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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K] 20대 국회 의정활동 분석 ‘의원님의 두 얼굴’
입력 2020.04.04 (11:05) 수정 2020.04.04 (11:13) 탐사K
[탐사K] 20대 국회 의정활동 분석 ‘의원님의 두 얼굴’
우리 동네 ‘예산 폭탄’ 믿어도 되나요?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책과 입법활동을 보고 한다는 의정보고서.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온통 ‘돈 얘기’다. 돈 공장, 예산 폭탄, 예산 자판기 등 온갖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지역구 예산 확보 성과를 홍보한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조 단위까지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며 자신의 업적을 자랑한다.

KBS 탐사보도부는 20대 국회를 돌아보며 국회의원들이 지난 4년간 발간한 의정보고서를 수집, 분석했다. 공공재정 전문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국회도서관과 의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를 수집한 결과 619건의 의정보고서에서 1만 6,759건의 예산 확보 내역을 확인했다.

1만 6천여 건, 263조 원 … 건수는 여당, 금액은 야당


정당별로 살펴보니, 더불어 민주당이 7,657건(45.7%)으로 확보 건수가 가장 많았고,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6,370건(38%)으로 뒤를 이었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자유한국당이 111조 7,607억 원으로 민주당(54조 979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모두 국회의원 자신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라고 강조하는데, 그 금액을 합쳐보니 263조 원에 달한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에 대해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터무니없는 숫자”라고 평가한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위해 따왔다고 자랑한 예산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정말로 따왔는지 분명하지 않은 사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의정보고서에서 반복되는 예산 확보 내역을 유형별로 살펴봤다.

1. 의원님 덕에 우리 마을에 철도가?!

의원들이 내세운 만 6천여 건의 예산 내역을 분야별로 나눠보니, ‘수송 및 교통’ 분야 예산만 무려 113조 원(43%)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과연 지역구 의원들의 노력으로 113조의 운명이 결정된 것일까.


교통 분야의 대표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살펴봤다. 광주에서 목포까지, 열차가 지나가는 지역구 의원들은 저마다 자신이 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10명의 의원이 저마다 확보했다는 예산을 합치면 9조 6천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실제 사업비(2조 4천억)보다 4배나 많은 금액이다.

이원희 한국행정학회장은 이런 SOC 사업에 대해 유권자들이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다양한 절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500억 원 이상의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데,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분석과정을 거친다”면서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전부터 준비되고 계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국책사업을 국회의원 한두 명이 자신이 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한다.

이상민 수석연구원 역시 국회의원이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이른바 '숟가락을 얻는' 관행에 대해 비판한다. 국회의원의 강압으로 일부 예산이 증액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현장 여건상 사업이 크게 앞당겨질 수도 없을뿐더러 4차선이 6차선으로 되거나 철도 한 줄이 두 줄로 변경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2. 공모사업 선정도 의원님 손길?

도시재생 사업 역시 의정보고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발로 뛴 국비 공모사업 유치 총 8개 사업 980억 원”, “1,576억 원 규모 도시재생 뉴딜 사업 선정” 등 공모사업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주요 성과로 소개된다.

대표적인 공모사업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4년 동안 266곳이 선정됐다. 정부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해당 지역구의 모든 의원은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다. 공모사업은 특성상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심사위원회가 후보지를 평가한다. 또 지방역량 강화를 위해 상당수 사업은 중앙정부가 직접 선정하지 않고 광역자치단체에 권한을 이양했다.

과연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도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성과로 볼 수 있을까. 이원희 행정학회 회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의 영향력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한다면, 스스로 절차와 기준을 무시했다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모사업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국회의원의 재량적 개입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3. '국비'라 쓰고 ‘국고보조사업’이라 읽는다

의정보고서는 유독 ‘국비’를 강조한다. 국가 예산을 우리 지역으로 받아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액 국비’, ‘순수 국비’ 같은 표현도 등장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의원들이 다들 ‘국비, 국비’ 하는데, 실제로는 그 사업 대부분이 국고보조금 사업”이라며 “국비를 따왔다고 해서 100% 그냥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반드시 광역이나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을 일정 비율 이상 더한 뒤 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이 의정보고서에서 국비를 확보했다며 치적으로 홍보한 사업 예산 1만 6천여 건을 동일한 사업에 관한 지자체 예산과 비교해봤다. 취재진이 확인한 4,079건의 동일한 사업 항목의 예산을 모두 더하자 총액은 19조 원 규모였다. 이중 순수 국비는 10조 3천억 원, 즉 54% 정도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의원들이 국비를 유치했다는 사업에서 실제 소요되는 예산 절반 가까이는 국비가 아니라 해당 지역구 지자체 예산이었다는 뜻이다.

'꼼수' 의정보고서, 법적인 문제는 없나?

이렇게 부풀려진 의정보고서, 문제는 없을까. 의정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되고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광역의원으로 3선을 지낸 전직 시의원은 2018년 의정보고서에 예산 내역을 허위로 적었다며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경북의 한 도의원 역시 의정보고서에 예산 확보 사업을 적으며 소속 상임위원회를 다르게 기재한 것이 문제가 돼 의원직을 잃었다.

하지만 이런 법의 판단이 유독 국회의원에겐 관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는 “판례를 살펴보면 광역의원의 경우 의정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아 당선 무효가 된 사례가 여럿 있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당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허위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력에 관해 정규학교가 아니면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처럼, 의정보고서에서 예산을 부풀리거나 과장한 내용을 어디까지 허위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 발간에 예산이 지원되는 만큼(한 해 1,200만 원까지 지원) 사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수호 변호사는 “현역의원의 특권인 의정보고서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그 어떤 선거활동보다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법부가 가장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 의원님은 뭐 하시나요?"

KBS 탐사보도부는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20대 국회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3,475건의 법안을 분석했다.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들의 평균 대표 발의 건수는 74건, 발의 법안이 실제 법률 개정으로 이어진 비율인 가결률은 30.39%였다.

사퇴와 승계로 인해 재임 기간이 짧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외한 44명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민생당 이상돈 의원·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성수 전 의원·미래통합당 김성태 의원이 법안 발의 건수와 가결률 모두 최하위권에 해당했다.

더불어시민당 제윤경 의원의 경우 대표 발의 법안 93건 가운데 모두 9건이 법률 개정으로 이어져 법안 가결률 9.6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민생당 이상돈 의원은 임기 동안 20건의 법안만 대표 발의해, 발의 건수가 가장 낮았다.

법안 발의 건수와 가결률 모두가 평균을 넘은 의원은 9명, 모두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의원은 13명이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나 활동상을 본다면 실패한 공천이고 실패한 충원"이라며 "그렇다면 해당 정당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의원이 공천에는 입법 활동보다 지역구 활동이 영향 커"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25명이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13명이 각 당의 공천을 받아 이번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연임 기회를 얻게 됐다.

사실상 비례대표 연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례 의원은 연임을 위해 지역구 의원으로 공천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소수자와 직능을 대표한다는 비례대표 의원이 그 취지와 다르게 국회에 입성하고 난 뒤에는 지역구 활동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의원으로 공천을 받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무얼까?

KBS는 단국대 연구팀과 지역구로 나선 비례의원들의 공천 당락과 입법 활동·당내 활동·지역구 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 등 의정 활동, 법안 발의 수와 가결률 등 입법 활동은 모두 공천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들이 출마를 원했던 지역구에서 벌인 활동은 공천 당락에 영향을 줬다.

공천 통과 의원들이 쓴 정치자금 가운데 지역구에 지출한 비율은 29.8%로 탈락한 의원들이 지출한 비율 15.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김영진 단국대 현대 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공천에 통과한 의원들이 더 많은 비중으로 지역구에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비례대표 의원 활동을 하며 다음 총선에 출마할 지역을 미리 점찍어두고 그 지역에 활동에 더 충실한 것으로 보여 비례대표 제도의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4년 임기 채우지 못한 비례의원은 "김종인·문미옥· 오세정· 이수혁 ·김성수"

4년 임기를 채우지 않은 20대 비례대표 의원도 5명이 있었다. 김종인·문미옥· 오세정· 이수혁 ·김성수 전 의원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2017년 3월 당내에서 더 의원직을 할 이유가 없다며 탈당해, 14번을 받았던 심기준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했다.

문미옥 전 의원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되자 1년 만에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과기정통부 1차관을 거쳐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파갑 지역구로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에서 패했다.

문 전 의원의 사퇴로 의원직을 넘겨받은 이수혁 전 의원 역시 주미대사에 낙점되며 지난해 10월 의원직을 사퇴했고, 차순위 비례대표 후보자인 정은혜 의원이 승계했다.

국민의당 출신 오세정 전 의원은 임기를 절반 정도 남기고 서울대 총장에 나서겠다며 의원직을 던졌다.

김성수 전 의원은 지난 1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내정돼 사퇴해 다음 승계 순번인 허윤정 의원이 배지를 이어받아 4개월간 의원직을 수행하게 됐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입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다른 자리를 얻기 위해 버렸단 건 비판받을 측면이 있다"며 "비례대표는 관례로 연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원직을 열심히 계속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례의원들은 말한다. "초선 의원으로 처음 의정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선 의원과 비교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KBS 탐사보도부는 단 한 번 비례대표 의원, 단 한 번의 임기로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긴 비례대표 의원을 소개한다. 단 한 명의 비례 의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그는 보여준다.

20대 국회의원들의 '꼼수' 의정보고서 실태와 47명 비례대표 의원들의 성적표는 오늘(4일) 밤 8시 10분 시사기획 창 '의원님의 두 얼굴'에서 보도된다.

자료분석 : 나라살림연구소
  • [탐사K] 20대 국회 의정활동 분석 ‘의원님의 두 얼굴’
    • 입력 2020.04.04 (11:05)
    • 수정 2020.04.04 (11:13)
    탐사K
[탐사K] 20대 국회 의정활동 분석 ‘의원님의 두 얼굴’
우리 동네 ‘예산 폭탄’ 믿어도 되나요?

국회의원이 자신의 정책과 입법활동을 보고 한다는 의정보고서.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온통 ‘돈 얘기’다. 돈 공장, 예산 폭탄, 예산 자판기 등 온갖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지역구 예산 확보 성과를 홍보한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조 단위까지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며 자신의 업적을 자랑한다.

KBS 탐사보도부는 20대 국회를 돌아보며 국회의원들이 지난 4년간 발간한 의정보고서를 수집, 분석했다. 공공재정 전문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국회도서관과 의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를 수집한 결과 619건의 의정보고서에서 1만 6,759건의 예산 확보 내역을 확인했다.

1만 6천여 건, 263조 원 … 건수는 여당, 금액은 야당


정당별로 살펴보니, 더불어 민주당이 7,657건(45.7%)으로 확보 건수가 가장 많았고,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6,370건(38%)으로 뒤를 이었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자유한국당이 111조 7,607억 원으로 민주당(54조 979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모두 국회의원 자신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라고 강조하는데, 그 금액을 합쳐보니 263조 원에 달한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에 대해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터무니없는 숫자”라고 평가한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위해 따왔다고 자랑한 예산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정말로 따왔는지 분명하지 않은 사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의정보고서에서 반복되는 예산 확보 내역을 유형별로 살펴봤다.

1. 의원님 덕에 우리 마을에 철도가?!

의원들이 내세운 만 6천여 건의 예산 내역을 분야별로 나눠보니, ‘수송 및 교통’ 분야 예산만 무려 113조 원(43%)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했다. 과연 지역구 의원들의 노력으로 113조의 운명이 결정된 것일까.


교통 분야의 대표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살펴봤다. 광주에서 목포까지, 열차가 지나가는 지역구 의원들은 저마다 자신이 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했다.

10명의 의원이 저마다 확보했다는 예산을 합치면 9조 6천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실제 사업비(2조 4천억)보다 4배나 많은 금액이다.

이원희 한국행정학회장은 이런 SOC 사업에 대해 유권자들이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다양한 절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500억 원 이상의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데,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분석과정을 거친다”면서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전부터 준비되고 계획적으로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국책사업을 국회의원 한두 명이 자신이 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한다.

이상민 수석연구원 역시 국회의원이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이른바 '숟가락을 얻는' 관행에 대해 비판한다. 국회의원의 강압으로 일부 예산이 증액된다고 하더라도 여러 현장 여건상 사업이 크게 앞당겨질 수도 없을뿐더러 4차선이 6차선으로 되거나 철도 한 줄이 두 줄로 변경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2. 공모사업 선정도 의원님 손길?

도시재생 사업 역시 의정보고서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발로 뛴 국비 공모사업 유치 총 8개 사업 980억 원”, “1,576억 원 규모 도시재생 뉴딜 사업 선정” 등 공모사업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주요 성과로 소개된다.

대표적인 공모사업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4년 동안 266곳이 선정됐다. 정부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해당 지역구의 모든 의원은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다. 공모사업은 특성상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심사위원회가 후보지를 평가한다. 또 지방역량 강화를 위해 상당수 사업은 중앙정부가 직접 선정하지 않고 광역자치단체에 권한을 이양했다.

과연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도 국회의원 의정활동의 성과로 볼 수 있을까. 이원희 행정학회 회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신의 영향력으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고 한다면, 스스로 절차와 기준을 무시했다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모사업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국회의원의 재량적 개입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3. '국비'라 쓰고 ‘국고보조사업’이라 읽는다

의정보고서는 유독 ‘국비’를 강조한다. 국가 예산을 우리 지역으로 받아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액 국비’, ‘순수 국비’ 같은 표현도 등장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의원들이 다들 ‘국비, 국비’ 하는데, 실제로는 그 사업 대부분이 국고보조금 사업”이라며 “국비를 따왔다고 해서 100% 그냥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반드시 광역이나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을 일정 비율 이상 더한 뒤 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이 의정보고서에서 국비를 확보했다며 치적으로 홍보한 사업 예산 1만 6천여 건을 동일한 사업에 관한 지자체 예산과 비교해봤다. 취재진이 확인한 4,079건의 동일한 사업 항목의 예산을 모두 더하자 총액은 19조 원 규모였다. 이중 순수 국비는 10조 3천억 원, 즉 54% 정도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의원들이 국비를 유치했다는 사업에서 실제 소요되는 예산 절반 가까이는 국비가 아니라 해당 지역구 지자체 예산이었다는 뜻이다.

'꼼수' 의정보고서, 법적인 문제는 없나?

이렇게 부풀려진 의정보고서, 문제는 없을까. 의정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되고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광역의원으로 3선을 지낸 전직 시의원은 2018년 의정보고서에 예산 내역을 허위로 적었다며 대법원으로부터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경북의 한 도의원 역시 의정보고서에 예산 확보 사업을 적으며 소속 상임위원회를 다르게 기재한 것이 문제가 돼 의원직을 잃었다.

하지만 이런 법의 판단이 유독 국회의원에겐 관대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민배 인하대 교수는 “판례를 살펴보면 광역의원의 경우 의정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아 당선 무효가 된 사례가 여럿 있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당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허위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학력에 관해 정규학교가 아니면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처럼, 의정보고서에서 예산을 부풀리거나 과장한 내용을 어디까지 허위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 발간에 예산이 지원되는 만큼(한 해 1,200만 원까지 지원) 사후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수호 변호사는 “현역의원의 특권인 의정보고서에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그 어떤 선거활동보다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법부가 가장 엄격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례대표 의원님은 뭐 하시나요?"

KBS 탐사보도부는 나라살림연구소와 공동으로 20대 국회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3,475건의 법안을 분석했다.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들의 평균 대표 발의 건수는 74건, 발의 법안이 실제 법률 개정으로 이어진 비율인 가결률은 30.39%였다.

사퇴와 승계로 인해 재임 기간이 짧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외한 44명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민생당 이상돈 의원·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성수 전 의원·미래통합당 김성태 의원이 법안 발의 건수와 가결률 모두 최하위권에 해당했다.

더불어시민당 제윤경 의원의 경우 대표 발의 법안 93건 가운데 모두 9건이 법률 개정으로 이어져 법안 가결률 9.6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민생당 이상돈 의원은 임기 동안 20건의 법안만 대표 발의해, 발의 건수가 가장 낮았다.

법안 발의 건수와 가결률 모두가 평균을 넘은 의원은 9명, 모두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의원은 13명이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나 활동상을 본다면 실패한 공천이고 실패한 충원"이라며 "그렇다면 해당 정당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의원이 공천에는 입법 활동보다 지역구 활동이 영향 커"

20대 국회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25명이 지역구 공천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13명이 각 당의 공천을 받아 이번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연임 기회를 얻게 됐다.

사실상 비례대표 연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례 의원은 연임을 위해 지역구 의원으로 공천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소수자와 직능을 대표한다는 비례대표 의원이 그 취지와 다르게 국회에 입성하고 난 뒤에는 지역구 활동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의원으로 공천을 받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은 무얼까?

KBS는 단국대 연구팀과 지역구로 나선 비례의원들의 공천 당락과 입법 활동·당내 활동·지역구 활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 등 의정 활동, 법안 발의 수와 가결률 등 입법 활동은 모두 공천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반면 비례대표 의원들이 출마를 원했던 지역구에서 벌인 활동은 공천 당락에 영향을 줬다.

공천 통과 의원들이 쓴 정치자금 가운데 지역구에 지출한 비율은 29.8%로 탈락한 의원들이 지출한 비율 15.7%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김영진 단국대 현대 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공천에 통과한 의원들이 더 많은 비중으로 지역구에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비례대표 의원 활동을 하며 다음 총선에 출마할 지역을 미리 점찍어두고 그 지역에 활동에 더 충실한 것으로 보여 비례대표 제도의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4년 임기 채우지 못한 비례의원은 "김종인·문미옥· 오세정· 이수혁 ·김성수"

4년 임기를 채우지 않은 20대 비례대표 의원도 5명이 있었다. 김종인·문미옥· 오세정· 이수혁 ·김성수 전 의원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2017년 3월 당내에서 더 의원직을 할 이유가 없다며 탈당해, 14번을 받았던 심기준 의원이 의원직을 승계했다.

문미옥 전 의원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되자 1년 만에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과기정통부 1차관을 거쳐 21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파갑 지역구로 공천을 신청했지만, 경선에서 패했다.

문 전 의원의 사퇴로 의원직을 넘겨받은 이수혁 전 의원 역시 주미대사에 낙점되며 지난해 10월 의원직을 사퇴했고, 차순위 비례대표 후보자인 정은혜 의원이 승계했다.

국민의당 출신 오세정 전 의원은 임기를 절반 정도 남기고 서울대 총장에 나서겠다며 의원직을 던졌다.

김성수 전 의원은 지난 1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내정돼 사퇴해 다음 승계 순번인 허윤정 의원이 배지를 이어받아 4개월간 의원직을 수행하게 됐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입장에서 중요한 자리를 다른 자리를 얻기 위해 버렸단 건 비판받을 측면이 있다"며 "비례대표는 관례로 연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의원직을 열심히 계속할 인센티브가 부족한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례의원들은 말한다. "초선 의원으로 처음 의정활동을 하기 때문에 다선 의원과 비교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 KBS 탐사보도부는 단 한 번 비례대표 의원, 단 한 번의 임기로 의미 있는 자취를 남긴 비례대표 의원을 소개한다. 단 한 명의 비례 의원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그는 보여준다.

20대 국회의원들의 '꼼수' 의정보고서 실태와 47명 비례대표 의원들의 성적표는 오늘(4일) 밤 8시 10분 시사기획 창 '의원님의 두 얼굴'에서 보도된다.

자료분석 : 나라살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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