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에 운동화’…“안전성 따져야”

2021.06.01 (15:55)

북한산국립공원, ‘여성이 넘어져 머리를 다쳤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구조대원들이 뛰기 시작합니다.

 

추락한 여성의 위치는 해발 500m 인근.

 

일반 등산객이라면 30분 걸리는 거리를 15분 만에 도착했습니다.

 

발을 헛디뎌 쓰러진 환자는 넘어지면서 생긴 부상으로 이마에 피가 나는 상황.

 

산악구조대는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뒤 119 구조대에 여성을 인계했습니다.

 

[이치상/북한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장 : "주말에 보통 평균적으로 3~4건 정도는 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다리에 쥐가 나는 경우도 많고 가볍게 삐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경우는 산행 전에 간단한 스트레칭만 해도 예방을 할 수 있는 거고요. 저희 대원들은 신고를 받게 되면 출동을 하게 되는데 다시 또 큰 사고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는 편이죠."]

 

코로나19 여파로 등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산을 찾는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산과 어린이의 합성어인 ‘산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데요.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등산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젊은 등산객들의 경우 SNS에 올릴 멋진 사진을 찍으려고 높은 바위에 올라가거나 포즈를 취하다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사고도 많습니다.

 

산악 사고의 특성상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지만 아슬아슬하게 찍힌 사진과 동영상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강경은/서울시 관악구 : “위험하긴 하지만 멋있으니까 사진으로 남겨야 할 것 같아요. 기념이니까.”]

 

[정수진/서울시 노원구 : “바위 위에 올라가서 찍는 건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그냥 낭떠러지거든요. 이런 데 보면.”]

 

이처럼 초보 등산객이 늘면서 산악사고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생한 산악 사고는 1,700여건. 1년 전에 비해 33%나 늘었는데요.

 

단순히 길을 잃었다는 조난신고의 경우 20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준비 없이 산행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해 구조를 요청한 건데요.

 

최근 2,30대 사이에서 등산복으로 각광받고 있는 레깅스에 운동화 차림은 장거리나 고지대 산행에는 적합하지 않아 가급적 피하는 게 좋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은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봄철 체온조절이 어려워 동상이나 저체온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또 기존 등산복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져 부상의 위험도 더 큽니다.

 

험준한 지형에서 운동화는 등산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끄러져 다치기 쉽습니다.

 

산은 평지보다 기온이 낮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여벌의 옷을 미리 준비해 보온에 늘 신경 써야 합니다.

 

[박미숙/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강사 : "실내에서 운동하던 젊은이들이 코로나 때문에 산으로 많이 오면서 실내 복장으로 등산을 많이 하는데요. 산은 실내하고 날씨가 많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기온이 떨어졌을 때)레깅스 위에 덧입을 바지나 그런 것들이 준비가 돼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친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평소 자신의 체력과 능력에 맞는 등산로를 선택하고 산행을 계획한 날의 날씨를 고려해 산행 속도와 등산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혼자보다는 두 명 이상 같이 산에 오르는 게 안전한데요.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고 이정표를 따라 등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산에서 해가 지면 매우 위험하므로 적어도 해가 지기 2시간 전에는 하산해 산행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이치상/북한산국립공원 특수산악구조대장 : "산은 높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산이 어떤 산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북한산을 오려면 북한산에 대한 정보를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찾는다든지 인터넷을 통해서 가보지 않은 코스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오면 좋겠고요."]

 

만약 사고를 당했거나 길을 잃었을 땐 등산로에 설치된 위치 표시판을 확인한 후 119로 전화해 위치를 알리고 구조를 요청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