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치명적…치사율 8배 높아

2021.05.25 (11:42)

경운기 한 대가 도로를 향해 불쑥 튀어나옵니다.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데요.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밤엔 더 위험합니다.

 

후미등이 없으니 잘 보이지도 않고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반사판도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면서 이처럼 위험천만하게 도로를 달리는 농기계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방향 지시등이나 비상등과 같은 장치가 없어 도로 위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요.

 

게다가 농기계를 운전하는 농민 상당수가 고령이라 상황을 대처하는데 늦을 수 있고

 

길이 좁아 급정거나 방향 전환을 하기도 힘들어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사실상 무방비입니다.

 

[배정희 / 인천시 강화군 : "뒤에서 날 추월하고 앞에서 차가 올 때 아주 위협적이에요. 밤에 운전할 땐 버스 같은 것들이 지나가면 아찔아찔하죠."]

 

농기계 교통사고로 지난 3년 동안 숨진 사람만 182명. 다친 사람은 1,400명이 넘습니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농기계의 특성상 사고가 나면 피해도 큰데요.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농기계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15.3%로 전체 교통사고에 비해 8배 이상 높습니다.

 

[김병갑 / 국립농업과학원 재해예방공학과 과장 : "농기계는 자동차와 달리 에어백이나 운전자 보호 공간 등 안전장치가 없어 사고 발생 시 농기계 운전자에게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게 됩니다. 특히 인명피해가 많은 경운기는 사고가 났을 때 2차적으로 운전석에서 이탈되면서 경운기 핸들이나 지면에 부딪치게 되어 인명피해가 더 커지게 됩니다."]

 

농기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민이나 일반 차량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이 선행돼야 합니다.

 

농민의 경우, 농기계로 도로를 다닐 땐 반드시 교통신호를 지키고

 

야간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농기계 뒷면에 비상등, 야광 반사판 등 각종 등화장치를 꼭 설치해야 합니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농기계가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일단 속도를 줄이고 방어 운전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농촌에 있는 도로는 양옆에 논밭이 있는 데다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가 많아

 

농기계와 부딪힐 위험에 처했을 때 순간적인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문철 /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좁은 길에서 저 앞에 농기계가 갈 때 그 차를 추월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경우 농기계 운행하시는 농부 분들은 시끄러워서 뒤에 자동차 오는 것을 모를 수 있으니까 반드시 빵 경적을 울려서 ‘제가 지나가겠습니다.’라고 알리고 그리고 지나갈 때는 조금 천천히 지나가야 합니다."]

 

겨우내 농사를 쉰 뒤 오랜만에 농기계를 다시 사용하려니 손에 익지 않아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농기계의 경우 ‘운전 부주의’로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조작법을 사전에 완전히 익혀두는 것이 중요한데요.

 

최근엔 정비 불량으로 인한 사고도 늘고 있어 농작업 전후엔 농기계 점검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교체할 부품이 있다면 제때 갈아주고 농기계에 이상이 있다면 정비를 마칠 때까지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일환 / 강화군 농업기술센터 농업기계 안전전문관 : "겨울 동안 계속 보관한 농기계를 쓰지 않다가 봄이 돼서 새로 시작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전점검과 운전 요령을 재숙지하지 않게 되면 기계에 대한 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농기계로 작업을 할 때는 일을 마치려고 서두르거나 무리하게 작업을 하지 말고 2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농기계 탑승 시에는 반드시 운전자 한 명만 타고 뒤쪽의 시야가 확보될 수 있도록 짐을 무리하게 쌓지 말아야 합니다.

 

또 음주 후 농기계 조작은 대형 사고의 지름길이므로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농기계 운행.

 

안전교육은 물론 사고예방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