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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아베는 변하지 않는다”…우익 외길 20년, 사태 장기화 우려
입력 2019.07.29 (13:44) 수정 2019.07.29 (15:51) 특파원 리포트
1995년부터 우익 성향 의원 모임 주도..."태평양 전쟁은 아시아 평화 위한 것"
97년 우익 의원 모임 출신 다수 현재 아베 내각에 포진
"위안부 합의 '굴복'이라 여기고 징용 판결에 극렬 대응"
"아베 변하지 않아...차기 총리 후보자들과 달라"
[특파원리포트] “아베는 변하지 않는다”…우익 외길 20년, 사태 장기화 우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난 이 사람은 총리되는 걸 포기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지성이라 불리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중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베 총리로 옮겨갔다. 그리고 20여 년 전 아베 총리가 정치를 막 시작하던 즈음을 떠올리며 와다 교수가 한 말이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아베 의원은 총리를 생각하지 않는구나"

1995년 정치를 시작한 지 4년밖에 안된 아베 총리는 '종전 50주년 국회의원연맹'에 참여해, 사무국장 대리를 맡는 등 중심역할을 한다. 이름만으로는 단체의 성격을 알기가 쉽지 않은데, 이 의원 모임의 설립취지를 보면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에 대해 "일본의 자존과 자위, 그리고 아시아 평화를 위해"라고 적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의원 모임이다.

"고이즈미, 하시모토, 모리 등 당시 총리급 기성 정치인들에게 아베 의원 등이 말하고 주장하는 것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류 의견이 될 수 없는 것들이었죠. 일본 사회에서 용납이 안 되는 말들이었던 거죠."

우익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이 모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하니 '총리'는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는 거다.

당시 아베 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7년에는 '일본의 앞길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의 사무국장을 맡는다. 아베 총리가 보여주는 일본의 과거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적 색채는 그렇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아베 총리의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2012년 2기 아베 내각 집권 후 일본 정부는 역사 문제, 영토 문제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금까지 온건 보수의 길에서 급진적 우익의 방향으로 일본을 몰아갔다.

"1997년 당시 아베 의원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현재 아베 총리 주변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들이 주류가 된 것이죠." 어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에 참여한 19명의 대신 가운데 9명(47%)이 아베 총리와 젊은 시절 같이 한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소속이다.

와다 교수는 이번 징용판결을 둘러싼 아베 내각의 강한 반발은 '징용공 합의'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반발이 있지만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어떻게 보면 박근혜 정권의 3년 넘게 밀어붙인 것을 아베 총리가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까지 한국의 입장에 서면서 아베 총리가 굴복한 것이죠."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겠다고 합의된 자체가 당시까지 일본 정부가 절대 수용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던 만큼, 큰 진전을 이룬 부분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당시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한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는 만큼, 국가 예산으로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따라 민간기금을 만들어 배상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한국 측 반발로 무산됐었다.)

"당시 일본의 평화 세력은 너무도 당연한 합의였기 때문에 합의에 박수만 치느라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베는 그 주변의 보수 세력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았을 거에요. 그리고 그 후 그 합의가 무력화되고 또 징용 판결이 나온 것이죠."

아베 총리의 정치 이력에서 봤을 때 가장 큰 '굴복'(자신의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난)을 2015년 위안부 합의라고 볼 수 있고, 이제는 이를 되갚을 사안으로 징용 판결을 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인 주변의 극우 보수 세력에게도 충분히 자신의 정체성을 재삼 확인시켜 줄 수 있는 부분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베는 변하지 않습니다. 같은 보수라도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기시다 전 외상이나, 이시바 전 방위상과는 결이 다릅니다. 아베 총리가 있는 한 방법이 없을 수도 있어요."


와다 교수는 수십 년간 한일 관계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국면이 있었지만, 최근의 상황에서 가장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면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침략 전쟁을 벌일 당시 일본 총리가 '중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뒤 중일 전쟁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본격적 침략의 길로 치닫습니다. 즉 대화로서 풀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죠. 아베 총리가 올해 초 시정연설에서 외교 방침을 밝힐 당시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을 모두 언급하는 데 아예 한국에 대한 말이 한마디도 없었어요. 징용공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로서 이번 상황을 보는 것이라면 오히려 간단할 수도 있지만, 아예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이번 조치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그 만큼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특파원리포트] “아베는 변하지 않는다”…우익 외길 20년, 사태 장기화 우려
    • 입력 2019.07.29 (13:44)
    • 수정 2019.07.29 (15:51)
    특파원 리포트
1995년부터 우익 성향 의원 모임 주도..."태평양 전쟁은 아시아 평화 위한 것"
97년 우익 의원 모임 출신 다수 현재 아베 내각에 포진
"위안부 합의 '굴복'이라 여기고 징용 판결에 극렬 대응"
"아베 변하지 않아...차기 총리 후보자들과 달라"
[특파원리포트] “아베는 변하지 않는다”…우익 외길 20년, 사태 장기화 우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난 이 사람은 총리되는 걸 포기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지성이라 불리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하는 중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아베 총리로 옮겨갔다. 그리고 20여 년 전 아베 총리가 정치를 막 시작하던 즈음을 떠올리며 와다 교수가 한 말이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아베 의원은 총리를 생각하지 않는구나"

1995년 정치를 시작한 지 4년밖에 안된 아베 총리는 '종전 50주년 국회의원연맹'에 참여해, 사무국장 대리를 맡는 등 중심역할을 한다. 이름만으로는 단체의 성격을 알기가 쉽지 않은데, 이 의원 모임의 설립취지를 보면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에 대해 "일본의 자존과 자위, 그리고 아시아 평화를 위해"라고 적고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의원 모임이다.

"고이즈미, 하시모토, 모리 등 당시 총리급 기성 정치인들에게 아베 의원 등이 말하고 주장하는 것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주류 의견이 될 수 없는 것들이었죠. 일본 사회에서 용납이 안 되는 말들이었던 거죠."

우익 색채가 강하게 풍기는 이 모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하니 '총리'는 아예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여겼다는 거다.

당시 아베 의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7년에는 '일본의 앞길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의 사무국장을 맡는다. 아베 총리가 보여주는 일본의 과거를 부정하는 역사 수정주의적 색채는 그렇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아베 총리의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2012년 2기 아베 내각 집권 후 일본 정부는 역사 문제, 영토 문제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지금까지 온건 보수의 길에서 급진적 우익의 방향으로 일본을 몰아갔다.

"1997년 당시 아베 의원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현재 아베 총리 주변에 포진해 있습니다. 그들이 주류가 된 것이죠." 어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에 참여한 19명의 대신 가운데 9명(47%)이 아베 총리와 젊은 시절 같이 한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소속이다.

와다 교수는 이번 징용판결을 둘러싼 아베 내각의 강한 반발은 '징용공 합의'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반발이 있지만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어떻게 보면 박근혜 정권의 3년 넘게 밀어붙인 것을 아베 총리가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정권까지 한국의 입장에 서면서 아베 총리가 굴복한 것이죠."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겠다고 합의된 자체가 당시까지 일본 정부가 절대 수용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던 만큼, 큰 진전을 이룬 부분이라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당시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한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는 만큼, 국가 예산으로 위로금 등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에 따라 민간기금을 만들어 배상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한국 측 반발로 무산됐었다.)

"당시 일본의 평화 세력은 너무도 당연한 합의였기 때문에 합의에 박수만 치느라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베는 그 주변의 보수 세력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았을 거에요. 그리고 그 후 그 합의가 무력화되고 또 징용 판결이 나온 것이죠."

아베 총리의 정치 이력에서 봤을 때 가장 큰 '굴복'(자신의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난)을 2015년 위안부 합의라고 볼 수 있고, 이제는 이를 되갚을 사안으로 징용 판결을 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인 주변의 극우 보수 세력에게도 충분히 자신의 정체성을 재삼 확인시켜 줄 수 있는 부분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아베는 변하지 않습니다. 같은 보수라도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기시다 전 외상이나, 이시바 전 방위상과는 결이 다릅니다. 아베 총리가 있는 한 방법이 없을 수도 있어요."


와다 교수는 수십 년간 한일 관계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국면이 있었지만, 최근의 상황에서 가장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보면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풍기는 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침략 전쟁을 벌일 당시 일본 총리가 '중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뒤 중일 전쟁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본격적 침략의 길로 치닫습니다. 즉 대화로서 풀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죠. 아베 총리가 올해 초 시정연설에서 외교 방침을 밝힐 당시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을 모두 언급하는 데 아예 한국에 대한 말이 한마디도 없었어요. 징용공 판결에 대한 대항 조치로서 이번 상황을 보는 것이라면 오히려 간단할 수도 있지만, 아예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이번 조치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겁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그 만큼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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