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운 곳에서 의지와 상관없이 넘어지고 부딪히는 낙상 사고.
추위로 근육이 긴장돼 있고 두꺼운 외투로 활동성이 떨어지는 겨울철, 더 자주 일어나는데요.
이 같은 낙상사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20년 기준, 한해 5만여 명에 이릅니다.
불과 5년 사이 140% 넘게 증가한 수치인데요.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이후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근육량이 줄어들면서 근골격계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체 낙상사고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장년층과 노인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요.
뼈의 밀도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낙상에 따른 부상의 위험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황지효/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 : "일단 넘어지면 모든 뼈는 다 골절이 일어날 수 있는데요. 50~60대 정도 균형 감각이 있는 분들은 주로 손을 많이 짚기 때문에 손목이나 어깨 골절이 많이 일어나고요. 한 70~80세, 많게는 90세 정도 노인의 경우 균형 감각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에 손으로 짚지 못하고 바로 엉덩방아를 찧는 경우가 잦아 고관절이나 척추 골절이 많이 일어나죠."]
길바닥이 미끄러워 생기는 겨울철 낙상은 대부분 뒤로 넘어지는데요.
넘어질 때의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실험 결과를 보면 앞으로 넘어질 땐 손목과 무릎에 충격이 분산돼 몸무게의 2.5배 정도 충격을 받는 반면 뒤로 넘어지면 충격이 몸무게의 4배에 달하고 충격 부위도 엉덩이에 집중돼 피해가 훨씬 커집니다.
특히, 골반과 다리를 연결해 주는 고관절 골절의 경우 뼈가 약한 노인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요.
[황지효/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 : "고관절은 우리가 움직이는 데 가장 필수적인 관절인데 그곳에 골절이 생기면 뼈가 다시 붙더라도 기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고관절 골절 이후 1년 정도 경과를 지켜보면 한 20% 정도가 사망을 하고요. 수술을 안 하는 경우에도 많은 합병증, 욕창이나 요로 감염, 폐렴,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기 때문에 고관절 골절은 그래서 굉장히 치명적인 (부상입니다)."]
이 때문에 겨울철엔 일단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최선인데요.
미끄러운 곳에서는 걷는 속도를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천천히, 작은 보폭으로 걷는 게 좋습니다.
춥다고 주머니에 손을 넣기보단 장갑을 끼고 다녀야 넘어져도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는데요.
또, 계단이나 가파른 언덕길은 되도록 난간을 붙잡고 다니는 게 안전합니다.
지팡이와 같은 보행 보조 기구를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정희연/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 "우선 외출 전에는 반드시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관절과 근육이 준비된 상태에서 외출하는 게 좋고요. 따뜻한 복장, 미끄럽지 않은 신발, 장갑을 꼭 챙기는 게 좋습니다. 다만 방한모자가 시야를 너무 가리거나, 너무 두꺼운 외투로 팔다리 동작이 부자연스럽게 되면 또 낙상의 위험이 있으니까 주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우고 유연성, 균형감각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요.
야외 운동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요즘, 집에서도 충분히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희연/국립교통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 "벽에 기대서 무릎을 살짝 굽히는 얕은 스쿼트 운동도 있고, 또 가벼운 모래주머니나 아령을 이용한 근력 강화 운동이 있습니다. 낙상이나 관절 손상에 굉장히 중요한 예방 역할을 하는 것이 스트레칭 운동인데요. 수건이나 고무줄 등을 이용해서 집에서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한 발로 서는 균형 감각 훈련도 자세 교정과 낙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낙상사고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이미 미끄러져 넘어졌다면 무리하게 움직이려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더 큰 부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넘어진 뒤 조금이라도 통증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는데요.
미세골절을 방치했다가 더 큰 골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