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식용유에 물 뿌리면 폭발

2022.02.07 (10:44)

주방 벽면이 새까맣게 탔습니다. 식용유를 사용해 요리를 하다 불이 난 건데요.

 

집에 소화기가 있었지만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이처럼 불을 사용해 기름 요리를 많이 하는 주방은 언제든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요.

 

특히 명절엔 집집마다 음식 준비가 많다 보니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주영/일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 : "(설 연휴 때는) 명절 음식 준비로 평소보다 화기 사용이 늘기도 하고, 조리 도중에 잠시 자리를 비운다거나 화기 주변의 정리되지 않은 가연물에 불이 붙어서 주택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설 연휴 기간 발생한 주택 화재는 2,100여건에 이르는데요.

 

이로 인해 숨지거나 다친 사람도 98명에 달합니다.

 

연휴 기간 하루 평균 43건의 불이 난 건데 평소 하루 평균 31건인 주택화재에 비해 40% 가까이 더 많은 수치입니다.

 

대부분 명절 음식을 만들다 잠시 자리를 비우는 등의부주의가 원인이었습니다.

 

특히 요리를 하다 식용유에 불이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데요.

 

식용유를 두른 냄비를 가열했을 때 불이 얼마나 빨리 붙는지 알아본 실험 영상입니다.

 

1분도 안 돼 저절로 불이 붙는데요. 순간 온도가 480도 넘게 올라갑니다.

 

이때 불을 끈다고 평소처럼 물을 뿌려선 절대 안 되는데요.

 

순식간에 화염이 치솟아 더 큰 화재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석환/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식용유는 끓기 시작하면 섭씨 350도 정도까지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물은 100도씨에 끓잖아요. 기체가 됐을 때 물의 체적(부피)이 약 1,700배 정도로 팽창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불이 붙은 식용유하고 물 수증기하고 같이 날아가게 돼서 주위 가연물로 불이 전이되거나 화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렇다면 식용유에 붙은 불은 어떻게 꺼야 할까.

 

불이 난 냄비에 뚜껑을 덮어봤습니다. 잠시 꺼지는 듯하더니 다시 불길이 살아나는데요.

 

일반 소화기도 소용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식용유 화재는 높은 온도가 원인인데 일반 소화기로는 그 온도를 낮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석환/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가정용) 분말 소화기는 가연물과 산소가 반응하는 부분들을 차단해서 불을 끄는 원리를 가지고 있어요. 근데 식용유 화재 같은 경우에는 식용유 자체 온도가 높아졌을 때 지속적으로 가연물을 공급하는 조건이 되기 때문에 분말 소화기로는 가연물의 공급량과 산소의 결합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가 없고 다시 불이 붙는 재발화의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확실하게 진압할 수 없게 됩니다."]

 

가장 효과적인 건 주방을 뜻하는 영어 단어키친 K를 따서 이름을 지은 ‘K급 소화기입니다.

 

하지만 의무 사항도 아닌 데다 가격도 비싸 일반 가정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요.

 

급한 대로 집에 있는 걸 써야 한다면 배추나 양배추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잎이 넓은 채소를 불타는 식용유에다 넣으면 되는 건데요.

 

기름 표면을 덮어 공기와의 접촉을 막는 효과도 있지만 채소가 뜨거워진 기름을 흡수하면서 기름의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최근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베이킹 소다를 뿌리는 것도 한 방법인데요.

 

배추나 양배추처럼 기름을 흡수해 식용유의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마요네즈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이미 불길이 커진 상태라면 거꾸로 화재를 키울 수도 있어 사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김주영 /일산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위 : "마요네즈는 화재 초기 기름의 온도를 낮추고 마요네즈 안에 들어있는 레시틴 성분이 산소를 차단해서 일시적으로 소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미 커진 불에서는 마요네즈의 기름 성분 때문에 오히려 화재를 확산시키는 연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침이나 튀김요리를 할 때잠깐은 괜찮겠지하며 자리를 비우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또 불이 나더라도 침착하게 초기 대응만 잘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만큼 평소 진화 방법을 제대로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