활동규칙'입니다.

'정보경찰 상시 출입 금지'…. 경찰 '활동규칙' 시행 1년

국회에 올라온 법안 통과와 상관없이 경찰은 자체적으로 정보 경찰의 폐단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현장에서 자의적으로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하지 않도록 경찰청 훈령인 '정보경찰 활동규칙'을 제정해 지난해부터 정보관들에게 숙지시키고 있습니다.

활동규칙에는 구체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들이 담겨있습니다. '정치에 관여할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직무와 무관한 비공식적 직함을 사용하는 행위' 등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언론, 교육, 종교, 시민단체, 기업 등 민간단체 및 정당사무소에 '상시적인' 출입을 금지했다는 점입니다.


비교적 구체적으로 활동 범위를 규정하고, 하면 안 되는 행동 역시 정한 것은 분명 과거보다 진일보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범죄와 직접 관련 없는 정보도 수집할 수 있습니다. 집회, 시위 등 현장에서 경찰 정보관은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노동 쟁의 현장에서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자율 해결을 유도하는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향후 법안이 통과된 뒤 대통령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금 시행 중인 활동규칙이 상당 부분 반영될 텐데, 이것만으로 정보 경찰의 폐단을 종식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또, 현장 상황에 따라 어디까지 정보를 수집해야 할지 그때그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한 경찰은 "현장에서 애매한 상황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준법지원계 등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문의해서 하나씩 활동규칙에 맞게끔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단체 "정보 수집 기능 완전히 폐지해야!"

이런 우려 때문일까요. 시민단체들은 지금 이 법안대로라면 사실상 정치, 경제, 노동, 사회 관련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고 비판합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정보수집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정보경찰에 대한 입장을 후퇴시켰다"며 "정보경찰을 존치시키는 한 언제든지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권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가공해 통치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년 전 경찰개혁위는 경찰의 정보 수집 기능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재편해 축소하는 방향으로 권고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경찰개혁위에 참여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권고안의 핵심은 사실상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변호사는 "경찰개혁위원회의 핵심 권고 사항은 정보국을 폐지하고 일부 기능을 다른 국가기관으로 이관하라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정보 수집 범위가 모호하니 그전에라도 우선 정보 수집 범위를 구체화하라고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법안에 올라온 수준에서 정보 경찰 개혁의 논의가 멈춰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안전 위해 요소가 곳곳에서 생기는 상황"이라며 "집회 시위 상황을 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데 사전 정보도 없이 멍하니 있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마다 정보 경찰 개혁안을 두고 '지금 법률안 정도의 수준이 적당하다'는 평가부터 '범죄 정보로 한정해야 한다', '전면 폐지해야 한다.' 등 의견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과거의 폐단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의 안녕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 시민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경계하고, 무엇보다 정치 개입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는 경찰 자체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게 정보경찰의 '오명'을 벗고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는 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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