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대형산불에 안전한 달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2021.03.25 (14:09)

 

■ 뜨거운 화염이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2019년 시작한 산불이 이듬해까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3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소실됐다. 40명의 인명피해가 났고, 만여 채의 시설물이 파괴됐다.

 

호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코알라, 캥거루 등 최소 30억 마리의 야생 동물들이 피해를 당하여 멸종 위기 상황까지 직면했고,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020년 북반구 지역의 시베리아에서는 300여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수많은 주민이 도시를 떠나야 했고, 대규모 면적의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천년고찰 낙산사를 전소시킨 2005년 양양산불, 강릉과 속초 시내를 집어삼킬 뻔했던 2017년 강릉산불, 2019년 고성·속초 산불은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 '재난성' 대형산불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19년 큰 피해를 낸 동해안 산불

 

■ 최근 대형산불의 공통점

 

산불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발생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첫 번째, 기상요소다. 산불의 발생과 확산은 기상과 매우 밀접하다. 습도가 낮고 온도가 높으면 낙엽과 초본의 함수량이 빠르게 떨어져 불이 쉽게 붙는다.

 

불이 붙은 후에는 바람의 영향을 받아 확산 방향과 속도가 결정된다. 즉 산불 특성 변화의 주요 요인은 기상이다.

 

두 번째, 최근 들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산불의 특이 패턴이 포착되고 있다. 우선 연중 산불 발생 일수가 증가하고 있다.

 

1990년 산불이 한 건이라도 발생한 날은 365일 중 112일이었지만, 최근 3년 사이 169일로 57일 증가했다. 이는 여름철 폭염성 가뭄과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인해 산불 조심 기간이 아닌 1월과 6월, 8월의 산불 발생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도 현재 2월 1일~5월 15일(봄철), 11월 1일~12월 15일(가을철)로 설정된 '산불 조심 기간'의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 이병두(2019) 등은 산불통계를 분석한 뒤, 10월부터 다음 해 6월까지를 신불조심기간으로 설정해, 현재의 5개월보다 석 달 더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 대형산불이 2월과 5월에도 발생한다는 점이다. 기존 대형산불은 3월과 4월에만 발생했다. 이에 따라 3월 13일부터 4월 18일까지가 대형산불 특별방지대책기간으로 설정됐다.

 

하지만 2020년 5월에는 강원도 고성, 2018년 2월에는 강원도 삼척, 2021년 2월에는 경상북도 안동, 예천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대형산불에 안전한 달이 없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재난성 대형산불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는 점이다. 극심한 이상기후를 동반하는 기후변화는 초대형 산불을 초래하고, 초대형 산불은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자 저장고인 산림을 파괴해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대형화, 장기화, 연중화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8년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남반구보다 북반구의 기온 상승이 강하고 아마존 지역의 건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 기온 상승이 클수록 몽골, 남아프리카, 호주, 아마존,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의 산불위험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2020년 호주와 아마존 열대우림, 시베리아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기온변화 : 남반구보다 북반구의 기온 상승이 뚜렷 

 

상대습도의 변화 : 몽골, 남아프리카, 호주, 아마존 건조현상 심화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산불 위험 분석 결과, 지난 40년간 봄과 가을철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해, 산불 발생 위험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는 10년 평균 연 474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매년 1,120ha의 산림을 불태웠다. 월별로 살펴보면 3월 112건(26%), 4월 96건(22%), 2월 48건(11%)으로 약 60%의 산불이 2월부터 4월까지 봄철 건조한 시기에 집중되는 걸 알 수 있다.

 

■ 산불의 대형화·장기화·연중화…과학적 산불관리 필요

 

그렇다면 산불은 어떠한 원인으로 발생하는가? 대부분은 사람의 실수로 인해 발생한다.

 

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가 약 34%, 논‧밭두렁 소각이 15%, 쓰레기 소각이 14%, 건축물 화재 5%, 성묘객 3% 정도이며, 벼락 등 자연적인 원인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봄철에는 농사를 준비하기 위한 소각이 산불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므로 이 시기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듯 산불은 대형화, 장기화, 연중화 되고 있으며 산불 발생 위험이 큰 시기에는 그 어느 때 보다 치밀한 예방 대비 전략과 효과적이고 정확한 진화전략이 요구된다. 즉 '과학적인 산불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통해 ▲ 대규모 소나무 숲이 있는 곳 가운데 ▲ 바람이 세고 ▲ 건조한 지역을 대상으로 ‘대형산불 위험예보제’를 운영하며 대형산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미리 알려주고 있다.

 

또한, 상대 습도와 온도 등 기상여건을 파악해 전국 16개 시도를 대상으로 ‘소각산불징후 예보제’를 운영하며 소각산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사전에 알린다.

 

산불이 발생하면 발화지의 위치와 지형, 산림의 상태, 기상조건을 바탕으로 시간대별 산불 확산 경로를 예측ㆍ분석하여 제공하고 열 센서가 장착된 드론을 활용해 헬기 투입이 어려운 야간산불 화선의 탐지 및 잔불의 위치를 분석해 실시간 제공한다.

 

이러한 정보로 효율적이고 신속한 진화와 대피 전략 수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 '숲 가꾸기' 통한 산림 관리가 우선해야!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산불 예방 대응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바로 숲 가꾸기를 통한 산림관리다.

 

산불에 영향을 미치는 3요소(연료, 지형, 기상) 가운데 우리가 산불에 대비하여 준비할 수 있는 인자는 연료 즉, 산림뿐이다.

 

우리의 노력에 따라 산불에 강한 숲이 될 수도 있고 대형산불로 이어지는 기폭제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가지치기와 솎아베기를 비롯한 지속적인 숲 가꾸기를 통해 산불로부터 강한 산림을 만들어야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996년과 2000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피해지의 생태계 변화를 관찰한 결과, 산림생태계 회복까지 야생동물은 35년, 토양은 무려 1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산림은 한 번 잃으면 회복이 어렵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 예측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산불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더 안전한 숲을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