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곤란해도 태우면 안돼요”

2024.02.28 (17:43)

수확 뒤 남는 작물의 줄기나 뿌리 등 상당량의 농업부산물은 농민들에게는 애물단지입니다.

 

예전처럼 땔감으로 쓸 수도 없고, 몇 년 전부터는 공동 소각도 금지돼 처치 곤란인데요.

 

[이기덕/농민 : "(부피가 큰 농업부산물은) 농사짓는데 여러 가지로 지장이 많죠. 부산물은 썩는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바로 처리해야 밭도 빨리 갈고 할 수 있으니까요."]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논, 밭두렁 화재는 730여 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11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도 40여 명을 넘어서는데요.

 

특히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에 논밭을 태우는 건 더욱 위험합니다.

 

지난해 3월, 전남 순천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인데요.

 

축구장 65개 면적의 임야 47헥타르를 태우고 이틀 만에 꺼졌습니다.

 

원인은 과수원에서 농가 부산물을 태우다 불이 번진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실제로 산림청의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590여 건의 산불 가운데 5분의 1가량은 이렇게 논밭을 태우거나 쓰레기를 소각하다 발생했습니다.

 

[정순오/경기 양주소방서 재난예방과장 : "바람이 없는 날을 골라 들불을 놓는다고는 하지만 봄철같이 건조한 날씨엔 불길이 주위로 번지기가 쉬워 큰 화재로 확대돼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아직도 논밭을 태우면 한 해 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월동하는 해충을 잡고 거름을 만들어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충을 없애는 효과는 거의 없는데요.

 

[김광호/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 "과거에는 정월대보름을 전후해서 2~3월에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행위가 겨울철 월동하는 해충들을 태워 죽이는 유일한 방제 행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각으로 인한 방제 효과가 굉장히 미미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소각하는 사람 대부분은 고령의 노인으로 불이 나면 혼자 끄려다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정순오/경기 양주소방서 재난예방과장 : "고령의 어르신들이 직접 불을 진화하려다 질식해 숨지는 일도 있고, 대피해야 하는데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크게 다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이 났을 경우 혼자서 불을 끄려 하지 말고,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 뒤 119로 신고하길 바라며 원칙적으로 논, 밭두렁을 태우거나 쓰레기 소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논밭 태우기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영농 부산물 파쇄 지원단’을 만들어 직접 영농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데요.

 

수확을 마친 뒤 논밭에 남아 처지가 곤란한 고춧대나 깻대, 과수 잔가지 등의 부산물들을 농민들이 소각하기 전, 미리 잘게 부숴주는 겁니다.

 

[김근중/농민 : "(현장에 나와) 영농부산물을 파쇄해 줌으로써 나이 드신 분들한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영농 부산물 파쇄 지원 서비스는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나 주민 센터, 또는 읍면동사무소를 통해서 신청할 수 있는데요.

 

[곽인구/경기 양주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장 : "영농 부산물을 재활용해서 퇴비로 사용할 수 있어 토양 비옥도가 높아지고, 봄철 산불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고, 소각으로 인한 미세먼지 확산 예방에도 좋아 1석 3조의 효과가 기대됩니다."]

 

특히 산림보호법 개정으로 산림 100m 안에서는 소각 행위 자체가 전면 금지된 것도 유의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요.

 

만약 실수로라도 산불로 번지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