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보다 위험한 ‘도로 살얼음’…감속이 최선

2025.12.15 (11:24)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

 

도로를 달리던 한 차량이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선 차들을 향해 그대로 미끄러집니다.

 

이 사고로 차량 43대가 잇따라 부딪히며 운전자 등 13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는데요.

 

같은 날 새벽, 인근의 한 자동차전용도로에서도 달리던 차 44대가 연쇄적으로 부딪히는 등 피해가 잇달았습니다.

 

두 사고 모두, 도로 위에 얇게 낀 살얼음.

 

이른바 ‘블랙아이스’가 원인이었는데요.

 

도로 살얼음은 눈이나 비, 안개 등으로 노면에 맺힌 수분이 밤사이 얇게 얼어붙어 생기는 도로 결빙 현상입니다.

 

아스팔트 색과 비슷해 겉보기엔 젖은 도로처럼 보여 운전자가 미리 대비하기 어렵고, 급제동이라도 하게 되면 순식간에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연쇄추돌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박용훈/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 : "(도로 살얼음은)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고, 약간 미끄러짐이 느껴진다거나 아니면 바퀴가 좀 헛도는 느낌이 든다거나 하는 그런 감지를 할 수 있는데 이것도 속도가 어느 정도 일정 수준 이하에서 느끼는 것이지 과속하는 경우에는 이걸 감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살얼음이 낀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본 실험한 영상입니다.

 

시속 50km로 운전하다 멈춰 설 때 마른 도로에선 10미터였던 제동 거리가 살얼음 위에서는 49미터로 5배 가까이 늘어났는데요.

 

직선이 아닌 굽은 길은 더 위험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수차례 회전했는데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살얼음이 낀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치사율은 눈길이나 마른 노면보다도 훨씬 높았는데요.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시속 50km에서 추돌하는 것과 시속 60km에서 추돌하는 건 충격량 자체가 달라요. 근데 이제 살얼음 위에서는 이미 미끄러져서 그 속도가 줄지 않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앞차 또는 장애물을 충격했을 때 그때 받는 충격량이 어마어마하게 높다는 거죠."]

 

도로 위 살얼음은 주로 그늘진 곡선 도로나 터널 진·출입로, 다리 위에 생깁니다.

 

햇빛이 잘 들지 않아 낮 동안에도 얼음이 잘 녹지 않고,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면 쉽게 얼어붙기 때문인데요.

 

특히 교통량이 많은 오전 시간대에 사고가 집중됩니다.

 

이때는 기온이 낮을 뿐만 아니라, 졸음운전이 발생하기 쉽고 도로가 한산해 과속까지 겹치기 때문인데요.

 

[정지운/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부교수 : "교량 같은 경우에는 공중에 떠 있는 도로다 보니까 지열이 빨리 뺏기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빠르게 노면이 어는 경우가 있고요. 그리고 터널 진·출입구 같은 경우에도 터널 안은 따뜻하지만, 진·출입구는 바깥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도로가 순간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미끄러지는 사고들이 발생하거든요."]

 

안전 운전의 기본은 ‘감속’입니다.

 

어느 곳이 얼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만큼 항상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천천히 주행해야 하는데요.

 

만약 차가 미끄러졌을 땐 운전대를 급히 꺾거나 급제동하지 말고, 브레이크를 짧게, 여러 번 나눠 밟아 속도를 서서히 줄여야 합니다.

 

[정지운/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부교수 : "도로 살얼음이 그날의 습도와 연관이 좀 많다는 보고도 있어서 아침에 출근길이나 혹은 저녁에 퇴근하실 때 일기예보 한번 확인해 보시고 습도가 높은 날이다, 90% 이상 되는 날이면 조금 감속 운전을 하셔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입니다."]

 

겨울철엔 출근길과 퇴근길 모두 도로 상황이 순간순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결빙을 늘 염두에 두고 속도를 조금 낮추는 선택이 필요한데요.

 

그 작은 여유가 겨울 도로 위, 사고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