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나 나들이객이 늘어나는 이맘때 철저한 준비 없이 야외 활동을 하다간 자칫 위험할 수 있는데요.
풀숲에 사는 털 진드기 유충이 쯔쯔가무시증을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 균을 가진 털 진드기의 유충에 물려 감염되는 발열성 질환인데요.
지난해에만 5,6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해 1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털 진드기 유충은 초가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가장 많이 늘어나는데요.
여름철에 산란한 알이 초가을에 유충으로 깨어나 활발히 숙주를 찾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여름 기온이 높을수록 더욱 왕성하게 번식하는데요.
지속된 폭염으로 8월 평균기온이 27.9도를 기록한 올해, 쯔쯔가무시증 환자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쯔쯔가무시증 환자는 이미 940여 명에 달하는데요.
지난 5년 평균치(658.4명) 보다 40% 넘게 늘어난 수칩니다.
[이희일/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 : "(더위에) 산란을 많이 하게 되니까 그 알들이 깨어나는 가을철에 털 진드기 유충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사람들이 야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털 진드기 유충과의) 접촉 기회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쯔쯔가무시증은 성묘나 나들이, 농작업 등 야외 활동을 하다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 때문에 과거엔 농촌 지역에서 주로 생기는 질병이었지만 최근엔 등산, 캠핑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환자가 도시지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희일/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 : "저희가 감염 위험도를 평가해 보면 농작업이나 주말농장을 포함한 텃밭 작업, 그다음에 농촌 일손 돕기 같은 것을 통해서 (쯔쯔가무시증에) 감염되는 환자가 전체의 한 56% 정도를 차지합니다. 야외 활동을 하는 동안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쯔쯔가무시증의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데요.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고, 몸살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감기와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가피’라고 불리는 검은 딱지인데요.
전신에 붉은 반점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신상엽/KMI 한국의학연구소 감염내과 전문의 : "진드기가 피부를 물었을 때 그 물린 자리가 처음에는 빨갛게 물집이 생기다가 나중에는 딱지가 붙으면서 까맣게 변하고 주변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거든요. 굉장히 특징적이고, 한 5~20mm 정도의 가피(검은 딱지)가 있는데 발진이 생기고 열이 난다고 하면 쯔쯔가무시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쯔쯔가무시증에 걸려도 평소 건강하고 이상 질환이 없는 경우라면, 1~2주 이내에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평소 심장, 신장질환 등을 앓고 있다면 폐렴이나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져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50대 이상에 환자가 집중되는 만큼 고령층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신상엽/KMI 한국의학연구소 감염내과 전문의 : "쯔쯔가무시증은 특이하게도 혈관과 림프구를 통해서 (균이) 온몸으로 퍼져나가고, 때에 따라서는 상당히 심한 혈관염이 생깁니다. 혈관에 염증이 생기면 제대로 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패혈증도 일으키고, 장기의 기능까지 떨어뜨리기 때문에 다발성 장기부전이 나타나면서 사망하는 경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털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성묘나 야외 활동, 나들이 등을 할 때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긴소매 옷과 모자, 양말, 장갑 등을 챙기고 진드기 기피제도 지속 시간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뿌려주는 게 좋은데요.
또, 풀밭엔 가급적 옷을 벗어두지 말고 풀 위에 눕거나 앉을 때는 돗자리를 사용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