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처리 중인 차들 사이로 탱크로리 한 대가 미끄러지더니 잇달아 충돌합니다.
터널을 달리던 흰색 화물차 한 대가 중심을 잃더니 그대로 넘어지는가 하면터널 안을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외벽을 들이받고 불길에 휩싸이기도 하는데요. 모두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일어난 사고들입니다.
한 보험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빗길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사고의 3배가 넘습니다.평소보다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데다 비에 시야가 가려 반응이 늦어지고,길이 미끄럽다 보니 위기 대처 능력도 떨어져 충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은 건데요.
[임채홍 / 서울시 서대문구: 비가 많이 올 때는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빨리 안 멈춰요. 밀려나니까...]
[김철한 / 서울시 구로구: (비가 오면) 잘 안 보이니까 앞에서 끼어든다든지, 옆에서 툭 튀어나온다든지 그런 게 제일 위험하죠. ]
빗길에서의 과속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본 실험 영상인데요.차량을 각각 시속 50km, 60km로 몰다 급제동을 해봤습니다.속도는 불과 10km 차이지만 제동거리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는데요.회전 구간에서는 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시속 50km 제한 속도를 넘기자 차선을 크게 벗어나 도로를 이탈하고 마는데요.
[김혜빈 /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원: 과속하면 제동거리가 길어지는데, 빗길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만나면 도로의 빗물 때문에 타이어의 마찰력이 줄어들게 되는데요. 이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 수막현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조향 능력,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럼 차량이 어떻게 튀어 나갈지 모르는 거죠. ]
지난 5년간 빗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6만 9천여 건.숨진 사람만 1,400명이 넘습니다.특히 7월은 장마 등으로 비가 자주 내려 1년 가운데 빗길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달인데요.직전 달인 6월보다도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입니다.
시간대로는 퇴근 시간인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가 가장 위험했는데요.어두운 데다 노면 반사 때문에 시야가 더 좁아져낮보다 사고가 2배나 더 많았습니다.
[이호근 /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비가 오는 날은 장거리 운전보단 도심 이동 중에 사고가 잦은데, 비가 오면 일단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교통량도 늘고요. 특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초저녁이 가장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일부 차량의 경우 전조등을 켜지 않고 운행하기도 하고, 어두워지면서 차량에 묻은 물방울에서 상대 차량 불빛이 난반사되거나, 아니면 바닥에 고인 물이 반사되면서 시야를 방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거든요. ]
도로 표면이 부서지거나 내려앉아 생기는 도로 파임, 이른바 ‘포트홀’도 장마철 조심해야 할 변수입니다
낮에도 운전 중엔 발견하기가 쉽지 않지만야간 빗길 운전 땐 아예 보이지도 않아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인데요.속도를 줄이지 않고 지나갔다가는휠은 물론이고 타이어까지 손상됩니다.급하게 피하려다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는데요.
[이호근 /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포트홀 직전에 급제동했다간 뒤차가 추돌할 수 있고, 핸들을 급하게 조작해서 피해 가려다 보면 옆 차선의 차들과 추돌할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결국은 미리 조심하는 게 상당히 중요한데 급작스럽게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것보다는 요즘 도심 안전 속도인 35~40km 내외 정도 속도, 50km 정도의 속도로 부드럽게 지나가는 게 가장 안전하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빗길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속도를 줄이는 겁니다.일반적인 빗길에서는 제한 속도보다 20% 이상, 폭우가 내릴 때는 절반 정도로 속도를 줄여야 안전한데요.
차간 거리도 평소보다 50% 이상 확보해야 미끄러짐에 의한 추돌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또, 비가 내릴 때는 낮에도 전조등을 켜주는 게 좋은데 이렇게 하면 사고를 17%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