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ㅣ KBS 재난방송전문위원, KIT밸리(주) 전문위원
1. 지진 리스크, 어떻게 봐야 하는가?
Ulich Beck은 그의 저서“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근대화되는 사회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했던 리스크가 있는가 하면, 대형 사고와 기후변화 등 감수하지 못해 불안을 느끼는 리스크가 있음을 이야기했다. 부의 생산과 축적, 안락하고 안전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충격의 억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감수할 수 없는 파국적인 재난은 즐비하게 발생을 거듭하고 있으며, 예측 불허의 신종 리스크는 나날이 다양화, 거대화되고 있다. 밀집된 도시사회의 급격한 성장과 부의 축적은 지속가능성과 심각한 재난으로부터 신속히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며 다시 리스크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런 사회 환경 가운데 지진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록 낮은 빈도의 현상임에도, 순식간에 우리 사회를 초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나날이 우려를 더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거대 자연재해 가운데 최근 들어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재해 현상이 지진 재해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돌발 홍수, 슈퍼 태풍 등 세력이 강해진 현상들과 비교해 관심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삼국유사로부터 조선왕조실록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의 관점에서 역사 기록이 보여준 지진 현상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리고 근대를 지나 급성장한 도시의 인구 밀집과 산업의 성장, 재산 가치와 사회 부가가치 상승은 특히 지진에 취약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극단적으로 리스크를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지진은 동아시아 전체 지각에 긴장을 유발하여 이 지역의 지진 잠재 위험을 높였고, 2016년, 2017년 규모 5를 넘는 지진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체감 잠재 리스크 또한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게 사회 경제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인식하지 못했고, 준비하지 못했던 지진 리스크는 이미 대도시를 공격하는 치명적인 잠재 위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이미 도시와 사회를 이루는 건축물, 기반 시설, 경제 산업체계 그리고, 인명 안전에 대한 중요성은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진에 따른 재해의 하나로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지진해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발생을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는 점과 빈도가 극히 낮다는 점, 그에 대한 영향과 대처 수준이 확인되기 어려운 점 등의 이유는 현대사회가 가진 불확실성 리스크를 대표하는 재해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동기가 된다.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 크기의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연재해 가운데 불확실성이 높은 것 또한 지진 재해와 같다. 그러나 지진해일을 유발할 만큼 거대한 활성단층이 분포하는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통계적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판 경계에서 판의 충돌과 압축 에너지의 응축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단층 운동을 일으키는데 그 크기와 주기에 대한 규칙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진해일의 성격을 좌우하는 단층 운동의 형상, 즉 지진에 의한 해저면의 융기와 침강의 공간적 변화에 대한 예측은 실로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는 불확정적 미지의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도시를 직접 강타한 2016년 경주나 2017년 포항지진은 이를 직접 경험하면서 사회에 큰 충격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지만, 먼 과거의 일로 감추어진 지진해일의 경우 이과 비교할 만큼 사회적 우려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수십 년 주기로 내습하는 지진해일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지진해일 리스크를 한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고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입지에 추가로 잠재된 지진해일 리스크는 없는지, 그에 대한 정책적 방향이 적정한지 역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림 1에는 우리나라 해안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지진해일 이벤트들을 제시하였다. 이들 모두는 발생 메커니즘과 전파 특성이 다양하여 각자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을 동시에 갖는다. 이런 다양한 잠재 리스크에 대해 정책적으로나 기술, 사회적으로 인지되거나 고려되고 있는 대책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이지 못하다.
그림 1.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지진해일 발생 예상 지역
본 고에서는 이들 지진해일 리스크 가운데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서의 지진해일의 발생에 대한 메커니즘과 그 특성을 바탕으로 재해의 시각에서 고려해야 하는 점을 논하고자 한다. 먼저, 지진해일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동해이다. 동해의 동측, 일본 연안을 진앙으로 하는 지진해일이다. 둘째로 과거 서해안에도 지진해일이 내습한 기록이 있으며 남해 역시 메커니즘 측면에서 지진해일 발생 위험은 설명될 수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고 발생 메커니즘이 다른 서해, 남해에서의 지진해일 가능성을 소개한다. 셋째는 류구열도의 지진해일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태평양측의 활성단층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 위치하는 류구열도 역시 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지진해일 유발 위험지역이다. 그리고 넷째로, 이 활성단층 상의 일본 도카이 지역부터 큐슈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도 규모 9.0에 달하는 지진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을 진앙으로 하는 지진해일을 들 수 있다. 현재의 지진관측 설비를 이용한 관측기록이 있지는 않지만, 과거 역사 기록이 남아 있는 지역이다.
2. 동해의 최대급 잠재 지진해일
대규모 해저 지진에 의한 해저면의 융기와 침강이 해수면에 전달되어 장주기 파동을 형성하는 현상을 지진해일이라 한다. 국내에서는 1964년, 1983년 및 1993년 일본 서해안에서 발생하여 동해안에 내습한 사례가 있다. 특히 1983년 동해중부 지진해일은 동 해안 전역에 내습하여 임원항에 최대 5.1m의 침수심을 기록하는 가운데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다(그림 2). 이는 근래에 발생한 지진에 의한 인명피해로는 첫 기록이다. 이 지진해일은 지진발생 후 1.5 내지 2시간 내에 동해를 횡단하여 우리나라 동해안에 내습했으며, 동해 중심부의 대화퇴가 가진 렌즈 효과로 인해 특정 지역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독특한 양상은 재해의 관점에서 유념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림 3. 동해 동연의 상정지진 진원역, 예상 규모 및 30년 확률(일본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 2016)
최근 일본 정부는 일본 서해안의 해저 지각구조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급 지진의 규모를 제시하였다. 일본 토목학회(2016)는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지진 규모와 진앙지 지각 두께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층의 최대 길이는 지각 두께에 의해 규정되며 지각 두께가 약 40km 미만의 지역에서는 규모 8.0 이상의 지진은 발생하지 않음을 설명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G. Shuichi(2013)는 일본 서해안의 중요 파원 인근에 대한 지진파 속도구조로부터 일본 서해안의 지각 두께를 파악한 결과 약 20km 정도이며, 실제 과거 대규모 지진의 진원 깊이 또한 그만큼 얕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과적으로 동해에서 규모 8.0 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고, 결국 1993년 북해도 남서 외해 지진의 규모 7.8은 동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준 최대급 규모의 지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진 공백역으로부터 상정할 수 있는 지진으로 사도시마 북부에 위치한 지진의 예상 규모 역시 M7.8로 예상된다.
과거의 지진해일 기록 그리고 통계적으로 예측되는 가상 지진에 대한 리스크를 바탕으로 정부는 지진해일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과거의 지진해일 파원 및 당시 동해안의 지진해일 기록으로부터 리스크의 크기를 짐작하여 그에 대한 방재계획을 마련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지진 공백역에서 예상되는 가상 지진해일의 영향 또한 고려하고 있다. 실제, 기상청 지진해일 예경보 시스템과 행정안전부의 지진해일 재해 대응 시스템이 그 사례라 하겠다. 기상청은 일찍이 일본 국토청 등(1998)이 제안한 동해 지진해일 파원 및 2011년 동일본 지진에 따른 상정 외 거대 지진을 염두에 두고 지진해일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지진해일 위험지구를 대상으로 범람 수치지도를 제작하였다. 연안에서 격자 크기 5m 미만의 상세한 해안 지형 정보를 이용하는 지진해일 범람 시뮬레이션은 2023년까지 동 해안 모든 지구에 적용되어 침수역과 침수심을 모의한 바 있다.
3. 서해 및 남해의 주향이동단층 운동과 지진해일
깊은 바다에서 대규모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해양파를 지진해일로 정의하지만, 국제어로 쓰나미(Tsunami)라 명칭 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해저 지진 이외에도 화산폭발에 따른 해수면 변동, 해저의 급경사지 붕괴로 발생하는 해일도 이에 포함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해저 지진에 의해 유발되는 대규모 지진해일을 주로 연구 대상으로 삼아 왔으며, 재해 대책의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1995년 필리핀 민도로섬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은 얕은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임에도 불구하고 4~7m에 이르는 지진해일로 60명이 넘는 사상자와 800채 이상의 가옥피해를 유발했다(F. Imamura등, 1995).
그림 4(a)는 일반적으로 깊은 바다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의 발생 구조를 설명한다. 역 단층 운동은 해저면의 수직 방향 변위를 유발하고, 그 형상이 다시 수위 변위를 일으켜 지진해일을 유발하게 된다. 만약 그림 4(b)와 같이 주향이동단층으로 수평 방향 운동을 일으키고 단층 경계면 사이의 지각이 단차를 이루게 되면 강한 수평 방향 압력이 작용하는 동시에 수직 방향으로의 해수면 변위를 동반한다. 민도로 지진해일은 이러한 구조하에 발생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Y. Tanioka 등, 1996) 이와 유사한 현상으로 조선왕조실록 1668년 기록에 따르면 서해안 철산과 백령도에 지진과 함께 해일이 내습한 사례가 기록되어 있다. 관측 이전의 기록으로 명확한 물리적 근거가 제시된 이벤트는 아니지만, 산동 반도 탄쳉에서 발생한 해저 지진에 의한 해일 현상으로 해저면의 수평방향 변위가 약 7~9m에 달한 반면, 수직방향 변위는 2~3m에 이르는 주향이동단층이다.
2018년 인도네시아 팔루 지진에서도 특이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팔루에서 발생한 규모 7.5의 지진은 진앙을 육지에 둔 지진으로 지진해일을 동반한 이례적인 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지진에 동반되어 팔루만 내부에서 발생한 해저 사면 붕괴가 해일을 일으켜 폐쇄된만 내부에 11m에 달하는 해일을 동반했던 사례이다. BBC에 따르면 이 지진은 최악의 이례적인 지진해일 시나리오이며(BBC Japan, 2018), 남북 방향으로 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으로 규모 7.5의 강진이 얕은 지각에서 발생하면서 수평 방향의 큰 지반 운동을 일으켰고, 그에 따른 지진해일은 좁고 긴 팔루만으로 바닷물을 밀어 넣어 수위를 더욱 높였던 것으로 보인다(그림 5). 또한, 지진에 따라 팔루만 해저 동측 사면에 붕괴를 유발하였으며, 붕괴된 사면이 이층류를 이루면서 또 다른 파동을 형성한 것으로 추측된다.
상기 언급된 지진해일은 동해에서와 같이 일반적인 해저에서의 대규모 지진에 따른 지진해일과는 유발 조건이 다르다. 수평 방향 운동 성분이 강한 주향이동 단층운동에 따라 얕은 수심에서 유발되는 것들로, 수직 방향 단층 변위가 형성하는 위치에너지가 아닌 수평 방향의 동적 압력으로 유발되는 해수면 변동이 그 원인이 된다. 이러한 물리 현상을 재현하는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어 온 가운데, Y Song 등(2017)은 그림 6과 같이 주향이동단층의 지반 수평 방향 운동에 동반되는 유속의 변화가 지진해일의 초기조건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바 있다.
그림 7. 해저사면붕괴에 의한 해일 유발 메커니즘 모식도(K. Pakoksung 등, 2019)
4. 일본 난카이 및 류구열도로부터의 거대 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과거 통계에 준한 예측 지진 규모를 월등히 초월한 거대 지진으로 기록된다. 이러한 불확실성 지진에 대한 교훈을 답습하여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에 대한 통계론적 예측에 더해 단계 높은 재해 레벨을 설정하기 위해 결정론적 예측 방법에 무게를 두는 정책을 단행하게 된다. 이는 국민 보호와 지역 안전을 중요시 또는 우선시하기 위한 정책적 의사결정으로 지구 물리적 또는 통계적 관점에서의 근거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림 8의 일본 남해 트러프의 거대 지진이라 불리는 이 지진의 예상 모멘트 규모는 9.0에 이르며, 통계적으로 분석된 일본 동해, 동남해, 남해의 세 종류의 지진이 동시에 연동함을 가정하게 되고, 지진해일 시뮬레이션을 위한 파원 모델의 단층 총장은 760km, 면적은 11만 km2 로 기존 상정했던 파원역 면적 6만 km2 의 약 두 배에 이른다. 또한 본 이벤트의 확률분석 결과는 0에 가까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며, 연동형 지진의 결정론적 접근 방안으로 자리매김한다(일본지진조사위원회, 2013). 이 지진과 지진해일에 따른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1707년 같은 진앙에서 발생했던 호에이(宝永) 지진이 거대 지진해일을 유발함에 따라 제주도에 해일이 내습했던 기록이 탐라지에 남아 있는 사실로부터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것으로 추론된다.
그림 8. 일본 남해 트러프 거대지진 상정진원역(일본지진조사위원회, 2013)
지진이 연동되어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되었다(M. Furumoto, 2007). 거대 지진이 아니더라도 타이완 인근에서 M7.8 클래스의 지진 발생 확률은 향후 50년 내 40%,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30년 내 M7.5 ~ 8.0 지진 발생 확률은 약 4~18%로 평가되고 있으며 모두 지진해일을 동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일본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 2016)(그림 9).
그림 9. 류구열도에 잠재된 거대 지진해일 리스크(일본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 2016; M. Furumoto, 2007)
그림 10. 류구열도상 M9.1의 가상 지진해일 전파 및 최고수위분포
류구열도를 진앙으로 하는 지진해일은 우리나라 류구열도 인근 대륙붕 사면에서의 에너지 반사와 감쇄가 있더라도 제주도와 남해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가진다. 류구열도에서 M9.1 지진해일이 발생함을 가정하고 수치모의를 통한 전파 양상을 보면 그림 10과 같다. 이는 난카이 트로프 거대 지진에 사용된 지진 파라미터의 진앙 위치를 류구열도를 따라 동북 및 남서 방향으로 변화를 주는 가운데, 대륙붕 사면 경사 방향으로 진앙 위치 변화를 부여하여 태평양측으로의 에너지 방출량을 조절함으로써 국내에 영향을 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정한 결과이다. 지진발생 후 우리나라에는 제주에 120분, 거제에 180분 후에 첫 파동이 감지될 것으로 예측되며(그림 10(a)), 등심선도의 직각 방향으로 전파되는 지진해일 특성에 따라 중국 동해안을 향해 강한 에너지 분출(그림 10(b))되지만, 복잡한 해안구조와 만이 형성된 동남해안만 내측에 내습하는 지진해일의 최대파고는 약 6~7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자연재해 대책에 대한 방재계획 수립에 있어 모든 기준은 과거 통계와 과거 최대 재해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이다. 그러나 극히 낮은 빈도의 재해이긴 하지만 최근 지진 재해가 주는 막대한 피해에 대한 시사를 고려한다면 상정 외의 거대한 외력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사례이자 정책적으로 그 리스크를 인식해야 함을 직설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5. 동해의 근지 지진해일
1681년 6월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조석 현상이 없는 동해안에 “조수가 밀려가는 모양”을 묘사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로부터, 당시 양양, 삼척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해저지진이 지진해일을 일으킨 것으로 추측된다. 이덕기 등(2004)은 이 지진의 크기를 M6.5 정도로 추정하며, 그 오차가 0.5 정도임을 발표하였다. 만약 이 지진이 M7.0에 달한다면 수심이 깊은 동해안의 지형과 함께 지진해일 유발 조건을 만족하고 있으며 과거 기록에 신뢰성이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동해안을 진앙으로 하는 지진해일의 형성 메커니즘은 일본 서해안의 단층과 같은 수직 방향 해저 변위와 그에 따른 수위 변화로 쉽게 재현할 수 있으나 내습 시간이 3분 이내로 짧아지게 된다. 지진 발생 후 1.5 시간 이후 내습하는 동해 동연에서의 지진해일 대책과 비교하면 즉각적인 대응을 취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하는 바, 정책적인 전략과 방향으로부터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6. 거대 자연재해를 이기는 재해의 과학
80년대 이전, 급속한 부의 축적을 위해 고려조차 되지 않던 현상이었던 한반도의 지진 재해, 2016, 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의 중규모 지진 이후 사회적 충격과 함께 인식의 변화를 일으켰으며, 2019년 12월 30일 밀양에서 발생한 규모 3.5 정도의 약진에도 매스컴에 대거 보도되며 정부기관들은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민감한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 도시를 강타하고 있는 지진 재해를 바라보며 그것이 우리의 몫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되면서 거대 사회 리스크에 대한 인식을 부추기며 강한 위협으로 대두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위협을 도시와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제어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부의 생산에 차질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그 조절 장치로서 “재해의 과학”은 중 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여기서 “재해의 과학”은 재해에 대한 물리적, 사회적 및 경제적 수단이 집적된 제어장치로 다양한 분야 간 동적 시스템 연결을 통한 총체적, 다학제적인 지능체계로 정의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재해의 과학”의 수준은 완전한 제어 효과를 주지 못하며, 전술한 바와 같이 지진 및 지진해일 현상에 대한 메커니 즘의 이해와 예측,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공학 기술과 경제 사회적 이해 역시 감당할 수 있는 위협으로 전환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재해를 객관적인 충격량의 크기로만 측정하던 시기는 Beck이 언급했던 1980년대 이전의 세대에 머무른다. 고도화 사회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충격량에 따른 사회적 및 경제적 여파와 파급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대책이 정비되어야 하는 시대이다. 충격량을 대변하는 물리현 상의 해석에 더불어, 부의 지속적인 창출과 생산에 대한 욕구를 중심으로 동적으로 연계된 사회경제적 파급의 영향을 인식하는 일은 무엇보다 급한 일이라 하겠다. 그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만일의 사태에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비용 을 수반하거나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재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현재의 글로벌 사회, 경제 체제효과와 교통, 통신의 발달에 따른 재해의 신속한 파급효과는 수십 년간의 고속 성장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을만큼 거대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가진 재해의 과학기술을 총동원하여 이를 제어하려는 노력과 집중에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물리적 충격량을 견뎌내고 지금의 사회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재해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일 또한 절대 중요하다.
그림 11. 총체적 지능의 동적시스템 연결로 이루어지는 재해의 과학
지진해일 내습은 치명적이고 막대한 파괴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동반하는 재해로 알려져 있다. 본 고에서 살펴본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 잠재된 알려지지 않던 지진해일 리스크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사회가 감수해야 하는 피해 영향 범위와 크기는 생각보다 넓고 크다. 그러나, 잠재 리스크의 확률적 재현 가능성을 볼 때 그 값은 극히 낮은 것도 사실이다. 수십 년 주기로 반복되어 온 동해에서의 지진해일은 명백한 재해 대책 목표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재해 대책에서 상정해야 하는 예외적인 조건들이거나,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결정론적으로 상정된 이벤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 모두를 동등한 물리적 리스크로 보고 재해 대책에 반영하는 것은 지나친 투자와 경제 성에 있어 모순이 동반될 수 있기에, 정책적으로 차등을 두어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차별화된 지진해일 현상들이 사회,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피해 영향을 모의하고, 재해 대책 목표로서 사회가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의 수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피해라면 수용하되, 아니라면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대책의 성능을 확장해 가는 지속 가능하고 회복 탄력적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그에 대한 선행 단계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규명되지 않은 지진해일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와 규명을 위한 투자 역시 필요하다. 지진해일의 물리현상으로부터 사회 경제에 주는 영향의 상관관계를 해석하는 과정은 상정 외의 거대 자연재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재해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재해를 잘 이해하고 인식하는 데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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