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 추돌 사고가 난 승용차 2대가 고속도로에 멈춰 서 있습니다.
그런데 1차로에서 SUV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사고 차들을 그대로 들이받는데요.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경찰관과 견인차 운전자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사고를 낸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는데요.
사고 차량의 기록 장치를 봤더니 '스마트 크루즈' 기능이 켜진 상태였고, 충돌 직전까지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이 전혀 없었습니다.
‘스마트 크루즈’는 차가 설정한 속도에 맞춰 달리면서 앞 차량과의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주행 보조 기능인데요.
가속과 제동을 계속하지 않아도 돼 고속도로처럼 오랜 시간,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이 기능을 사용하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문제는 편리함이 커질수록 운전자의 주의가 느슨해지기 쉽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브레이크나 운전대 조작이 늦어질 수 있는 점인데요.
실제로 최근 3년간 고속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기능을 켠 채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24건. 이로 인해 1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스마트 크루즈’라든지 ‘차선 이탈 경보’ 장치 같은 경우는 본인이 신경 안 써도 알아서 운전해 준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능에 의지를 하고 그러다 보니까 휴대폰을 본다든지 시야를 다른 곳에 뺏기는, 그래서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장치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
주행 보조 기능은 어디까지나 운전을 돕는 역할일 뿐, 위기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전방 주시와 발 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잠깐의 방심은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긴 연휴를 앞둔 이맘땐, 무엇보다 졸음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가족이 함께 이동하는 데다, 창문을 닫은 채 히터를 켜고 오랜 시간 주행하다보면 피로가 몰려오기 쉽습니다.
이런 환경이 계속되면 차 안 공기에도 변화가 생기는데요.
실제로 실험해 봤습니다.
성인 네 명이 탄 상태에서 창문을 닫고 주행을 시작하자, 출발 당시 482ppm이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5분 30초 만에 5배 이상 치솟았는데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넘으면 졸음과 두통이 나타날 수 있고 3,000ppm을 넘어서면 현기증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박재민/의정부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면 우리 몸은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뇌의 각성도가 좀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그럼으로써 졸음이 오고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운전 중 수시로 창문을 열어 차 안을 환기하는 것이 좋은데요.
바깥 공기가 들어오도록 외기 순환 모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차 안 온도는 21에서 23도 정도로 서늘하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데요.
또, 장거리 운전을 앞둔 전날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운전하기 전에는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로가 쌓이기 전, 미리미리 쉬는 습관이 사고 위험을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요.
[강정모/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 : "졸음이 몰려오면 가까운 고속도로 휴게소나 졸음 쉼터에 들러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잠깐 눈을 붙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설 연휴 기간 장거리, 장시간 이동하는 경우에는 운전자 교대를 통해 짧게나마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습니다."]
잠깐 멈추는 선택이, 사고를 막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편리한 기능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운전대 앞에 있는 운전자 자신의 상태인데요.
조금 늦더라도 안전을 먼저 선택하는 것.
그 결정이, 가족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