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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산불’ 강원도에 대형헬기가 없는 책임은 누구에게?
입력 2019.04.10 (15:44) 수정 2019.04.11 (15:01) 취재K
‘잦은 산불’ 강원도에 대형헬기가 없는 책임은 누구에게?
"물탱크에 약 3천 리터의 물을 싣고 늘상 동해안에 상주하면서 출동할 수 있는 카모프 헬기를 250억 원을 들여서 꼭 이번에 구입해주십사하는 부탁을 드릴 예정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지난 8일)

국가 재난급 산불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8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국회를 찾아 화재 피해로 인한 주택 복구비 지원과 함께 헬기 구입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재난피해 복구비와 함께 '부탁 목록'에 넣을 정도로 '카모프 헬기'가 중요한 장비였다면, 왜 미리미리 사지 못한 걸까요?


지난해 11월 국회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소방청의 2019년 예산안에는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 특수장비 확충' 예산으로 카모프 헬기 구입 예산 62억5천만 원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1년에 62억5천만 원씩 2년간 총 125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여기에 강원도 자체 예산을 더해 250억 원짜리 헬기를 사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예산 항목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올라갔다가 전액 삭감됐습니다. 국가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중요한 예산인데, 대체 누가 왜 삭감한 것일까요?

“지차제 소방헬기는 소방안전교부세로”

당시 국회 예결위 회의록입니다.

"벌써 소방안전교부세를 만든 지가 한 5년가량 지났거든요. (중략) 소방안전교부세의 재원이 그런 곳(소방헬기 등)에도 더 여유있게 배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용진 당시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발언 중)

주목해야 할 용어는 바로 '소방안전교부세'입니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소비세를 세원으로 하는데, '지자체의 소방 및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목적에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자체 소방장비인 강원도 소방 헬기를 사려면 소방안전교부세를 끌어다 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소방안전교부세는 기재부가 아니라 행안부가 관리합니다. 결국 강원도 소방헬기 사는 데 드는 돈을 대기 위해 행안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증액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자체 소방헬기 구입을 기재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재부 입장에선 '예외'가 '관행'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을 법합니다.

소방헬기 구입 등은 전체의 10%..."노후 헬기 교체가 우선"

그렇다면 행안부에서 소방안전교부세로 강원도 소방헬기 구입 예산을 지원해 줬으면 되는 일 아닐까요? 답답하기는 행안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드리고는 싶은데, 그렇게 되면 타 시도에 가는 예산이 줄어들 것 아닙니까. 강원도 신규 부분에 대해서는 국비가 좀 들어가야 되지 않나..."
(행정안전부 관계자)

규정을 살펴봤습니다. 소방안전교부세 중에서 헬기 구입 등 '특수수요' 예산은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전체 규모에 따라 기계적으로 한도액이 정해집니다. 문제는 이미 이 돈을 써야 할 곳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행안부는 현재 20년 이상 노후 소방헬기를 교체하고 있는 중입니다. 소방안전교부세 가운데 특수수요 예산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교체계획이 꽉 차 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에 소방헬기를 한 대 새로 사려면 이제나저제나 교체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노후 소방헬기 교체를 미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행안부 설명입니다.


게다가 위 표를 자세히 보면 소방안전교부세 재원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원인 담배소비세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소방헬기 구입에 쓸 수 있는 돈도 줄어듭니다. 앞으로도 강원도에 카모프 소방헬기 살 돈을 보태 주기는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 안 해주시면 강원도 예산으로도 해야 되겠죠."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말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최 지사는 지난 8일 KBS뉴스9에 출연해 '강원도 예산으로 카모프 헬기 구입이 불가능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강원도의 예결산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2017회계연도의 결산을 기준으로 강원도청이 보유한 '순세계잉여금' 규모는 1천587억 원(일반회계 기준 1천194억 원) 정도 됩니다. 순세계잉여금이란 쉽게 말해 세입에서 세출을 뺀 차액, 즉 잉여금에서 국고 환수액과 사업성 이월금 등을 빼고 다음 회계연도 세입으로 잡히는 돈입니다. 일반 가정의 가계부에 비교하자면, 해가 바뀌었을 때 작년에 쓰고 남은 돈을 넘겨받아 수입으로 잡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돈을 잘 쓰면 자체 예산으로 헬기를 사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그런데 왜 강원도는 국비를 요청한 걸까요? 사업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 예산인 국비와 자체 예산을 합쳐 비용을 충당하는 오랜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직(소방직이 아닌 공무원)에서 '국비를 따 온다면 나머지는 해 줄게' 이런 식의... 일반직의 도움 없이는 저희가 처리할 수 없는 구조죠. 시도 예산이 그렇습니다."
(소방청 관계자)

소방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결국 지자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교부금·국비 50, 지방비 50 매칭'이 일종의 원칙으로 자리잡히다 보니, 일반회계 예산을 소방분야에 가져다 쓰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대형헬기는 사는데도 큰 예산이 들어가고, 유지·관리에도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이이서 필요로 하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국가에서 돈이 없어서 정말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 그때는 다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형헬기를 100% 도비로 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카모프 헬기의 부재, '원칙'의 책임인가

결론만 놓고 보면, 강원도와 기재부, 행안부 모두 할 말이 있습니다.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원칙'대로 움직인 셈입니다. 다만, 해답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강원도든 기재부든 행안부든 누구라도 원칙에서 한 발짝만 물러서면 됩니다. 정말 대형 소방헬기가 급하다면 말입니다. '원칙'에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원칙 때문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랍니다.
  • ‘잦은 산불’ 강원도에 대형헬기가 없는 책임은 누구에게?
    • 입력 2019.04.10 (15:44)
    • 수정 2019.04.11 (15:01)
    취재K
‘잦은 산불’ 강원도에 대형헬기가 없는 책임은 누구에게?
"물탱크에 약 3천 리터의 물을 싣고 늘상 동해안에 상주하면서 출동할 수 있는 카모프 헬기를 250억 원을 들여서 꼭 이번에 구입해주십사하는 부탁을 드릴 예정입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지난 8일)

국가 재난급 산불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8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국회를 찾아 화재 피해로 인한 주택 복구비 지원과 함께 헬기 구입 예산을 요청했습니다. 재난피해 복구비와 함께 '부탁 목록'에 넣을 정도로 '카모프 헬기'가 중요한 장비였다면, 왜 미리미리 사지 못한 걸까요?


지난해 11월 국회로 가보겠습니다. 당시 소방청의 2019년 예산안에는 '환동해 특수재난대응단 특수장비 확충' 예산으로 카모프 헬기 구입 예산 62억5천만 원을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1년에 62억5천만 원씩 2년간 총 125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고, 여기에 강원도 자체 예산을 더해 250억 원짜리 헬기를 사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예산 항목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올라갔다가 전액 삭감됐습니다. 국가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중요한 예산인데, 대체 누가 왜 삭감한 것일까요?

“지차제 소방헬기는 소방안전교부세로”

당시 국회 예결위 회의록입니다.

"벌써 소방안전교부세를 만든 지가 한 5년가량 지났거든요. (중략) 소방안전교부세의 재원이 그런 곳(소방헬기 등)에도 더 여유있게 배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용진 당시 기획재정부 제2차관 발언 중)

주목해야 할 용어는 바로 '소방안전교부세'입니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소비세를 세원으로 하는데, '지자체의 소방 및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목적에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자체 소방장비인 강원도 소방 헬기를 사려면 소방안전교부세를 끌어다 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소방안전교부세는 기재부가 아니라 행안부가 관리합니다. 결국 강원도 소방헬기 사는 데 드는 돈을 대기 위해 행안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예산으로 증액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지자체 소방헬기 구입을 기재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안 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재부 입장에선 '예외'가 '관행'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을 법합니다.

소방헬기 구입 등은 전체의 10%..."노후 헬기 교체가 우선"

그렇다면 행안부에서 소방안전교부세로 강원도 소방헬기 구입 예산을 지원해 줬으면 되는 일 아닐까요? 답답하기는 행안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드리고는 싶은데, 그렇게 되면 타 시도에 가는 예산이 줄어들 것 아닙니까. 강원도 신규 부분에 대해서는 국비가 좀 들어가야 되지 않나..."
(행정안전부 관계자)

규정을 살펴봤습니다. 소방안전교부세 중에서 헬기 구입 등 '특수수요' 예산은 전체의 10%를 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전체 규모에 따라 기계적으로 한도액이 정해집니다. 문제는 이미 이 돈을 써야 할 곳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행안부는 현재 20년 이상 노후 소방헬기를 교체하고 있는 중입니다. 소방안전교부세 가운데 특수수요 예산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교체계획이 꽉 차 있습니다. 그런데 강원도에 소방헬기를 한 대 새로 사려면 이제나저제나 교체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노후 소방헬기 교체를 미뤄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행안부 설명입니다.


게다가 위 표를 자세히 보면 소방안전교부세 재원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세원인 담배소비세 규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소방헬기 구입에 쓸 수 있는 돈도 줄어듭니다. 앞으로도 강원도에 카모프 소방헬기 살 돈을 보태 주기는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 안 해주시면 강원도 예산으로도 해야 되겠죠."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말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최 지사는 지난 8일 KBS뉴스9에 출연해 '강원도 예산으로 카모프 헬기 구입이 불가능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강원도의 예결산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2017회계연도의 결산을 기준으로 강원도청이 보유한 '순세계잉여금' 규모는 1천587억 원(일반회계 기준 1천194억 원) 정도 됩니다. 순세계잉여금이란 쉽게 말해 세입에서 세출을 뺀 차액, 즉 잉여금에서 국고 환수액과 사업성 이월금 등을 빼고 다음 회계연도 세입으로 잡히는 돈입니다. 일반 가정의 가계부에 비교하자면, 해가 바뀌었을 때 작년에 쓰고 남은 돈을 넘겨받아 수입으로 잡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돈을 잘 쓰면 자체 예산으로 헬기를 사는 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그런데 왜 강원도는 국비를 요청한 걸까요? 사업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 예산인 국비와 자체 예산을 합쳐 비용을 충당하는 오랜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반직(소방직이 아닌 공무원)에서 '국비를 따 온다면 나머지는 해 줄게' 이런 식의... 일반직의 도움 없이는 저희가 처리할 수 없는 구조죠. 시도 예산이 그렇습니다."
(소방청 관계자)

소방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결국 지자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교부금·국비 50, 지방비 50 매칭'이 일종의 원칙으로 자리잡히다 보니, 일반회계 예산을 소방분야에 가져다 쓰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강원도청 관계자는 "대형헬기는 사는데도 큰 예산이 들어가고, 유지·관리에도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이이서 필요로 하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국가에서 돈이 없어서 정말 (지원을) 못 한다고 하면 그때는 다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형헬기를 100% 도비로 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카모프 헬기의 부재, '원칙'의 책임인가

결론만 놓고 보면, 강원도와 기재부, 행안부 모두 할 말이 있습니다.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원칙'대로 움직인 셈입니다. 다만, 해답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강원도든 기재부든 행안부든 누구라도 원칙에서 한 발짝만 물러서면 됩니다. 정말 대형 소방헬기가 급하다면 말입니다. '원칙'에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원칙 때문에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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