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SUV 한 대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부서졌습니다.
갓길에 서 있던 SUV 차량을 1톤 화물차가 들이받았는데, 1분 뒤 뒤따라오던 8.5톤 대형 화물차가 사고 현장을 그대로 덮친 겁니다.
사고를 수습하던 운전자 2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는데요.
날이 선선해지고 나들이 인파가 늘어나는 이맘때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도 많아집니다.
이때 사고나 고장으로 차량이 멈춰 서면 당황한 마음에 차 안에 그대로 있거나 차량 상태를 살피고 상대 운전자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차량 주변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는데요.
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사고가 난 뒤 어디에 머무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로 사고나 고장으로 멈춰 선 차량을 뒤따르던 차가 들이받는 '2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5년간 발생한 고속도로 2차 사고는 280여 건.
이 사고로 숨진 사람만 138명에 달합니다.
치사율이 48%를 넘어, 사고 두 건 가운데 한 건꼴로 목숨을 잃은 셈인데요.
[박광희/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km 이상 빠른 속도로 주행하기 때문에 사고 또는 정차 차량,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후속 차량이 미처 감속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차 사고 사망자의 74%는 차량 주변이나 차 안에 머무르다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사고나 고장이 났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차량을 움직일 수 있다면, 주행 차로에서 벗어나 갓길 등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사람은 차에서 내려 보호난간 너머로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보존하거나 사고 상황을 확인하려고 도로 위에 남아 있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은데요.
이럴 때는 현장을 정리하기보다 먼저 도로를 벗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정경일/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사고 났을 때 증거 확보를 위해서 현장에 있는다, 위험천만한 행동입니다. 보통은 블랙박스 영상으로 충분히 확인됩니다. 사진 찍는다 그럴 필요 없고요. 동영상으로 차 한 바퀴 돌면서 영상으로 10초만 찍어도 충분합니다."]
만약 차량을 움직일 수 없다면, 무리해서 옮기려 하지 말고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 뒤따르는 차량에 위험을 알린 뒤 곧바로 가드레일 밖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는데요.
신고를 서두르기보다 사람의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합니다.
사고나 고장으로 차량을 견인해야 한다면 한국도로공사의 ‘긴급견인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는데요.
가까운 휴게소나 졸음쉼터 등으로 차량을 무료로 옮길 수 있습니다.
승용차는 물론 16인승 이하 승합차, 1.4톤 이하 소형 화물차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요.
보험사의 견인차를 기다리며 위험한 현장에 머무르기보다 필요한 도움을 받아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영미/한국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안전교육부 교수 : "고속도로 2차 사고는 대부분 사고 발생 후 1~2분 이내의 짧은 시간 내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일단 비상등 켜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그 이후에 신고하는 것까지 운전자는 평소에 기억하시고 실천할 수 있도록 평소에 노력하시는 것이 안전에 중요합니다."]
사고나 고장으로 차가 멈추면 현장을 정리하는 것부터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그곳을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는데요.
‘확인보다 대피’를 먼저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