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만에 세균 2배”…방심하다 식중독

2021.04.13 (16:05)

일교차가 큰 4월, 한낮엔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보니 상온에 방치된 음식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지기 쉬운데요.

 

낮 기온이 오르면 식중독균이 번식하기에도 좋은 환경이 되는 만큼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박효진/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봄철에는 바깥 기온이 20도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 도시락 같은 것을 보관하는 경우에는 보통 냉장 보관하지 않고 상온으로 보관을 하기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면 병원성 세균이 많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거죠."]

 

식약처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발생한 식중독 환자의 37%는 나들이철인 4월에서 6월 사이 집중됐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이 잘 지켜지면서 식중독 환자가 크게 줄긴 했지만 안심하긴 이른데요.

 

식중독의 주원인은 ‘잘못된 음식 보관’이기 때문입니다.

 

‘한두 시간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상온에 보관된 음식이 식중독균에 얼마나 쉽게 노출될 수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낮 12시경,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의 바깥 기온은 17도인데요.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표면 온도를 재 봤습니다. 10.8도입니다.

 

이 도시락을 각각 햇볕이 내리쬐는 곳과 아이스박스에 두고 2시간 뒤 다시 온도를 재 봤습니다.

 

아이스박스에 있던 도시락은 13.9도. 하지만 햇볕에 노출된 도시락의 표면 온도는 40.6도까지 치솟았습니다.

 

[김성일/식약처 식중독예방과 과장 :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통상 35도 전후에서 20~30분 만에 2배 정도 증식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방치만으로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를 수 있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도 조심해야 합니다.

 

냉장고는 내부 온도가 낮아 세균 번식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히려 냉장고 내부가 식중독균에 오염되면 보관 중인 식품들까지 위험할 수 있고 푸른 곰팡이나 리스테리아균 등 일부 식중독균은 1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봄에 식중독 사고가 많아지는 또 다른 이유는 개학과 동시에 학교와 유치원 등에서 단체급식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식중독 환자가 발생한 장소의 34.5%는 학교와 유치원이었습니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시흥의 한 어린이집에서도 원아와 교직원 등 25명이 구토와 복통 증세를 호소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날씨가 추워지는 11월부터 봄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으로 밝혀졌습니다.

 

[김성일/식약처 식중독예방과 과장 : "올해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의 등교수업이 시작되면서 3월 하순부터 식중독 신고가 빈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린이가 식중독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 등교나 등원을 자제시키고 가족 간 감염에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도시락을 준비할 땐 조리 전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과일과 채소는 물에 담갔다 흐르는 물로 깨끗이 헹궈야 합니다.

 

육류, 생선 등의 식품은 75℃ 이상에서 1분 이상 완전히 익힌 뒤 각각 별도의 용기에 담는 것이 좋습니다.

 

조리된 음식은 아이스박스 등을 이용해 10℃ 이하에서 보관 · 운반하고 햇볕이 닿는 곳이나 차량 내부 등 비교적 온도가 높은 곳에서는 2시간 이상 방치하면 위험합니다.

 

이렇게 조심했더라도, 음식을 먹은 뒤 구역질이나 구토,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식중독을 의심해 봐야 하는데요.

 

식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고 의사 처방 없이 함부로 약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나들이가 많아지는 봄철 개인위생뿐 아니라 식품 보관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