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화재…물 부었다간 큰 일

2021.02.10 (10:08)

서울의 한 주택, 주방 조리기구들이 새까맣게 탔습니다.

 

집 주인이 음식물을 조리하던 중 부주의로 불이 난 건데요.

 

이 같은 주택 화재는 명절 기간에 더 자주 발생합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화재는 1일 평균 114건 정도 발생했는데 설 연휴 기간에는 143건 넘게 발생해 25% 정도 더 많았습니다.

 

특히 주택에서 불이 나면 더 치명적이었는데요.

 

인명피해를 보면 35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었는데 주택화재로 숨진 사람이 29명으로 83%나 됩니다.

 

[이인중/소방청 화재예방과 예방기획계장 : "설 연휴 기간 중 친인척들이 많이 모이고 제사 음식을 준비하면서 화기 사용이 늘어나고 전열기구 사용 시간이 상당히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치명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안에서 발생하는 화재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더욱 크단 얘긴데요.

 

설 연휴엔 명절 음식을 하다가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불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주방에서 식용유로 튀김 요리 등을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기름을 닦은 휴지를 가스렌지 옆에 둘 경우 쉽게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식용유의 특성 상 일정 온도 이상 가열되면 자연 발화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튀김용 기름 300밀리리터를 냄비에 넣고 가열해봤는데 3분 만에 섭씨 200도까지 데워졌고, 약 10여 분 뒤 온도가 400도에 이르자 스스로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불을 끄려고 물을 부었더니 폭발음을 내며 불이 크게 번집니다.

 

[이재홍/부산소방재난본부 방호조사과 화재조사주임 : "불이 붙은 식용유에 물을 뿌려본 결과 고온의 열이 물을 흡수하면서 순간적으로 수증기로 기화되고 기름과 함께 튀면서 불꽃이 2m 이상 커지며 연소가 확대됐습니다."]

 

이처럼 식용유에 불이 붙었을 때는 절대 물을 뿌리지 말고 가열된 기름 온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가장 먼저 가스 밸브를 잠근 뒤 불길이 작을 땐 냄비 뚜껑을 덮고 불길이 클 경우엔 냄비를 물에 젖은 수건으로 덮어주거나 상추나 배추처럼 잎이 큰 채소를 다량으로 넣어주면 불길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재홍/부산소방재난본부 방호조사과 화재조사주임 : "냄비 뚜껑을 덮는 소화 방법은 화재 초기에만 가능하고 불길이 큰 경우에는 효과가 적었습니다. 잎이 큰 채소류를 다량으로 냄비에 넣거나 젖은 수건을 펴서 냄비를 전체적으로 덮을 경우에는 질식과 냉각 효과로 불길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이 나 당황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소나 젖은 수건을 찾아 불을 끄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에 있는 일반 소화기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은 권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소화기는 식용유의 온도를 낮추지 못하기 때문에 열이 식지 않아 불이 잘 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분사 압력으로 주변으로 튄 기름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때 주방 화재 전용인 K급 소화기를 사용하면 보다 안전하게 불길을 잡을 수 있습니다

 

[최기덕/안산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장 : "식용유에 불이 붙었을 때 일반 분말 소화기를 사용하게 되면 불꽃을 없앨 수 있으나 식용유 온도를 충분히 냉각시키지 못해 불꽃이 다시 생깁니다 하지만 K급(주방전용) 소화기를 사용하게 되면 불꽃도 없애고 식용유 온도를 발화점 이하로 낮춰 식용유에 다시 불이 붙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관련 법률이 개정돼 현재 음식점 주방 등에는 K급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은 의무 사항이 아니어도, 주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소화기가 여러 형태로 제작되고 있어 시중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연휴 기간 동안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만큼 특히 부주의로 인한 화재를 조심하고 올바른 주택 화재 사고 대처법도 미리 알아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