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면 혼자 못 나와”

2024.04.16 (14:16)

지난 1일, 경남 통영의 한 섬마을 방파제에서 홀로 낚시하던 60대 남성이 숨졌습니다.

 

5시간 만에 구조된 이 남성은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는데요.

 

최근 날이 풀려 낚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국 각지에서 낚시객이 추락하거나 고립되는 등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동해 연안에서만 110건의 사고가 발생해 140여 명이 구조되고, 1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사고 열건 가운데 아홉 건 가까이는 해안가나 방파제, 항·포구 등지에서 발생했습니다. 대부분 낚시객이 많이 찾는 장손데요.

 

[김민영/동해해양경찰서 기획운영과 순경 : "연안 사고의 유형을 보면 추락이나 고립이 40% 비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이런 추락, 고립 사고는 낚시객의 무리한 낚시 활동이나 안전 부주의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낚시객의 활동이 많아지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테트라포드 위로 올라가 무리하게 낚시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트라포드는 표면이 둥글고, 이끼도 많이 껴 조금만 방심하면 추락하기 쉬운데요.

 

또, 내부엔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아 한 번 빠지면 외부의 도움 없이 탈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김성진/동해해경 삼척파출소 해상구조반 순경 : "테트라포드 한 개의 크기는 성인의 키를 훨씬 뛰어넘는 3~5m 정도이며, 쌓여 있는 높이는 10m 이상인 곳도 있습니다. 테트라포드에서 추락하면 전신에 타박상과 골절을 입을 수 있으며, 특히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게 되면 신고도 불가능해 구조가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낚시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테트라포드 위를 건너다니는데요. 

 

아예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낚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낚시객 : "방파제 위에서 무슨 고기를 잡아요. (테트라포드로) 내려와야 잡죠. (여기서) 감성돔이 나온다니까요. 손맛 보러 오는 건데, 위험한 건 맞아요. (위험한 건) 아는데, 갈 데가 워낙 없으니까요."]

 

깜깜한 밤, 안전 장비도 없이 테트라포드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는데요.

 

[낚시객 : "(테트라포드 아래쪽은 위험하지 않아요?) 위험하죠. 그런데 낚시 가방이 밑으로 빠졌어요.(위험해도) 찾아야죠. 그게 없으면 낚시를 하지 못하는데요."]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국 48개 방파제 주변의 테트라포드는 출입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요.

 

하지만 출입 통제 구역을 확대할 경우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주변 상인들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어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로선 낚시객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한데요.

 

[김민영/동해해양경찰서 기획운영과 순경 : "사고 위험이 높은 갯바위나 테트라포드에 들어갈 땐 잘 미끄러지지 않는 운동화나 낚시화를 신어야 하고, 출입이 통제된 구역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낚시 활동할 땐 구명조끼를 꼭 챙겨 자신의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

 

만약 테트라포드 사이로 떨어졌다면,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 큰소리로 구조 요청을 해야 합니다.

 

휴대전화가 있다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김성진/동해해경 삼척파출소 해상구조반 순경 : "(테트라포드 아래로 추락했다면) 신속하게 주변 구조물을 잡고 주변 사람에게 구조 요청을 해야 합니다. 물속에서는 육상보다 체온 손실이 빠르기 때문에 몸을 움츠린 채 체력과 체온을 아끼고,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꼭 일행과 함께 활동해야 위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바다낚시. 

 

낚시객 스스로 위험한 장소를 피하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