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맘때 유독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요.
바로, 각종 감염병을 옮기는 ‘야생 진드기’입니다.
야생 진드기는 보통 야산이나 우거진 수풀 속에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집 주변 공원이나 도심 산책로, 아파트 근처 수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도심공원 풀밭을 하얀 천으로 몇 번 훑어내자 진드기들이 잔뜩 달라붙습니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한 채집 장비 안에도 1mm 안팎의 검은 점들이 기어 다니는데요.
SFTS, 즉 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작은소참진드기'입니다.
[이희일/질병관리청 매개체분석과장 : "진드기들이 주로 여름철에 산란을 하게 되고 그 산란한 것들이 가을철에 부화하게 되면 유충기라는 시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보통 풀잎 끝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지나가는 숙주, 그러니까 동물들이 지나갈 때 그 동물에 올라타서 흡혈이나 이런 식으로 해서 자기 몸을 키우는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 가을철엔 진드기가 옮기는 질병들이 많이 발생을 하게 되고..."]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4일에서 15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 두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심해지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요.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SFTS 환자 1,100여 명 가운데 197명이 숨지는 등 치명률도 높습니다.
아직 예방 백신도, 효과적인 치료제도 없는 만큼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인데요.
[조현/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SFTS에 감염이 되면) 38도 이상의 고열이 일단 발생을 하게 되고요. 그다음에 이제 심한 몸살이라든지 약간 오심이라든지 구토라든지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되게 되고요. 그다음에 의식이 약간 혼미해지는 증상이 같이 나타날 수가 있거든요.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빨리 병원을 찾아가서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게 중증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쓰쓰가무시증 역시 야생진드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입니다.
쓰쓰가무시 바이러스를 보유한 털 진드기 유충에 물려 감염되는데 1년 중 유충이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는 10월과 11월 사이 환자가 급증합니다.
해마다 4천 명에서, 많게는 만 명에 이를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는데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폐렴이나 뇌수막염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조현/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야외 활동 이후에 열이 갑자기 나기 시작한다. 이런 경우에는 진료를 받는 걸 추천드리고 진드기 유충에 물려서 물린 자리에 피부 궤양이라든지 특징적인 딱지, 가피가 형성이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가피라든지 딱지가 보이고 발열이라든지 전신 증상이 있다. 이럴 경우에는 조금 더 쓰쓰가무시증을 의심해 볼 수가 있습니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외활동을 할 때 진드기 기피제를 뿌리고 긴 옷 등으로 피부 노출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또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말고 집에 온 뒤에는 바로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하는 것이 좋은데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산책 시 반려동물의 털에 붙었던 진드기가 사람에게 옮겨올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박순석/수의학박사 : "동물의 몸은 털이 많죠. 그리고 몸 자체가 체구가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산책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진드기는 사람보다 동물에게 쉽게 전파가 될 수 있습니다. 진드기들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첫 번째는 목욕을 일단은 시켜줄 것을 권장하고요. 아주 가는 빗을 이용해서 빗질을 해준다든지 또는 드라이어 바람을 약하게 해서 건조해주게 되면 진드기들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산책을 할 땐 풀이 우거진 곳에 가지 않도록 하고 집에 돌아온 뒤엔 반려동물의 상태도 꼼꼼히 확인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