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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4관왕 신화
[특파원리포트] 우한 응원하는 ‘봉준호’, 기생충 상영않는 ‘중국’
입력 2020.02.15 (07:05)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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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우한 응원하는 ‘봉준호’, 기생충 상영않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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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짜요!" 중국에 울려 퍼진 봉준호 감독의 응원

봉준호 감독의 후베이성 우한 시민 응원 동영상이 중국에서 화제다. 중국 SNS에서 13일부터 돌기 시작한 것으로 볼 때, 아마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봉 감독이 미국에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같이 이깁시다.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한 화이팅! 전 세계가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같이 바이러스를 이깁시다."

봉준호 감독이 올린 응원 동영상 내용이다. 봉 감독의 말 중 '우리'라는 표현이 눈에 깊게 들어온다. 작년 12월 31일 처음 27명으로 시작한 환자가 이제 7만 명에 육박했다. 1월 9일 암을 앓던 61세 남성이 처음으로 코로나19로 숨졌다. 요즘은 매일 백여 명씩 세상을 떠난다. 이 사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날 지 모르지만, 지금 중국 상황으로 볼 때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수천만 명은 한 달 가까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그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들이 듣고 싶은 가장 간절한 말은 무엇일까?

"너 혼자가 아니다. 너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조금만 더 버티자. 우리가 옆에 있다." 아마도 이런 응원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이런 뜻으로 '우리'를 반복하며 동영상을 올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인 듯하다. 지금 중국엔 봉준호 감독의 응원에 감사와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당신이 성공한 이유겠지요."

봉준호 감독 응원 동영상은 중국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돌고 있다. 게시 하루 만에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 "谢谢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너무 많아서 조금 다른 것들만 추려 보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촬영을 한 봉 감독을 보며 한국식 아저씨 발음을 한자(阿加西)로 표기해 "아저씨 감사합니다. 마스크 쓰시고 건강하세요." 라는 애정이 어린 댓글부터 "이것이 당신이 성공한 이유겠지요."라며 봉 감독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글도 보인다.

감독 봉준호를 주목하는 댓글도 많다. "당신이 상을 못 받으면 누가 받겠습니까" "감독님 감사합니다. 기생충 참 좋았습니다." 이미 봉 감독의 작품을 여러 편 본 팬으로 보이는 한 중국인은 원문을 다 번역해 놓지 못했지만 <살인의 추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자신의 작품 감상평을 제법 길게 올리기도 했다.

하나같이 중국 상황에 애정을 갖고 관심을 나타낸 봉준호 감독에 대한 감사와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글이다. "한국의 자랑"이라는 댓글과 "아시아의 영광"이라는 댓글은 부러움과 찬사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댓글이 "<기생충>을 중국에서 상영하지 않아 아쉽다"는 댓글이다.


기생충을 상영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 '중국'

그렇다. <기생충>은 전 세계 220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고 하는데, 중국에는 아직 상영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중국 팬들은 <기생충>을 직접 볼 기회가 작년 딱 한 번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2019년 7월 28일 중국 칭하이성 시닝의 한 영화제에서 <기생충>을 폐막 작품으로 올리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상영 전날인 27일 돌연 취소됐다. 취소 사유가 '기술적인 이유'라고 영화제 측은 당시 밝혔다.

중국에서 '기술적인 이유'라는 것은 중국 국가영화국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당시 기자가 <기생충> 상영 취소 배경 등을 취재했을 때 베이징의 한 영화계 관계자는 <기생충>의 주제인 빈부격차 문제에 중국 당국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은 개혁개방 40년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지 않으면서 엄청난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영화 <기생충>이 이런 중국 경제성장의 진실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또 한국 영화라는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전 중국에선 매년 한국영화 최소 3~4편이 상영됐지만, 사드 사태 이후 여태껏 단 한 편의 영화도 개봉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작품에 대한 규제라고도 볼 수 있고, 한편으로는 한류 문화 경쟁력을 앞서 체험했던 중국이 자국 문화산업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배경을 다 떠나 봉준호 감독이 '우한 짜요~~' 동영상을 촬영한 건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는 인류애적인 가치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에 주목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건 당연한 심성이다. 더구나 지금 중국인들은 바이러스라는 인류의 적과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희생을 담보로 백신도 만들어지고 치료제도 개발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위기를 딛고 또 한 걸음 전진할 것이다. 사드 여파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한국에서도 혐중, 반중 여론이 만만찮다. 용기를 낸 봉준호 감독에게 지지를 보낸다.

중국도 코로나19 사태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일부만 정보를 독점한 것이 지금의 '우한'을 만들었다. <기생충> 상영을 막는다고 중국의 병폐 빈부격차가 감추어질 리 없다. 빗장을 건다고 자국의 문화산업이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 없이 성장하는 것이 어디에 있든가? 봉준호 감독이 선사해 전 세계가 누리는 문화적 충격을 몇 명이 책상머리에 앉아 빼앗는 거, 그건 중국 문화산업에 또 다른 '우한'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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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5 (07:05)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우한 응원하는 ‘봉준호’, 기생충 상영않는 ‘중국’
'우한 짜요!" 중국에 울려 퍼진 봉준호 감독의 응원

봉준호 감독의 후베이성 우한 시민 응원 동영상이 중국에서 화제다. 중국 SNS에서 13일부터 돌기 시작한 것으로 볼 때, 아마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봉 감독이 미국에서 올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 같이 이깁시다. 나는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한 화이팅! 전 세계가 당신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같이 바이러스를 이깁시다."

봉준호 감독이 올린 응원 동영상 내용이다. 봉 감독의 말 중 '우리'라는 표현이 눈에 깊게 들어온다. 작년 12월 31일 처음 27명으로 시작한 환자가 이제 7만 명에 육박했다. 1월 9일 암을 앓던 61세 남성이 처음으로 코로나19로 숨졌다. 요즘은 매일 백여 명씩 세상을 떠난다. 이 사태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끝날 지 모르지만, 지금 중국 상황으로 볼 때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수천만 명은 한 달 가까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는 그들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 그들이 듣고 싶은 가장 간절한 말은 무엇일까?

"너 혼자가 아니다. 너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조금만 더 버티자. 우리가 옆에 있다." 아마도 이런 응원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이런 뜻으로 '우리'를 반복하며 동영상을 올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인 듯하다. 지금 중국엔 봉준호 감독의 응원에 감사와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당신이 성공한 이유겠지요."

봉준호 감독 응원 동영상은 중국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돌고 있다. 게시 하루 만에 엄청난 댓글이 달렸다. "谢谢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너무 많아서 조금 다른 것들만 추려 보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촬영을 한 봉 감독을 보며 한국식 아저씨 발음을 한자(阿加西)로 표기해 "아저씨 감사합니다. 마스크 쓰시고 건강하세요." 라는 애정이 어린 댓글부터 "이것이 당신이 성공한 이유겠지요."라며 봉 감독의 됨됨이를 평가하는 글도 보인다.

감독 봉준호를 주목하는 댓글도 많다. "당신이 상을 못 받으면 누가 받겠습니까" "감독님 감사합니다. 기생충 참 좋았습니다." 이미 봉 감독의 작품을 여러 편 본 팬으로 보이는 한 중국인은 원문을 다 번역해 놓지 못했지만 <살인의 추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자신의 작품 감상평을 제법 길게 올리기도 했다.

하나같이 중국 상황에 애정을 갖고 관심을 나타낸 봉준호 감독에 대한 감사와 아카데미상 수상을 축하한다는 글이다. "한국의 자랑"이라는 댓글과 "아시아의 영광"이라는 댓글은 부러움과 찬사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댓글이 "<기생충>을 중국에서 상영하지 않아 아쉽다"는 댓글이다.


기생충을 상영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 '중국'

그렇다. <기생충>은 전 세계 220개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고 하는데, 중국에는 아직 상영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중국 팬들은 <기생충>을 직접 볼 기회가 작년 딱 한 번 있었다.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고, 2019년 7월 28일 중국 칭하이성 시닝의 한 영화제에서 <기생충>을 폐막 작품으로 올리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상영 전날인 27일 돌연 취소됐다. 취소 사유가 '기술적인 이유'라고 영화제 측은 당시 밝혔다.

중국에서 '기술적인 이유'라는 것은 중국 국가영화국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당시 기자가 <기생충> 상영 취소 배경 등을 취재했을 때 베이징의 한 영화계 관계자는 <기생충>의 주제인 빈부격차 문제에 중국 당국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은 개혁개방 40년 비약적인 성장을 했지만,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지 않으면서 엄청난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영화 <기생충>이 이런 중국 경제성장의 진실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또 한국 영화라는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전 중국에선 매년 한국영화 최소 3~4편이 상영됐지만, 사드 사태 이후 여태껏 단 한 편의 영화도 개봉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작품에 대한 규제라고도 볼 수 있고, 한편으로는 한류 문화 경쟁력을 앞서 체험했던 중국이 자국 문화산업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배경을 다 떠나 봉준호 감독이 '우한 짜요~~' 동영상을 촬영한 건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는 인류애적인 가치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에 주목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건 당연한 심성이다. 더구나 지금 중국인들은 바이러스라는 인류의 적과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희생을 담보로 백신도 만들어지고 치료제도 개발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위기를 딛고 또 한 걸음 전진할 것이다. 사드 여파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한국에서도 혐중, 반중 여론이 만만찮다. 용기를 낸 봉준호 감독에게 지지를 보낸다.

중국도 코로나19 사태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일부만 정보를 독점한 것이 지금의 '우한'을 만들었다. <기생충> 상영을 막는다고 중국의 병폐 빈부격차가 감추어질 리 없다. 빗장을 건다고 자국의 문화산업이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 없이 성장하는 것이 어디에 있든가? 봉준호 감독이 선사해 전 세계가 누리는 문화적 충격을 몇 명이 책상머리에 앉아 빼앗는 거, 그건 중국 문화산업에 또 다른 '우한'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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