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던 화물차가 중앙분리대와 방호벽을 잇달아 들이받습니다.
플라스틱 방호벽을 그대로 타고 올라 뒤집히는가 하면 차선을 넘어 들어온 화물차가 돌진하면서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모두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들입니다.
[유태경/경기도 하남시 : "대부분은 이제 좀 많이 막힐 때나 아니면 히터를 틀고서 장시간 운전했을 때 그때가 제일 많이 졸린 것 같아요."]
겨울엔 추위 때문에 창문을 닫고 오랜 시간 히터를 사용하다 보니 다른 계절보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요.
특히 명절 연휴엔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오랜 시간 운전하는 경우가 많아 졸음운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설 연휴 기간 일어난 교통사고 42건 가운데 운전하다 졸았거나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는 34건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는데요.
[조은경/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책임연구원 : "설 명절에는 교통량이 많이 증가합니다. 그러다 보니 운전할 때 서다 가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루해서 좀 졸리는 경우도 있고요. 평상시보다 명절 때는 좀 음식을 많이 먹죠. 음식을 먹고 나서 장거리 운전을 하다 보니까 가만히 앉아 있어서 졸음운전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히 잤는데도, 차 안에서 졸음이 오는 건 이산화탄소 때문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히터를 틀어놓다 보니 자동차 창문을 자주 열지 않게 되고, 밀폐된 차 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는 건데요.
운전 중 환기를 하지 않았을 때 실내 공기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본 실험 영상입니다.
사람이 졸거나 두통을 느끼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2천ppm.
차 안 실내 온도를 25도에 맞춰놓자 10분 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0.2%, 2천ppm에 달했는데요.
[조은경/한국교통안전공단 서울본부 책임연구원 : "성인 4명이 같은 차에 타고 창문을 열지 않고 운행을 하면 한 20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4천ppm이 넘습니다. 운전할 때 차량에 타신 분들이 많다면 한 2~30분 단위로는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나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더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를 보면, 차가 시속 100km로 달릴 때 1초만 졸아도 약 28m나 주행하게 되는데요.
4초 정도 졸았다면 눈을 감고 100m 이상을 감속 없이 주행하는 겁니다.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데요.
[강정모/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통상 시속 100km 이상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는 제동 거리가 길어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졸음운전을 할 경우에는 주변 교통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차량 제동이나 핸들 조작이 늦을 수밖에 없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적당한 휴식’입니다.
피곤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차를 세워 스트레칭하거나 졸음이 오면 짧게라도 잠을 자는 게 효과적인데요.
다만, 졸음쉼터는 일반 휴게소보다 진출입로의 길이가 50% 정도 짧은 만큼 들어가고 나갈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강정모/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졸음쉼터에) 진입 시에는 방향 지시등을 켜고 감속해야 하며, 주차된 차량과 보행자를 잘 살피고 지정된 주차 구역에 주차해야 합니다. 그리고 졸음쉼터를 나갈 때는 본선 차량을 충분히 확인한 후 교통 흐름에 저해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합류해야 합니다. 또한 장시간 휴식이 필요할 때는 가급적 휴게소를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장거리 운전이 많은 명절 연휴,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려고 하기보단 잠시 멈추고, 충분히 쉬어가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