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 텅 빈 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 한 대가 가드레일과 충돌한 뒤 전복됩니다.
터널 안을 달리는 화물차를 뒤따르던 트레일러가 그대로 들이받기도 하는데요.
모두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들입니다.
한국도로공사의 집계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500여 명.
이 가운데 졸음운전이나 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망자는 370명으로 전체의 73%를 차지하는데요.
특히나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더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명훈/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체험교육센터 교수 : "(고속도로는 차량)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시속 100km로만 달려도 1초에 28m를 가게 되거든요. 2~3초만 졸아도 거의 100m에 가까운 거리를 그냥 눈 감고 운전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졸음운전은 수면 부족이나 과로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차량 내부의 이산화탄소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요.
겨울엔 바깥 공기가 춥다 보니 문을 닫은 채 히터를 켜고 오랜 시간 운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운전 환경에 따른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측정한 실험 영상인데요.
밀폐된 상태에서 1,000ppm으로 시작한 이산화탄소 농도는 한 시간 만에 5,000ppm을 넘어섭니다.
이번엔 창문을 열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빨리 떨어지는지 확인해 봤는데요.
10분도 안 돼 1,000ppm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 때문에 장거리 운전을 할 땐 수시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거나, 바깥 공기가 들어오도록 외기 순환 모드를 사용하는 게 안전한데요.
[김혜윤/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 "밀폐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졸음이나 피로감 그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증상, 두통을 느끼게 됩니다. 운전자가 반응하는 시간이나 판단력, 집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겁니다.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차를 세워 스트레칭하거나 주차할 수 있다면, 10분에서 30분 정도 짧게나마 잠을 자는 게 효과적인데요.
[국명훈/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체험교육센터 교수 : "운전하기 전엔 8시간 이상 충분히 자고, 운전 중에도 하품이 나올 때는 가까운 졸음 쉼터를 이용해서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해주고, 껌을 씹는다거나 또는 노래를 듣는다거나, 옆에 사람하고 대화하면서 운전하면 졸음운전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엔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낮출 수 있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도 많습니다.
전방 충돌이나 차선 이탈을 방지하고,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해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기능들이 대표적인데요.
하지만 운전자를 돕는 이러한 기능들이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려 전방주시 태만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자학부 교수 :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라 운전 보조 기능이라는 생각을 꼭 가져야 해요. 운전은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뒤 차와 간격을 충분히 띄우고, 속도를 줄이고, 또 졸음운전을 예방하고 이런 기본적인 안전 운전 조건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 번 났다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졸음운전과 주시 태만.
졸음을 이기려 무리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운전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