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난방철에 접어든 요즘.
농촌과 산간 지역 농가들을 중심으로 화목보일러 사용이 늘고 있습니다.
[조사순/충남 서산시 : "기름이 비싸서 (화목보일러를) 쓰기 시작한 거예요."]
화목보일러는 나무 땔감을 때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름 보일러보다 난방비가 훨씬 적게 들어 많이 사용됩니다.
그런데 지난달 14일에는 경남 산청군의 한 주택에서, 이튿날인 15일에는 경남 진주시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나는 등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소방청의 집계를 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계절용품 화재 약 1만 9천여 건 가운데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가 3천7백여 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민주/서산소방서 화재대책과 소방사 : "보일러실 외벽과 지붕에 샌드위치 패널이나 가연성(불에 잘 타는) 외장재가 사용되다 보니까 화재에 취약한 편이고요, 화목보일러에는 전기와 가스 시설처럼 안전장치, 관리 규정이 없기 때문에 화재 예방에 어려움이 있는 편입니다."]
해마다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다보니 각 지역 소방서에서는 난방철마다 화재 예방 교육을 하고 있는데요.
화목보일러 상태를 점검하고 위험 요인들을 설명합니다.
["(청소는 자주 하세요?) 며칠에 걸러서 (한 번씩) 할 때도 있고 바람 불면 못 긁어내서 쌓여 있어요."]
화목보일러의 경우 수시로 연통의 그을음을 닦아내주지 않으면 보일러 과열로 인해 불이 나기 쉽습니다.
또 다른 농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보일러 주변에 불티가 튀면 이런 비닐에 (불이) 붙어 화재 위험이 있어요.
보일러 옆에 비닐이나 나무 장작 등 불에 잘 타는 물건들을 놓아두면 불티가 튀어 쉽게 불이 날 수 있습니다.
특히 산간지역의 경우 집에서 난 불이 산으로 옮겨붙어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축구장 120개 면적을 태운 강원도 고성 산불의 원인도 화목보일러로 인한 화재사고였던 만큼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민주/서산소방서 화재대책과 소방사 : "화목보일러 실에는 불연재(불에 잘 타지 않는 재료)로 구획된 별도의 공간에 설치하셔야 하고요, 보일러 주변에는 장작이나 가연성 물질들을 방치하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화재 사고 뿐 아니라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도 주의해야 하는데요.
실제로 지난 5월 강원도 춘천의 한 주택에서 잠을 자던 소방관 2명이 화목보일러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화목보일러에 대해서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라는 규정은 현재 없습니다. 가스보일러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라는 규정이 강제조항으로 시행이 되고 있지만 아직 화목보일러는 없는 상태이죠."]
이처럼 화목보일러와 관련된 사고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소방청에서는 화목보일러 설치 안내서와 안전관리 기준 매뉴얼을 만들어 안내하고 있습니다.
나무 장작 등은 보일러와 2m이상 떨어진 장소에 보관하고 지정된 연료만 사용할 것, 또 투입구를 열고 닫을 때 화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연료를 한꺼번에 넣지 않도록 하고, 연료를 넣고 난 후엔 투입구를 꼭 닫아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요.
특히 불이 났을 때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소화기 등을 비치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골에 혼자 사는 노인들은 불이 나면 소화기로 불을 끄는 등 빨리 대처하기 어려워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등 좀 더 확실한 보완대책도 필요합니다.
간이 스프링클러 부품 비용은 약 3만원 안팎으로 비싸지 않은 데다 설치 방법만 배우면 쉽게 달 수 있습니다.
불이 나면 스프링클러의 앞부분이 녹아내리면서 물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불길을 잡는 데 도움이 되고, 대피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최근 충남의 한 소방서에서는 취약계층 140가구를 선정해 시범 설치를 했습니다.
[배석제/서산소방서 예방교육팀 팀장 : "화목보일러 사용자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보니 화재 초기 대응 및 신속한 대피에 어려움이 있어서 화재 시 자동 초기 진화 및 대피시간이 확보되어 인명피해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보일러를 설치할 때는 반드시 전문업체를 통해서 시공하고, 연 1회 이상 정기검진을 꼭 받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