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대피 오히려 위험”…달라진 화재 대피 지침

2023.12.13 (17:43)

아파트 1층 창문이 모두 깨져 있고 창틀은 새까맣게 그을렸습니다.

 

이 불은 다른 층으로 번지진 않고 40분 만에 꺼졌는데요.

 

하지만 계단을 타고 올라온 연기에 10층에 살던 60대 주민 한 명이 숨졌습니다.

 

화재 경보에 옥상으로 대피하다 연기에 질식한 건데요.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실제로 아파트 화재로 인한 사상자 가운데 40% 가까이는 이처럼 대피하다 숨지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최재구/서울소방학교 화재교관 : "(아파트는) 많은 인원이 거주하다 보니까 (화재가 발생하면) 좁은 통로나 복도를 이용해서 빠르게 대피하다가 사람에게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치는 경우도 많고요. 또한 연기가 지속해서 발생하므로 그 연기에 의한 흡입으로 인해서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소방 당국은 장소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대피 먼저’ 하도록 했던 그동안의 지침을 바꿨는데요.

 

피하기에 앞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안전할지, 아니면 집 안에 머무는 게 나을지 ‘살펴보고’ 대처하란 겁니다.

 

[조성계/소방청 화재예방총괄과 소방경 : "일반적으로 모든 건축물은 ‘불나면 대피 먼저’가 적용되지만, 아파트는 계단실 자체가 이미 연기로 오염됐다면 대피 중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화재 상황 및 대피 요건에 맞춰 피난 행동 요령을 적용한 대책입니다."]

 

그렇다면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내 집에서 불이 났을 경우 현관으로 대피할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때 엘리베이터는 절대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통해 이동해야 하는데요.

 

만약 고층에 살고 있어 1층까지 가기 어렵다면 옥상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평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 출입문에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는데요.

 

[박재성/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자동개폐장치는) 평상시엔 잠겨 있다가 화재를 감지하면 잠금장치가 열리면서 대피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우리 아파트 옥상 문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 경우에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이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귀찮은 일이지만 화재 시에 나와 우리 가족의 소중한 목숨을 살릴 방법이 되기 때문에 (꼭 알아둬야 합니다.)"]

 

하지만 현관 입구 등에서의 화재로 대피가 어려운 경우라면 집 안의 대피 공간이나 경량 칸막이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 대피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집안의 대피 시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한데요.

 

[최재구/서울소방학교 화재교관 : "베란다라든지 이런 곳에 얇은 벽으로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게 구성된 공간들이 있거든요.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피난 계단 형식의 발코니도 있고요. 대피 공간은 살다 보면 짐을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불이 나 내 집 안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는 게 아니라면, 일단 집 안에서 소방관의 진압과 구조를 기다리는 게 낫습니다.

 

[박재성/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현관문을 열었는데 연기가 보인다든지, 연기가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게 점점 짙어진다든지, 검은색 연기가 올라오고, (냄새가) 매캐해지는 것이 훨씬 심해진다든지 이러면 바깥으로 나가면 절대 안 되는 것이죠."]

 

집안에서 대기할 때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현관문과 창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문틈이나 배수구 등을 막은 뒤 구조 요청을 하는 것이 안전한데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 난 불의 화염이나 연기가 이미 내 집 창문 등으로 번지는 상황이라면 자기 집에서 불이 났을 때와 같이 대처하면 됩니다.

 

현관으로 대피할 수 있다면 빨리 밖으로 나가고, 대피가 어렵다면 집안의 대피시설을 활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