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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찌르고 부모 욕까지”…괴롭힘 신고했더니 강제 발령
입력 2020.06.07 (09:00) 취재K
“자로 찌르고 부모 욕까지”…괴롭힘 신고했더니 강제 발령
상사의 갑질과 동료들의 괴롭힘, 부당전보 등 직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은 그 뒤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해자와 분리하는 것이 상식이겠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도 그럴까요?

직장갑질119 박점규 집행위원은 최근 접수되는 하루 평균 15건의 상담 가운데 2건 정도가 직장에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복 갑질' 관련이라고 말했습니다.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XX충', '벌레XX'…업무 능력 미숙하다며 폭언에 폭력까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다니는 박 모 씨는 2015년 입사 직후부터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업무 능력이 미숙하다며 견디기 힘든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XXXX', 'XX충', '벌레XX', '네 부모는 너 낳고도 미역국 먹었냐?', '네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치디?' 같은 말은 예사였습니다. 심지어 여성 상사가 철이 달린 플라스틱 자로 박 씨의 몸을 찌르거나 때리기도 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박 씨가 회사 감사실을 찾았습니다. 모욕적인 발언과 폭행, 고충 책임자의 방조 행위까지 모든 것을 고발했습니다.


도움 요청하러 찾아간 감사실에서 들은 말, "단어 선택을 신중히 잘해야지"

도움을 요청하러 간 감사실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감사실장은 예전에 해임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말이야 단어선택을 신중히 잘해야지. 그렇게 마음대로 하다 보면 OOO(과거 해임 직원)처럼 된다." 그리고 2주 뒤 세종에서 춘천으로 인사 조치당합니다.

부당 전보 조치에 대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과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소송에서도 박 씨는 피해 사실을 모두 인정 받았습니다. 올해 초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 일부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여전히 휴직 중입니다. 고통스러운 매일을 보냈던 자신과 달리, 지금까지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가해자들을 마주치게 되는 순간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박 씨의 춘천 발령은 그 당시에 있었던 인사권자들이 현재 자리에 없어 답변이 곤란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해당 신고 건에 대해선 "가해자들의 대한 인사위원회의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인사까지 투입했던 사안이라 부당한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원한다면 근무 층을 달리하는 등 분리조치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피해자가 문제아? … 직장 괴롭힘에 우울증까지, 스스로 피해야 하는 피해자들

물론 인사권은 사용자 측의 고유 권한입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 없는 조치에 대해 노동자자는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스러운 부분은 피해자가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직후 전보 조치를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자신도 이런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쉽게 말도 붙이지 못하고 피해자는 점점 고립됩니다. 사용자 측과도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는 피해자는 우울증 같은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는 직장에서 벌어진 문제로 인해 우울증을 얻게 됐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 일부 승인까지 받았지만, 그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제 제기와 신고를 한 직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이에 대해 고소하거나 진정을 넣으면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사건 발생 시기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지난해 7월 이전이어도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피해자가 보복조치에 대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사용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하도록 법 조항을 보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조언했습니다.
  • “자로 찌르고 부모 욕까지”…괴롭힘 신고했더니 강제 발령
    • 입력 2020.06.07 (09:00)
    취재K
“자로 찌르고 부모 욕까지”…괴롭힘 신고했더니 강제 발령
상사의 갑질과 동료들의 괴롭힘, 부당전보 등 직장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은 그 뒤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해자와 분리하는 것이 상식이겠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도 그럴까요?

직장갑질119 박점규 집행위원은 최근 접수되는 하루 평균 15건의 상담 가운데 2건 정도가 직장에 문제를 제기한 피해자들에 대한 '보복 갑질' 관련이라고 말했습니다. 목소리를 낸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XX충', '벌레XX'…업무 능력 미숙하다며 폭언에 폭력까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에 다니는 박 모 씨는 2015년 입사 직후부터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업무 능력이 미숙하다며 견디기 힘든 모욕적인 발언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XXXX', 'XX충', '벌레XX', '네 부모는 너 낳고도 미역국 먹었냐?', '네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치디?' 같은 말은 예사였습니다. 심지어 여성 상사가 철이 달린 플라스틱 자로 박 씨의 몸을 찌르거나 때리기도 했습니다. 견디다 못한 박 씨가 회사 감사실을 찾았습니다. 모욕적인 발언과 폭행, 고충 책임자의 방조 행위까지 모든 것을 고발했습니다.


도움 요청하러 찾아간 감사실에서 들은 말, "단어 선택을 신중히 잘해야지"

도움을 요청하러 간 감사실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감사실장은 예전에 해임된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이 말이야 단어선택을 신중히 잘해야지. 그렇게 마음대로 하다 보면 OOO(과거 해임 직원)처럼 된다." 그리고 2주 뒤 세종에서 춘천으로 인사 조치당합니다.

부당 전보 조치에 대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과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소송에서도 박 씨는 피해 사실을 모두 인정 받았습니다. 올해 초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 일부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박 씨는 여전히 휴직 중입니다. 고통스러운 매일을 보냈던 자신과 달리, 지금까지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 가해자들을 마주치게 되는 순간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는 "박 씨의 춘천 발령은 그 당시에 있었던 인사권자들이 현재 자리에 없어 답변이 곤란하다"고 답했습니다. 또 해당 신고 건에 대해선 "가해자들의 대한 인사위원회의에서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외부인사까지 투입했던 사안이라 부당한 결정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원한다면 근무 층을 달리하는 등 분리조치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피해자가 문제아? … 직장 괴롭힘에 우울증까지, 스스로 피해야 하는 피해자들

물론 인사권은 사용자 측의 고유 권한입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 없는 조치에 대해 노동자자는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스러운 부분은 피해자가 회사에 문제를 제기한 직후 전보 조치를 받는다는 데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자신도 이런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쉽게 말도 붙이지 못하고 피해자는 점점 고립됩니다. 사용자 측과도 외로움과도 싸워야 하는 피해자는 우울증 같은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는 직장에서 벌어진 문제로 인해 우울증을 얻게 됐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 일부 승인까지 받았지만, 그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제 제기와 신고를 한 직원에 대해 불리한 조치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이에 대해 고소하거나 진정을 넣으면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사건 발생 시기가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지난해 7월 이전이어도 민법상 불법행위에 대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피해자가 보복조치에 대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사용자가 인과관계를 증명하도록 법 조항을 보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라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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