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곳에서 가동하면 100도까지 치솟아

2023.06.12 (14:32)

빌라 2층 베란다에서 새빨간 불길이 타오릅니다.

 

연기도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데요.

 

불은 30분 만에 꺼졌지만, 주민 18명이 잠을 자다 급히 대피해야 했습니다.

 

지난 4월엔 한 교회 건물 옥상에서 불이 나 예배를 보던 백여 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는데요.

 

모두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된 불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는 천2백 건이 넘는데요.

 

11명이 숨지고 70명 넘게 다쳤습니다.

 

특히 에어컨 실외기는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많아 화재에 더 취약한데요.

 

하지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김혜민/서울 마포구 : "(에어컨 화재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모르겠어요.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못 쓰는 것 같아요."]

 

에어컨에서 불이 나는 원인을 살펴보면 전기적인 요인이 대부분입니다.

 

주로 에어컨과 실외기를 연결하는 전선에서 불이 시작되는데요.

 

[김진국/서울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2팀장 :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때 전기선이 짧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단면적이 굵은 전기선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단면적이 좁은 전기선을 사용할 경우에는 열이 발생하면서 전기선 자체가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규격에 맞지 않는 전선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에어컨을 켜자 32도였던 전선에서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점점 온도가 올라가더니 10분 만에 연기가 피어오르는데요.

 

전선의 내부 온도가 130도까지 치솟더니 불꽃이 발생합니다.

 

[이진영/에어컨 관리 전문가 : "(규격에 맞지 않는 전선을 사용하면) 연결 부위에 과부하가 생겨요. 그러면 거기서부터 열이 발생하죠. 열이 발생하지 않게끔 하려면 마감을 잘해야 하고, 전선끼리 접촉이 안 돼야 하고, 전선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그다음에 규정된 전선을 써야 하는 거죠."]

 

에어컨 실외기실도 잘 확인해야 하는데요.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미관상의 이유로 내부에 작게 실외기실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실외기실을 창고처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경우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실외기가 과열되면서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외기에 투명 칸막이를 씌워 통풍이 안 되는 조건을 만든 뒤 에어컨을 켜자 온도가 순식간에 100도 가까이 치솟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요.

 

[김진국/서울 구로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2팀장 : "(실외기실 내부에)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이 되지 않으면 모터가 과열돼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크며, 화재가 발생했을 때 다른 가연물에 불이 옮겨붙는 시간이 짧아서 대처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집니다."]

 

실외기의 과열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외기실이 건물 안에 있는 경우라면, 실외기가 돌면서 만들어지는 더운 공기가 밖으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게 위아래 통풍창을 90도가 되게 모두 열어줘야 합니다.

 

실외기가 아래쪽에 있다고 아랫부분 통풍창만 열어선 더운 공기가 충분히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데요.

 

[곽병창/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통풍창을 절반만 열게 되면 에어컨 실외기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공기가 외부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배출된 뜨거운 공기가 실외기실로 재유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되면 실외기실 내부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에어컨 실외기에 열 교환 효율이 떨어지게 돼서 원하는 냉방 성능을 얻기 위해서는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전기를 쓸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전기료 부담도 높아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실외기 주변에는 짐을 쌓아두거나 선반 등을 설치해선 안 됩니다.

 

또, 실외기에 붙어있는 먼지를 주기적으로 털어주는 것만으로도 에어컨 성능은 높이고, 화재 위험성은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