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점검] 제7차 북 핵실험, 과연 백두산은 안전할까?

2022.11.11 (21:03)


이윤수 ㅣ 전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

 

[ 편집자 주 : 2022년 11월 현재,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국내외 정보기관의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관련해 지질학 분야 국내 권위자인 이윤수 전 포항공대 교수가 백두산과 인근 지역의 지질학적 안정성에 대한 상세 분석의 글을 기고해 주셨습니다. ]

  

최근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핵실험 준비를 완료했으며, 제7차 북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한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핵실험으로 백두산 화산 폭박을 일으키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과연 백두산은 안전할까?

 

■ 활화산 백두산

 

홀로세(11,700년 전부터 현재)이래 폭발한 적이 있는 화산을 활화산이라 하며, 우리나라에는 백두산을 비롯해 제주도와 울릉도가 있다. 국내 및 국제 백두산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서기 946년 11월, 대폭발을 일으킨 백두산은 지구상 최대급인 화산분화지수(VEI) 7에 해당하며, 당시 배출된 화산재를 남한에 쌓으면 두께가 1 m나 된다. 서기 79년 분화한 베수비우스 화산 분화량의 100배에 해당하는 초대형 화산이다.

 

지구물리탐사 결과, 백두산 천지 아래 약 7km에 암석이 녹은 마그마방이 확인되었다. 그 안에는 폭발력이 매우 높은 유문-조면암질 마그마로 차 있다. 바로 밑에는 현무암질 마그마방들과 수직적 암맥을 통한 네트워크('마그마 배관 시스템'이라고 부름)로 이어져 있어,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활화산이다. 이 마그마방에는 폭발력이 매우 높은 유문-조면암질 마그마를 포함하여, 학자들은 백두산에서 대형 분화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그림 1. 백두산 천지 아래에 놓인 초염기성(갈색), 염기성(적색-하늘색), 산성(보라) 마그마가 이루는 마그마 배관 시스템에 대한 모식도. 하늘색 실선(점선)은 마그마로부터 뜨거운 열적 응력을 받아 균열대(반 균열대)를 나타냄. 하늘색(백색) 원들은 이렇게 갈라진 암석들의 작은 틈 속에 갇혀 있는 헬륨(수소) 가스를 나타냄.

■ 깨어나는 백두산: 2002년 7월, 천지에서 시작된 심각한 분화 징후

 

2022년 6월 28일, 북중러 3국경 인근, 심도 566km 맨틀 깊은 곳에서 규모 7.3의 심발지진이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이 심발지진 직후부터 2002년 7월부터 백두산, 천지 직하 약 5km 심도에서 화산지진이 발생하여, 2005년 말까지 무려 3년 반 동안 총 8,000여 회나 계속되었다. 당시 백두산 천지는 10 cm나 위로 부풀어 올랐다. 상기 심발지진이 마그마를 자극하여, 마그마가 부풀어 올랐으며, 이때 발생한 열과 압력으로 주변 암석에 균열을 초래해, 천지 직하 3~5km에서 화산지진이 들끓었고 대량의 화산가스를 방출하였다. 화산가스 중에는 수증기, 헬륨, 이산화탄소, 이산화항, 황화수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헬륨은 타 원소와 결합하지 않고 가벼워, 지각에 거의 머물지 않고 대기로 날아가기 때문에 화산 마그마의 특성과 거동을 파악하는 데에 유용한 원소이다. 과연 당시 백두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전 세계 화산전문가들의 이목이 백두산에 집중되었다. 

 

■ 지난 6차례의 북 핵실험, 백두산 마그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백두산 화산관측을 수행하고 있는 중국지진국은 관측 과정과 결과를 철저히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북 핵실험과 관련된 상세한 관측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그들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백두산에서 수행해 온 헬륨과 이산화탄소 등의 월별 관측 결과를 제공하고, 제1차 및 2차 북 핵실험으로 인한 백두산 마그마의 거동 파악에 중요한 단서를 공개했다. 그림 2는 그들이 백두산에서 관측한 대기 중 헬륨농도 변화(적색 다이아몬드와 하늘색 영역)와 월별 지진 횟수(회색 그래프)를 도시한 것으로, 2012년까지 4번의 헬륨가스 농도 이상 기록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것은 1번째 헬륨 농도 이상과 지난 2002~2005년에 있었던 '백두산 분화징후 이벤트'와의 연계성이다. 앞서 기술한 것처럼, 2002년 6월 28일 규모 7.3의 심발지진이 천지 마그마를 직접 자극시켜 3년 동안 8,000여 회의 화산지진을 일으켰고, 마그마에서 다량의 헬륨이 방출된 것이다.

 

 



그림 2. 백두산 천지 일원에서 관측한 헬륨 농도(다이아몬드)와 화산지진 횟수(회색) 변화. 횡축과 종축은 각각 관측 연도와 농도(ppm)를 나타냄. 하늘색 부분은 헬륨 농도가 유난히 높았던 4개 이벤트임(청색 이탤릭 글자). 2002년 7월부터 백두산에 화산지진이 급격히 빈발하고 난 뒤, 1년 후부터 헬륨이 방출된 것은 마그마에 녹아있는 화산가스의 거동을 알려준다(Lee et. al. 2013). 지진 및 헬륨 농도 자료의 출처는 중국지진국임.

① 토론 1: 백두산 헬륨가스 관측자료는 말한다.

북한은 2006년 이래 백두산 천지에서 약 120km 떨어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한 바 있다(표 1). 서기 946년 백두산 대폭발은 지난 1만년 동안 지구상 최대규모의 사건이었다. 국내 및 국제 사회에서는 북 핵실험이 백두산 천지 아래에 있는 마그마를 자극하여 화산 폭발을 유발하지 않을지 매우 우려하고 있다. 북 핵실험으로 백두산 천지의 마그마가 흔들리면, 마그마 안에 포함된 유체와 기체가 발생하여 화산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치 샴페인을 흔들면, 가스 거품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림 2에서 2006년 말에 관측된 2번째 대기 중 헬륨농도 이상은 동년 10월 9일에 가행된 '제1차 북 핵실험(규모 3.9)'과 일치한다. 3번째는 2008년 5월 12일에 발생하여 105,000인이 넘는 인명을 앗아갔던 '쓰촨대지진'이고, 4번째는 2009년 5월 13일에 강행한 '제2차 북 핵실험' 때에 비하여, 에너지가 훨씬 작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대기중 헬륨가스 분출농도는 1차 북 핵실험 때가 2차 북 핵실험 때보다 헬륨 농도 관측치가 거꾸로 훨씬 높았다는 사실이다. 통상, 북 핵실험이 백두산 마그마를 직접 자극하였다면, 2차 북 핵실험때가 헬륨 농도 관측치가 훨씬 더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겉보기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 2002~2005년 화산징후 이벤트 당시, 마그마로부터 대량의 헬륨가스가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2003년 후반부터 1년 동안 대부분의 헬륨이 지표로 방출되었지만(그림 2), 일부 헬륨은 지표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림 1에서 나타낸 것처럼, 암석 내에 형성된 틈에 끼어 일시적으로 갇혀 있었다. 그 후, 두 차례의 북 핵실험으로 백두산 일대가 흔들리면서, 틈에 갇혀있던 헬륨가스가 빠져나가게 된 것이다. 제2차(규모 4.7)때 보다 제1차(규모 4.0)때의 헬륨 관측치가 높은 것은, 두 차례의 북 핵실험 모두 백두산 마그마를 직접 자극하지 못했다는 것을 지시한다. 따라서, 제1차 및 제2차 북 핵실험 경우와 마찬가지로, 쓰촨대지진도 백두산 천지화구를 진동시켰지만, 마그마를 직접 자극시키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11년 3월 규모 9.0 '동일본대지진'때 백두산에 화산지진은 물론 헬륨 농도에 대한 유의미한 이상이 관측되지 않았단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② 토론 2: 백두산 지진계에 기록된 북 핵실험들의 위력

​중국지진국 장백산화산관측소는 지하터널에 광대역지진계 및 속도계를 설치하고 백두산 화산활동을 관측·감시하고 있다. 최근 그들은 6차례 북 핵실험에 대한 지진파의 장주기 성분을 분석하였는데, 마그마의 이론적 동적응력(dynamic stress)값을 추정하였다(Liu et al. 2017; 2020). 비록 단순히 동적응력 변화 요인이 화산활동을 지배한다고 가정한 것이지만, 북 핵실험이 백두산 마그마의 거동에 미치는 영향과 화산분화 가능성에 대해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하였다(그림 3). 과연 지진파로 관측된 과거 6차례의 북 핵실험은 백두산 화산에 얼만큼이나 위협적이었을까?



그림 3. 2006-2017년 6차례의 북 핵실험(적색 원)과 동아시아의 4건 초대형지진들(황색 사각형)에 대한 지진파 장주기 성분(1 Hz)으로부터 구한 각각의 동적응력(kPa)값의 분포

지난 2022~2005년 백두산 분화징후 이벤트 직전 발생한 북중러 3국경 심발지진(규모 7.3, 심도 566km)의 동적응력 값은 120kPa로 나타났다. 따라서, 여기서는 120kPa을 천지 마그마를 자극하는 최소 동적응력 한계(threshold of dynamic stress)로 간주하였다(그림 상부에 붉은색 영역으로 도시). 이때 규모 2 이상의 화산지진이 1주일당 7회 이상 발생할 경우, 화산분화 경고단계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한편 이 기준에 따르면, 2004년 수마트라대지진(규모 9.2), 2008년 쓰촨대지진(규모 8.0), 그리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규모 9.0)이 발생했을 때, 백두산지역 지진파에서 구한 동적응력값들은 모두 이 한계에 미치지 못했다. 상기 3건의 대지진들은 태평양-히말라야 조산대에 속한 동아시아에서도 수십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날 수 있는 규모로써, 이들 모두 진원 심도가 19~30km 로 천발지진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북 핵실험은 차례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들로부터 구한 동적응력 값들은 1~63kPa 범위에 분포한다(표 1, 그림 3). 천만 다행히도 이들 모두는 상기 동적응력 한계(120kPa)에 훨씬 미치지 못했으며, 이는 전술한 1-2차 북 핵실험이 백두산 천지 직하의 마그마를 직접 자극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과 일치한다.

■ 북 핵실험, 백두산 화산폭발의 방아쇠를 당길까?

6차례의 북 핵실험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핵실험으로 주변 화산이 분화했던 선례는 아직 없다. 공식적으로 인류가 감행했던 가장 큰 지하 핵실험은 1971년 11월 초, 알루샨열도의 미·러 국경 근처에서 실시한 칸니킨 미핵실험으로써, 히로시마 원폭의 340배(5,000kt)에 해당하는​ 규모 7.4의 크기였다. 지진과 화산열로 이어진 '불의 고리'에 위치한 칸니킨 미핵실험장은 주변 80km 이내에만 3개의 화산섬들이 존재한다. 이는 풍계리 북 핵실험장과 백두산의 거리(120km)의 2/3 이내로 오히려 더 가까우며, 백두산 천지의 유문-조면암질과 유사한 데싸이트질 마그마를 포함하고 있어 북 핵실험의 경우에 참고할 만하다. 결과적으로, 미핵실험 이후 3년까지 상기 3개의 화산들은 분화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화산분화의 메카니즘은 매우 복잡하며, 마그마의 성분에 따른 물성변화 차이, 비탄성거동 및 이방성, 마그마와 다양한 매질들과의 상호작용(지하수계, 이질적 성분을 갖는 마그마, 주변 암석, 초임계 유체 등), 상변화에 따른 물성 변화, 마그마의 양과 기하학적 분포 등, 극한 지질학 최고의 난제를 포함한다. 앞에서 기술한 지진에 의한 동적응력 변화는 분화를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이며,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핵실험과는 달리, 거대한 자연지진으로 근처의 화산이 분화한 선례는 존재한다. 1707년 호에이대지진(규모 8.7)에 의한 후지산 분화(화산분화지수 VEI 5), 1960년 칠레대지진(규모 9.5)에 의한 PCC 화산군 분화(VEI 4) 등이 알려져 있다. 자연지진과 달리 핵실험과 같은 인공지진은 에너지의 대부분이 전방위적 파괴로 소모되는 데다가, 지진파의 파장이 짧아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급격히 감쇠되는 특성이 있다. 더욱이 액상인 마그마는 장주기 저주파에 연동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핵실험이 마그마 거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해석된다. 다시 말하면, 핵실험이 화산분화에 방아쇠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자연지진보다 화산분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훨씬 적다는 것을 암시한다.

■ 제7차 북 핵실험이 유발하는 숨겨진 또 하나의 재난

​핵실험은 주변 암석에 물리적인 에너지를 가하여, 영구적인 균열을 일으키며, 이 균열을 따라 형성된 지하수계를 따라 다양한 방사핵종이 이동하게 된다. 만일 핵실험장 주변에 단층대가 존재하는 경우, 방사핵종의 균열대 이동통로는 단층대 통로라는 오염고속도로로 합류하게 된다. 그렇다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과연 핵오염에 안전할까?


 

그림 4. 풍계리 북 핵실험장(백색 원)과 주변 지질도(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북 핵실험장은 백두산과 길주-명천지구대(황색 영역)사이에 위치한다. [주요 지질 분포] (1) 백두산: 제4기(Q1-4) 화산암류, (2) 풍계리 핵실험장: 쥬라기 화강암류, (3) 길주-명천지구대: 신-신생대(N)-제4기(Q1) 퇴적암류 및 화산암류. [단층선] 흑색 굵은 선으로 표시.

 

북 핵실험이 차례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증가해왔기 때문에, 이번 제7차에는 제6차때 TNT 125kt 규모를 넘어, 한계치인 TNT 150kt 을 초과할 가능성(대기 중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1974년 미국과 구소련이 서명)도 있다. 그림 4는 백두산 및 풍계리 북 핵실험장 일원의 지질도(한국지질자원연구원)로써, 백두산을 중심으로 제4기 화산암류가 분포하고, 북 핵실험장은 쥬라기 단천 화강암류의 지반에 설치되어 있다. 이 곳의 화강암반은 비교적 단단하고 충격에 강하며, 대규모의 마그마가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어 형성된 중립질 결정의 산성암석이다. 북 핵실험장 화강암의 물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우려되는 것은 풍계리 북 핵실험장에서 길주-명천지구대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2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풍계리와 길주를 잇는 길주단층을 따라 바로 방사핵종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주-명천지구대는 포항분지와 함께 한반도에서 지체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2곳 중 하나이다. 길주-명천지구대를 따라서 김책시-길주군-명천군 그리고 청진시와 접하며, 약 100만인의 주민이 지하수를 통한 치명적인 핵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제7차 북 핵실험을 막아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