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의 한 아파트.
올해 예순 일곱의 정여진씨는 얼마 전, 집안에서 크게 넘어지고 난 뒤 한쪽 팔을 다쳤습니다.
가벼운 타박상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손목 통증이 가시지 않아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정여진/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샤워하고 나오다가 바닥에 미끄러져서 손목이 또 다쳐서 병원에 갔었죠."]
겨울철이 되면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실내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짐 사고를 당하는 고령층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근력과 균형 감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노인들의 경우 실내에서도 낙상 사고에 노출되기 쉬운 건데요.
침대에서 내려올 때 발을 헛딛거나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경우, 바닥에 떨어진 수건 등을
밟거나 전기 코드 선에 걸려서 넘어지는 일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박용주/소방청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장 : "낙상 사고로 119에 신고되는 경우는 12월에 급증하기 시작해 1~2월까지 높게 이어집니다. 겨울철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집안에서도 낙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65세 이상 연령층은 (젊은 층보다) 더 심하게
다칠 수 있고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낙상 사고가)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15년 이후 겨울철 낙상사고에서 고령층 비중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겨울철 낙상사고 환자 3명 가운데 1명이 고령층일
정도까지 늘었습니다.
이때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고령층 낙상사고의 절반 이상이 집에서 난 사고라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평소보다 실외활동과 운동량이 줄어 근력이 약해진 상태라
더욱 쉽게 다칠 수 있는데요.
노인들의 경우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골절 위험이 높습니다.
넘어질 때 순간적으로 팔을 짚으면서 손목 골절! 또, 넘어지는
순간 척추나 엉덩이 쪽에 무게가 쏠리면서 척추나 고관절을 다치기 쉬운 건데요.
흔히 ‘엉덩이뼈’라 불리는 고관절 골절의 경우
노인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남기세/정형외과 전문의 :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경우 치료 기간이 보통 두세 달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다리 근육이 매우 약해지면서 보행 장애가 발생하면
욕창이 생길 수 있고 소·대변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다리에 혈전증이 생겨서 뇌나 심장(의 혈액순환)을 막아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를 요합니다."]
고령층 낙상 사고의 경우 치료가 힘들고 회복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요.
먼저 집안 바닥에 책이나 옷, 수건, 작은 깔개
같은 것이 놓여있지 않도록 수시로 치워 발로 밟고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록 합니다.
화장실이나 샤워실에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매트나 고무판을 깔아둬야 하는데요.
이때 안쪽 벽에 붙잡기 쉬운 손잡이를 설치해 두면 넘어지더라도 부상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만약 미끄러져 넘어졌다 하더라도 급하게 벌떡 일어나거나, 일으키는 것은 절대 금물! 골절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용주/소방청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장 : "넘어졌을 때 스스로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억지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주위의 도움을 받아서 안전한 곳에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겨울철에는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등 실외에서 낙상 사고를 당할 위험 역시 큰데요.
밖에 나가기 전에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해주면 굳어진 근육과 관절이 풀려 낙상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또 걸을 때는 스마트폰을 보거나 한눈을 팔지 않도록 하고 장갑을 꼭 껴서 손을 외투 주머니에 넣지 않도록 합니다.
신발은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것을 착용하고 보폭은 평소보다 좁혀 종종걸음으로 걷는 것이 안전합니다.
하지만 낙상사고를 예방하고 골절 위험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평소에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30분씩 ‘무릎 굽혔다 펴기’와 ‘앉았다 서기’와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