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던 트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시뻘건 불꽃에 휩싸입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택시가 불길을 내뿜는가 하면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불이 나기도 하는데요.
모두 엔진 과열로 추정되는 사고들입니다.
지난해 차량 화재 건수를 살펴보면 절반 가까이가 엔진룸에서 불이 시작됐는데요.
한 여름, 차량의 엔진룸이 얼마나 뜨거운지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시동을 걸기 전 엔진의 표면 온도는 60도 정도.
하지만, 시동을 켜고 가속 페달을 밟자 10분 만에 220도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여름철엔 도로의 열기까지 더해져 온도는 더 높아지는데요.
[박병일/자동차 정비 명장 : "배출가스 저감장치 쪽이나 이런 부분에서 열이 많이 발생돼요. 엔진 온도가 높아지다가 연료나 오일이 누유 되면 바로 화재로 이어지고, 또 워낙 편의 장치가 많아지다 보니까 배선이 많아졌어요. 근데 여기를 청소를 안 하면 부식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거기서 배선 합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다음에 튜닝을 한다든가 해서 과전류를 쓰게 되면 또 그로 인해서 배선의 열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운 여름, 자동차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선 사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평소보다 자주 엔진룸을 살펴보고 먼지 등 타기 쉬운 물질이 쌓여있진 않은지, 또 오래돼 피복이 벗겨진 전기 배선이 있진 않은지 점검해보는 습관이 필요한데요.
특히 휴가철 장거리 운행을 할 땐 출발 전 냉각수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하고 오랜 시간 운전을 할 땐 2시간마다 운행을 멈춰 차량의 열기를 식히는 게 좋습니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 "(주행 중 계기판의) 엔진 온도가 평소와 다르게 급격히 올라갈 경우에는 고속주행이나 급가속 등을 멈추고 엔진이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올바른 요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운행 중에 엔진 앞부분에서 연기가 난다거나 할 경우에는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화재가 이미 발생했을 경우 보닛을 열면 화염이 확 번지면서 상당히 큰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긴급 출동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가장 옳은 방법입니다."]
여름엔 타이어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한여름 60도까지 달아오르는 아스팔트의 열기가 타이어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인데요.
한 보험회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갈 때 타이어 파열 사고는 66% 더 늘어났습니다.
특히 타이어 파열 사고의 경우 치사율이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12.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여름철 꼼꼼한 차량 점검은 물론 운전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 : "타이어는 주성분이 고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노면의 온도가 올라가게 되면 그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타이어가 바닥 노면하고 닿는 부분은 이렇게 좀 수축되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다시 팽창하거든요. 이렇게 타이어 모양이 쉬지 않고 변하는 게 반복되면 타이어 내부 온도가 올라가고 강도가 많이 약해지면서 실제 외부의 충격에 쉽게 파열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만약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타이어가 터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속 100km로 달리다 타이어가 파열되는 사고를 재연한 실험입니다.
타이어가 터지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차는 세워놓은 분리대를 들이받고 차선을 크게 이탈하는데요.
반면에 브레이크를 천천히 나눠 밟아 속도를 줄인 차량은 차로를 달리다 서서히 멈춰 섰습니다.
운전자가 놀란 마음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타이어가 휠에서 이탈해 조향이 불가능해지거나 차량의 무게중심이 펑크가 난 방향으로 급격하게 쏠려 전복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건데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때 타이어가 마모된 상태일 경우 파열의 가능성이 더 커지는 만큼 여름철엔 마모 정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공기압도 평소보다 10% 이상 높여 도로와 닿는 면적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