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8차선 도로 위, 전동 킥보드 한 대에 올라탄 3명이 신호와 차선을 무시한 채 곡예 운전을 이어갑니다.
도로를 가로질러 온 전동 킥보드가 차와 그대로 부딪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날이 풀리면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늘면서 관련 사고 역시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는 2023년에만 2천3백여 건에 달합니다.
지난 5년 새 5.3배나 증가한 건데요.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도 한 해 2천6백 명에 달합니다.
하루 평균 7명 넘게 사고를 겪는 셈인데요.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사람이 타는 이동 수단 중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 중의 하나가 전동 킥보드입니다. 서서 타기 때문에 무게 중심이 높아요. 그리고 핸들을 좌우로 꺾는 각도도 워낙 크고 상대적으로 바퀴 구경은 작다 보니까 턱 같은 데 부딪치고, 무게 중심이 높아서 넘어가게 되면 크게 다칠 수가 있어서 속도 제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를 같은 속도로 벽에 충돌시켜 충격 정도를 비교해봤습니다.
시속 10km로 부딪혔을 땐 전동 킥보드가 자전거보다 1.4배 더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현재 전동 킥보드의 최고 허용 속도인 시속 25km로 달리다 충돌하자, 충격은 2.3배로 커져 앞부분이 심하게 부서졌습니다.
[전제호/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 "전동 킥보드를 운행하시다가 벽에 부딪힌다거나 아니면 지나가던 차량과 시속 25km로 부딪혔을 때 (충격은) 60kg의 물체를 약 2.5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의 충격과 거의 유사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 사고가 났을 때도 충격량이 상당한 부분이다 보니까 (전동 킥보드 최고 속도인) 시속 25km는 굉장히 불안하고 위험한 속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전동 킥보드 이용자들 가운데 안전모를 쓴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요.
부피가 크고 들고 다니기 번거롭다는 이유에, ‘짧은 거리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도 많습니다.
[정재민/서울시 강남구 : "안전모 자체를 개인적으로 소지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그걸 전동 킥보드를 빌릴 때마다 일일이 가지고 나가는 사람도 아마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불편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한예성/서울시 은평구 : "전동 킥보드랑 안전모랑 한 세트로 그렇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안전 장비 착용이 매우 미흡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 4월 14일, 경남 김해에서는 안전모 없이 전동 킥보드를 타던 중학생이 차에 부딪혀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안전모 미착용은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큰데요.
그런데도 지난 2023년, 전동 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4명 가운데 3명 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상수/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 "전동 킥보드 사고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가장 흔하게 손상되는 부위는 머리입니다. 안전모를 착용한 경우에는 대부분 타박상이나 뇌진탕 정도까지 손상이 일어나게 되고요. 그리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는 두개골 골절이나 뇌출혈 같은 그런 심한 손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사고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용자 개개인의 안전 습관에 달려 있는데요.
전동 킥보드를 탈 땐 반드시 안전모를 쓰고,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이 큰 인도에서는 타지 말아야 합니다.
또, 두 명 이상 탑승하지 말고, 음주 운전도 절대 해선 안 되는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속도를 높여선 안 됩니다.
시속 20km 미만으로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운행하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