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2차 사고…“춥다고 차 안에 있으면 안 돼요”

2021.02.01 (13:34)

지난 1월 4일 경부 고속도로 판교분기점 부근.

1차선에 자동차 한 대가 멈춰서 있는데 뒤에서 달려오던 차량이 들이받아 불길이 치솟습니다.

 

이 사고로 차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처럼 올겨울 들어 고속도로 2차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기계팀 차장 : "올해 1월 1일부터 26일 현재까지 발생 고속도로 사망자 16명 중 5명이 2차 사고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2차 사고의 경우 치사율이 일반 사고에 비해서 6.7배나 높을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차 사고는 대부분 안전거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운전하면서 한눈팔기, 그리고 졸음운전 등에 의해 많이 발생하는데요.

겨울철의 추운 날씨 또한 2차 사고의 주요 원인입니다.

 

날씨가 추울 땐 오랜 시간 난방기를 튼 채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차 안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져 졸음운전을 하기 쉽습니다.

또한 차량이 고장이나 사고로 인해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서게 되면 탑승자 모두 차에서 내려 대피해야 하지만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차 안에 탄 상태로 대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겨울철엔 연료가 얼어붙어 시동이 꺼지는 등 차가 고장나기 쉬운데요.

경유 차량, 그중에서도 연료통이 외부에 노출돼 있는 화물차의 경우 추위에 더욱 취약합니다.

 

[김태한/경기 시흥시 : "매년 겨울마다 연료 필터가 얼어버리면 (차) 시동은 안 걸리고 그래서 1~2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아요."]

 

[홍의석/서울 금천구 : "신호 대기에 걸렸을 때 잠깐 멈췄는데 RPM(분당회전수)이 떨어지면서 (차) 시동이 꺼지는 거죠. 그러면 답이 없어요, 진짜."]

 

경유는 휘발유보다 어는점이 높아 영하 17도가량 내려가면 얼어붙는데요.

연료가 얼면 엔진에 연료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아 시동이 꺼지는 등 운행이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1월 8일부터 사흘간 경유가 얼어 고장 난 차량이 고속도로 충북 구간에서만 200대 넘게 발생했습니다.

 

[김종훈/자동차품질연합회 대표 :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경유 속) 파라핀 성분이 고체화되다 보니까 연료 필터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합니다. 연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연료 계통이 원활한 작동이 안 되기 때문에 시동이 꺼질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차의 시동이 꺼져 갑자기 멈춰설 경우 2차 사고로 이어지기 쉬운데요.

 

지난 1월 9일 초평교 부근에서 일어난 사고의 경우 연료가 얼어붙어 시동이 꺼진 화물차를 갓길에 세워둔 것이 화근이 됐습니다.

 

난방기를 켜고 운전할 때는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틈틈이 차 안을 환기해 줘야 하는데요.

그래도 졸음을 참기 힘들 땐 갓길에 세우지 말고 휴게소나 졸음운전 쉼터를 찾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차 사고나 고장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멈춰섰을 땐 먼저 차량을 재빨리 갓길로 이동시킵니다.

차량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 문을 활짝 열어 놓아 후방 차량에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사고 당사자와 탑승자는 날씨가 춥더라도 차에 머물지 말고 반드시 차에서 내려 가드레일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해야 합니다.

 

[조재성/한국도로공사 교통기계팀 차장 : "교량이나 방음벽 구간은 가드레일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때는 일단 갓길로 대피하신 후에 차량 진행 방향으로 (가되) 후속하는 차량들도 보면서 가능한 멀리 100m 이상 정도로 대피하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안전한 곳에 대피한 후에는 한국도로공사 대표번호인 1588-2504나 112에 신고해 차량 고장이나 사고 처리에 대한 도움을 받으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