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나서지만 산 위는 아직 ‘겨울’

2022.04.11 (16:37)
노란 꽃이 피기 시작한 등산로에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등산객들의 옷차림도 훨씬 가벼워졌는데요.

 

[박춘신/서울시 노원구 : "코로나19로 우울한 일상을 벗어나서 자연을 벗 삼으려고... 날씨가 너무 좋고, 상쾌하고 기분 좋아요."]

 

[박영희/서울시 노원구 : "겨울 동안 조금 무거웠던 마음이 이렇게 꽃을 보면서 풀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봄 산행은 겨울 산행보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산속엔 아직 겨울의 잔재가 남아 있고, 겨울 동안 산에 잘 가지 않다가 갑자기 무리한 산행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최근 3년 동안의 산악사고 통계를 보면 3월까지 6백여 건이던 사고는 4월에 25% 가까이 늘어납니다.

 

사고 원인은 미끄러져 발생하는 사고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길을 잃고 헤매는 조난 사고, 그리고 무리한 산행으로 평소 앓고 있던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정노선/국립공원공단 재난안전과장 : "(봄철 산행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다 보니 충분한 산행 장비를 구비하지 않고 와서 안전사고가 그만큼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하지 않고 본인이 잘 알고 있다는 샛길 구간을 이용하다 체력 저하로 인해 실족이나 낙상으로 조난 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고 있습니다."]

 

봄철 산행은 위험 요소가 많은 만큼 주변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늘과 바위틈의 얼음과 눈이 녹으면서 등산로가 미끄러워 넘어지기 쉬운 데다 고도가 높은 곳이나 그늘진 곳, 낙엽 아래엔 채 녹지 않은 얼음이나 서리가 남아있을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낙석 사고도 조심해야 하는데요.

 

꽃샘추위와 포근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지반이 얼었다 녹았다 하면 바위나 흙이 작은 충격에도 부서져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노선/국립공원공단 재난안전과장 : "겨울철 얼었던 바위틈에 있던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그 바위가 뜬 돌 상태가 돼 낙석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낙석이 가장 많이 발생될 수 있는 급경사지나 절벽, 특히 낙석 주의 안내판이 설치된 구간은 지체하지 말고 빨리 통과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봄철 산에 오를 땐 봄 날씨의 특성에 잘 대비해야 하는데요.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특히 옷이나 장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박지현/서울시 강북구 : "굳이 꼭 등산복을 입어야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항상 그냥 가볍게 입고, 편안하게 운동화 신고..."]

 

산은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평균 0.65도씩 내려갑니다.

 

평지 기온이 15도라도 해발 800m 산에선 10도 아래로,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체감온도는 5도 아래로 뚝 떨어지는데요.

 

이렇다 보니 가볍게 입고 산에 올랐다간 심한 경우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산에 오를 때는 중간에 옷을 벗어 땀이 덜 나게 하고 땀이 잘 마를 수 있는 재질의 등산복을 입는 것이 중요한데요.

 

[최승철/국립공원 산악안전교육원 부장 : "특히 요즘 들어 초보 등산객들이 운동화를 많이 신고 오는데 지금 바윗길이나 그런 데는 미끄럽기 때문에 등산화를 신는 게 좋습니다. 청바지 같은 경우 땀이 마르면서 계속 체온을 빼앗기 때문에 위험한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레깅스 같은 경우는 활동성이 좋고 땀 배출은 잘되지만 요즘같이 날씨 변화가 급격할 때는 체온 유지가 안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산에 오르기 전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해 몸의 긴장을 풀어줘야 합니다.

 

갑자기 무리하게 움직이면 근육에 경련이 오거나 관절에 염좌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허벅지, 종아리, 발목 등의 다리 근육을 늘려 이완시키는 스트레칭이 필요합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등산로에 설치된다목적 위치 표지판의 번호를 확인해두는 것도 중요한데요.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119에 이 번호를 말하고 구조를 요청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