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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톡] 정치편향 비난하면서…유튜브 확성기된 언론
입력 2020.02.15 (08:01) 수정 2020.02.15 (08:42) 저널리즘 토크쇼 J
[저리톡] 정치편향 비난하면서…유튜브 확성기된 언론
"기성 언론은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하면 윗선에 보고되고, 방송에 편집되잖아요. 유튜브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시청자와 바로 소통할 수 있어서 진실성이 느껴져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 TV를 없애 방송 뉴스는 전혀 보지 않고, 신문도 구독하지 않는다는 이 시민은 주로 유튜브를 통해 세상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엔 유튜브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이 집회 현장뿐만 아니라 국회와 법원 등 취재 현장을 뛰어다니며 각종 현안을 생중계하고 있죠.

유튜브 언론이 되다…유튜브 뉴스의 영향력

유튜브를 언론으로 여기며, 그 내용을 신뢰한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해 8월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언론 매체 신뢰도 조사를 했는데 유튜브가 2위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응답자 가운데 12.4%가 유튜브를 신뢰한다고 선택한 겁니다. 1년 전인 2018년보다 10.4%p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유튜브에 언론도 주목합니다.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보는 '4·15 총선 최대 격전지, 서울도 지방도 아닌 유튜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총선을 앞두고 유튜브가 선거판을 흔들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튜브가 허위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는데요. 가짜뉴스 전쟁, 여론 조작, 확증편향이라는 단어 등을 써가며 유튜브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보는 영상이 전체의 70%에 이르고 있다"며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편견이 강화될 수 있다"며 유튜브의 문제 핵심으로 알고리즘을 지목합니다.


유튜브 편향석 지적하는 언론…알고리즘은 진짜 악마인가?

그런데 과연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확증편향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게 사실일까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직접 연구를 해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말합니다.

2019년 9월부터 유튜브에 정치 관련 인물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동영상을 재생할 때 어떤 종류의 동영상이 채널 추천 목록에 올라오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정치 관련 콘텐츠에서 가장 많이 추천된 건 YTN TV 라이브로, 유튜브 알고리즘은 전통 언론의 생중계 영상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특정 정치 성향 콘텐츠를 한 번 보면, 계속해서 비슷한 성향의 동영상을 재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연예나 오락성 영상을 더 많이 추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브가 정치 콘텐츠에선 확증편향을 피하기위해 오히려 신경을 쓰고 있는 흔적들입니다.

'J'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유튜브도 일종의 낙인이 찍혔던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기성 언론 역시 기성 언론의 독자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튜브 영상이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콘텐츠라고 폄하면서 기성 언론 역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뉴스, 다른 곳에서 다루지 않은 단독을 선점하려 애썼다"고 지적했습니다.


유튜브와 언론의 공생 관계

죄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탓하며 유튜브를 비난하던 언론이 유튜브와 한 목소리를 낼 때도 있습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유튜브 방송을 그대로 보도에 활용하고 있는 건데요. 지난 3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를 통해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자진 사퇴 용의를 묻고 박근혜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며 국정농단 사태의 위법성을 부인했는데요. 이 내용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근거 없는 주장과 폭로를 그대로 인용하는 방송도 있습니다. 비위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수사관이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정권을 향한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하고 있는데요. 채널A의 '정치 데스크'가 바로 이 방송을 지속해서 인용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영상을 확인해봤더니 모두 15차례에 걸쳐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루에 두 차례 인용한 방송도 있었습니다.


유튜브 확성기 자처하는 언론

허위라는 의심이 당연히 드는 발언들도 기성언론은 여과없이 가져다 썼습니다. 2018년 7월, 고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당시, 유튜브 채널 '뉴스타운 TV'에서 한 의대 교수가 등장해 고 노 의원의 타살 정황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바로 다음 날 MBN이 이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4월 강원 산불 사건 땐, '문재인 대통령이 산불 발생 이후 5시간 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셨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가 SNS를 통해 돌았습니다. 이를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와 '진성호 TV'가 전했고, 정치권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이언주 의원이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의 5시간 행적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퍼졌는데요. 미디어오늘이 사실을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전인 오후 6시쯤 제63회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했다가 오후 6시 40분경 관저로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J' 패널인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 신생 매체들이 범람하는 와중에도 주류 언론들은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규범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런데 주류 언론이 유튜브가 생산하는 것을 재생산하고 확성기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잃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77회는 <유튜브 악마화하는 언론의 장삿속>이라는 주제로 오는 16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이지은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 [저리톡] 정치편향 비난하면서…유튜브 확성기된 언론
    • 입력 2020.02.15 (08:01)
    • 수정 2020.02.15 (08:42)
    저널리즘 토크쇼 J
[저리톡] 정치편향 비난하면서…유튜브 확성기된 언론
"기성 언론은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하면 윗선에 보고되고, 방송에 편집되잖아요. 유튜브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시청자와 바로 소통할 수 있어서 진실성이 느껴져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 TV를 없애 방송 뉴스는 전혀 보지 않고, 신문도 구독하지 않는다는 이 시민은 주로 유튜브를 통해 세상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최근엔 유튜브를 제작하는 유튜버들이 집회 현장뿐만 아니라 국회와 법원 등 취재 현장을 뛰어다니며 각종 현안을 생중계하고 있죠.

유튜브 언론이 되다…유튜브 뉴스의 영향력

유튜브를 언론으로 여기며, 그 내용을 신뢰한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난해 8월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언론 매체 신뢰도 조사를 했는데 유튜브가 2위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응답자 가운데 12.4%가 유튜브를 신뢰한다고 선택한 겁니다. 1년 전인 2018년보다 10.4%p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유튜브에 언론도 주목합니다. 지난 11일 한국기자협회보는 '4·15 총선 최대 격전지, 서울도 지방도 아닌 유튜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총선을 앞두고 유튜브가 선거판을 흔들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유튜브가 허위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는데요. 가짜뉴스 전쟁, 여론 조작, 확증편향이라는 단어 등을 써가며 유튜브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으로 보는 영상이 전체의 70%에 이르고 있다"며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편견이 강화될 수 있다"며 유튜브의 문제 핵심으로 알고리즘을 지목합니다.


유튜브 편향석 지적하는 언론…알고리즘은 진짜 악마인가?

그런데 과연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확증편향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게 사실일까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직접 연구를 해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말합니다.

2019년 9월부터 유튜브에 정치 관련 인물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동영상을 재생할 때 어떤 종류의 동영상이 채널 추천 목록에 올라오는지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정치 관련 콘텐츠에서 가장 많이 추천된 건 YTN TV 라이브로, 유튜브 알고리즘은 전통 언론의 생중계 영상을 가장 많이 추천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특정 정치 성향 콘텐츠를 한 번 보면, 계속해서 비슷한 성향의 동영상을 재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연예나 오락성 영상을 더 많이 추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브가 정치 콘텐츠에선 확증편향을 피하기위해 오히려 신경을 쓰고 있는 흔적들입니다.

'J' 패널인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유튜브도 일종의 낙인이 찍혔던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기성 언론 역시 기성 언론의 독자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전달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튜브 영상이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콘텐츠라고 폄하면서 기성 언론 역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뉴스, 다른 곳에서 다루지 않은 단독을 선점하려 애썼다"고 지적했습니다.


유튜브와 언론의 공생 관계

죄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탓하며 유튜브를 비난하던 언론이 유튜브와 한 목소리를 낼 때도 있습니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유튜브 방송을 그대로 보도에 활용하고 있는 건데요. 지난 3일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를 통해 전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자진 사퇴 용의를 묻고 박근혜 대통령 사면을 언급하며 국정농단 사태의 위법성을 부인했는데요. 이 내용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이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유튜브에서 나오는 근거 없는 주장과 폭로를 그대로 인용하는 방송도 있습니다. 비위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김태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수사관이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정권을 향한 일방적인 주장을 전달하고 있는데요. 채널A의 '정치 데스크'가 바로 이 방송을 지속해서 인용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 2일부터 13일까지 영상을 확인해봤더니 모두 15차례에 걸쳐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루에 두 차례 인용한 방송도 있었습니다.


유튜브 확성기 자처하는 언론

허위라는 의심이 당연히 드는 발언들도 기성언론은 여과없이 가져다 썼습니다. 2018년 7월, 고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당시, 유튜브 채널 '뉴스타운 TV'에서 한 의대 교수가 등장해 고 노 의원의 타살 정황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바로 다음 날 MBN이 이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4월 강원 산불 사건 땐, '문재인 대통령이 산불 발생 이후 5시간 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언론사 사장과 술을 마셨다'는 내용의 허위 정보가 SNS를 통해 돌았습니다. 이를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와 '진성호 TV'가 전했고, 정치권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이언주 의원이 공식적으로 문 대통령의 5시간 행적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퍼졌는데요. 미디어오늘이 사실을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전인 오후 6시쯤 제63회 신문의날 행사에 참석했다가 오후 6시 40분경 관저로 복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J' 패널인 임자운 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 신생 매체들이 범람하는 와중에도 주류 언론들은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전통적인 저널리즘 규범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런데 주류 언론이 유튜브가 생산하는 것을 재생산하고 확성기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잃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77회는 <유튜브 악마화하는 언론의 장삿속>이라는 주제로 오는 16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이지은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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