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된 텐트 속 난로…3시간 만에 치명적

2025.10.21 (13:18)

지난 1월 충남 서산의 한 캠핑장에서 5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같은 달 경북 구미의 한 캠핑장에서도 40대 여성이 실신하고 10대 자녀 두 명이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모두 텐트 안에서 추위를 피하려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고였습니다.

 

소방청의 자료를 보면, 지난 3년 동안 캠핑하다 텐트 안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사고는 120여 건에 달하는데요.

 

이 가운데 19명은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밀폐된 텐트 안에서 난로를 켰을 때, 일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빨리 올라가는지를 알아본 실험 영상인데요.

 

일반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적외선 특수 카메라에는 난로 위로 일렁이는 일산화탄소가 보입니다.

 

3시간이 지나자 텐트 안에 가득 찬 일산화탄소.

 

측정된 농도는 무려 6천500ppm을 넘어섰는데요. 성인도 15분 안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수치입니다.

 

[이동욱/한국가스안전공사 재난안전처 사고조사부장 : "일산화탄소는 혈중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보다 250배나 더 강하기 때문에 혈액의 산소 공급 기능을 상실하게 만듭니다. 라면이나 고기를 조리할 때 쓰는 이동식 부탄 연소기, 흔히 말하는 '부루스타'도 밀폐된 텐트 안에서 사용하시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산화탄소가 위험한 이유는 냄새도, 색도 없기 때문인데요.

 

이런 특성 때문에, 가스가 새고 있어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거나 술에 취한 상태라면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몸속에 들어온 일산화탄소는 혈액 속 산소의 운반을 막아 의식 저하나 질식,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이승동/서울시 서남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초기에는 두통이나 어지럼증, 구역질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이 흐려지고 심하면 호흡 곤란이나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텐트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 가까운 응급실로 이동해야 합니다."]

 

사고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밀폐된 공간에서 난방기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데요.

 

텐트 안에서는 가급적 침낭이나 핫팩, 따뜻한 물주머니 등을 이용해 체온을 유지하고 부득이 난방기기를 사용해야 할 땐 텐트의 환기구를 충분히 열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해야 합니다.

 

[조만천/서울 은평소방서 현장대응단 소방장 : "텐트 문만 조금 열어두면 '충분히 환기가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쪽만 살짝 열어두는 환기 방식으로는 (일산화탄소가) 잘 배출되지 않습니다. 특히 '잠깐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사용법을 완벽히 숙지하며 항상 환기를 유지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최근엔 온라인이나 캠핑용품점 등에서도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또, 캠핑장에서 경보기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도 있는 만큼 출발 전 미리 확인해 보는 게 좋은데요. 경보기를 설치할 때는 위치도 중요합니다.

 

일산화탄소는 공기보다 가볍기 때문에, 천장 가까이에 설치해야 위험을 가장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데요.

 

[이동욱/한국가스안전공사 재난안전처 사고조사부장 : "시중에 많은 휴대용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실시하는 제품 검사를 받은 경보기인지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형식 승인을 받은 제품은 KC 마크가 새겨진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 일산화탄소.

 

따뜻함을 위해 켠 불이 한순간에 생명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철저한 대비와 작은 습관이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