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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동산]① 거수기 전락한 주거정책심의위
입력 2019.07.09 (10:56) 수정 2019.07.10 (16:09) 취재K
[文정부 부동산]① 거수기 전락한 주거정책심의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명한가 ①주거정책심의위

신뢰도가 높은 사회는 불확실성과 거래 비용이 낮다. 하지만 신뢰는 쉽게 생겨나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필요하다.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시장에 참가하는 누구든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결국, 투명성이 높아지면 혼란이 줄어들고 거래 비용이 낮아져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과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시장 주체들 사이 형성되는 정보의 비대칭도 크다. 정보의 비대칭은 매도자와 매수자,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도 존재하지만 가장 큰 격차는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와 일반 시민 사이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존스랑라살르는 2년에 한 번씩 100개 국가를 상대로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측정한다. 한국은 2018년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 지수 조사에서 31위를 차지했다.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일본(15위), 대만(26위), 말레이시아(30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과 정책집행에 있어 어떤 정부보다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집값 잡기'라는 대명제에 밀려 오히려 부동산 정책과 각종 정보에 대한 투명성 확보 노력은 미흡한 편이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깜깜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 순서
①주거정책심의위원회 - 서면으로 100% 찬성…국토부 거수기 전락
②HUG의 분양가 통제 - 정부 뒤에 숨어 시장을 조종하는 준시장형 공기업
③아파트 특별공급 - 누가 어떻게 받는가? 가짜 임신진단서 등 비리 만연
④공시가격 산정 - 마법의 숫자 '현실화율 68%'…어떻게 나왔을까?


최고결정기구 '주정심'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느 기관이든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총괄하는 주거정책에서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주정심이 결정하는 굵직한 부동산 정책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어디를 개발하고, 어디를 규제할 것인지 결정한다. 택지개발지구와 투기과열지구, 분양가상한제를 어떤 지역에 지정할 것인지 혹은 어떤 지역을 해제할 것인지 판단한다.

건설사들이 짓는 주택의 표준이 되는 최저주거기준도 설정한다. 최저주거기준이 바뀌면 공급되는 집의 면적과 최소 설비는 물론 투입되는 건축비도 달라진다. 주거정책의 '마스터플랜'인 주거종합계획도 주정심에서 최종 의결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먼저 당연직 13명 몫으로 기재부 등 관계부처 차관 9명과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 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장이 들어간다.

위촉직 11명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주거정책의 대상계층을 대표하거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민간인을 국토부 장관이 위촉한다. 대개 관련학과 교수나 연구원이 맡는다. 택지개발을 심의하는 경우에는 관할 지역의 시ㆍ도지사가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위원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회의 역시 운영세칙에 따라 비공개다. 물론, 주정심에서 심사하는 안건들이 워낙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다 보니 비공개 원칙이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10번 중 9번 이상 '서면 의결'ㆍ'100% 찬성'

문제는 주거정책심의위 심사 과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데다, 심사 결과를 사후적으로 검증할 방법마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국회 국토교통위 김현아 의원실(자유한국당)을 통해 확보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회의 현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열린 11차례의 주정심 가운데 실제 회의가 열린 건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 10번은 모두 서면 의결로 대체됐다.

서면의결은 운영세칙에 명시된 규정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단서조항이 있다. 안건의 내용이 경미하거나 긴급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유로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조건이다.


하지만, 서면으로 심사된 10차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정비촉진사업지원 등의 안건내용을 보면 경미한 사안이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서면으로 심의하면 회의록도 없다. 서면심의서와 심의결과만 남을 뿐이다. 서면으로 심사할 경우 심의위원끼리의 활발한 토론은 물론 의원 간의 의견 교환 자체가 차단되는 셈이다.

결과는 어떨까. 2016년 3월부터 열린 17번의 주정심은 모두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100% 원안 가결의 전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됐다. 주정심이 국토부가 올린 안건을 승인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00% 원안 통과가 가능한 배경에는 먼저 정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원회 구성 문제가 있다. 주정심은 정부 관계자와 공무원인 당연직 13명이 모두 찬성하면 위촉직 전문가 모두가 반대해도 가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조정 해제' 심의가 '조정 유지'로 뒤바뀐 사연

전체회의 가운데 90% 이상이 서면심사로 이뤄지는 점도 100% 원안 통과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서면심사는 국토부가 위원들에게 심의 안건과 내용을 문서로 보낸 뒤 위원들의 찬성, 반대와 부대 의견을 문서로 회신받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서면심사는 국토부의 사전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국토부가 안건 내용을 '세팅'하면 위원들이 설정된 프레임에 따라 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15일, 국토부 주택정책과에는 부산시에서 보낸 공문 한 통이 접수됐다. 공문의 제목은 "부산광역시 조정대상지역(3개구) 해제 요청". 부산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 3곳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조정대상지역은 부동산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에 지정된다. 지정되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는 등 불이익이 크다.

이 때문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자치단체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시 역시 미분양 적체 등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조정대상 지역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심사 결과 부산시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는 결국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지정된 3구에 대해 지정해제 여부를 검토한 결과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으니 업무에 참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취재진이 확보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회의 현황에는 부산 3구의 조정대상지역 검토 안건에 대해 '원안 통과'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해제를 요청했는데 해제는 거부당한 채 '원안 통과'라는 결과가 나온 사연이 뭘까. 취재 결과 안건의 프레임이 정반대로 뒤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여부가 아닌 '유지' 여부를 심사해달라며 각 위원들에게 서면을 보냈고, 결과는 조정대상지역의 유지는 '원안통과'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제를 요청했기 때문에 당연히 주정심에서 해제 여부가 심사되었던 것으로 알았다"면서 원안통과라는 결과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해제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나 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나 결과는 똑같다"면서 "유지 여부를 심사해도 위원들이 해제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안건을 올릴 때 국토부의 자체적인 판단은 당연히 들어간다"면서 국토부가 안건의 내용과 상정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실제로 안건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올리고 의견을 서면으로 수렴하는지 등에 관한 절차는 법령과 관련 시행규칙에 나와 있지 않다. 공개되지 않는 내부지침을 통해서 '서면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결과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암묵적인 권한을 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김현아 의원은 "주정심의 경우 사실상 정부 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인 회의에 그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나 교환이 될 수 없다"면서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해야 하고 어렵다면 화상회의 등의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위원 명단은 물론 회의 결과와 내용까지 모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근거는 국토교통부 훈령 제726호인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운영세칙이다. 이 훈령을 근거로 국토부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자료 요청마저 거부하고 있다.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신원이나 구체적인 발언을 공개하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미 심사가 끝난 사안까지 안건의 내용과 찬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기밀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정책의 투명성 확보는 정책의 뼈대를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에서부터 먼저 시작돼야 한다.
  • [文정부 부동산]① 거수기 전락한 주거정책심의위
    • 입력 2019.07.09 (10:56)
    • 수정 2019.07.10 (16:09)
    취재K
[文정부 부동산]① 거수기 전락한 주거정책심의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투명한가 ①주거정책심의위

신뢰도가 높은 사회는 불확실성과 거래 비용이 낮다. 하지만 신뢰는 쉽게 생겨나지 않는다.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필요하다.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시장에 참가하는 누구든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결국, 투명성이 높아지면 혼란이 줄어들고 거래 비용이 낮아져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과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시장 주체들 사이 형성되는 정보의 비대칭도 크다. 정보의 비대칭은 매도자와 매수자,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도 존재하지만 가장 큰 격차는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와 일반 시민 사이에서 발생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존스랑라살르는 2년에 한 번씩 100개 국가를 상대로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측정한다. 한국은 2018년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 지수 조사에서 31위를 차지했다. 조금씩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 일본(15위), 대만(26위), 말레이시아(30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과 정책집행에 있어 어떤 정부보다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집값 잡기'라는 대명제에 밀려 오히려 부동산 정책과 각종 정보에 대한 투명성 확보 노력은 미흡한 편이다. 취재 현장에서 느끼는 '깜깜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 순서
①주거정책심의위원회 - 서면으로 100% 찬성…국토부 거수기 전락
②HUG의 분양가 통제 - 정부 뒤에 숨어 시장을 조종하는 준시장형 공기업
③아파트 특별공급 - 누가 어떻게 받는가? 가짜 임신진단서 등 비리 만연
④공시가격 산정 - 마법의 숫자 '현실화율 68%'…어떻게 나왔을까?


최고결정기구 '주정심'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느 기관이든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총괄하는 주거정책에서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주정심이 결정하는 굵직한 부동산 정책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어디를 개발하고, 어디를 규제할 것인지 결정한다. 택지개발지구와 투기과열지구, 분양가상한제를 어떤 지역에 지정할 것인지 혹은 어떤 지역을 해제할 것인지 판단한다.

건설사들이 짓는 주택의 표준이 되는 최저주거기준도 설정한다. 최저주거기준이 바뀌면 공급되는 집의 면적과 최소 설비는 물론 투입되는 건축비도 달라진다. 주거정책의 '마스터플랜'인 주거종합계획도 주정심에서 최종 의결한다.

위원회는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먼저 당연직 13명 몫으로 기재부 등 관계부처 차관 9명과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 토지주택공사(LH) 사장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장이 들어간다.

위촉직 11명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주거정책의 대상계층을 대표하거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민간인을 국토부 장관이 위촉한다. 대개 관련학과 교수나 연구원이 맡는다. 택지개발을 심의하는 경우에는 관할 지역의 시ㆍ도지사가 참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위원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회의 역시 운영세칙에 따라 비공개다. 물론, 주정심에서 심사하는 안건들이 워낙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다 보니 비공개 원칙이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10번 중 9번 이상 '서면 의결'ㆍ'100% 찬성'

문제는 주거정책심의위 심사 과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의심되는 데다, 심사 결과를 사후적으로 검증할 방법마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국회 국토교통위 김현아 의원실(자유한국당)을 통해 확보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회의 현황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열린 11차례의 주정심 가운데 실제 회의가 열린 건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 10번은 모두 서면 의결로 대체됐다.

서면의결은 운영세칙에 명시된 규정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단서조항이 있다. 안건의 내용이 경미하거나 긴급해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 천재지변이나 부득이한 사유로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어려운 경우가 조건이다.


하지만, 서면으로 심사된 10차례의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정비촉진사업지원 등의 안건내용을 보면 경미한 사안이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서면으로 심의하면 회의록도 없다. 서면심의서와 심의결과만 남을 뿐이다. 서면으로 심사할 경우 심의위원끼리의 활발한 토론은 물론 의원 간의 의견 교환 자체가 차단되는 셈이다.

결과는 어떨까. 2016년 3월부터 열린 17번의 주정심은 모두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100% 원안 가결의 전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됐다. 주정심이 국토부가 올린 안건을 승인해주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00% 원안 통과가 가능한 배경에는 먼저 정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원회 구성 문제가 있다. 주정심은 정부 관계자와 공무원인 당연직 13명이 모두 찬성하면 위촉직 전문가 모두가 반대해도 가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조정 해제' 심의가 '조정 유지'로 뒤바뀐 사연

전체회의 가운데 90% 이상이 서면심사로 이뤄지는 점도 100% 원안 통과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서면심사는 국토부가 위원들에게 심의 안건과 내용을 문서로 보낸 뒤 위원들의 찬성, 반대와 부대 의견을 문서로 회신받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서면심사는 국토부의 사전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 국토부가 안건 내용을 '세팅'하면 위원들이 설정된 프레임에 따라 답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15일, 국토부 주택정책과에는 부산시에서 보낸 공문 한 통이 접수됐다. 공문의 제목은 "부산광역시 조정대상지역(3개구) 해제 요청". 부산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 3곳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조정대상지역은 부동산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에 지정된다. 지정되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는 등 불이익이 크다.

이 때문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자치단체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시 역시 미분양 적체 등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조정대상 지역 해제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심사 결과 부산시 해운대구·수영구·동래구는 결국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지정된 3구에 대해 지정해제 여부를 검토한 결과 조정대상지역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으니 업무에 참고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취재진이 확보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 회의 현황에는 부산 3구의 조정대상지역 검토 안건에 대해 '원안 통과'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해제를 요청했는데 해제는 거부당한 채 '원안 통과'라는 결과가 나온 사연이 뭘까. 취재 결과 안건의 프레임이 정반대로 뒤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토부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여부가 아닌 '유지' 여부를 심사해달라며 각 위원들에게 서면을 보냈고, 결과는 조정대상지역의 유지는 '원안통과'였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제를 요청했기 때문에 당연히 주정심에서 해제 여부가 심사되었던 것으로 알았다"면서 원안통과라는 결과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해제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나 유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나 결과는 똑같다"면서 "유지 여부를 심사해도 위원들이 해제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안건을 올릴 때 국토부의 자체적인 판단은 당연히 들어간다"면서 국토부가 안건의 내용과 상정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실제로 안건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올리고 의견을 서면으로 수렴하는지 등에 관한 절차는 법령과 관련 시행규칙에 나와 있지 않다. 공개되지 않는 내부지침을 통해서 '서면 회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결과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암묵적인 권한을 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김현아 의원은 "주정심의 경우 사실상 정부 정책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인 회의에 그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이나 교환이 될 수 없다"면서 "대면회의를 원칙으로 해야 하고 어렵다면 화상회의 등의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토부는 위원 명단은 물론 회의 결과와 내용까지 모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근거는 국토교통부 훈령 제726호인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운영세칙이다. 이 훈령을 근거로 국토부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자료 요청마저 거부하고 있다.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신원이나 구체적인 발언을 공개하지 않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미 심사가 끝난 사안까지 안건의 내용과 찬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기밀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정책의 투명성 확보는 정책의 뼈대를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에서부터 먼저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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