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피 구해야”…혈액 부족에 의료진도 난감

2022.11.16 (15:47)

이 30대 남성은 아버지의 수술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아버지가 뇌종양으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피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환자 측에서 지정헌혈자를 구해 와야 수술을 할 수 있었는데요.

 

[정도훈/인천시 남동구 : "수술 전에 의사 선생님이 '병원에 피가매우 부족한 상황이라서 수술 중에 피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이야기해서 급하게 지정헌혈자를 찾게 됐고..."]

 

혈액은 장기간 보관이 어려워 평소에도 항상 5일분 이상의 혈액을 확보하고 있어야 안전합니다.

 

시민들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헌혈이 필요한 이유인데요.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헌혈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

 

감염 우려에 밀폐된 실내 공간을 꺼리는 데다, 코로나19에 한 번 감염되면 완치되고 나서도 4주 동안은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의 자료를 보면, 올해 헌혈 건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전인 2019년에 비해 16만 건 넘게 줄었습니다.

 

서울의 한 헌혈의 집인데요. 연말이 다가오지만, 헌혈의 집은 한산하기만 합니다.

 

코로나19 유행 전만 해도 하루 70여 명이 이곳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발길이 크게 줄었는데요.

 

[김충민/헌혈의집 구로디지털단지역센터 간호사 : "코로나19 확산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감염으로 헌혈을 못 하는 분들이 많아서 혈액 수급에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헌혈자가 증가 추세에있긴 한데 다시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돼서..."]

 

하루가 다르게 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인공적으로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물질은 아직 없는데요.

 

헌혈을 통한 수혈만이 혈액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현재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보유량은 5.6일분으로 그나마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혈소판입니다.

 

냉장 보관이 가능한 일반 ‘전혈 혈액’의 경우 한 달 가까이 사용이 가능하지만혈소판 혈액은 보관 기간도 5일에 불과해 지속해서 혈액을 확보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의료기관에선 혈소판 혈액 부족으로 환자의 치료 자체를 미뤄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문수영/동국대 일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교수 : "코로나19 확진자가폭증할 당시에는 혈액이 굉장히 모자랐는데, 현재 그보다는 좀 나아진 상황입니다. 그러나 혈소판은 아직도 종종 대학병원에서도 부족한데요. 실온에서 보관해야 그 기능이 유지되기 때문에 짧은 유효기간에도 불구하고 실온보관하고 있어 수급에 더 어려움이 있습니다. 헌혈자들은 혈소판 성분 헌혈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혈액암이나 수술과 같은 위급 환자에게 사용하는 혈소판의 적정 보유량은 이틀,하지만 이마저도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환자들이 수혈할 혈액을 직접 구하고, 지인들이 지정헌혈자로 나서야 간신히버틸 수 있는 상황인데요.

 

지정헌혈을 도와줄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도 고령일 땐 이마저도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혈소판 헌혈은 채혈 시간이 다소 길고, 연령 제한과 식단 조절 등의요건이 까다로워 헌혈자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반 혈액에서 혈소판을 분리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지만 수요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이처럼 뚜렷한 개선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선 일반 헌혈의 참여자를 늘리는방법밖에 없는데요.

 

헌혈을 원하는 사람은 신분증을 가지고 가까운 헌혈의 집이나 헌혈카페 등을 방문하면 됩니다.

 

평일은 저녁 여덟 시까지 운영하고, 주말에도 문을 여는 곳이 있는데요.

 

만약 혈소판 헌혈을 원한다면, 자신이 헌혈 자격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한 뒤 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혈소판 헌혈이 가능한 ‘헌혈의 집’을 찾아 예약하고 방문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