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여도 안 죽는다’…봄철 식중독 주의

2022.04.26 (13:10)

한낮엔 20도 안팎의 따듯한 날씨가 이어지지만 아침과 저녁 기온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이렇게 일교차가 클 땐 음식이 상할 확률도 높은데요.

 

하지만 한여름처럼 날이 덥진 않아 음식 보관에 신경을 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현숙/서울시 강동구 : "내일 먹을 건 냉장고에 안 넣고 그냥 놔두고, 아침저녁으로 데운다든가... 맛보고 상했나 안 상했나 보고 나서 괜찮으면 다시 데워서 먹고..."]

 

봄철에 유독 조심해야 할 건 퍼프린젠스식중독균입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이 균으로 인한 식중독 발생 사례의 절반 이상이 봄철에 집중됐는데요.

 

여름철 발생 건수의 3배를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김경우/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식중독은 사계절 언제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아무래도 봄이나 가을 같은 경우엔 상대적으로 식중독 관리에 대해 주의가 좀 소홀해질 수 있고, 야외 활동이라든지 이런 단체 활동이 증가하면서 집단 급식이나 도시락을 취급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퍼프린젠스는노로바이러스, 병원성 대장균 다음으로 식중독을 많이 일으키는 세균입니다.

 

복통과 설사 같은 증상은 다른 식중독 균과 비슷하지만 독소를 품고 있는 포자, 즉 세균의 씨앗이 열에 강하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퍼프린젠스 균의 포자는 100도 이상으로 가열해도 살아남았다가 온도가 60도 아래로 떨어지면 독소를 배출합니다.

 

이때 배출된 독소가 식중독을 유발하는 건데요.

 

[김성일/식약처식중독예방과장 : "(퍼프린젠스 균은) DNA를 외피 안으로 집어넣어 웅크리고 있어서 100도 이상 가열한 이후에도 파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물이 식은 이후에 다시 퍼프린젠스 세균으로 증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남은 음식을 먹을 때는 추가로 한 번 더 가열해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퍼프린젠스식중독균은 고기나 육류 가공품, 튀긴 요리, 국 등에서 증식하기 쉽습니다.

 

나들이에 빠지지 않는 김밥이나 도시락도 예외는 아닌데요.

 

상온에서 보관한 음식이 식중독균에 얼마나 쉽게 노출될 수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2시경,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의 바깥 기온은 21.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표면 온도를 재 봤는데요.

 

10.5도로 짧은 시간에 음식이 상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도시락을 햇볕 아래 20분간 내놓았더니 순식간에 온도가 34.6도까지 올라갔는데요.

 

이번엔 나들이를 나서면서 김밥을 챙겨 차로 이동하는 경우를 가정해 봤습니다.

 

막 만들어진 김밥의 표면 온도는 18.1.

 

하지만 이 김밥을 차 안에 뒀다 20분 후 다시 온도를 재보니 43.4도까지 치솟았는데요.

 

[김성일/식약처식중독예방과장 :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통상 35도 전후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보통 4분 내지 20분 만에 균수가 2배씩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조리한 음식물을 상온에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장시간 이동하거나 몇 시간 정도 야외 활동을 하는 경우라면 식품은 보냉 가방이나 아이스박스 등에 보관하는 것이 식중독 예방에 중요한 요소로..."]

 

봄철퍼프린젠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육류 등의 식품은 중심부 온도가 75도 이상이 되도록 충분히 조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 끓였던 음식이라도 실온에 방치하면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으니 조리한 음식은 나누어 식힌 뒤 냉장 보관하는 등 보관 방법과 보관 온도를 잘 지켜야 하는데요.

 

또 보관했던 음식을 다시 먹을 땐 혹시 남아있을 수 있는 퍼프린젠스 균의 독소가 파괴되도록 재가열해 바로 먹는 게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