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학생들이 우르르 길을 건넙니다.
서로 경주라도 하듯 뛰어가는 모습이 아슬아슬한데요.
초록불이 깜빡이자 서둘러 횡단보도를 내달립니다.
[육점순/서울시 관악구 : "너무 위험해요. 여기는 아파트 사이에 있어서 차들이 너무 왕래가 심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또 겁이 없잖아요. 뛰지 말라고 그래도 말 안 들어요."]
최근 5년간 길을 걷다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초등학생은 1만 2천여 명.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고를 많이 당하고, 그 피해도 컸는데요.
사상자의 절반 이상이 1학년에서 3학년까지의 저학년이었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어린이 역시 저학년이 고학년에 비해 3배 이상 많았습니다.
활동 반경이 갑자기 넓어지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배혜성/한국교통안전공단 부장 :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어린이들은 학교나 학원 등으로 이동량도 많아지고 행동반경도 넓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저학년들은 주의력이 좀 떨어지기 때문에 도로 환경에 대해서 집중을 못 하게 되고요. 친구들하고 장난하는 게 더 익숙하기 때문에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는 등의 위험이 크죠."]
어린이 보호구역인 ‘스쿨존’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는데요.
초등학생 보행 사고의 13%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일어났고 16명의 어린이가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인천에서 10살 초등학생이 화물차에 치여 숨진 곳도, 지난해 5월 전북 전주에서 두 살 남자아이가 불법 유턴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곳도 모두 '스쿨존'이었는데요.
[서은화/서울시 영등포구 : "아무리 30km라고 해도 아이들이 자제가 안 되잖아요. 그런 부분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죠."]
차량 운행속도가 30킬로미터로 제한되는 어린이 보호구역.
주차나 정차도 할 수 없는데요. 하지만 여기저기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눈에 띕니다.
과속 단속 CCTV가 설치된 곳에서만 잠시 속도를 늦춘 뒤 다시 속도를 내는 경우도 많은데요.
스쿨존에서 왜 시속 30킬로미터를 지켜야 하는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실험 영상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시속 30킬로미터로 달리던 차에 부딪힌 마네킹.
차량 윗부분에 올라탔다 바닥으로 떨어지는데요.
하지만 그 형태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시속 60킬로미터의 차량과 부딪힌 마네킹은 다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는데요.
[배혜성/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 : "차량이 시속 60km로 주행하다가 보행자와 부딪혔을 때 보행자의 중상률은 92.6% 정도로 나타났고요. (차량이) 시속 30km로 보행자와 부딪혔을 경우 보행자의 중상률은 15.7%로 나타났습니다. 속도가 높을 때 운전자는 시야도 좁아지고 인지 반응 시간도 짧아지기 때문에 속도가 낮을 때보다는 사고 확률이 높습니다."]
차량의 과속으로 인한 사고만큼 자주 발생하는 것이 횡단보도 사고인데요.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인도에 다양한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노란 발자국'을 그려놓는가 하면 아이들이 자주 다니는 곳엔 운전자가 보행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옐로 카펫을 설치하기도 했는데요.
[김종민/서울시 보행정책과 교통전문관 : "초등학교 앞에는 횡단보도에 노란색 발자국이나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노란색 표지판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최근엔 감지기라든지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서 아이들이 무단횡단을 하려고 하거나 차량이 정지선을 위반할 경우 음성이나 전광판으로 안내를 해서 사고 위험 요인을 현장에서 바로 제거하는 (기능들을 활용 중입니다.)"]
어린이들의 행동은 예측이 어렵고 언제든 돌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 주변에서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진 만큼 차량 운전자들도 더욱 주의하며 운전해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